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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파리목만 죽이는 친환경 방제'라는 마법의 단어를 거두라
러브버그 산림 방제 시범사업을 비판한다
무엇이 벌어지고 있나
서울시는 지난 5월 7일 BTI(Bacillus thuringiensis israelensis)를 활용한 러브버그 시범 방제를 예고했고, 삼육대 김동건 교수팀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인천 계양산 산림 부엽층에 BTI를 살포해 검털파리 유충 살충률 98%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BTI가 "파리목에만 작용하며 다른 동식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서울시 보도자료 2026.05.07.; 중앙일보 2026.05.11.). 우리는 이 시범사업이 세 가지 점에서 문제라고 본다. (1) "파리목만 죽인다"는 표현이 파리목 다양성을 은폐하는 정치적 수사라는 점, (2) 산림 부엽층 직접 살포가 2022년 환경부의 '산림 직접 방제 자제 권고'의 취지에 배치된다는 점, (3) 검증 절차 없이 산림 생태계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파리목만 죽인다'는 말의 진짜 효과
"파리목만"이라는 말에 시민은 집파리·쉬파리 같은 위생해충을 떠올린다. 그러나 국립생물자원관 2025년 국가생물종목록 기준 파리목(Diptera)은 한국에만 약 3,083종으로, 전체 곤충의 약 14%에 달한다(국가생물종목록). 모기·각다귀·깔따구·등에·꽃등에·동애등에, 그리고 러브버그까지 낙엽 분해와 수분 매개, 천적 먹이를 담당하는 핵심 분해자·화분매개자가 모두 파리목이다. "파리목만 죽인다"는 안전을 보증하는 말이 아니라, 곤충 다양성의 7분의 1에 손을 댄다는 자백이다. 더구나 BTI의 Cry 독소는 알칼리성 중장을 가진 모기과·먹파리과·등에모기과·깔따구과·털파리과에 두루 작용한다(Becker 1997; Boisvert & Boisvert 2000). 러브버그만 죽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부엽층의 비표적 분해자 곤충에도 함께 작용한다.
학계의 결론은 단순하지 않다 —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BTI의 비표적 영향에 대해 학계가 한목소리는 아니다. 자연 야외·저농도 조건에서 유의한 영향을 찾지 못한 장기 연구도 있다(스웨덴 6년 연구, Persson Vinnersten et al. 2010). 그러나 메조코즘·고농도·반복 살포 조건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거듭 확인된다 — 독일 범람원 메조코즘에서 깔따구 유충 41%·잠자리과 우화 54% 감소(Gerstle et al. 2024), 장기 반복 살포지 프랑스 카마르그에서 흰털제비 번식 성공률 감소(Poulin et al. 2010). 95편을 종합한 시스템적 리뷰도 BTI가 깔따구과·갑각류에 일관된 부정적 효과를 미치니 살포를 결정했다면 지속적 모니터링을 우선하라고 결론지었다(Land et al. 2023). 학계의 결론은 "안전하다"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영향이 확인되니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하라"로 수렴한다. 그런데 계양산 시범사업은 표준화되지 않은 새 환경(산림 부엽층), 반복·확대 전제, 모니터링 부재 등 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조건에 정확히 해당한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BTI가 무조건 위험하다"가 아니라, 학계 합의가 요구하는 최소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친환경 방제'의 정치
주목할 것은 이 사업의 정치적 구조다. 행정에는 화학적 방제가 가장 편하지만 부작용 탓에 권하기 어렵고, '친환경 방제'는 그 딜레마의 절충안으로 등장했다. 문제는 줄여야 할 목표 개체수 기준치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상태에서 16개 구역 중 일부만 처리해 '98% 살충률'을 발표하는 일은 효과의 증거라기보다 '관리 노력의 가시화'에 가깝다. 그 바탕에는, 본래 질병매개·경제적 피해·생태적 위해를 기준으로 하던 유해생물 관리체계에 러브버그 사태를 거치며 '불쾌함'이라는 정동적 기준이 더해진 흐름이 있다(임채연, 2026).
