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루밍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바버샵(Barbershop)’이 남성 헤어 관리 문화를 주도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40년간 남성 헤어 업계에 몸담아온 한 이발 전문가는 “전통 이발소가 현대적인 그루밍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단순한 미용 트렌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변화”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1980년대 동네 이발소 시절부터 2000년대 이후 부상한 서구식 바버샵 문화까지, 남성 헤어 관리의 의미와 기능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살펴본다.
■ 이발소에서 시작된 남성 헤어 관리 1980년대 중반, 이발소는 단순히 머리를 손질하는 곳만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TV·라디오 등 미디어 수단이 제한적이어서, 이발소가 동네 정보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 역할도 함께했다. 이발사는 손님 개개인과 유대감을 쌓으며 면도부터 커트까지 정성껏 작업했다. 이 시기 ‘이발소’라는 말이 주던 따뜻함은 공동체 문화가 반영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 호텔 바버샵 경험이 보여준 품격과 교감 1980년대 중반 힐튼호텔 바버샵에서 근무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점차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국내 고급 호텔 내 바버샵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 공간은 해외 트렌드를 접목해 전통 면도 기술은 물론, 스타일링 컨설팅과 스킨케어까지 제공함으로써 이미지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려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현대 그루밍 문화가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 2000년대 이후, 서구식 트렌드와 바버샵 부흥 2000년대를 거치며 전통 이발소가 ‘바버샵(Barbershop)’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면도칼과 클래식한 의자 등 고풍스러운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빈티지 감각의 인테리어와 트렌디한 음악, 음료 서비스를 결합해 ‘헤어 스타일링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발 서비스에 SNS를 통한 시각적 요소가 더해지면서, 젊은 세대에게 ‘힙(hip)한 감성 공간’으로도 각광받는 중이다.
■ 현대 바버 공간의 특색: ‘토털 그루밍 서비스’ 최근 바버샵은 가위를 넘어서 전동기기·트리머 등을 활용한 두피 관리 프로그램, 심지어 손톱 관리까지 제공하는 등 ‘토털 그루밍’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발사 역시 단순히 커트를 수행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전체 이미지를 설계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특히 SNS 발달로 수염 관리나 헤어스타일이 일종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세대가 새로운 이미지를 실험하는 장으로 바버샵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40년 경력이 전하는 바버샵의 매력 바버샵만의 강점은 ‘인간적인 교류’와 ‘정교한 기술’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날카로운 면도칼이 주는 긴장감, 고급스러운 가죽 의자에 앉았을 때 마주하는 거울 속 변화 등은 여느 미용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한 전통 이발소 시대부터 이어진 장인 정신이 지금까지 유효하다는 점도 바버샵 매력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를 배경으로 서재처럼 꾸민 인테리어를 접목해 고객에게 아늑함을 선사하는 경우도 늘었다. 과거 동네 이발소가 주던 ‘정겨움’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정제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오늘날 바버샵의 특징이다.
■ 앞으로의 전망과 제언 남성 헤어 관리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세분화되고 고급화될 전망이다. 변화 속도가 빠른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기술 습득뿐 아니라, 고객과의 적극적 소통과 공간 디자인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40년 경력을 지닌 이발 전문가는 “바버샵 문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하는 과정을 직접 참여해 보다 풍성한 헤어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과거 전통 이발소의 따뜻한 감성과 현대적인 그루밍 서비스를 합친 바버샵은 이제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성 미용 문화 전반을 견인하는 이 공간은 앞으로도 꾸준한 변화와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신문 연재 기획에서는 바버샵의 역사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심층 분석을 이어갈 예정이다. 남성 헤어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한국 이발 문화가 걸어온 길은 단순히 스타일 변화를 넘어 사회·문화적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낸다”며 “미용·패션 산업에서 더욱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앞으로도 남성 그루밍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다룰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