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시독(時毒)
제씨(齊氏: 제덕지 齊德之)가 이르기를 "시독(時毒)은 사시(四時)의 사독(邪毒)의 기(氣)가 사람에게 감(感)한 것이다.
그 후(候)는 비(鼻) 면(面) 이(耳) 항(項) 인후(咽喉)에 발(發)하여 적종(赤腫) 무두(無頭)하거나 결핵(結核) 유근(有根)하며, 사람이 증한(憎寒) 발열(發熱)하고 두동(頭疼)하며, 지체(肢體)가 심(甚)히 통(痛)하고 황홀(恍惚) 불녕(不寧)하며, 인후(咽喉)가 폐색(閉塞)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상한(傷寒)이라 말한다. 원래 이 질(疾)은 고(古)에 그 방론(方論)이 없었으니, 세속(世俗)에서 단류(丹瘤)라 통칭(:通稱)하고, 병가(病家)에서는 시독(時毒)이라 나쁘게 말하면서 그 전염(傳染)을 매우 두려워한다.
경(經)에서 이르기를 '인신(人身)이 갑자기 적(赤)으로 변(變)하니, 그 상(狀)이 마치 단(丹)을 칠한 듯하니, 이를 단독(丹毒)이라 한다.' 하였다. 이는 풍열(風熱)의 악독(惡毒)한 소위(所爲)이니, 시독(時毒)과는 같지 않다.
시독(時毒)이란 사시(四時)의 부정(不正)한 기(氣)에 감(感)하여 초발(初發)의 상(狀)은 상한(傷寒)과 같으나 5~7일 간에 사람을 살(殺)하고 10일이 넘으면 불치(不治)하여도 저절로 낫게 되는 것이다.
이를 치(治)하려면 마땅히 변(辨)하여야 한다.
먼저 진맥(診脈)하여 활(滑) 삭(數) 부(浮) 홍(洪) 침(沈) 긴(緊) 현(弦) 삽(澁)하면 모두 그 후(候)이다. 다만 부삭(浮數)하면 사기(邪)가 표(表)에 있는 것이고, 침삽(沈澁)하면 사기(邪氣)가 심(深)에 있는 것이다.
살펴서 그 독(毒)이 심(甚)하면 급히 화독단(化毒丹)을 복용하여 공(攻)하여야 한다.
실열(實熱)의 변비(便秘)는 대황탕(大黃湯)으로 하(下)하여야 한다.
표증(表證)이 있으면 서각승마탕(犀角升麻湯)으로 발(發)하여야 한다.
혹 연고(年高)한데 기울(氣鬱)하면 오향연교탕(五香連翹湯)으로 주(主)하여야 한다.
또 비내(鼻內)에 통기산(通氣散)을 불어넣고(:㗜) 10여 번 체(嚔)하면 효(效)가 있는데, 불어넣는(:㗜) 약(藥)으로도 체(嚔)하지 않으면 치(治)가 불가(不可)하다.
만약 체(嚔)로 농혈(膿血)이 출(出)하면 치(治)하여 반드시 낫게 된다.
좌우(左右)에서 간병(看病)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약(藥)을 써서 체(嚔)하면 반드시 전염(傳染)되지 않으니, 반드시 이를 명심(:記)하여야 한다.
그 병인(病因)은 매일 체(嚔)하는 약(藥)으로 3~5차례 하여 열독(熱毒)을 설(泄)하여야 한다. 이는 시독(:時)의 증(證)을 치(治)하는 좋은 법(法)이다.
3~4일이 지나도 불해(不解)하면 대하(大下)하면 안 되니, 마땅히 화해(和解)하여야 한다. 서각산(犀角散) 금련소독음(芩連消毒飮)으로 하고 심(甚)하면 연교탕(連翹湯)의 종류(類)로 하여야 한다.
7~8일에 이르러 대소변(大小便)이 통리(通利)하고 두면(頭面)에 종(腫)이 기(起)하여 고(高)하고 적(赤)하면 탁리산(托裏散) 탁리황기탕(托裏黃芪湯)을 복용하여야 한다.
만약 종(腫)이 심(甚)하면 마땅히 환처(患處)를 폄(砭)하여 악혈(惡血)을 출(出)하게 하므로 독기(毒氣)를 설(泄)하여야 한다.
이 병(病)으로 5일 이전에 정신(精神)이 혼란(昏亂)하고 인후(咽喉)가 폐색(閉塞)하며, 어언(語言)이 불출(不出)하고 두면(頭面)이 적종(赤腫)하며, 식(食)하여도 부지(不知)하면 반드시 사(死)하는 후(候)이니, 치(治)하여도 무공(無功)하다.
그러나 이 질(疾)에는 음(陰)이 있고 양(陽)이 있으며, 한(汗)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하(下)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돌팔이(:粗工)가 단지 열독(熱毒)이라고 하면서 한약(寒藥)만 쓰려고 하는 것을 보았는데, 병(病)에는 미심(微甚)이 있고 치(治)에는 역종(逆從)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이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나겸보(羅謙甫: 나천익)가 이르기를 "1202년(:泰和 二年) 스승(:先師 이동원)이 제원(濟源)에서 세(稅)를 감독(:監)할 때 4월(月)에 그 백성들(:民)이 대부분 역려(疫癘)를 하였다.
