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증(證)을 논(論)하다
산기(疝氣)의 병(病)이란 소복(小腹) 고환(睾丸)이 종(腫)하고 통(痛)하니, 무시(無時)로 지작(止作)하는 그것이다.
다만 산증(疝證)은 한 가지가 아니다.
내경([內經])에서 말하는 호산(狐疝)이란 출입(出入)이 불상(不常)하기 때문이고, 퇴산(㿗疝)이란 완종(頑腫)하고 불인(不仁)하기 때문이며, 충산(衝疝)이란 소복(少腹)에서 상충(上衝)하여 통(痛)하기 때문이고, 궐산(厥疝)이란 음(陰)에 있는 결기(結氣)가 기역(氣逆)하여 산(疝)이 되기 때문이며, 산가(疝瘕)란 소복(少腹)에 원열(寃熱: 울열)하여 통(痛)하고 백(白)한 것이 출(出)하기 때문이니, 일명(一名) 고(蠱)라고 하는 것이다. 또 육경풍산(六經風疝)이란 사시자역종론(<四時刺逆從論>)에서 말하는 그것이며, 소장산(小腸疝)이란 사기장부병형편(<邪氣臟腑病形篇>)에서 말하는 그것이다.
이 일곱 가지가 결국 모두 산(疝)의 의미(:義)이다.
그런데 산(疝)의 병(病)은 유독 남자(男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부인(婦人)에게도 있다. 경(經)에 이르기를 "적기(積氣)가 복(腹) 중에 있고 궐기(厥氣)가 있으면 그 명(名)을 궐산(厥疝)이라 하니, 여자(女子)도 같은 법(法)이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궐음(厥陰)의 소위 '퇴산(㿗疝)'이란 부인(婦人)의 소복(少腹)이 종(腫)한 것이다." 하였다.
충산(衝疝) 가(瘕)의 속(屬)도 남(男)과 부(婦) 모두에게 같이 있는 병(病)이다.
다만 고환(睾丸)의 병(病)만은 오직 남자(男子)에게 있고, 다른 것들은 당연히 남녀가 같이 병(病)하니 상세히 살펴야 한다.
보건대, 장자화(張子和)가 이르기를 "유뇨(遺溺) 폐륭(閉癃) 음위(陰痿) 포비(脬痺) 정활(精滑) 백음(白淫)은 모두 남자(男子)의 병(病)이다.
만약 혈(血)이 후(涸)하여 불월(不月)하거나 월(月)이 파(罷)하고, 요슬(腰膝)의 위가 열(熱)하며, 족(足)이 벽(躄)하고, 익(嗌)이 건(乾)하며, 융폐(癃閉)하고, 소복(少腹)에 괴(塊)가 있어 정(定)하거나 이(移)하며, 전음(前陰)에 돌출(突出)하고, 후음(後陰)에 치핵(痔核)이 있는 것은 모두 여자(女子)의 산(疝)이다.
단지 여자(女子)는 이를 산(疝)이라 말하지 않고, 가(瘕)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만약 년(年)이 소(少)하여 얻으면 남자(男子) 부인(婦人)을 헤아리지(:計) 않고 모두 무자(無子)하게 된다." 하였다.
이 설(說)은 진실로 잘못된 것이 없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단지 남자(男子)의 산(疝)만 말하고, 부인(婦人)의 산(疝)을 전혀 모르니, 유독 이 뜻을 실(失)한 것이다.
一. 산기(疝氣)가 속(屬)한 것은 본래 일경(一經)만이 아니다.
내경([內經])에 이르기를 "임맥(任脈)의 병(病)에서 남자(男子)는 내결(內結)하여 칠산(七疝)이 되고, 여자(女子)는 대하(帶下) 가취(瘕聚)가 된다. 독맥(督脈)의 병(病)이 생(生)하면 소복(少腹)에서 심(心)으로 상충(上衝)하여 통(痛)하고 전후(前後: 대소변)를 보지 못하니 충산(衝疝)이 된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비(脾)가 신(腎)으로 전(傳)하면 그 병명(病名)을 산가(疝瘕)라 한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삼양(三陽)의 병(病)은 한열(寒熱)을 발(發)하고 전(傳)하여 퇴산(㿗疝)이 된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사기(邪)가 소장(小腸)에 있으면 고계(睾係)와 연(連)하고 척(脊)에 속(屬)한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사기(邪)가 족궐음(足厥陰)의 락(絡)에 객(客)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갑자기 산(疝)하여 갑자기 통(痛)하게 한다" 하였다.
