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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기르는’ 책 읽기의 추억
양태부(향토사학자, 수필가)
안녕하세요? 총무입니다. 2026년의 달력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버렸습니다. 참으로 세월이 유수(流水)와도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강물은 더 빠르게 흘러가는 듯합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을 테지만, 지나간 시간들을 기억해서 기록하는 행위만으로도 ‘사피엔스’(Sapiens)는 질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봅니다. 이런 연유로 나는 흘러간 기억 속에 있는 우리 책읽기 모임의 역사를 잠시 뒤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연초 부터의 나의 개인적이고 특별했던 독서기행과 관련된 몇 몇 소회들도 한 번 정리해두어야겠다는 마음도 생겨났습니다. 우리 ‘강화백북스’는 10년 전인 2016년 2월 25일에 첫 모임을 갖고, 고장의 강호제현(江湖諸賢) 여러분들과 ‘한 달에 한권’ 미리 선정한 책을 읽고 토론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6/16의 『논어』가 <강화백북스-95>였으니 이제 연말이 되면 애초에 1차 목표로 잡았던 100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셈이 되는군요. (자매책읽기로 따로 진행한 ‘과학책읽기’도 벌써 80권을 넘겼습니다. 지난 목록을 정리하며 뿌듯한 충만감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입춘(立春) 지나고 봄기운이 은은한 ‘강화문학관’에서 첫 책인 『나무야 나무야』를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리곤 지금의 ‘강화도서관’으로 모임장소를 옮기기까지(‘코로나19’로 2~3년 휴지기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기쁘게 참여해주신 여러 회원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갖습니다.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도 아무런 욕심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작은 독서모임을 잘 이끌어주신 함민복대표님의 정성과 노고에 대해서도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하겠지요.
올해 책 총무에게 일어났던 한 사태를 이야기하려고요. 돌아보니 나는 지난 5개월여를 마치 수능을 준비하는 고3학생처럼 한 주제에만 밤낮으로 몰입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도서관에 앉아 여기저기 인터넷 서핑을 하던 연초의 어느 날이었나? 마침 우리가 선정한 책의 예습(백범일지, E=MC² 등)으로 가끔씩 눈여겨보던 알릴레오북스를 우연히 다시 주목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것은 알북 ‘시즌7’의 『불멸의 신성가족』을 토론하는 방송회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사회자와 초대토론자(한인섭, 박은정)와의 대담을 놀라움으로 관심 깊게 2회분 모두를 시청하고 난 뒤에, 나는 불현듯 대한민국 독서토론 프로그램 중의 으뜸이라고 알려진 “<알릴레오 북’s>의 유튜브 방송을 모두 독파(讀破)해보자!”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그리곤 첫 번째 책인 『자유론』을 찾아 이를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이후 하루 평균 최소 2회분 가량의 분량을 차근차근 시청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나는 어쩌다 인연이 닿은 ‘강화백북스 총무’라는 직분의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를 더욱 잘 관리하고 싶었나 봅니다. 강화만 해도 주변에 여러 작은 독서모임들이 있고, 또 컴퓨터만 켜면 새로운 책을 소개하는 갖가지 유튜브 토론방송들도 많다는 걸 진즉에 알고 있었으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기본 소양과 상식을 ‘배우고 익히기(學而時習)’에는 노무현재단의 이 플랫폼이 분명 최적일 것 같다는 나름의 신뢰가 있었습니다. 이는 문화유산을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좋은 유물을 좋은 선생님과 함께 보면서 배우는 것’(유홍준, 문화유산답사기)이라는 금언(金言)을, 내 세상 공부의 실제경험으로 이미 잘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야의 공부이건 선생님을 잘 선택해서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는 <알릴레오 북’s>를 택해 그와 함께 더욱 품위 있고 세련된 책 읽기 공부를 시작하였고, 이윽고 문화유산을 보는 안목과 좋은 책을 찾고, 읽는 독서법의 안목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한 마음이 생겨나’ 독서토론 동영상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영상을 시청하는 일을 ‘읽는다’고 표현한 것을 넓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영화 한 편 보는 것과 책 한 권 읽는 일이 기호학(記號學, semiology)적으로는 유사한 의미입니다. ‘기호간 번역’(intersemiotic translation, 로만 야콥슨), ‘시화상간’(詩畵相看)... 