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양귀자의 베스트셀러 <모순>은 가난한 집안에 살아가는 스물다섯 살 안진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녀의 어머니는 쌍둥이 이모와 다르게 억척스럽고 고된 삶을 살아왔고,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는 집을 떠나 행방불명자가 되었다. 그녀의 동생 진모는 '조직 보스'를 꿈꾸며 어머니의 고난과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안진진은 어머니의 거대한 불행 속 하루도 쉴 틈 없는 고된 인생을 하나의 행운, 즉 지루할 틈이 없는 즐거움으로 바라보며 어머니와 반대의 삶을 사는 이모의 풍요롭고 우아한 삶에서는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지루함과 불행을 읽어낸다. 이모는 거대한 행복과 풍요 속 지루함이라는 불행에 죽음을 택했고, 안진진은 어머니와 이모의 상반된 인생을 탐구하며 마침내 결론을 낸다. 그녀는 어머니의 거대한 불행 속 지루함 없는 삶의 행운보다는 이모의 거대한 행복 속 지루함이라는 불행을 택한다. 결국 이모의 죽음이 그녀에게 교훈이 되지 못했고, 그녀는 삶의 어느 부분도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그것이 교훈이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아쉬웠던 부분: 안진진은 주위 2명의 남성 김장우와 나영규 사이에서 고민하며 누구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지 탐구한다. 그녀는 나영규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영규에 대한 감정을 유사 사랑이라 판단하고 김장우에게는 더 나은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점에서,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 앞에서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김장우를 사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김장우에 대한 안진진의 마음과 김장우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서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각색(시나리오)
S#1. 카페 앞 유리창/오후
유리창 앞에서 화장을 점검하는 진진. 옷무새를 다듬고 신발을 고쳐 신는다. 접힌 어깨를 펴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갑자기 그녀의 옆으로 부드럽게 들어오는 차 한대. 나영규다.
영규 (창문을 내리며)진진씨, 어디 가요?
진진 잠깐 볼 일이 있어서요.
영규 그래요? (잠시 고민하더니)그럼 다음에 봅시다. 정식으로 약속하고.
진진 (가볍게 웃으며)네, 다음에 봐요.
창문을 닫고 갈 길을 가는 영규. 광택이 흐르는 새까만 외제차가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S#2. 공원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들꽃 사진을 찍는 김장우. 카메라에 담긴 꽃들을 보며 웃는다.
진진이 새로 산 구두를 까딱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장우 (놀라며) 안진진?
진진 놀랐죠?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나왔는데 멀리서 누가 봐도 김장우 같은 남자가 서 있는 거야. 그래서 와봤어요.
장우 (아무 말 없이 웃는다)
진진의 하늘색 원피스가 바람에 흩날린다. 잠시 진진을 가만히 쳐다보던 장우가 자신의 카메라를 진진에게 내민다.
장우 볼래? 내가 찍은 것.
진진 (고개를 끄덕인다.)
몸을 가까이 붙여 사진을 하나씩 넘겨주는 장우.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진진 (자연스럽게 손을 잡으며) 이런 거 정말 좋아하는구나.
장우 (맞잡힌 손을 바라보며) 예쁘지 않니? 정말... 작은 것들은 늘 내 마음을 움직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걱정을 한 순간에 잊는 진진. 장우 앞에서 가정사가 복잡하고 고통과 가난이 끊이지 않는 여자가 아닌 유복하고 여유 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
장우 (작은 목소리로)이 꽃은 너랑 닮았네...
S#3-1. 진진의 집/저녁
장우와 헤어진 후 집에 들어온 진진. 정확히 30분 전인 7시에 나영규의 메시지가 와있다. 이틀 후 11시 어때요? 내 차 타고 점심 먹으러 가요. 영화도 예매했습니다. 진진은 웃음을 터뜨린다.
진진 (혼잣말로) 웃기는 사람이야.
진진은 그대로 휴대전화를 침대로 던진다.
뒤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소리.
20년쯤 전 유행하던 사랑 노래를 부른다.
S#3-2. 진진의 집/저녁
샤워를 마친 진진은 화장대 앞에 앉아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본다.
진진 (혼잣말로) 정말 내가 좋을까...
휴대전화가 울린다. 장우의 메시지. 곧바로 확인하니 한 사진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수수꽃. 너랑 정말 닮았어...
미소를 짓는 진진. 한참을 꽃 사진을 들여다본다. 장우가 보낸 텍스트를 꾹꾹 눌러보기도 한다.
진진은 어머니가 부르던 20년 전 유행가를 부른다.
좀 더 다가와도 괜찮아, 네 마음을 보여줘...
진진은 가만히 생각한다.
함께해서 더 나아질 것 없는 이 사랑을 계속하고 싶다고.
그의 손을 잡고 겨울을 버티고 싶다고.
그의 잘 작동하지 않는 차에 타서 그가 트는 노래를 듣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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