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있는게 좋았다. 산에도 혼자 가는게 좋다. 남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혼자 산에 가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다. 쉬고 싶을 때 쉬고 걷고 싶을 때 걸었다. 먹을것도 많이 준비 할 필요가 없었다. 물 한병만 달랑 들고 수도 없이 북한산을 올랐다. 다른 사람들과 산을 오르다 보면 그 사람들과 보폭을 맞춰야 했다. 빠른 사람과 같이 가는것도 어렵지만 걸음이 느린 사람과 보폭을 맞춰 걷는것도 어려웠다. 너무 앞서가면 뒤에 오는 사람이 어렵고 속도를 맞추자면 내 걸음에 맞지 않아 빨리 가는것보다도 어려웠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려 많은 산을 다녔다. 그러나 혼자 오붓하게 산을 오르는것이 더 좋았다. 혼자 산에 발을 들이면 새소리 물소리를 들을수 있다. 산 동무가 있을 경우에는 그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해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오롯이 산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물론 내가 오랜시간 산을 다녀 혼자 다니는것이 두렵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영화도 혼자 보러 가는것을 좋아한다. 늙수그레한 남자들이 여럿 모여 영화를 보는것도 조금 꺼려지고 젊은 딸들과 같이 보려 해도 영화취향이 다르다. 그래서 보고 싶은 영화를 혼자 보러 간다. 통신사에서 무료표가 나와 부담없이 보러 다닌다. 최근 본 영화로는 "영웅"이 기억이 많이 난다. 안중근의사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낸 영화인데 노래가 장엄하고 울림이 있었다. 최근 "하얼빈"이란 안중근의사 이야기가 또 개봉되었다. 보러가 볼까 생각하고 있다. 김훈의 하얼빈을 읽어 보았다.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한 소설이었다. 이 영화는 김훈의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 진것 같다. 혼자서 밥을 먹는것도큰 문제가 없다. 지방으로 출장을 갈 때면 그곳 중국집에 들러 짬뽕을 시켜먹는다. 맛집을 찾진 않지만 중국집에서 홀로 먹는 짬뽕은 또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중국집은 홀로 먹는 식당의 대표다. 나 말고도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분식집, 국밥집도 혼자 먹기 어렵진 않다. 그러나 고기를 굽는집이거나 뷔페 같은 곳은 혼자 가기 쉽지 않다. 나만 알고 있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 혼자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결혼식은 사람들이 많이 와 누가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럴때 잘 모르는 사람과 은근슬쩍 같이 앉아 밥을 먹었다. 코인노래방도 혼자 잘 간다. 술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코인노래방에 가서 노랠 부른다. 그날 내 마음에 와 닫는 기분대로 노래를 선곡 나름 열창을 한다. 혼코너를 즐기는 내 또래들은 많이 없는것 같다. 혼자 놀기도 잘하는 편이다. 친구들이 퇴직을 한 후 집에 있기가 눈치가 보여 아침을 먹으면 집에서 나와 저녁까지 밖에 있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집안일도 잘하고, TV보는것도 좋아하고, 책도 엄청 읽고 간혹 온라인으로 바둑이나 장기도 둔다. 하루가 짧을 지경이다. 시간이 나면 도서관에 책을 빌리려 간다. 자전거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되는곳에 도서관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까운곳에 도서관이 없는것이 불만이다. 그러나 자전거를 이용 도서관을 가면 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은 멀리 있는 도서관을 찾아 빌려오는 경우도 있다. 양천도서관은 자전거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지나 안양천을 거쳐 양천도서관에 도착하면 제법 땀이 흐른다. 정독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빌린적도 있다. 정독도서관은 학교를 졸업한지 정말 오래간만에 찾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청와대를 관람했다. 그리고 광화문까지 걸어갔다.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땀이 비오듯 흘렀다. 그렇게 혼자서 책을 빌리고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광화문을 나와 본것도 꽤 오래간만이었다. 광화문은 예전보다 잘 정비가 되어있었다. 광화문광장 경복궁, 북악산까지 뻥 뚤려있어 보기가 좋았다. 그렇게 빌려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어디라도 가서 빌려보았다. 정독도서관 식당에선 밥도 먹었다. 도서관 밥이 싸고 맛있었다. 밥을 먹고 도서관 앞 정원에 나와 솔바람에 더위를 식혔다. 혼자있는 즐거움에 빠져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고 싶었다. 무엇하러 머리 아프게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원하는것이 많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개 물이 흘러 가듯이 살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이 그헣게 녹녹치 않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일이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고 내 의견이 모두 옳은듯 시위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모든것을 다 알고 있는듯 거들먹거린다. 가르칠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젊음을 가르치려 한다. 책 몇권 읽었다고 개똥철학을 설파한다. 정말 가소롭고 우습다. 그래서인지 자꾸 혼자 있고 싶다. 그런데 세상이 나를 혼자 놔두질 않는다. 왜, 이렇게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운지 이 미몽에서 깨어날올 방법은 없는지, 답을 찾아보려 하지만 답 없음이 정답이다. 누군가 철인이 내 곁에 다가와 모든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그렇게 될 일은 없다. 어쩔 수 없이 안개 낀 길을 더듬더듬 걸어갈 뿐...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은 그리움이다.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면 너무 외롭다.
고독은 즐기는 것이다.
홀로 있음을 즐기는 것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샅샅이 뒤져
자신을 만나 보는것이다.
외로음은 눈물을 동반한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고독은 썩소를 동반한다.
내 자신을 자꾸 들여다보면
내 인생의 하찮음에 나도 모르게
실쭉 헛웃음을 짓는다.
외로움은 젊다.
젊어서 열망을 동반한다.
오지않을 여인을 기다리며
그녀의 집 앞에서 외로움의 바다에
풍덩 자신을 던지는것이다.
고독은 나이가 들었다.
혼자 있음이 어렵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음이 불편하다.
고독은 자연인이다.
외로움은 필연적으로
사랑을 동반한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
외로움을 길러낸다.
고독은 깨달음이다.
나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산속을 헤매고
벽을 보고 통곡을 한다.
나는 고독을 즐기려 한다. 그러나 깨달음은 멀리 있고, 인연은 가까이 있다. 나는 나를 떠나려 하지만, 끈질긴 인연들이 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서 술 한잔에 한탄하고, 유행가 자락에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