우리의 퇴계선생도 ‘책을 읽는 것은 산에 노니는 것과 같다’(讀書如遊山)라고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또 한 계절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지난 5개월여의 기간 동안 100권이 넘는 책을 모두 독파하고 보니, 이 기획은 내 독서 인생에서도 매우 의미가 깊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 (이것도 자랑이라고-)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우리 책 벗들과도 함께 나누고, 또 한 번쯤 실경험으로 체험해보라고 권유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선, 2020년 11월부터 2025년 말까지 5년 2개월 <알릴레오 북’s>의 도서목록을 방송순서대로 정리해놓고 이야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1.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2. 광장/최인훈(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3.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정혜윤 CBS라디오 PD,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4. 코로나 사이언스/고규영 외(송민령 과학커뮤니케이터,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5. 진보와 빈곤/헨리 조지(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6.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박웅현 TBWA 대표)
7. 엄마의 말뚝/박완서(박민정 작가)
8.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유시민(심용환 역사학자)
9. 운명의 과학/한나 크리츨로우(박기덕 KIST 박사, 김경일 아주대 교수)
10. 경제학의 향연/폴 크루그먼(류동민 충남대학교 교수)
11.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천관율 시시인 기자)
12.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짐 홀트(김상욱 경희대 교수)
13.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S. 레비츠키, D. 지블렛 (김만권 경희대 교수, 하상응 서강대 교수)
14. 커피 인문학/박영순(이희수 한양대 교수, 구대회 바리스타)
15.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태 켈러(신동흔 건국대 교수, 이진하 동화작가)
16. 유러피언 드림/제레미 리프킨(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성환 국회의원)
17. 칼의 노래/김훈(도종환 국회의원, 강원국 작가)
( * ‘시즌1’ 29회까지 방송분, 괄호속 인물은 방송에서 함께 토론한 이야기손님들입니다.)
18. 책의 탄생 : 해방전후사의 인식 외/김언호(김언호 한길사 대표)
19. 공간의 미래/유현준(유현준 홍익대 교수)
20. 거의 모든 IT의 역사/정지훈(정지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21. 헌법의 풍경/김두식(서기호 변호사, 이연주 변호사)
22.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런(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오찬호 작가)
23. 와인 인문학 산책/장홍(장홍 작가, 정헌배 교수)
24. 그때, 맥주가 있었다/미카 리싸넨, 유하 타흐바나이넨(장홍 작가, 정헌배 교수)
25.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이병한 작가)
26.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27.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로즈마리 퍼트넘 통, 티나 페르난디스 보츠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28.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마이클 셸런버거(이정모 과천과학원, 조천호 기상과학원)
29.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30. 공감은 지능이다/자밀 자키(장동선 궁금한 뇌연구소 대표, 이항심 건국대 교수)
31.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김창남 성공회대학교 교수, 김제동 방송인)
32. 담론/신영복(김창남 성공회대학교 교수, 김제동 방송인)
33.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도리스 컨스 굿윈(김봉중 전남대 교수, 허진모 작가)
34. 엔드 오브 타임/브라이언 그린(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 ‘시즌2’ 57회까지 방송분)
35. 장면들/손석희(변상욱 전CBS 기자)
36. 역사란 무엇인가/E. H. 카아(주진오 상명대 명예교수, 윤영휘 경북대 교수)
37. 유럽 도시 기행2/유시민(유시민, 조수진)