초(初)에는 증한(憎寒) 체중(體重)을 각(覺)하다가 차(次)에 두면(頭面)에 전(傳)하여져, 종(腫)이 성(盛)하고 목(目)을 불개(不開)하며, 상천(上喘)하고 인후(咽喉)가 불리(不利)하며, 설건(舌乾) 구조(口燥)하였다.
세속(俗)에서는 대두천행(大頭天行)이라 하면서 친척(親戚)도 서로 방문(訪問)하지 않았으니, 전염(:染)되면 대부분 구(救)할 수 없었다.
장현령(張縣令)의 조카(:侄)도 이 병(病)을 얻었으니, 5~6일에 이르러 의(醫)가 승기탕(承氣湯)에 판람근(板藍根)을 가한 것으로 하(下)하였더니 다소 완(緩)하게 되었다. 익일(翌日)에 그 병(病)이 다시 여고(如故)하니 하(下)하면 또 완(緩)하게 되었지만, 결국 낫지 못하고 점차 위독(危篤)하게 되었다.
혹자(或者)이 이르기를 '이명지(李明之: 이동원)가 의(醫)에 정통하니(:存心) 치료(:治)를 청(請)하여 보라.' 하였다.
이에 진(診)하여 주기를 청(請)하였더니, 그가 그러한 연유(由)를 모두 말하여 주었으니, 선사(先師: 이동원)가 이르기를 '신(身)의 반 이상은 천(天)의 기(氣)이고 신(身)의 반 이하는 지(地)의 기(氣)이다. 사열(邪熱)이 심폐(心肺)의 사이에 객(客)하여 두목(頭目)을 상공(上攻)하면 종(腫)이 성(盛)하게 된다. 이를 승기탕(承氣湯)으로 하(下)하여 위중(胃中)의 실열(實熱)을 사(瀉)하였으니, 이는 과(過)가 없는 것을 주벌(誅伐)한 것이니, 병(病)에 적절(: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하였다.
이어 일방(一方)을 처(處)하였으니, 황금(黃芩) 황련(黃連)은 미(味)가 고한(苦寒)하여 심(心) 폐(肺) 사이의 열(熱)을 사(瀉)하니 군(君)으로 하였다. 귤홍(橘紅)은 고평(苦平)하고 현삼(玄蔘)은 고한(苦寒)하며 생감초(生甘草)는 감한(甘寒)하고 인삼(人蔘)은 감평(甘平)하여 사화(瀉火) 보기(補氣)하니 신(臣)으로 하였다. 연교(連翹) 서점자(鼠粘子) 박하엽(薄荷葉)은 고신(苦辛) 평(平)하고 판람근(板藍根)은 미(味)가 고한(苦寒)하며 마발(馬勃) 백강잠(白殭蠶)은 미(味)가 고평(苦平)하니 소양(少陽) 양명(陽明) 두 경(經)의 기(氣)가 불신(不伸)하는 것을 행(行)하게 하고, 길경(桔梗)은 미(味)가 신온(辛溫)하니 주(舟)의 즙(楫)으로 하행(下行)하지 않게 하며, 승마(升麻) 시호(柴胡)는 고신(苦辛)하여 표사(表邪)를 산(散)하였다.
이를 곱게 가루 내고 반(半)은 탕(湯)에 조(調)하여 수시(:時時)로 복용하게 하고, 반(半)은 밀(密)로 환(丸)을 지어 입에 머금고(:噙) 화(化)하게 하였다. 모두 복용을 하자 매우 좋아졌다.
이로 인하여 탄식(:嘆)하며 이르기를 '죽은 자는 되돌릴 수가 없겠지만, 앞으로 올 자는 영향을 줄 수 있겠다.' 하였다. 병(病)이 있는 다른 곳에도 모두 이 방(方)을 적어서 주었으니, 완전히 활(活)한 자가 심(甚)히 많았다. 시인(時人)들이 모두 이르기를 '이 방(方)은 하늘의 사람(:天人)이 만든(:製) 것이다.' 하며, 돌에 새겨 영구(永久)히 전(傳)하게 하였으니, 이를 명(命)하여 보제소독음(普濟消毒飮)이라 하였다." 하였다.
설립재(薛立齋)가 이르기를 "이는 사시(四時)의 부정(不正)한 기(氣)에 감(感)하여 사기(邪)가 심폐(心肺)의 사이에 객(客)하고 상(上)으로 두목(頭目)을 공(攻)하여 환(患)하는 것이다.
고량(膏粱)의 적열(積熱)의 증(證)과는 부동(不同)하다.
망초(芒硝) 대황(大黃)의 제(劑)는 대변(大便)의 비실(秘實)이 아니면 쓸 수가 없다.
