又
十二月三日寄書 則不必更提 暮天雪窓得思翊書讀之 自然有感 玆又提毫 更詳搜焉
12월 3일에 편지를 부쳤기에 또다시 붓을 들 필요는 없는데, 저물녘에 눈 내리는 창가에서 사익의 편지를 읽다 보니 저절로 생각나는 게 있어 이에 또 붓을 잡고는 다시 살피며 읽어보고 있구나!
翊之書云 惟我老親 時時依閭 思其遠在之子 而其子則漫漶度日 實不能作奉報親思之工 伏悚何極 汝亦有是心 而有是悚耶 無可悚之實 而有奉報之工耶
사익의 편지에서 이르길, 내가 늙은 아비가 되다 보니 아무 때나 문에 기대 멀리 떨어진 아들을 생각하지만, 아들이 흐릿하게 세월을 보내니, 실로 부모에게 은혜를 보답하지 못해, 걱정하니 이 얼마나 지극한 것인가? 너 역시 이런 마음이 있다면 또한 悚懼스럽겠지! 송구할 실제는 없어도 부모에게 보답하려는 것은 있겠지!
※漫漶: 희미하다. 어슴푸레하다. ※彌縫漫漶: 그때그때 겨우 맞추어 나가던 일이 모호하여 분별이 되지 않음. 漶분간하지 못할 환, 알지 못하다, 흐릿하다. 度日: 歲月을 보냄. 날을 보냄. 度법도 도, 가다, 떠나다, 通過하다, 건너다, 건네다.
又云達從之課業 想應非常進步矣 不勝慶賀 汝果有人可賀的進步乎又云 作客見苦遠貢 同感汝之客苦 誰能愛惜乎
또 말하길, 海達이는 학업을 쫓는 것이 생각해 보면, 當然히 비범하게 나아가니, 네가 과연 嘉賞(가상)할 만한 進陟(진척)이기에 축하의 말로는 다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또 말하길, 집을 떠나 멀리서 열심히 하는 고생에 대해, 제삼자도 客地에서의 너의 苦生에 대해 同感하며 누구라도 愛惜(애석)할 것이라고 하더라.
※非常: 例事롭지 않고 特別함. 多急하고 特別한 命令이나 宣言. 非凡. 慶賀: 기쁘고 즐거운 일에 對하여 祝賀의 뜻을 표함. 作客: 他鄕에 묵으면서 손님 노릇을 함. 愛惜: 사랑하고 아깝게 여김.
汝父之所望於汝 姑且置焉 汝姑從之器待於汝 繾眷於汝 如是深重 而他日相對叩存之日 若無所得欲言 而無其辭欲較 而無所敵伊時 汝之汗背赧顔 實汝之罪也 吾於其時 何面見思翊乎
너에 대한 네 아비의 바람은 잠시 그만두더라도, 네 姑從四寸이 네게 거는 기대는 너를 곡진히 돌봐 주는 것인데, 이를 마치 심히 중히 여기듯 하라. 언젠가 서로 간에 안부를 묻는 날에는 마치 할 말이 없는 듯, 견줄 말이 없는 듯, 그때 대적할 일이 없는 듯이 하여라. 네가 등에 땀나고 얼굴 붉히는 것은 실로 너의 잘못이니라. 내가 그때는 무슨 낯으로 사익을 보겠느냐?
※姑且: 잠시. 우선. (=暫且, 暫時). 且置: 다음으로 미루어 問題삼지 않음. 于先 내버려 둠. 器待: 신임하여 예우함. 繾곡진할 견. 叩두드릴 고/구, 묻다, 물어 보다, 精誠스러운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