38.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39.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김승섭(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40.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대표, 최훈 강원대 교수)
41. 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박홍규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42. 카탈로니아 찬가/조지 오웰(박홍규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43. 진보의 미래/노무현(차성수 현,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송평 정치힉박사)
44. 유홍준의 한국미술사강의4/유홍준(유홍준 현,국립중앙박물관장)
45. 계속 가보겠습니다/임은정(임은정, 현,서울동부지검 검사장)
46. 이해찬 회고록/이해찬(정치인, 전,국회의원 전,총리)
47. 우리 글 바로 쓰기1/이오덕(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
48. 맹자/김원중 옮김(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49. 하얼빈/김훈(김훈 소설가)
50. 시민의 불복종/데이빗 소로우(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51. 전태일 평전/조영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52.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조영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53.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브라이언 헤어, B. 우즈(원종우 과학커뮤니케이터)
54. 조국의 법고전 산책/조국(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55.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정지아 소설가)
( * ‘시즌3’ 85회까지 방송분)
56. 순이 삼촌/현기영(현기영 소설가)
57. 다윈 지능/최재천(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58. 보이지 않는 여자들/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59. 김남주 평전/김형수(김형수 시인, 신동엽문학관)
60. 줌 인 러시아/이대식(벨랴코프 일리아 수원대학교 교수)
61. 소크라테스의 변명/플라톤(김주일 정암학당 학당장)
62.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유시민(이독실 과학평론가)
63. 군중심리/귀스타브 르 봉(이해찬 전,민주당 대표) *100회 공개방송
64. 백범일지/김구(강유정 국회의원, 청와대대변인)
65. 바디: 우리 몸 안내서/빌 브라이슨(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66.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슈테판 츠바이크(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67. 디케의 눈물/조국(조국 법학자)
68. 포스트 트루스/리 매킨타이어(정준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 ‘시즌4’ 111회까지 방송분)
69.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김종배 시사평론가)
70. 선택할 자유/밀튼 프리드먼(류동민 충남대경제학과 교수,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71. 검찰의 심장부에서/한동수(한동수 전,대검 감찰부장)
72. 저널리즘 선언/바비 젤리저 외 2인(정준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73. 리더라면 정조처럼/김준혁(김준혁,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
74. 침팬지 폴리틱스/프란스 드 발(장대익 과학철학자, 가천대학교 창업대학 학장)
75. 지리의 힘/팀 마샬(김이제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76.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이정우(이정우 전,청와대 정책실장)
77. 총 균 쇠/제러드 다이어몬드(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78. 유전자 지배 사회/최정균(최정균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79. 이슈 한국사/박태균(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80.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라시드 할리디(알파고 시나씨, 새미 라샤드)
81. E = MC²/D. 보더니스(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이은진 과학커뮤니케이터)
82.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홍익표 전,국회의원)
83. 스탈린의 서재/제프리 로버츠(노경덕 서울대 교수, 일리야 벨랴코프 수원대 교수)
84.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존 미어샤이머(김종대 전,국회의원)
