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07
올해도 경제 여건 좋지 않아 증시에서 큰돈 벌기 어려울 듯
지난해에는 주식시장 여건이 매우 어려웠다. 낮은 금리 등 일부 긍정적 요인이 있었지만,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지고, 상장기업의 주당순이익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 기준으로 34.2%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실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 등 여러 변수가 여의치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19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종합주가지수는 2018년 말 대비 7.7% 상승했고, 코스닥은 0.9% 하락에 그쳤다. 물론 연중 내내 종합주가지수가 대체로 2000~2200선에서 등락했기에, 제자리 뜀뛰기(박스권 주가)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제자리 뜀뛰기도 삼성전자 등 몇몇 종목군의 상승 때문이었지, 시장 전반의 힘에 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는 잠재워졌다. 상장기업 이익이 지난해 하반기를 바닥으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미국·이란 충돌에도 이런 기대감이 퍼지면서 어제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MSCI 기준 올해 상장기업의 주당순이익이 28.5%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 이익추정 대상 종목 기준으로도 올해 이익 증가는 30% 내외로 추정된다. 주가는 경제활동의 최종 결과인 기업이익에 따라 형성되고, 이익 바닥보다 선행해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에 지난해 주가 추이는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녔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익 증가가 예상만큼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 이유는 ▶국내외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논란과 함께 ▶저성장 기간에는 기업이익이 당초 예상만큼 늘지 않았던 과거 사례에 기인한다. 예컨대 2011~14년 성장률 정체·둔화 기간의 연초 이익추정치는 실제보다 20~30% 과다했다. 당시 주가도 지난해와 같이 일정 범주에서만 등락했다.
이런 이유로 경기여건을 잘 살펴야겠는데,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계 경기가 신통치 않아 보인다. 경제전망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기전망(지난해 10월 발표 기준)은 세계 성장률이 2019년 3.0%에서 올해 3.4%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미·중 경제 동반 둔화 가능성 커
그러나 IMF의 성장률 전망은 실제보다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소비가 많이 늘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9년 2분기 현재 주요 43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는 242.3%에 달한다. 특히 최근 1년간 부채 증가 속도는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가장 빨랐다. 이같이 부채가 많아진 데 따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마찰 재연 우려와 함께 세계 경제에 잠복한 부담이라 하겠다.
IMF 전망을 낮춰보는 또 다른 이유는 IMF가 예전부터 과다하게 전망치를 높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IMF가 예상한 2019년과 2020년 세계성장률 전망은 각각 3.3%, 3.6%였다. 그 이전인 2018년 10월에는 2019년 세계성장률을 3.7%로 예상했다. 이처럼 오차가 크기 때문에 IMF 전망을 낮춰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를 예상하면서 세계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것은 어색하다. 1980년 이후 선진국 경기둔화에도 세계성장률이 전년보다 높았던 적은 2008년뿐이었기 때문이다. IMF는 미국 성장률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2.1%, 중국은 지난해 6.1%에서 올해 5.8%로 낮춰 전망했다. 요컨대 과다 부채로 인한 세계적 소비 위축, IMF 예측의 한계, 선진국 경기 둔화를 고려하면 세계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 내부 사정도 부담스럽다. 집값 폭등으로 소비성향이 급격히 위축되고, 가처분소득도 줄었기에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2013년 이래 우리의 국제 경쟁력은 하향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 규제도 여전하다. 이런 국내외 요인을 반영해 주요 연구단체들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2% 내외로 낮게 예측한다. 1%대 성장률을 전망하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 예산의 71.4%가 상반기에 배정되면서 하반기 성장률은 상당히 둔화할 수 있다.
하반기보다 상반기 투자 여건 좋아
결과적으로 상장기업 이익은 현재의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사실 기업이익이 예상보다 덜할 가능성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MSCI 기준 세계기업이익 전망도 향후 1년간 예상이익을 추정할 때마다 하향되고 있다. 이런 탓에 증권업계는 기업 이익이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주가 전망은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올해 종합주가지수(코스피지수) 최고는 2350~2500에서 오가고, 대체로 2400이라고 보면 지난해 연말대비 7~14%가량 상승을 기대한다. 반면에 저점은 1900~2000선으로 상황에 따라선 지난해 연말대비 -9~-14%가량의 손실도 감내해야 한다. 기대이익과 기대손실 크기가 비슷하다. 그래서 굳이 저축·투자수단으로 주식을 택할 이유는 크지 않다.
이처럼 주가를 치켜세울 요인이 많지 않아 연간 주가행태는 지난해처럼 일정 범주에서 등락할 것 같다. 다만 주가의 고·저점은 다소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익이 예상대로 30%나 늘지 않더라도, 다소는 늘 것 같은 기대 때문이다. 계절적으로는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좋아 보인다. 통상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1, 2분기 이익은 직전년도 4분기, 당해년도 1분기보다 높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 중에는 정책금리 인하도 기대되기에 상반기 투자여건이 하반기보다 좋을 듯하다.
재차 거론하지만, 종합주가지수 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올해 주식투자가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다만 지난해에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7.7%에 그쳤지만, 성장주식과 이익증가 종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이 올해에도 재현될 듯하다. 종목선택 폭이 좁은 상황에서는 성장주식이나 이익증가 종목 쪽으로 매기가 쏠릴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종목의 주가가 상당한 성과를 올릴 듯싶다.
반면 이익이 정체·감소하는 종목에는 투자를 자제했으면 한다. 물론 반짝 호재가 발생해 주가가 오르는 순환매에 힘입어 상승할 수 있겠지만, 그 지속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해당 종목은 순환매가 종료되면, 당초 수준에 회귀하거나 상승하기 전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여건에서 주식 투자에 나선다면 신중한 투자로 성과를 올렸으면 한다.
신성호 /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중앙일보
1월에 주가 오르면 4월까지 지속 가능성 크다
신년엔 설까지 ‘복 많이 받으세요’란 덕담이 오간다. 또 연초에 정부는 향후 경제를 밝게 전망하고, 기업도 희망찬 계획을 발표한다. 그래서 1월엔 주가 상승 기대가 높다. 또 1월 주가는 연간을 내다보며 형성되기 때문에 1월에 주가가 상승하면 연간으로도 주가 상승을 기대한다. 이를 1월 효과라 한다. 비록 1월과 연간 주가 추이 간 연관성을 찾긴 어렵지만, 연초 이후 상당 기간 신년효과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신년효과는 주가 상승 횟수와 상승 크기로 추정해 보는데, 횟수로는 신년효과가 불분명하다. 1월에 주가 상승은 1980년부터 2019년까지 총 40회 중 21회에 그쳤고, 최근 10년간은 6회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초의 기대와 연관된 1~4월 중 주가는 상승했다. 상승과 하락 횟수는 비슷하지만 상승할 때는 큰 폭으로 오르고, 하락할 때는 적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2019년 중 1월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5%로 월별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또 2월에는 주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3, 4월에는 상당히 상승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10년(2010~2019년)동안 2월은 여의치 않았지만 1, 3, 4월의 주가 상승률은 높았다. 최근 40년과 최근 10년간 추이가 유사한 것인데, 최근 20년(2000~2019년)의 월간 주가 추이도 앞 두 경우와 동일했다. 이런 주가행태는 통상 1, 2분기 기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증가했던 것과 연관된 듯한데, 이를 1월 효과 또는 신년효과로 칭하고 있다. 다만 과거 사례가 꼭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