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관광유람선을 타다
노을에 물든 웅장한 오륙도
해운대해수욕장에 가면 저 멀리 유람선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유람선은 미포선착장에서 오륙도를 돌아 원점으로 회귀한다.
유람선을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보아왔고 또 탑승할 기회도 많았지만 너무나 익숙한 코스를 항해하는지라 지금까지 유람선에 오르지 않았다.
동백섬도 다 아는 곳이고 오륙도 역시 익숙한 곳이라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야간에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는 코스 역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런 이유인지 몰라도 해운대에서는 주변에서 해운대유람선을 타보았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해운대해수욕장 조형물을 보다가 멀리 지나가는 유람선을 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눈부신 바다 위에 미끄러져가는 유람선에 묘하게 이끌렸다.
선착장 대합실에서 기다리니 마치 시외버스를 처음 탈 때 같은 설렘이 일었다. 승선 티켓 검사와 열 체크를 한 후 유람선에 오르니 야외 좌석이 아주 친근한 느낌의 목재로 되어있었다. 소리 없이 가볍게 물살을 헤치고 나가던 유람선은 어느새 갈매기 떼에 둘러싸였다. 승객들은 갈매기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듯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새우과자를 꺼내 갈매기들의 군무를 이끌었다. 그런데 이 갈매기들은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흔히 보던 ‘닭둘기’와 달리 날렵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체구도 조그만 녀석들이 유람선의 속도에 맞춰 승객들이 던지는 새우과자를 긴 부리로 노련하게 받아먹었다. 욕심이 과한 놈은 유람선 천막 안으로 들어와 과자를 재촉하기도 했다. 재롱을 피우던 해운대 갈매기들은 광안리해수욕장이 보일 때쯤 약속이나 한 듯이 한꺼번에 철수했다.
마린시티와 광안대교가 그림같이 펼쳐지고 달맞이언덕이 저 멀리 보여도 엘시티는 여전히 높았다.
이윽고 오륙도가 벌건 낙조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등대와 함께 등대로 오르는 계단이 돌섬에 촘촘히 박혀있었다. 같은 오륙도지만 이기대에서 바라본 오륙도와는 그 스케일이나 느낌이 너무나 달랐다. 작은 바위섬 몇 개 정도로 알고 있던 오륙도가 너무나 거대하게 눈앞에 펼쳐지자 그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륙도를 돌아 나오니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이기대의 암벽이 거대한 성곽처럼 눈앞에 턱하니 들어왔다.
노을에 반짝이는 수영만 마천루를 지나 해운대해수욕장의 화려한 네온 불빛에 취한 순간 어느새 유람선은 선착장에 닿았다.
선착장을 빠져나오자 오륙도 너머 벌겋게 물든 하늘이 마치 다른 작품인 듯 바다 위에 그려져 있었다. 둥실 떠다닌 유람선에서 내렸건만 들뜬 기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 예성탁 발행·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