85. 뉴스를 묻다/유튜브, 제국의 탄생/마크 버겐(김어준 저널리스트, 딴지일보 총수)
86. 군주론/마키아벨리(박구용 전남대교수 철학자)
( * ‘시즌5’ 142회까지 방송분)
87.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이철희(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88.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 이야기/임주영(임주영 작가)
89. 파시즘, 열정과 광기의 정치혁명/로버트 O.팩스턴(박구용 전남대교수 철학자)
90. 페이크와 팩트/D. 로버트 그라임스/(임경빈 헬마우스 작가)
91.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오향녕(오항녕 전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92. 다시 만날 세계에서/강유정,김후주 외(강유정 민주당 대변인, 최강욱 전,국회의원)
93. 자유론, 사피엔스, 관촌수필/밀,하라리,이문구/(김상욱 물리학자, 정지아 소설가)
94.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김명인(김명인 문학평론가)
95. AI 강의 2025/박태웅(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96. 사기열전/김원중 옮김(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97.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이언 스튜어트(김상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98. 징계를 마칩니다/박은정(박은정 국회의원)
99.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박찬일(박찬일 셰프)
100. 코스모스/칼 세이건(이명현 천문학자, 장대익 진화생물학자)
101. 대성당/레이먼드 카버(변영주 영화감독)
102. 사이버 내란/황희두(황희두 전,프로게이머 노무현재단 이사)
103. 오역하는 말들/황석희(김이나 작사가)
104. 미국의 본질과 흔들리는 세계/김준형(김준형, 국회의원)
105. 판타 레이/민태기(민태기 공학자, 에스엔에이치 부사장)
106. 논어를 연찬하다/이남곡(이남곡 인문운동가)
( * ‘시즌6’ 177회까지 방송분)
5년여 기간의 오랜 방송분을 고작 5개월의 짧은 동안 시청해놓고, 마치 이 책들을 다 읽어나 본 것처럼 전체 목록을 정리한 것에 대해 스스로 미흡함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는 당연한 부끄러움입니다. 그러나 나는 목록 중의 소설들은 오래 전에 대략 읽어본 것들이었고, 강화의 여러 도서관에 비치되어있는 상기 제목의 도서들을 찾아보는 기본적인 노력은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릴레오북스의 아카이브(archive) 속에는 ‘강화백북스’에서 이미 다룬 내용의 책들도 있었고, 사회자(조수진, 유시민)의 말에 의하면 ― 선정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지 이 책들을 조리하면 풍겨 나오는 ‘(라면)냄새만이라도 조금 맡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 고 하므로 이분들의 말씀을 작은 위안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알릴레오 북’s>에서 선정해 방송으로 읽고 토론한 도서들의 목록은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방대합니다. 나는 이들 중에 어떤 책을 읽을 때는 마치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 아래의 엄청난 물 굉음 속에 혼자 서있는 것과 같은 웅장함과 두려움을 느꼈고, 어떤 장면에서는 ‘장가계’(张家界)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기기묘묘한 산봉우리들의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다본 젊은 날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책에서는 ‘알타미라’나 ‘라스코’의 깊고 오랜 동굴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도 했습니다. 거기 고대인들이 은밀히 들려주는 ― 더 먼 옛날 그들의 선조들이 돌칼을 갈아 동굴벽화를 그리던 비밀의 전설들을 잠깐 들어본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 이미지(image) 해설의 마지막에 고교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한 구절이 돌연 떠올랐다는 말씀을 여러분들께 아니 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 그곳에 쓰였으되, ‘천재(天才)의 작품(作品)에서 내버렸던 자아(自我)를 발견함!’(양주동, 「면학의 서」)
