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정한(情恨)과 '가시리'
이별의 정한(情恨)을 그린 '가시리' 와 타작품 비교
애절한 마음을 간결하고 소박하게 노래한 '가시리'는 '이별의 정한(情恨)'을 주제로 하는데 고구려의 '황조가'로부터 '서경별곡'을 비롯한 고려속요, 정지상의 한시 '송인(送人)', 황진이의 시조, 아리랑,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같은 많은 작품에 한국 여인의 보편적 정서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황조가'에서는 이별의 정한이 꾀꼬리라는 대상을 매개로 하여 부각된 데 반해 '가시리'에서는 직선적이다. 그만큼 감정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또, 같은 이별가로서 서정적 자아의 목소리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는 '서경별곡'은 이별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함께 하는 행복과 애정을 강조한 이별가인 데 비해 '가시리'는 자기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해서 재회를 기약하고 있다.
따라서 '가시리'의 서정적 자아가 소극적, 자기 희생적이며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여인이라면, '서경별곡'의 서정적 자아는 저돌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직선적인 성격의 여인이라 하겠다.
'진달래꽃'의 경우는 임에게 돌아와 달라는 원망(願望)을 토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시리'보다는 더 극한적인 감성의 절제와 자기 희생의 자세를 보여 준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와 소박한 표현미에서는 '가시리'가 오히려 낫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