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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별히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동네 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신선한 아침 공기가 참 좋다.
공원 곳곳에 붙어 있는 아름다운
싯귀들도
오늘 아침은 유독 아름다운 글귀들로
눈에 쏙쏙 들어 온다.
오늘의 내 느낌이 좋은 탓일까
같은 부산 시내에 살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태종사 수국을 보러 가자고.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녀가 태종대를 갔다 왔는 데
지금
태종사 수국이 활짝 피어 있다고 한다.
응, 하고 대답은 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다.
며칠 전 홀로 태종사를 찾았을 때는
수국이 전혀 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열 두 시가 다 되어 가는 터라
우선 그녀를 만나 근처 식당으로 갔다.
뭘 먹을까 고심하다가
근처 한정식으로 데리고 갔다.
원래는 콩나물 국밥으로 점심을 하려고 했지만
한정식당이 먼저 눈에 들어 와 버렸다.
값은 만만치 않은 데도
밑반찬이 영 부실 하다.ㅠ
두 번 다시 올 집은 아닌 것 같다.
주위 곳곳에 널려 있는 게 식당인 지라
실망한 집에 다시 올 필요는 없다.
다행히 한 배 식구라
좀 덜 미안하다..ㅎ
대신 커피는
며칠 전에 새로 개업을 한 롯데 백화점 광복점 옥상 정원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전망도 좋고
카페라떼의 맛도 은근 진하고 구수하다.
그렇지만 전망은
라발스 호텔 커피숍보다 많이 떨어 진다.
카페 밖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아니라
카페 안에서 바라다 보이는 전망이 그렇다.
물론 카페 밖은 외부인이
관광 삼아 찾아 올 정도로 잘 꾸며져 있고
전망도 좋다.
드디어 함께 도착한 태종대
우리는 태종대 입구에서 꼬마 열차를 탔다.
지난 번 혼자 왔을 때는
걸어서 한 바퀴 돌았는 데
그녀는 이제 나이도 있고 건강도 그다지 좋지 않아
약간의 배려 차원에서 꼬마 열차를 타기로 했다.
일단 전망대에서 내린 우리는
자살 바위를 한바퀴 휘~ 돈 후
등대를 경유 했다.
사실
며칠 전에 다 둘러 본 곳이라
아무런 감흥도 없다.
그래도 아주 오랫만에 태종대를 온 그녀가
행복해 하여
그것으로 충분한 위안이 되었고
덩달아 조금은 즐거워 졌다.
드디어 도착한 태종사.
그러나
역시나!
가장 많이 수국이 피어야 할 곳에
활짝 피어 오른 수국의 모습은 아직
어디에서도 그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
드문 드문 여기저기 피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수국이 피었다고는
전혀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도 태종사에는
무척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간다.
이 사람들 모두가 수국을 보러 왔을텐데..
내려가는 길은
큰 길로 가는 대신
태종사에서 태종대 입구로 이어지는 오솔길인
황칠나무 술길을 택했다.
태종대 입구에 거의 다 왔을 무렵
그녀는 분홍집으로 가 보자고 했다.
거기는 모르긴 몰라도
활짝 피어 있을 지도 모른다고.
태종대 분홍집.
요즘 수국이 아름답기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집이다.
핫플레이스로 떠도는 곳은
대부분 젊은이들로부터 전해 지고 있고
그 정보는 또한 대부분 믿을만 하다.^^
와아~~!
역시 블리블리 하다.
활짝 핀 갖가지 색상의 수국이 눈을 홀리고 있다.
백년 묵은 여우도 이만큼 사람의 눈을 홀리지 못할 것 같다.^^
기념 사진을 담기 위하여
젊은 연인들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삼삼 오오 모여 있다.
태종사에서 못 누린 호사
대신 오늘은
분홍집에서 맘껏 즐기고 있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