또한 심간비폐신(心肝脾肺腎)의 오산(五疝)의 맥(脈)은 각기 변(辨)하는 바가 있으니, 이는 소문([素問])에서 말하는 제경(諸經)의 산(疝)이다.
또 경근편(<經筋篇>) 등의 편(篇)에서 말하는 "족양명(足陽明)의 근병(筋病)은 퇴산(㿉疝)하고 복근(腹筋)은 급(急)하며, 족태음(足太陰)의 근병(筋病)은 음기(陰器)가 유통(紐痛)하고 제(臍)를 하인(下引)하며 양협(兩脇)이 통(痛)하고, 족궐음(足厥陰)의 근병(筋病)은 음기(陰器)가 불용(不用)한다."는 등의 뜻(:義)이 있으니, 이는 영추([靈樞])가 말하는 제경(諸經)의 산(疝)이다.
장자화(張子和)의 '산(疝)에는 일곱 가지가 있다.'고 말한 것부터 전인(前人)들이 논(論)한 바가 많지만, 영추([靈樞]) 소문([素問]) 동인([銅人])의 말이 아니면 나는 모두 취(取)하지 않았다.
영추([靈樞])의 논(論)을 인용(引)하여 이르기를 '족궐음(足厥陰)의 근(筋)은 음기(陰器)에 취(聚)한다. 따라서 양명(陽明)과 태음(太陰)의 근(筋)은 모두 음기(陰器)에서 회(會)하지만 오직 궐음(厥陰)이 근(筋)을 주(主)하므로 산(疝)은 반드시 궐음(厥陰)에 본(本)한다.' 하였는데, 이는 자화(子和)의 생각(:意)일 뿐이다.
산(疝)은 근(筋)의 병(病)이고, 근(筋)은 간(肝)이 주(主)하므로, 산(疝)이라고 말하면 반드시 궐음(厥陰)이라는 것인데, 이는 (실재와) 비슷하여 일리(:理)가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러하지 않다.
앞의 내경([內經])에서의 여러 논(論)을 살펴보면 영추([靈]) 소문([素])의 말이 아닌 것을 말하였는데, 자화(子和)는 어째서 (그것들을) 모두 취(取)하지 않았는가?
또 근(筋)은 비록 궐음(厥陰)이 주(主)하지만 제경(諸經)으로 산(散)하고 보면 곧 제경(諸經)의 근(筋)이 되는 것인데, 만약 병(病)이 제경(諸經)에 있는데도 '근(筋)으로만 인한다.'고 고집(:固)하고 그 경(經)에 대해서는 폐(廢)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하물며 궐론(<厥論>)에 이르기를 "전음(前陰)이란 종근(宗筋)이 취(聚)하는 곳으로 태음(太陰) 양명(陽明)이 합(合)한다." 하였고, 또 위론(<痿論>)에 이르기를 "음양(陰陽)은 종근(宗筋)의 회(會)를 총(總)하니 기가(氣街)에서 회(會)하고 양명(陽明)이 그 장(長)이 된다." 하였는데, 이것은 또 왜 취(取)하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소복(小腹) 전음(前陰)의 경(經)은 궐음(厥陰) 소음(少陰) 태음(太陰) 양명(陽明) 소양(少陽) 태양(太陽)이 지(至)하고 충맥(衝脈) 임맥(任脈) 독맥(督脈)이 모두 관련(:涉)된 바가 있다.
지금 동인경([銅人經])에서 산(疝)을 치(治)하는 법(法)을 고찰(:考)해보면 제경(諸經)의 수혈(兪穴)이 모두 있다. 만약 단지 궐음(厥陰)에만 속(屬)한다고 말한다면 제경(諸經)을 모두 폐(廢)하여야 할 것인가?
자화(子和)도 제경(諸經)의 혈(穴)을 역력(:歷)하게 가리키면서도(指), 그 말에는 '제혈(諸穴)이 비록 산(疝)을 치(治)하지만, 결국 산(疝)을 받는 곳은 아니다.' 하였는데, 도대체 이 말은 무슨 뜻인가?