그리하여 구체적으로 이 100여권 책들의 범주와 내용들을 언급하고 이해하기에는 나의 지식과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저 개인적으로 애써 생각해본 바로는, 대략 다음의 세 가지 분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물리학 화학 생물학 사회생물학 문화인류학 진화심리학 등의 장대한 ‘빅히스토리’(Big History) 관련 고전들(‘코스모스’ ‘이기적유전자’ ‘총 균 쇠’ 등)입니다. 태초의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처럼 <알릴레오 북’s>는 전체 도서구성의 바탕화면으로 ‘빅히스토리’를 깔아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제와 연관되었다고 짐작하는 ‘엔드 오브 타임’ ‘유전자 지배 사회’ ‘E = MC²’ ‘AI 강의 2025’ ‘판타 레이’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 ‘다윈 지능’ ‘화학 연대기’ 등의 과학서적들은 모두 나의 세계와 생명에 대한 인식을 높고-, 깊고-, 멀고-, 넓게- 확장시켜준 놀라운 토론들이었습니다. (세계의 처음은 137억년전 빅뱅 후 H, He, O, C, N 등 원자들의 화학적 결합으로 최초의 ‘유기체’가 생성되었습니다. 이 생명유기체가 장구한 시간을 진화해 결국 ‘의식’을 갖게 되고, 마침내 현재에 이르렀다는 유물론적 진화의 과학을 나는 믿습니다. 우주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유기체들은 화학주기율표상의 118개 원소와, DNA 염기서열(AGCT) 4개로 이루어져있다고도 합니다. 나는 이와 견해를 달리하는 세상의 여러 종교적 신념들은 인간 종의 ‘문화적 현상’(밈, meme)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인류의 공통 자산인 동·서양의 인문학 고전들(‘사기열전’ ‘논어’ ‘맹자’ ‘변명’ ‘군주론’ ‘자유론’ 등)과, 근·현대의 역사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외교 언론관련 도서들(‘역사란 무엇인가’ ‘이슈 한국사’ ‘외교천재, 고려’ ‘진보와 빈곤’ ‘경제학의 향연’ ‘선택할 자유’ ‘군중심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장면들’ ‘저널리즘 선언’ 등)입니다. 혹시 여러분들의 책 읽기 중에 이들 저작들이 풍기는 냄새만 맡을 수도 있으나, 읽는 중간 중간에 문득 섬광처럼 떠오르는 인간 지성의 빛나고 놀라운 아이디어들을 마주하는 경이로움을 분명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광장’ ‘엄마의 말뚝’ ‘순이 삼촌’ ‘칼의 노래’ ‘하얼빈’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아버지의 해방일지’ ‘그리스인 조르바’ 등 현대 소설의 걸작들을 책 잘 읽는 전문가 초대 손님들(또는 저자)과 함께 풍성하게 감상해보는 복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들 이외에 ‘커피 인문학’이나 ‘와인 인문학 산책’ ‘그때, 맥주가 있었다’ ‘유럽 도시 기행2’ 등의 에세이들은 소설을 읽은 후의 달콤한 디저트로 함께 즐길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인간은 관념 속에서 엄숙·진지하게만 살 수 없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때론 인생의 길에서 만난 마음에 맞는 벗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음미하며 실제 세상의 아름답고 멋진 풍경들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축복‘이라니까요. (이는 내 얘기가 아닙니다. 유시민작가의 말입니다.)
상기 언급한 주제들 외의 다른 저작들도 그중 하나도 빠트릴 수 없는 특별한 책들입니다. 유튜브 검색창에 <알릴레오북스 *도서명>을 함께 치고 검색하면 해당편의 동영상이 바로 뜹니다. 클릭하셔서 독서의 즐거움과 ‘생각의 힘을 기르시기’를 다시 한 번 권유 드립니다.
107. 불멸의 신성가족/김두식(한인섭 형법학자, 박은정 국회의원)
108. 반헌법행위자열전/한홍구 외(한홍구 성공회대 명예교수)
109.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W.D. 하텅, 벤 프리먼(김동기 변호사)
110.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마이클 샌델(최재천 생물학자, 천호선 전,대변인)
111. 현대 중동의 이해/인남식(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새미 라샤드)
112. 화학 연대기/장홍제(장홍제 광운대학교 교수)
113. 외교천재, 고려/이익주(이익주 사울시립대 교수)
( * 이상 ‘시즌7’ 189회까지 방송분)
위는 2026년 새해부터 6월 지난주까지의 올해 방송분 7권 12회분의 마지막 도서목록입니다. 사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방송을 찾아보며 ‘마지막’이란 단어를 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겨우 알북 전 방송분에 대해 최소한의 일독(一讀)을 마친 상태이니, 예고하는 다음번 책을 찾아 이전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게 책과 토론을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유시민작가가 6월말로 노무현재단의 상임고문직을 내려놓고, 책 방송에서도 떠난다는 것입니다. 내가 기다렸던 <알릴레오 북's>도 이제 종영이 되고 말았습니다. 유시민작가가 떠나게 된 형편이니, 그와 6년을 함께 한 메인mc 조수진변호사도 졸지에 자신의 역할과 직분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황망하고 허탈한 얼굴로 다른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 손님 자리에 앉아 이 사태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조수진변호사는 <알릴레오 북’s>의 명사회자이자 진행자였습니다. 그녀가 있어 유시민작가와의 티키타카가 늘 보기 좋았습니다. ‘ㅠ~ 아름다운 조변을 이제 어디서나 보나?’ 