환경부 스스로 그은 선이 우회되고 있다
2022년 러브버그 첫 대발생 당시 환경부는 서울시 질의에 "방제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산림 등을 직접 대상으로 할 경우 생태계 위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방제작업은 거주지역 등에 한정하여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환경부 회신, 2022.07.05.). 이 권고가 건 조건은 약제의 종류가 아니라 살포 장소(산림 직접 대상)이며, 우려 대상은 '산림 생태계'였다. 화학 살충제로 한정한다는 단서는 회신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빛 작전·향 작전이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자, 2026년 사업은 바로 그 산림 부엽층에 미생물 살균제를 직접 살포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친환경 제제'라는 이름표가 그 권고의 취지를 우회하는 통로로 쓰이고 있다. BTI가 미생물제라는 이유만으로 이 권고에서 자유롭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그 판단의 주체는 환경부 자신이어야 한다.
같은 산에서, 무엇을 뿌리는지도 모른 채
문제는 BTI만이 아니다. 5월 18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같은 백련산·계양산에서 곤충병원성 곰팡이 방제제 2종과 식물추출물 함유 방제제 1종을 산 정상부에 이미 처리했다고 밝혔다(산림청 보도자료 2026.05.18.). 역시 실내 살충률 60~90%만 확인한 뒤 야외로 나간 구조이며, 명시된 모니터링은 러브버그 누적 우화율 비교뿐이다. 그런데 곰팡이의 균종도, 식물추출물의 성분도 공개되지 않았다. 곤충병원성 곰팡이(주로 Beauveria·Metarhizium 계열)는 BTI보다 숙주범위가 넓고 사체에서 재포자화해 환경에 정착·확산하며, 규제기관(EFSA·미국 EPA)조차 살포 인력 호흡보호구 착용을 요구하고 면역저하자 기회감염·감작 가능성을 명시한다(EFSA 2020). 무엇을 뿌렸는지 밝히지 않는 한 어떤 안전성 주장도 검증될 수 없다. 같은 산에서 환경부와 산림청이 서로 다른 생물제를 동시에 뿌리는데, 그 누적 영향을 누가 책임지고 모니터링하는가.
입장과 요구
우리는 러브버그가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으며 시민 불편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다만 약 3,083종의 다양성을 '파리떼'로 뭉뚱그리고, 학계가 명시적으로 요구한 모니터링조차 없이 부엽층 분해자 곤충을 '98% 살충률'이라는 숫자로 처분할 수 있다고 믿는 행정의 단순함을 거부한다. 환경부·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국립생물자원관·서울시·인천시 계양구에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계양산·백련산·불암산 산림에 진행되는 BTI 및 곰팡이·식물추출물 살포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방제법이 아닌 실험적 시도임을 명시하고, 확대 적용 이전에 비표적 곤충·토양 절지동물·거미·양서류·식충성 조류에 대한 사전·사후 군집 변화를 포함한 독립적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라.
둘. 산림청은 야외 살포한 곤충병원성 곰팡이 2종의 균종명과 식물추출물 방제제의 식물·성분명을 즉시 공개하라. 무엇을 뿌렸는지 밝히지 않는 한 어떤 안전성 주장도 검증될 수 없다.
셋. "파리목에만 작용한다"는 부정확한 표현을 행정·언론 보도에서 즉시 정정하고, 한국 파리목이 약 3,083종에 달하는 핵심 분해자·화분매개자임을 시민에게 정확히 고지하라.
넷. 2022년 '산림 직접 방제 자제 권고'가 BTI·곰팡이·식물추출물 산림 살포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환경부의 공식 유권해석을 요구한다.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근거와, '산림 생태계 위해 우려'가 어떻게 해소되었는지 환경부는 답하라.