나중에 단계(丹溪)도 자화(子和)의 말을 따르면서 이르기를 '경(經)에는 칠산(七疝)이 있으니 한(寒) 수(水) 근(筋) 혈(血) 기(氣) 호(狐) 퇴(㿗)이다. 전적(專)으로 간경(肝經)이 주(主)하고 신경(腎經)과는 결코 상간(相干)하지 않는다.' 하였다. 다시 대원례(戴原禮)에 이르러서도 단계(丹溪)의 설(說)로 인하여 말하기를 '산(疝)은 본래 궐음(厥陰)의 일경(一經)에 속(屬)한다. 내가 예전에 '소장(小腸) 방광(膀胱)의 하부(下部)의 기(氣)이다.'는 속설(俗說)을 보았는데, 모두 망언(妄言)이다.' 하였다.
오호라! 이러한 등의 의논(議論)은 모두 후학(後學)들이 마음대로 억측(:臆)한 견해(見)들이니, 과연 그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과연 그것을 법(法: 따르다)할 수 있겠는가?
의(醫)가 진실(:眞)한 전달(:傳)을 잃어버려 유사(:類)한 것이 이렇게 많게 되었으니, 영추([靈]) 소문([素]) 동인경([銅人])의 말이 아니라면 나는 진실로 선뜻 취하지 않게 되었다.
뒤에 동인경([銅人])의 치산혈법(<治疝穴法>)의 조(條)를 기록(:錄)하여 나열(列)하였으니, 후인(後人)들이 이를 써서 증험(證)하기에 편(便)하도록 하였다.
一. 산기(疝氣)의 병(病)에는 한증(寒證)이 있고 열증(熱證)도 있다.
그런데 반드시 먼저 한습(寒濕)을 받거나, 생냉(生冷)을 범(犯)하므로 사기(邪)가 음분(陰分)에 취(聚)하여 되니, 그 발단(:肇端)의 시작(始)은 한습(寒濕)으로 인하여 그렇지 않음이 없다.
급기야 병(病)하여 울(鬱)이 구(久)하면, 울(鬱)이 열(熱)로 되는 경우가 있고, 혹 양장(陽臟)인 사람이 사기(邪)로 인하여 화(火)가 취(聚)하므로 습열(濕熱)이 상자(相資)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내경([內經])에서 말하는 산(疝)에서는 한(寒)과 열(熱)을 모두 논(論)하였다.
이르기를 "병(病)이 소복(少腹)에 있어서 복통(腹痛)하고 대소변(大小便)을 보지 못하면 그 병명(病名)을 산(疝)이라 하니 한(寒)으로 얻는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음(陰)이 또한 성(盛)하면서 맥(脈)이 창(脹)하여 불통(不通)하므로 퇴(㿗) 융(癃) 산(疝)이라 한다." 하였으며, 이르기를 "간비(肝痺)는 한습(寒濕)으로 얻으니, 산(疝)과 같은 법(法)이다." 하였고, 이르기를 "태양(太陽) 태음(太陰) 양명(陽明)의 승복(勝復)으로 모두 산기(疝氣)가 있게 된다." 하였으니, 이는 모두 산(疝)의 한(寒)을 말한다.
또 이르기를 "비풍(脾風)이 신(腎)으로 전(傳)하면 명(名)하여 산가(疝瘕)라 하니 소복(少腹)에 원열(寃熱)하면서 통(痛)하고 백(白)이 출(出)한다. 일명(一名) 고(蠱)라고 한다." 하였고, 이르기를 "족궐음(足厥陰)의 근병(筋病)은 음기(陰器)를 불용(不用)하니 한(寒)에 상(傷)하면 음(陰)이 축입(縮入)하고 열(熱)에 상(傷)하면 종(縱)한 정(挺)이 불수(不收)한다." 하였으니, 이는 모두 산(疝)의 열(熱)을 말한다.
이처럼 내경([內經])에서 한(寒)을 말하였고, 또 열(熱)을 말하였으니, 일찍이 한 쪽으로 치우쳐 폐(廢)할 수 없음이 이와 같으니라.
