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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행(四川行) 41
무정은 눈을 치켜떴다. 저놈이 살길은 더 이상.......없었다. 그의 몸에서 오장이 넘는 묵기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그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몸은 괜찮았다. 머리 꼭대기로 치닫던 기운은 다시 온몸을 돌기 시작했다. 최대한 끌어 올린 묵기였다. 괜찮았다. 머리도 뜨겁지 않았다. 그는 발끝을 박찼다.
“콰아앙....”
진흙들이 육장이상 솟구쳤다. 그가 앞쪽으로 튕기듯이 날아갔다. 무정은 우선 저 인형 같은 놈들을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무정의 속도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다지 빠르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검과 도가 들리고 있었다. 무정은 좌측으로 몸을 틀었다. 그의 오른 주먹이 아래에서 위로 쳐 올려지면서 검은 든 자의 복부를 틀어박았다.
“퍼억.....”
그자의 허리가 깊숙이 꺾였다 무정은 그대로 위로 쳐 들었다.
“후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자의 신형이 위로 솟구쳤다. 일장이상 떠오르고 있었다.
“ ! ”
무정을 고개를 숙였다. 그의 우측에서 천천히 도가 날아들고 있었다. 확실했다. 이들은 자신의 속도에 어느 정도 반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오른손을 다시 들어 올려 도를 쳐내고 신형을 폈다. 쭉 펴진 그의 신형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의 눈앞에 허리를 접고 있는 자가 보였다. 무정은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돌았다. 그의 오른발이 쭉 펴진 채로..
“빠아악”
“우득.....”
그의 오른발이 정확하게 공중에 있는 자의 허리를 가격했다. 그의 허리가 완전히 펴지는 것도 모자라 머리와 다리가 하늘을 향해 완전히 접히면서 무서운 속도로 추락했다.
그 아래 아직도 도를 뻗는 자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퍼어억...”
두 명의 신형이 땅바닥에 널부러졌다. 상체가 포개진 채로 양쪽으로 다리만 보이는 형상이었다. 무정은 눈을 빛내며 등 뒤로 손을 뻗었다. 초우의 도파가 손에 잡혔다.
그는 그대로 잡아 당겼다. 도집에서 초우가 빠른 속도로 뽑혀 나왔다.
무정은 내려서는 탄력 그대로 초우를 휘둘렀다. 삼척이 넘는 초우의 도파가 무정의 손에서 주욱 미끄러지면서 거대한 반경으로 휘둘러졌다. 그의 손에서 도파 끝의 철추가 걸려졌다.
그대로 힘을 주고 빠져나가는 도파를 잡고 묵기를 넣었다.
“좌아아아앙”
물경 오장이 넘는 묵기가 초우의 도 끝에서 뻗어 나왔다. 그는 그대로 휘둘렀다.
“카가가가가가각.......”
엄청난 반경의 긴 도상이 대지에 할퀴어 졌다. 그 사이에 두 명의 사람이 정 가운데 놓여있었다. 그들은....사타구니부터 백회혈까지 한꺼번에 양단된 것이었다.
무정은 땅에 내려섰다.
“파아아아앙.......”
대지를 울리는 땅울림이 들렸다. 무정은 무릎을 꿇고 잠시 그대로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뜨거워졌던 것이었다. 전처럼....다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허어어억..........”
백안의 다래가는 신음성을 흘렸다.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흐릿할 뿐이었다. 그의 눈앞에는 지금 백나찰이 반으로 갈라져 죽어 있었다.
그 아래에 적어도 십여 장에 달하는 긴 선이 대지를 갈라놓고 있었다. 그는 몸을 떨었다.
엄청난 자였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것은 그저 그가 정지해 있을 때 뿐 이었다. 저 정도의.....저 정도의 살기에움직임이라면..........
문득 그의 뇌리에 고서에 쓰여 있는 내용이 떠올랐다.
‘전단격류라는 것은 무공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정의(定意)일지니.....’
문득 그의 앞에 저 괴물 같은 사내가 비틀거리며 서서히 일어서고 있었다.
다래가의 눈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조화롭게 하는 인간의 위대
한 이상, 옅은 인간의 지식으로는 감히 깨달으려 하지 말지어다.....’
다래가의 신형이 뒤로 돌아섰다.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폭열하는 힘, 하늘을 뒤엎는 기세, 모든 것을 관조하는 눈을 가진자가 있다면 감히 말한다.’
그의 눈앞에 마차가 보였다. 그는 더욱더 힘차게 달려갔다.
‘만일 그런 자가 인간이라면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외칠지여다. 그 축복에 경배하거라. 위대한 인간의 이상, 전단검류의 현세일지니.....’
그는 마차의 뒤쪽에서 뛰어 올랐다. 단숨에 앞쪽으로 날아가기 위함이었다.
“음?...”