다섯. 같은 산림에서 부처별로 분절되어 진행되는 복수 생물제 실증의 누적·상호작용 영향을 통합 모니터링할 책임 주체를 명확히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
빛 작전과 향 작전이 실패하니 부엽층 미생물 살충제이고, 균종도 모르는 곰팡이 살포다.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깊은 개입을 정당화하고 그때마다 검증이 생략되는 한, 우리는 결국 다음 단계의 '침묵의 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2026년 5월 20일
서울환경연합 · 생명다양성재단 · 은평민들레당
[이슈브리프]
러브버그 산림 방제 시범사업의 쟁점
— 'BTI와 곰팡이 방제제'를 둘러싼 검증 공백을 비판한다
2026년 5월 20일
서울환경연합 · 생명다양성재단 · 은평민들레당
1. 무엇이 벌어지고 있나
지난 5월 7일 서울시는 여름철 러브버그 대발생에 앞서 BTI(Bacillus thuringiensis israelensis)를 활용한 시범 방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BTI는 "특정 파리류 유충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미생물 방제제다(서울시 보도자료, 2026.05.07.). 삼육대 김동건 교수팀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실내에서 사육한 털파리과 곤충 검털파리(Bibio tenebrosus)에 BTI 제제를 처리한 결과 유충 살충률 98%를 확인했다고 한다. 인천 계양산 산림 부엽층 일부 구역에 BTI 미생물 방제제를 살포하는 현장에서 지나가던 한 등산객이 "농약을 뿌리는 거냐"고 물었는데, 연구진은 BTI가 "파리목에만 작용하며 다른 동식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기사가 보도되었다(중앙일보 2026.05.11.).
여기에 더해, 5월 18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같은 백련산·계양산에서 곤충병원성 곰팡이 방제제 2종과 식물추출물 함유 방제제 1종을 활용한 야외 실증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별도로 발표했다(산림청 보도자료 2026.05.18.). 같은 산에서, 서로 다른 부처가, 서로 다른 생물제로 동시에 방제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시범사업들이 세 가지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첫째, "파리목만 죽인다"는 표현 자체가 파리목 곤충 다양성을 은폐하는 정치적 수사다. 둘째, 산림에 곤충의 내장을 녹이거나 몸을 감염시키는 생물 방제제를 직접 살포하는 방식은 환경부가 2022년 제시한 '산림 직접 방제 자제 권고'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환경부 스스로 이 권고와 시범사업의 관계를 해명한 바 없다. 셋째, 이번 시범사업들은 다양한 생명의 삶터인 자연에 대한 존중 없이 자연을 단지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폭력이다.
2. '파리목만 죽인다'는 말의 진짜 효과
(1) 파리목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파리'가 아니다
행정과 언론이 "파리목만 죽인다"고 말할 때,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음식물에 꼬이는 집파리·검정파리·쉬파리를 떠올린다. 위생해충이니까 죽여도 된다는 인식, 더 나아가 '파리는 박멸 대상'이라는 근대의 파리박멸운동 이래 누적된 정서가 작동한다.
그러나 분류학적 실체는 전혀 다르다. 국립생물자원관 2025년도 국가생물종목록에 따르면 파리목(Diptera)은 한국에서만 약 3,083종이 기록되어 있다(국립생물자원관 2025년도 국가생물종목록, 파리목). 모기, 각다귀, 깔따구, 나방파리, 등에, 파리매, 동애등에, 꽃등에, 초파리, 머리파리, 그리고 이번 사건의 주인공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까지, 낙엽 분해, 수분 매개, 영양 순환, 천적 먹이를 담당하는 도시·산림 생태계의 핵심 분해자와 화분매개자가 모두 파리목이다.