만약 그 인(因)을 살피지 않거나 그 표리(表裏) 허실(虛實)을 변(辨)하지 않으면서 일개(:槪)로 사용하여 공(攻)하면 반드시 그르치게 된다.
리(裏)가 실(實)하면서 불리(不利)하면 하(下)하여야 한다. 표(表)가 실(實)하면서 불해(不解)하면 산(散)하여야 한다. 표리(表裏)가 모두 실(實)하면서 불해(不解)하면 해표(解表) 공리(攻裏)하여야 한다. 표리(表裏)가 모두 해(解)하면서 불소(不消)하면 화(和)하여야 한다. 종심(腫甚) 흔통(焮痛)하면 폄(砭)으로 악혈(惡血)을 거(去)하고 다시 소독(消毒)하는 제(劑)를 써야 한다. 작농(作膿)하지 않거나 궤(潰)하지 않으면 탁(托)하여야 한다.
흉년(:飢年)에 보(普: 널리 퍼진 병)를 앓으면 준리(峻利)하는 약(藥)을 쓰면 마땅하지 않으니, 당연히 살펴서 치(治)하여야 한다." 하였다.
또 치법(治法)에서 이르기를 "만약 맥(脈)이 부(浮)하면 사기(邪)가 표(表)에 있으니, 갈근우방탕(葛根牛蒡湯) 서각승마탕(犀角升麻湯) 인삼패독산(人蔘敗毒散)의 종류(類)를 써서 발(發)하여야 한다.
맥(脈)이 침삽(沈澁)하면 사기(邪)가 리(裏)에 있으니, 치자인탕(梔子仁湯) 오리대황탕(五利大黃湯)의 종류(類)를 써서 하(下)하여야 한다.
표리(表裏)가 모두 병(病)하여 종(腫)이 불퇴(不退)하면 서각승마탕(犀角升麻湯)으로 하여야 한다. 심(甚)하면 폄(砭)하여 악혈(惡血)을 출(出)하고, 아울러 통관산(通關散)을 써서 비내(鼻內)에 불어넣어(:㗜) 체(嚔)를 취하여 독(毒)을 설(泄)하여야 한다.
표리(表裏)가 모두 불해(不解)하여 내외(內外)가 모두 실(實)하면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으로 하여야 한다.
작농(作膿)하려는 경우에는 탁리소독산(托裏消毒散)으로 하고 수렴(收斂)하려는 경우에는 탁리산(托裏散)으로 하여야 하니, 이 법(法)은 가장 온당(穩當)하다.
상견(常見)하건대, 기근(饑饉)할 때 촌부(:芻蕘)들은 대부분 이를 환(患)하니, 위기(胃氣)에 손(損)이 있어서 사기(邪氣)가 이를 따라 환(患)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흉황(凶荒)에 노역(勞役)하여 이를 환(患)하면 대부분 마땅히 안리(安裏)를 위주로 하여야 하니, 혹 보제소독음(普濟消毒飮)이 최선(最善)이다." 하였다.
어떤 노인(老人)이 동월(冬月)에 두면(頭面) 이항(耳項)이 모두 종(腫)하고 통(痛)이 심(甚)하며 변비(便秘) 맥실(脈實)하였으니, 이는 표리(表裏)가 모두 실(實)한 병(病)이었다.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을 투여(與)하여도 불응(不應)하였다.
이어 환처(患處)를 폄(砭)하여 흑혈(黑血)을 출(出)하게 하고는 이어 앞의 약(藥)을 투여(投)하였더니, 곧 응(應)하였다. 또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으로 하였더니 나았느니라.
앞의 약(藥)이 불응(不應)한 것은 독혈(毒血)이 상부(上部)의 경락(經絡)에 응취(凝聚)하여 약력(藥力)이 달(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악혈(惡血)을 거(去)하므로, 그 약(藥)이 저절로 효(效)하였다.
혹 '한(寒)에 사용할 때는 한(寒)을 멀리 하여야 한다.'에 집착(:拘)하거나, 연고(年高)할 때 망초(芒硝) 대황(大黃)의 사용을 외(畏)하고 탁리(托裏)만 하거나, 심상(尋常)으로 소독(消毒)하는 제(劑)를 투여(與)하거나, 폄(砭)하여 독(毒)을 설(泄)하지 않고 전적(專)으로 약력(藥力)만 빌린다면(:假) 위(危)하지 않음이 드물게 된다.
어떤 남자(男子)가 두면(頭面)이 종통(腫痛)하였다. 망초(芒硝) 대황(大黃)의 패독(敗毒)하는 제(劑)를 복용하여도 더 심(甚)하게 되었다.
진(診)하여보니 맥(脈)이 부삭(浮數)하였으니, 그 사기(邪)가 표(表)에 있어서 아직 해산(解散)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에 현삼(玄蔘) 우방자(牛蒡子) 2제(劑)를 하니, 세(勢)가 대반(大半: 2/3)이 퇴(退)하였다. 갈근우방자탕(葛根牛蒡子湯)으로 4제(劑)를 하니, 나았느니라.
(모두 설안(薛按)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