구여신니는 무정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왠지 불안해 보이는 그의 모습
이었다.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 역시 무정의 몸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다만 그가 생각하는 옳은 결정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
다시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돌기 시작했다. 무정의 신색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남모르는 한숨을 쉬었다.
무정의 몸은 뜨거웠다. 온몸이 불덩이 같았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신니가 백회혈을 막아주고 난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는 한쪽무릎을 꿇은 채로 눈을 감고 그렇게 조용히 있었다.
문득 그의 발바닥에서 청량한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무정은 어떤 생각이 들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두발을 땅에 대었다.
“!”
순식간에 내부의 기운이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힘과 치환되고 있었다. 그의 몸이 빠르게 정상을 회복했다. 그의 눈이 떠졌다.
저 앞의 십여 장 앞에 다래가가 도망치고 있었다. 천천히 느린 동작으로 무릎을 굽히는 것을 보니, 공중으로 도약할 듯 싶었다. 무정은 눈을 좁혔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그는 공중의 어느 한 점에 목표를 설정했다. 그의 몸이 그대로 폭사 되었다.
“콰콰콰콰콰....”
두발을 힘차게 디디며 어느 순간 신형을 뽑아 올렸다. 순식간에 둘 사이의 거리가 이장여로 줄어들었다. 무정의 뒤쪽으로 엄청난 진흙과 잔상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는 초우를 힘껏 뒤로 젖혔다.
“ ! ”
막 공중에서 내려설 찰나에 다래가는 엄청난 소리를 들었다. 그는 고개를 오른쪽 아래로 힘차게 숙였다. 그의 신형이 공중에서 조금 비틀어졌다.
“팟....”
작은 파공음과 함께 다래가는 왼쪽 어깨부분이 허전함을 느꼈다. 그는 공중에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그대로 착지했다.
“쾅..”
반파된 마차의 지붕을 뚫고 그가 안으로 사라졌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신형을, 두 손으로 지붕을 받치며 내려서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었다.
오른손을 정상적으로 디뎠는데 왼손이 디뎌지지가 않았다. 그대로 지붕을 뚫고 들어간 것이었다.
“ ! ”
다래가는 본 것을 후회했다. 그의 왼팔이 ......어깨 어림부터 사라져 있었다. 정말 매끈하게 잘려 나간 것이었다.
“..............”
쏟아져 나오려는 비명을 참았다 엄청난 고통이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반짝였다.
무정은 땅에 내려섰다. 이장이나 지나쳐 와 버렸다. 하마터면 손도 못댈 뻔 한 것이었다. 지나치면서 목을 베려고 했는데 반사적으로 튼 신형에 어깨가 베어진 것이었다. 저기 이장 너머에 잔경련을 일으키는 다래가의 팔이 들어왔다. 그는 신형을 돌렸다. 시체라도 확인하려는 생각이었다.
“콰아아아앙!....”
갑자기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며 마차가 박살나 버렸다. 흡사 화약이 터진 듯 한 흔적이었다. 무정은 흠칫 신형을 세웠다.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 갔다.
“ ! ”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 있었던 듯 산산이 흩어진 살점만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얼핏 흰색의 옷감이 점점이 보였다. 그는 떠나지 않고 계속살폈다.
“ ! ”
저기 어떤 부분이 보였다. 목과 어깨를 잇는 쇄골 부위였다. 어깨가 잘린 듯한 단면이 생생했다. 아직도 그 단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무정은 신형을 돌렸다. 저 정도면 죽은 것은 다래가가 확실한 것 같았다.
“콰직...”
그의 발에 다래가의 잘려진 팔이 밟혔다. 폭발 때 생긴 경사면으로 이곳까지 굴러 온 것 같았다. 팔꿈치 부분이 눌리면서 땅으로 쑤욱 들어갔다. 팔이 접히면서 손가락과 잘린 부위가 서로 붙었다.
“......”
무정은 오른발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발로 밟았다. ‘우두둑’소리를 내면서 깊숙이 땅에 박혔다. 손가락 부분만 조금 나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신형을 옮겼다. 일단 전쟁은 끝났다. 명군은 끝까지 개입하지 않았다. 힘겨운 일전이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은 반성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얻었던 일전이었다.
“우르르르르릉.....”
하늘에서 은은한 뇌성이 들렸다. 저멀리 서장쪽의 하늘에서 비구름이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숨 쉴 틈 없이 흘러내리는 비였다. 그 아래에 일단의 인영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쿠파였다. 무기를 맞대며 싸웠던 그들이었다.
조용히 말없이 떠나는 것이 서로가 좋은 것이었다.
무정을 고개를 돌려 다시 신형을 옮겼다. 저기 그의 일행들과 사람들이 다
가오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제쳐 두고서라도 소중한 것을 찾아낸 그였기에.....허나 그 마음은 그리 가볍지 만은 않았다. 그 두 명의 백나찰........ 자신의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 움직이던 그 움직임, 한줄기 껄끄러운 느낌이 그의 머릿속을 적셔왔다. 그리고 아직 그의 무공은, 정상이 아니었다.