"파리목만 죽인다"는 말은 그래서 생태적 안전을 보증하는 표현이 아니다. 한국 곤충 종 다양성의 약 14.4%에 달하는 거대 분류군에 손을 댄다는 자백이다. 그런데 이 자백을 마치 안심시키는 말처럼 둔갑시켜 시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지금 행정과 언론의 어법이다. 이것이야말로 '불쾌곤충' 프레임의 작동 방식이다. 파리라는 단어가 환기시키는 '박멸 대상'이라는 정서적 신호를 빌려, 부엽층 분해자 곤충들에 대한 미생물 살충제 살포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2) BTI가 실제로 작용하는 분류군
BTI가 생산하는 Cry 결정독소는 알칼리성 중장(中腸)을 가진 곤충의 장 세포벽에 결합해 살상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분류군은 모기과·먹파리과·등에모기과·깔따구과(Chironomidae)·털파리과(Bibionidae) 등이다(Becker 1997; Boisvert & Boisvert 2000). 즉 BTI는 러브버그가 속한 털파리과뿐 아니라, 같은 부엽층·습지에 사는 다양한 비표적 파리목 분해자 곤충에게 함께 작용한다. 이 점을 행정과 언론은 "파리목만"이라는 한마디로 가리고 있다.
3. 국제 학계의 결론은 단순하지 않다 —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BTI의 비표적 영향에 대해 국제 학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학계 내부의 결이 갈리는 지점을 정확히 들여다보면, 국내 러브버그 BTI 방제 시범사업이 왜 문제인지가 더 분명해진다.
(1) 자연 야외·저농도 조건에서는 영향을 찾지 못한 연구도 있다
BTI가 비표적 곤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도 분명히 존재한다. 스웨덴 달엘벤강 범람원에서 6년간 진행된 대규모 야외 모니터링(Persson Vinnersten et al. 2010)은 13만 7천여 개체를 분석한 결과, 분류목 수준에서 BTI 처리의 유의한 부정적 효과를 찾지 못했으며, 장각아목(Nematocera) 전체와 깔따구과를 따로 분석해도 유의한 감소가 없었다고 보고했다(Persson Vinnersten et al. 2010, Bulletin of Entomological Research 100(6): 715–725). 독일 메조코즘의 상위포식자 연구(Gerstle et al. 2024)도 깔따구가 41% 감소한 조건에서조차 영원(newt) 유충의 식단 구성 비율에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고 보고했다(Gerstle et al. 2024, ESPR 31: 45485–45494). 우리는 이런 연구들의 존재를 인정한다.
(2) 그러나 메조코즘·고농도·반복 살포 조건에서는 일관된 부정적 효과가 확인된다
핵심은 '어떤 조건에서 살포하느냐'다. 실험을 통제할 수 있는 메조코즘, 고농도, 반복 살포 조건에서는 깔따구과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거듭 확인된다. Allgeier 등(2019)은 메조코즘·반야외·야외 실험 모두에서 BTI가 깔따구류 풍부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킴을 보고했고(Allgeier et al. 2019, Ecotox. Environ. Saf. 169: 786–796), 독일 범람원 연못 메조코즘 연구는 BTI 처리구에서 깔따구 유충 41% 감소와 잠자리과(Libellulidae) 우화 54% 감소를 확인했다(Gerstle et al. 2023, ESPR companion study). 앞서 인용한 Gerstle et al. 2024가 영원 식단 비율의 안정성을 "먹이 감소로 인한 길드 내 포식 증가"로 설명한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영향이 없어서 식단이 그대로인 것이 아니라, 포식자들이 줄어든 먹이를 두고 서로 잡아먹는 방식으로 적응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현장에서 장기·반복 살포가 이뤄진 곳에서는 그 영향이 먹이그물 상위 단계까지 도달한다. 프랑스 카마르그 습지는 모기 방제를 위해 BTI가 장기간 반복 살포되어 온 대표적 지역인데, 이곳의 장기 모니터링 결과 BTI 살포 지역에서 흰털제비(Delichon urbicum)의 둥지당 이소(離巢) 새끼 수가 유의하게 감소했고(Poulin, Lefebvre & Paz 2010, J. Appl. Ecol. 47(4): 884–889; Poulin 2012, Acta Oecologica), 잠자리·실잠자리의 풍부도와 종다양성도 처리 지역에서 더 낮았다(Jakob & Poulin 2016). 카마르그는 우리 논점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례다. 바로 '장기·반복 살포 조건'에서 영향이 확인된 현장이기 때문이다.
