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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17 / 덕수궁/ 갤럭시22 울트라 촬영 |
류재림 편집위원
[미술여행=류재림 편집위원] 눈비 되어 내리는 가을비는 가을이 내미는 이별 편지다. 사람도 사물도 헤어짐은 서글프다. 눈비 내리는 오후 덕수궁을 걷는다. 가을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이 말없이 낙엽을 밟는다.
오늘 같은 날, 미술평론가 김정락 박사의 시 <가을비>가 너무 좋다.
2023. 11. 17 / 덕수궁/ 갤럭시22 울트라 촬영
“입동과 소설 사이
눈처럼 휘날리는 비에
길이 젖었다.
영롱했던 가을이 땅바닥에
뒹굴어도
겨울비는 무심히 내린다.
숲도 사람도 젖는다.
오래된 집 처마 아래로
멀리 떠나는 가을이
슬퍼서
하늘도 울고 나도 운다.
뜨거운 눈시울과
차가운 뺨 사이로
겨울비가 흐른다.”
2023. 11. 17 / 덕수궁/ 갤럭시22 울트라 촬영
고 최헌 가수가 1979년 발표한 <가을비 우산속>의 노랫말도 좋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
흐르는 세월 따라 잊힐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2023. 11. 17 / 덕수궁/ 갤럭시22 울트라 촬영
누구는 김정락의 <가을비>를 읇조리고, 또 누군가는 최헌의 <가을비 우산 속에>를 흥얼거린다. 그러고 보니 쓰고 나온 우산의 색깔도 가지가지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하던 동요 <우산>도 기억난다.
눈비가 그치자 기온은 급하강, 옷깃을 여미게 한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무엇을 피해 저리도 발걸음을 재촉하는지 궁금하다.
2023. 11. 17 / 덕수궁/ 갤럭시22 울트라 촬영
비 그친 후 아스팔트, 고인 물에 잠겨버린 낙엽은 왠지 패잔병을 보는 듯 안쓰럽다. 낙엽은 마냥 낭만의 대상은 아니다.
2023. 11. 17 / 덕수궁/ 갤럭시22 울트라 촬영
눈비 갠 하늘을 본다. 하늘을 가린 나무들, 사이 고운 빛의 감이 알알이 매끄럽다. 누구의 손길을 기다리는가. 까치밥으로는 너무 많은데 말이다.
2023. 11. 17 / 덕수궁/ 갤럭시22 울트라 촬영
눈치 없는 까치는 저 많은 밥을 외면한 채 낙엽을 뒤진다. 아니 저 녀석도 가을 편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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