그녀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눈 밝은 분은 알아차렸을 테지만, 나는 위 전체 110권이 넘는 <알릴레오 북's>의 도서목록에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과 관련되는 책들은 일부러 빼놓은 부분이 있습니다. 유시민작가의 몇 권 책도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논란이 있는 재단 퇴장과 관련해 혹 독자가 구설(口舌)거리를 만들지나 않을까 저어한 것이지요.) 그러나 기왕에 노무현재단에서 운영하는 독서프로그램을 정리하고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노무현 정신’을 일깨우고 계승하는 도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닐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신’과 관련되었다고 보는 봉하마을 등에서도 녹화한 방송분은 ‘헌법의 풍경’ ‘진보의 미래’ ‘이해찬 회고록’ ‘검찰의 심장부에서’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불멸의 신성가족’ ‘유러피언 드림’ 등의 책이었습니다. 이 도서들의 방송과 토론을 보며, 아직도 생생한 그의 생전 모습과 명연설들을 찾아보면서, 나는 17년 전에 돌아가신 노무현대통령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大鵬逆風飛 生魚易水泳)
내가 알고 있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어록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그와 정치역정을 함께 했던 <알릴레오 북's>의 유시민작가를 걱정합니다. 그의 한국현대사는 그대로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였고,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 70~80 세대들에게 그는 영영 잊을 수 없고, 또 잊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항소이유서」)라던 그의 청춘의 독백은 아직도 우리 동세대들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그의 미래와 관련하여 ― 며칠 전 도서관 벤치에서 우리 강화백북스의 회원(낭만건축가)과 한동안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형님, 6·3 지방선거가 끝났는데, 요즈음 정치 상황이 묘하게 돌아갑니다. 여.야 모두 지도 체재에 균열이 있는 모양인데... 이 와중에 알릴레오북스의 유시민작가의 발언과, 그가 제시한 ABC론이 정치권과 평론계에 계속 말거리를 만드는 거 같아요. 잘 몰라 그러는데... 대체 ABC가 뭐에요?”
“나도 자세한 맥락은 몰라요. 도서관의 서생(書生)이 현실 정치를 어찌 알겠소. 느낌으로 이념과 노선투쟁 같아요. 작가 스스로는 ‘A는 가치이고, B는 이익’이라 설명하더군요. 지난번에 우리가 읽은 공자님 말씀(‘군자유어의 소인유어리’(君子喻於義, 小人喻於利)으로 비유하자면, <의(義)로움 A와, 이(利)로움 B>를 해석하는 유시민식의 요점정리 같은 거겠죠. 나는 그런 것보다 A와 B의 해석이 굴러가는 과정에 엉뚱하게 <알릴레오 북's>가 파편을 맞아 노무현재단이 자랑하는 귀한 독서프로그램이 없어져버린 게 안타까운 거죠.”
“저도 책모임 회원으로서 정치적 요인에 의해 독서플랫폼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자체가 매우 속이 상하는 일이네요. 그나저나 유시민작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알릴레오 북's>는 이제 완전히 종영이 된 걸까요?”
“이제 곧 말의 싸움이 시작되겠지요. (낭만씨도 알다시피) 유작가는 다른 누구보다 정치 비평의 전문가잖아요? 이론과 또 실제에도 경험이 많으니까 이 국면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리라 기대합니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김대중)을 잘 체득하고 계신 분이니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봅시다. 나는 그가 ‘슬픔’과 ‘분노’를 극복하고 언젠가 <알릴레오 북’s> ‘시즌8’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소망한답니다.”
도서관에 앉아서 세계의 곳곳을 두루 무전 여행한 것 같았던 나의 <알릴레오 북’s> 책 읽기도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다른 쾌락들도 많겠지만 책을 앞에 두고-, 책 속에서-, 세계와 역사를 읽는 일-, 에 관한 이야기를 시청하고 읽은 지난 수개월의 시간들이 복되고 행복했습니다. 진행자뿐 아니라, 그동안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펼쳐주신 수많은 학자, 작가, 정치인 등 초대 손님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많이 생각하고 잘 배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생각의 힘을 기르는 <알릴레오 북‘s>!”
이 오프닝 멘트가 늘 정다웠습니다. 그리울 때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첫댓글 2026년 상반기에 <알릴레오 북's> 를 시청하느라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종영이라니 매우 아쉽지만, 마지막 편에 '고려' 이야기를 다뤄주셔서 인상적입니다.
유시민-조수진님과 제작진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