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배고플 때까지 그저 버티다가 마지못해 먹는 사람도 있을 테고,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깊이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아무거나 먹어서 그저 배만 채우는 게 식사의 목적인 이들도 있고 한 시간 이상 줄을 서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이들도 있다. 반찬이 담긴 그릇 째로 내놓고 아무 그릇에나 대충 내어 먹는 이들이 있고 혼자 먹더라도 예쁜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 차려 먹는 이들도 있다. 매일 같은 걸 먹어도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이 있고 매 끼니 다른 걸 먹어야 잘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반된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먹게 되면 적지 않은 갈등의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다음의 경우 아주 극심한 대립이 나타날 수 있다. 그건 바로 음식이 남는 걸 싫어하는 이와 음식이 모자르는 걸 싫어하는 이들의 만남이다. 옛말을 참고해 보자면 손이 작은 사람과 손이 큰 사람의 대립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경우를 아주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지켜 보았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대립된 의견은 영원히 닿지 않은 평행선이다. 각자의 논리는 아주 팽팽하게 맞선다. 음식을 남겨 버리거나 상하게 되는 일은 잘못된 것이다, 배가 꽉 차는 느낌이 들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 놓는 게 건강에 좋다라고 주장하는 한쪽이 있고, 먹다가 모자르면 먹은 것 같지 않고 기분이 나쁘다, 남길 정도로 음식이 있어야 함께 먹는 이가 맘편히 맘껏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다른 한쪽이 있다. 이 모든 주장이 옳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상반되는 모든 주장이 옳으니 타협이 쉽지 않은 것이다.
둘 중 굳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음식이 남는 걸 좋아하지 않는 쪽이다. 식재료는 쌓아두면 버리는 것이 상당하기 때문에 신경써서 조금씩만 산다. 음식을 할 때도 주 메뉴는 거의 한 끼에 소비할 정도로 준비하고 반찬도 하루 이틀 안에 먹을 정도로 조금씩만 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반찬을 안 만들면 그냥 있는 거 안에서 소박하게 먹는다.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위장의 기능이 그리 탁월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걸 나이가 들어서야 분명히 깨달았다). 남는 게 아까우면 배가 불러도 참고 조금 더 먹으면 될 일인데 그러면 나는 탈이 난다. 비위(脾胃)가 약하게 태어난 탓이다. 또다른 이유는 같은 음식을 며칠씩 연이어 먹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다소 까다로운 입맛이라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식문화는 함께 먹는 이들을 배려하며 과한 양의 음식을 차려서 넉넉하게 대접하고 나누는 게 예의라 생각한다. 나도 물론 손님을 초대하여 접대하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음식이 모자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타인과 외식할 땐 상대방의 취향이 어느 쪽인지 신경을 쓴다. 웬만하면 남아서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히 많이 시켜야 함을 알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술자리 n차에서는 어마어마한 음식물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저 내 마음 속 한 켠의 아쉬움은 내가 조용히 감당할 몫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남아 버려지는 걸 아까워하는 문화가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깊게 자리잡길 바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위해서라는 거창한 이유면 더 좋고, 이 모든 음식에 닿아 있는 수많은 노동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첫댓글 접근 좋은데요
댓글 감사해요.
사람사는 이야기 테마의 글들 공감이 많이 가요. 음식에 대한 저와 동거인의 가장 큰 대척점은 외식은 집에서 해 먹지 못하는 걸 먹어야한다는 것과 그냥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된다는 것~~~ 오늘은 어떤 쪽?
저의 동거인은 전권을 제게 다 맡겨요. 알아서 하면 좋겠다 싶겠지만 모든 결정을 제가 다 해야 한다는 게 긴 세월이 쌓이면 좀 버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삶을 나누는 댓글 감사합니다. 오늘 많이 추워졌어요. 양평은 더 춥겠죠?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