(3) 95편을 종합한 시스템적 리뷰의 결론
연구마다 결과가 갈리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2023년 Land 등은 BTI 생태영향 연구 95편·282개 사례를 종합한 시스템적 리뷰를 수행했다. 이 리뷰는 포함된 연구들의 기간(며칠~22년)과 설계가 매우 이질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메타분석을 통해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 BTI 처리는 깔따구과(Chironomidae)와 갑각류(Crustacea)의 풍부도, 그리고 깔따구 우화에 일관된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것이다(Land et al. 2023, Environmental Evidence 12:26). 리뷰진의 권고는 더 분명하다. "BTI 처리의 잠재적 비표적 영향을 선험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되며, 살포를 결정했다면 잘 설계된 지속적 모니터링·평가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4) 그래서 계양산 사례가 문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범사업의 문제가 또렷해진다. 학계가 "영향이 잘 나타난다"고 보는 조건은 메조코즘·고농도·반복 살포·새로운 환경이고, "영향이 잘 안 잡힌다"고 보는 조건은 자연 야외·저농도·단발 살포다. 그런데 국내 러브버그 BTI 시범사업지의 산림 부엽층 직접 살포는 전자의 조건들에 해당한다. 표준화된 방제법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용이고, 시범사업의 성격상 반복·확대가 전제되어 있으며, 같은 부엽층의 다른 장각아목 분해자 곤충에 대한 영향은 평가된 바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 BTI 비표적 영향 연구는 거의 전부 수생·습지 환경을 대상으로 했고, 산림 부엽층 직접 살포의 장기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BTI의 안전성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은 "BTI는 안전하다"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조건에서는 영향이 확인되므로, 살포 전후로 반드시 비표적 모니터링을 하라"로 수렴한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BTI가 무조건 위험하다"가 아니라, 학계의 합의 그 자체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4. 산림청도 같은 산에서 — 균종도 공개하지 않은 또 다른 실험
2026년 5월 18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백련산·계양산에서 유기농업자재(친환경 방제제) 3종인 곤충병원성 곰팡이 방제제 2종, 식물추출물 함유 방제제 1종을 활용한 야외 실증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산림청 보도자료 2026.05.18.). 보도자료에 따르면 실험실에서 러브버그에 이들 제제를 접종해 각각 60~90% 범위의 살충률을 확인했고, 그 후속 조치로 백련산(5월)·계양산(4월) 정상부에 시험지를 구획하고 3종 처리를 이미 완료했다. 향후 계획으로 명시된 모니터링은 "처리구와 무처리구의 러브버그 누적 우화율 비교"뿐이다.
(1) 곤충병원성 곰팡이는 BTI보다 숙주범위가 넓다
산림청은 곰팡이의 균종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곤충병원성 곰팡이(EPF) 상용 방제제의 절대다수는 Beauveria속과 Metarhizium속 계열이며, 학계는 이들의 비표적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작용기전부터 BTI와 다르다. 곤충병원성 곰팡이는 숙주의 표피를 분해하고 체액에서 균사체로 증식하며 죽인 뒤, 사체에서 다시 포자를 생산해 다른 숙주를 재감염한다([Sharma et al. 2023, Cogent Food & Agriculture]). 먹어야 작동하는 BTI와 달리, 포자가 체표에 닿기만 해도 감염되고 환경에 정착·확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정적으로 Metarhizium·Beauveria는 다수의 절지동물 종에 광범위한 활성을 가져, 비표적 영향 범위가 장각아목에 한정되는 BTI보다 넓을 수 있다([Mishra et al. 2024, Journal of Asia-Pacific Entomology]). 더욱이 학계는 '실험실 숙주범위'와 '생태적(야외) 숙주범위'는 다르다는 점을 정설로 본다. 실험실에서 감염되는 비표적 곤충이 자연에서 반드시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그 역도 성립한다([Zimmermann 2007; Dudutech review]). 이 원칙은 산림청이 실내 60~90%만으로 야외 살포에 들어간 구조에 정확히 적용된다. 산림청 스스로 보도자료에서 "야외 실증 실험은 기상과 환경 조건 등으로 인해 실내 실험과 조건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실내 살충률은 야외 효과도, 야외 비표적 안전성도 보증하지 않는다.