흥건한 빗물이 대지를 적시기 시작했다. 그 대지의 아래에 여기저기 수습을 못하는 시신들과 장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황토색 대지에 붉을 비가 빗물과 희석되고 있는 이곳은 사천성 요성부근의 이름 없는 대지였다.
굵은 빗줄기만이 그 모든 것을 가리고 있었다.
쿠파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진군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이 하나 둘씩 그려지고 있었다. 문득 그는 폭사된 마차가 생각났다. 그는 부관에게 고개를 돌렸다.
“부관, 그 마차 안에 화약이 들어 있었나?”
“옛? 쿠파대장님, 화약이라뇨? 그건 명군만 갖고 있는 겁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사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 !.....”
쿠파는 두 눈을 좁혔다. 그럼 그 폭발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부관은 그런 쿠파를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그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입을 열었다.
“병사를 데려가 확인해 볼까요?”
부관은 쿠파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쿠파는 아무 말도 없었다. 잠깐 생각을 하던 그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닐세. 부관 그냥 가세나....”
그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았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전이었다. 차라리 모
든 것을 잊고 싶은 그였다.
“쏴아아아아아아아”
“파팍.....팍...파파팍”
퍼붓는 빗줄기 속에 땅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차가 폭팔한 지점이었다. 어느 순간 무언가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스걱...스걱”
손가락과 잘려진 어깨가 붙어있는 괴기스런 팔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이윽고 땅위로 모두 올라와 뒹굴었다. 무정이 밟아 눌러 버린 다래가의 팔이었다.
“푸우~~”
한사람의 머리가 땅속에서 솟아올랐다. 얼굴에 온통 피칠을 한 듯 피와 황토가 뒤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그 인영은 좌우를 살폈다. 시퍼런 안광이 어두운 대지를 훑었다. 하나뿐인 안광이 번뜩이는 것을 보니 외눈인 것 같았다. 쏟아지는 비 때문인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그는 몸을 서서히 뽑아 올리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그의 오른팔이 보였다. 무른 대지를 딛고 힘에 겨운 듯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의 왼쪽 어깨가 땅위로 드러났다.
없었다.......어깨 어림부터 잘려져 나간 듯 했다.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기어이 대지위에 온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으으윽.....이놈들......이 다래가가 그리 쉽게 죽을 것 같았나?........크으으윽.....”
다래가....색랍사주 다래가였다. 그는 살아있었다. 땅속에서 귀식대법을 펼친 것이었다.
그가 마차 안으로 떨어졌을 때 보이는 것은 한손이 잘려있는 자신의 신도.......타란이었다. 아마도 이곳에 숨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순간 뇌격지를 써 일격에 그를 죽였다. 그리고는 그의 검을 들어 그자의 어깨를 자르고 시간이 없어 옷은 바꿔 입지 못했지만 자신의 옷을 찢어발기고 전 내력을 사용해 타란의 시체위에 장력을 퍼부었던 것이었다.
자신에게도 내상이 생기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냅다 숨었던 것이었다.
허나 그도 설마 무정이 자신의 팔을 누를 줄은 몰랐다. 어이없게도 그곳은 자신이 누워있는 얼굴의 왼쪽 눈 바로 위였다. 움직일 수 없었던 다래가는 고통을 참았다. 그 와중에 왼쪽 눈이 그만 실명해 버린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내공도 사라졌다. 타란의 시신에 일장을 퍼부을 때 그 뼛조각이 자신의 단전에 박혀 버린 것이었다.
“으윽.....이놈들......반드시 복수한다. 내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복수하리라....잊지마라,,,,,나 다래가다. 색랍사주 다래가란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아.....”
내공이 깨졌는지 목소리가 쉰 소리가 나왔다. 쭈글한 얼굴로 기력을 다해 소리치는 노인의 모습에 모골이 송연할 정도였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그는 쓸쓸히 사라져 갔다.
그런 그의 뇌리에 이름 모를 책의 마지막 구절이 생각나고 있었다.
‘만일 그러한 자가 지옥의 야차라면 고개를 숙여라 저 하늘을 보려하지마라..... 핏빗 하늘에 살육의 현장만이 그 아래 가득할 테니.....연자여 명심하라. 인간의 능력은 위대하나, 그 성품이 위대한 것은 아닐지니......’
“쏴아아아아아아”
쏟아지는 빗줄기는 여전했다. 그 빗속에 또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는 다래가가 올라온 땅위에 굳건히 서 있었다.
“.................”
어두운 밤속에서 내리는 빗줄기에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문득 그의 얼굴이 돌아섰다, 다래가가 사라진 곳이었다.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인영은 갈등하는 듯, 미동도 않고 서있었다.
“철벅...”
이윽고 인영의 발이 옮겨졌다. 그의 신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래가가 사라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쏴아아아아아아”
내리는 빗줄기 만이 어둠을 지켜주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