보건대, 단계(丹溪)는 이르기를 '소문([素問])에서부터 모두 한(寒)이라고 하였다. 한(寒)은 수인(收引)을 주(主)하니, 경락(經絡)이 한(寒)을 얻으면 인(引)하여 불행(不行)하므로 통(痛)을 작(作)한다.
그런데 척빙(踢氷: 얼음을 디디다)이나 섭수(涉水: 물을 건너다)를 종신(終身)하도록 하여도 이를 병(病)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이는 열(熱)이 내(內)에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 증(證)은 경(經)에 있는 습열(濕熱)로 시(始)하니, 울(鬱)하여 구(久)에 이르면 또한 한기(寒氣)의 외래(外來)를 얻어 소산(疏散)하지 못하므로 통(痛)을 작(作)한다.
만약 단지 한(寒)으로만 작(作)하여 논(論)하면 미비(未備)할 우려가 있다.' 하였다.
단계(丹溪)의 논(論)은 이와 같으니, 그 치료(治)는 대부분 화(火)를 따라서 산치(山梔) 황백(黃栢)의 속(屬)을 배(倍)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대 앞의 내경([內經])에서 말하는 산(疝)은 원래 단지 한(寒)으로만 보고 논(論)하지 않았다. 다만 한(寒)을 말한 것이 열(熱)에 비하여 더 많았으니, 이 역시 산가(疝家)의 정리(正理)이어서 바꿀 수 없다.
하물며 산(疝)은 한사(寒邪)가 경(經)에 들어가 통(痛)하게 되고 급기야 오래되어야 비로소 울열(鬱熱)이 되니, 시초(始)에 한(寒)을 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말미암아 산(疝)에 이르겠는가?
이처럼 한(寒)은 그 본(本)이고 열(熱)은 그 표(標)이다.
만약 '경(經)에 있는 습열(濕熱)로 시(始)하고, 또한 사기(邪氣: 한기)의 외래(外來)를 얻어 통(痛)을 작(作)한다.'고 말한다면 도리어 열(熱)이 그 본(本)이고 한(寒)이 그 표(標)가 되니,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또 '척빙(踢氷)이나 섭수(涉水)를 종신(終身)하도록 하여도 이를 병(病)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이는 비록 귀천(貴賤)의 구분(:分)과 구잠(久暫)의 차이(:異)는 있지만 반드시 그 양기(陽氣)가 내실(內實)하여 한(寒)이 범(犯)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열(熱)이 내(內)에 없기 때문에 한(寒)이 저절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한다면 또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이처럼 병(病)에 이르는 원인(因)을 변(辨)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내경([內經])의 논(論)은 지극히 적절(:切)하고 지극히 합당(:當)하니, 어찌 따르지(:遵) 않을 수 있겠는가?
후세(後世)의 말(:談)들은 천착(:鑿)함이 많고 편견(:偏)이 많으니, 어떻게 어리석게(:庸) 다 믿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를 치료(治)하는 법(法)에서 진실로 반드시 한(寒)이라 하여도 안 되고, 반드시 열(熱)이라 하여도 안 된다.
단지 초기(初)에 받은 사기(邪)를 치료(治)하려면 반드시 온경(溫經) 산한(散寒)하고 행기(行氣) 제습(除濕)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한량(寒凉)을 일찍 써서 사기(邪氣)를 유(留)하게 하면 결코 안 되니, 끼치는 해(害)가 천(淺)하지 않다.
급기야 오래되면 시종(始終)으로 한(寒)하거나, 한(寒)으로 인하여 울열(鬱熱)하거나, 원양(元陽)이 상(傷)을 입어 허함(虛陷)이 날로 심(甚)하여지거나 하니, 단지 그 형기(形氣) 병기(病氣)를 살펴서 그 병(病)으로 인하여 그 처방(方)을 제조(制)하여야 한다.
만약 열증(熱證) 열맥(熱脈)이 현연(顯然)하게 겉으로 나타나면 비로소 한량(寒凉)으로 치료(治)할 수 있다. 만약 근거(據)할 열증(熱證)이 없는데도 고집(:執)하여 이르기를 '대체로 산(疝)은 습열(濕熱)로 말미암는다.'고 한다면 (한이) 없으면 생(生)하지만 있으면 더 심(甚)하게 된다.
이들은 세속(俗)의 것을 학습(:習)하는 폐단(:通弊)들이니, 이를 감별(:鑒)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