(2) 꽃가루받이 곤충 영향은 결과가 갈린다
곰팡이 방제제가 벌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마다 엇갈린다. 야외 벌통 노출에서 사망률이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는 보고가 있는 한편([Dudutech review]), 케냐 연구에서는 일부 Metarhizium anisopliae 분리주가 서양꿀벌 생존율을 15~17% 감소시켰다([Niang et al. 2022, Journal of Economic Entomology 115(1): 46]). 균주(strain)와 노출 조건에 따라 비표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곰팡이라서 무조건 안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학계의 상태다.
(3) 인체 — '저위험'이되 명시된 단서가 있다
인체 안전성은 비교적 정리된 편이나, 규제기관의 평가에는 분명한 단서가 달려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Beauveria bassiana를 드문 기회감염성 인체 병원체로 규정하며, 면역저하 환자에서 안구·폐·전신 감염 사례가 극소수 보고되었으나 생물농약과 연관이 입증된 사례는 없다고 정리했다. 동시에 EFSA는 "피부·흡입 접촉을 통한 알레르기 유발·감작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EFSA 2020, Peer review of B. bassiana PPRI 5339]).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살포 인력에 대해 출입제한시간과 NIOSH 승인 N-95급 호흡보호구 착용을 규제상 요구한다([US EPA, B. bassiana ATCC 74040 decision]). 즉 일반 시민의 통상 노출 위험은 낮게 평가되나, 살포 인력 호흡기 보호가 규제 요구사항이고, 면역저하자 기회감염·감작 가능성은 영(零)이 아니다. 등산객 왕래가 잦은 도심 산 정상부 살포에서 이 단서들이 시민에게 고지되었는가.
(4) 식물추출물 1종 — 성분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산림청은 곰팡이 2종과 함께 식물추출물 함유 방제제 1종도 동일하게 산 정상부에 처리했으나, 그 식물·성분명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식물추출물은 님(아자디라크틴), 제충국(피레트린), 정유류 등 작용기전과 독성 프로파일이 완전히 다른 물질들의 묶음이어서,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안전성도 위해성도 평가할 수 없다. 균종도 성분도 공개하지 않은 채 시민이 오가는 산 정상부에 이미 살포를 완료했다는 사실, 그 정보 공백 자체가 문제다.
정리하면 산림청 사례의 문제는 BTI와 결이 다르다. BTI는 비표적 영향이 문헌으로 확인되는 것이 쟁점이라면, 산림청 3종은 무엇을 뿌렸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아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쟁점이다. 사전예방원칙상, 평가가 불가능하면 공개와 중단이 먼저다.
5. '친환경 방제'는 어떻게 점점 더 침습적으로 변해왔나
지난 4년간 서울시·환경부의 '친환경 방제'는 단계적으로 강도가 높아져 왔다.
2022년: 러브버그 첫 대발생 당시, 서울시 질의에 대해 환경부는 "방제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산림 등을 직접 대상으로 할 경우 생태계 위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방제작업은 거주지역 등에 한정하여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환경부 회신공문, 2022.07.05.; 서울정보소통광장 공문). 주목할 것은, 이 권고가 약제의 종류가 아니라 살포 장소(산림 직접 대상)를 기준으로 '산림 생태계 위해'를 우려했다는 점이다. 화학 살충제로 한정한다는 단서는 회신문 어디에도 없다.
2023~2024년: 자치구 보건소들이 살수 방제, 끈끈이롤트랩 등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끈끈이롤트랩은 새와 작은 생물을 무차별 포획한다는 점이 은평민들레당·생명다양성재단·서울환경연합의 봉산 공동조사로 드러났다(2025.04.09. 시민조사 결과 보고서).
