약 1주일 전에 아버지가 상암동에서 펼쳐지는 억새풀 축제에 가자고 하셨다.
나는 억새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몰랐으며 별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냥 길쭉하고 가벼운 것들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만 상상되었다.)
더군다나 상암동은 마포구에 속하므로 비행 금지 구역이라 드론 촬영을 하려면,
시간을 요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이 절차를 1주일 전부터 밟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날은 드론을 띄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네가 잘 몰라서 그런다"라고 하셔서 나는...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뭔가 있겠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가게 된 것이다.
2016년 10월 14일 금요일 <상암동 하늘 공원> "억새풀 축제" 현장...
이번엔 Draw 처리된 레이어에 기존의 회화 터치를 올리고 "luminosity" 75%로 병합해 보았다.
이렇게 하면 완전 흑백 이미지가 주는 원색적인 단조로움에서,
회화적으로 한층 성숙한 흑백 이미지를 얻을 수가 있다.
동일한 작업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이 무료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러한 시도를 하다가 운이 좋으면 새로운 화법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와 나는 공원 입구에 주차를 해놓고 계단을 올라 이곳 축제 현장까지 걸어서 올라왔다.
(꽤 긴 거리이기 때문에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우리는 걷기로 했다.)
우리는 키를 훌쩍 넘는 긴 억새 밭을 헤치고 다니면서 가을이 주는 뜻밖의 선물을 즐겼다.
축제는 10월 7일(금)~10월 16일(일)까지 였다.
그러나 축제 기간이 끝나고 나면 훨씬 더 만개한 억새를 볼 수가 있다고 하신다.
(축제 기간에 볼 수 있는 것은 LED불꽃쇼와 야외무대이다.)
나는 드론 비행, 촬영 절차를 밟아서 다시 한번 이곳에 오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동행하는 군부대 요원이 힐링 투어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촬영 시 동행하여 촬영 과정을 지켜본다고 한다.)
오늘 아버지는 이색적인 신세대 복장으로 멋을 부리셨다.
폼도 많이 진화되어서 억새와 하나가 되는 새로운 자세도 선보이셨다.
내게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자체가 힐링이었다.
어여쁜 중학생들도 카메라를 앞에 두고 자연학습을 즐기고 있었다.
억새는 상당히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어서 방문객들의 연령층이 광범위하다.
이곳 상암동은 벌써 15회째 억새풀 축제 기간이고 전국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아버지가 공중에 떠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이런 상태였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거닐기 아주 좋은 장소다.
(내가 저런 적이 언제였던가를 한참 회상하게 만든다.)
단체사진 찍는 장면을 새로운 각도에서 찍어 보았다.
저기 찍힌 친구들은 자신이 "꽃비연 카페"에 주인공이 되어 있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내가 자꾸 삼천포로 빠지려고 하니까 아버지가 부르신다.
야외무대가 설치된 위 쪽 전망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2019년에 완공될 월드컵 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이 대교가 완공되면 상습 병목구간인 성산대교의 교통량을 분산하여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강남 순환 도시 고속도로와 연계한 서부지역 간선 도로망 체계 구축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준비성이 강력한 아버지는 떡을 예비 식량으로 준비해 오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일단 먹고 구경하자는 취지였다.
먹고 간 곳은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진 "나선 탑"이었다.
뒤에 보이는 모양의 탑이다.
저기서 보면 전체적인 억새풀 전경이 보인다.
(컬러풀한 억새풀 전경들은 "정지 영상" 코너에서 원본으로 보기로 하자!)
조금 걷다 보면 평범한 바위 하나가 나오는데... 인기가 좋았다.
남자가 바위 위에 올라가 앉아 있기도 하고...
여자가 앉아 있기도 했다.
한 곳에 머물면서 "타임랩스"를 촬영하거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은 양보다는 질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나는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을 모두 중요시한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도 나날이 발전한다.
또한 카메라 관련 어플들도 무수히 많이 생겼다.
드디어 "Dji사"에서도 "모바일 osmo"를 출시하였다.
이것은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짐벌이다.
(스마트폰을 여기에 장착하고 움직이면서 찍게 되면 그 진동을 잡아주어
흔들림 없는 영상을 얻을 수가 있다. 가격은 약 40만 원 정도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값싼 셀카봉이 대세였다.
그러나 진짜 대세는 아무것도 찍지 않고 그냥 구경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대세 중에 대세는...
이곳에 오자마자 어떻게 집에 갈 것인가를 궁리하거나,
이따가 저녁으로 뭘 먹을까를 궁리하는 사람들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리고 여기"가 아니라 "그때 그리고 거기"서 살고 있었다.
한참 찍고 있는데 아버지가 안 보인다.
그래서 전화를 헸더니 나선 탑 앞에 보이는 굴뚝 앞으로 오라는 것이다.
(저 앞에 보이는 것이 굴뚝인지 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리로 오라는 거다!)
가면서도 이것저것 볼 게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보니 그곳에도 볼만한 것들이 있었다.
울 붉은 꽃들이 피어있었다.
여기엔 억새에 밀려 소외된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자신들의 세계를 꾸미고 있다.
그리고 억새의 단색에 질린 사람들은 이곳에서 화사하고 예쁜 가을꽃들의 색감을 즐기게 된다.
하늘 공원엔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하늘 높이 손을 치켜올리며 그날을 흠뻑 즐겼다.
어두워지자...
야외무대가 가동되면서 LED불꽃쇼가 시작된다.
억새에 불꽃이 지나갈 때마다 시시각각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불꽃은 이곳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을 스타로 만들어 준다.
아버지도 모처럼 "동영상 모드"로 바꾸셨다.
수시로 바뀌는 조명의 색상과 연동하는 작품을 포착하려면...
동영상으로 찍어서 화면을 캡처해야 한다.
보름달이 떠있고 찬란한 조명이 비치는 억새풀 숲에서 동영상을 찍는 즐거움은 평상시의 배가 된다.
그리고 그 영상을 캡처해서 작품을 골라낸다.
본인이 찍은 동영상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안 아버지가 꾀를 내셨다.
(나무 기둥에 카메라를 받치고 촬영을 하고 계신 것이다.)
억새풀은 이달 말까지 더더욱 풍요로운 자태를 뽐낼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좌측을 보니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주변의 빌딩들도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멋진 곳을 소개하여준 아버님께 감사함을 전하면서...
사랑하는 벗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 원본
http://cafe.daum.net/OSHO/a61m/39
▼ 드론
http://cafe.daum.net/OSHO/aKV4/58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