2025년: 서울대 신승관 교수팀이 백련산·북한산 일대에 광원 포집기와 향원(꽃향) 포집기를 설치했다(중앙일보 2025.06.26.). 페닐아세트알데히드 등 식물성 향을 합성해 러브버그를 유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현장 관찰 기록상 "향원 포집기 안에는 러브버그가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았다." 50년간 러브버그를 연구해온 미국 플로리다대 노먼 레플라 교수도 "러브버그는 주행성 곤충으로 밤에는 날지 않기 때문에 빛을 이용한 트랩도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중앙일보 2025.07.06.). 이른바 '장미향 작전'과 광원 포집기는 사실상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2026년: 환경부·삼육대 연구진은 부엽층에 직접 BTI를 살포하는 시범사업으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곰팡이 2종·식물추출물 1종을 산 정상부에 처리하는 실증으로 각각 전환했다. 향과 빛으로 성충을 잡는 데 실패하자, 유충 단계에서 미생물·생물제로 더 깊이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 4년의 궤적은 분명하다. '친환경 방제'라는 이름표는 그대로 두면서, 실제 개입의 강도와 침습성은 점점 높아져왔다. 그리고 그 종착지가, 2022년 환경부가 "산림 직접 대상 시 생태계 위해 우려"를 들어 자제를 권고했던 바로 그 산림에 대한 직접 살포다. '친환경 제제'라는 이름표가 그 권고의 취지를 우회하는 통로로 쓰이고 있다.
6. '친환경 방제'의 정치
임채연의 「'불청객' 곤충과의 어색한 공존」(2026)은 이 4년의 흐름을 인류학적으로 추적한 첫 질적 연구다(RISS). 이 논문이 이 사안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분석틀을 준다.
첫째, '친환경 방제'는 행정·과학·시민단체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행정에게는 화학적 방제가 가장 편하지만 연구자는 그 부작용을 알기에 권하기 어렵다. '친환경 방제'는 그 딜레마의 돌파구로 등장했다(임채연 2026).
둘째, 행정에게 중요한 것은 '개체수 저감 효과'가 아니라 '관리 노력의 가시화'다. 줄여야 할 목표 개체수 기준치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실내 사육 유충 대상의 살충률(BTI 98%, 산림청 3종 60~90%)을 앞세워 산림 살포를 정당화하는 일은, 야외 생태계에서의 효과나 안전을 입증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하고 있다는 신호를 발신하는 행위에 가깝다.
셋째, '불쾌함'이 생물 제거의 근거로 점점 확장되어왔다. 한국의 유해생물 관리체계는 본래 질병매개·경제적 피해·생태적 위해를 기준으로 했으나, 러브버그 사태를 거치며 '불쾌함'이라는 주관적·정동적 기준이 추가되었다(임채연 2026). 이것이 2025년 서울시의회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 조례안' 통과로 제도화되었고, 2026년 산림 살포는 그 제도화의 첫 결과물이다.
7. 입장과 요구
입장
1. "파리목만 죽이는 친환경 방제"라는 표현은 사실관계의 단순화를 넘어, 약 3,083종에 달하는 한국 파리목 곤충 다양성을 '박멸 대상 파리떼'로 환원시키는 정치적 수사다.
2. BTI는 러브버그가 속한 털파리과뿐 아니라 깔따구과·모기과·먹파리과 등 다양한 비표적 파리목 분해자 곤충에 작용하며, 메조코즘·고농도·반복 살포 조건에서의 부정적 영향은 2023년 시스템적 리뷰가 메타분석으로 확인한 사항이다.
3. 산림청이 같은 산에 살포한 곤충병원성 곰팡이 2종·식물추출물 1종은 균종·성분조차 공개되지 않아 안전성·위해성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곤충병원성 곰팡이는 BTI보다 숙주범위가 넓고 환경에 정착·확산할 수 있으며, 규제기관조차 살포 인력 호흡보호구 착용을 요구하고 면역저하자 기회감염·감작 가능성을 명시한다.
4. 인천 계양산·은평구 백련산·노원구 불암산 산림에 BTI와 곰팡이·식물추출물을 직접 살포하는 방식은 국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다. 같은 산에서 환경부·산림청이 서로 다른 생물제를 동시에 살포하는데, 복수 생물제의 누적·상호작용 영향을 누가 모니터링하는지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
5. 이번 사업들은 2022년 환경부가 "산림 직접 대상 시 생태계 위해 우려"를 들어 제시한 '산림 직접 방제 자제 권고'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 권고는 약제 종류가 아니라 살포 장소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미생물제·생물제라는 이유만으로 자유롭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판단의 주체는 환경부 자신이어야 한다.
요구
환경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서울시, 인천시 계양구에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계양산·백련산·불암산 산림에 진행되는 BTI 및 곰팡이·식물추출물 살포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방제법이 아닌 실험적 시도임을 명시하고, 확대 적용 이전에 비표적 곤충·토양 절지동물·거미·양서류·식충성 조류에 대한 사전·사후 군집 변화를 포함한 독립적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라.
둘. 산림청은 야외 살포한 곤충병원성 곰팡이 2종의 균종명과 식물추출물 방제제의 식물·성분명을 즉시 공개하라. 무엇을 뿌렸는지 밝히지 않는 한 어떤 안전성 주장도 검증될 수 없다.
셋. "파리목에만 작용한다"는 부정확한 표현을 행정·언론 보도에서 즉시 정정하고, 한국 파리목이 약 3,083종에 달하는 핵심 분해자·화분매개자임을 시민에게 정확히 고지하라.
넷. 2022년 '산림 직접 방제 자제 권고'가 BTI·곰팡이·식물추출물 산림 살포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환경부의 공식 유권해석을 요구한다.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근거와, '산림 생태계 위해 우려'가 어떻게 해소되었는지 환경부는 답하라.
다섯. 같은 산림에서 부처별로 분절되어 진행되는 복수 생물제 실증의 누적·상호작용 영향을 통합 모니터링할 책임 주체를 명확히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
BTI도 곰팡이도 화학 살충제가 아니다. 그러나 "파리목만 죽이는 친환경 방제제"라는 단어로, 또 균종도 밝히지 않은 채로 산림 살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빛 작전과 향 작전이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하니 부엽층 미생물 살포이고, 곰팡이 살포다.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 것인가. '친환경'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점점 더 깊은 개입을 정당화하고, 그때마다 검증 절차가 생략되는 한, 우리는 결국 다음 단계의 '침묵의 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러브버그가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시민의 불편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다만, 전체 곤충의 약 7분의 1을 차지하는 약 3,083종의 다양성을 '파리떼'로 뭉뚱그리고, 학계가 명시적으로 요구한 모니터링조차 없이, 무엇을 뿌리는지조차 밝히지 않은 채로 산림 곤충 분해자들을 살충률 숫자로 처분할 수 있다고 믿는 행정의 단순함을 거부한다. 그 단순함이 곧 다음 단계의 '침묵의 봄'을 부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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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2026.05.18.). 보도자료 「러브버그 꼼짝마! 친환경 방제제로 살충률 확인, 실증 실험 박차」.
서울특별시 (2026.05.07.). 보도자료 「러브버그·동양하루살이 등 시민 불편 곤충… 서울시, 발생 이전 미리 친환경 방제」.
임채연 (2026). 「'불청객' 곤충과의 어색한 공존」,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인류학과 석사학위논문. RISS
환경부 (2022.07.05.). 서울특별시 질의에 대한 회신 「'러브버그' 방제작업 실시 가능 여부」. 서울정보소통광장
중앙일보 (2026.05.11.) "차 타고 성남까지 간 러브버그…이들 잡을 '장미의 유혹' 작전 [르포]." https://v.daum.net/v/20260511050255317
중앙일보 (2025.07.06.) "50년 러브버그 연구 美 곤충학자 '살충제 효과 없다'." https://v.daum.net/v/2025070609473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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