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베개야 왜 자꾸 도망가
①나는 101살#26》0731 내가 이렇게 산다.
by관찰작가의 여유시간
Jul 31. 2026
좋은 아침입니다.
어느 날, 방송 채널을 여기저기 틀다가 베개를 홍보하는 내레이터를 신기하게 보면서 저거 어때? 하는 겁니다.
갱년기로 15년째 잠을 잘 못 자는 아내입니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두 개에 17만 원. 잘 자기 위해 높이가 두 가지인 참 이상하게 생긴 홍성돈 숙면베개를 구입했습니다.
색상도 두 종류뿐이라 고를 필요도 없이 제 것과 아내 것을 하나씩 구입했습니다.
사실 베개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여러 가지 써봐도 오래도록 좀 맘에 드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받아보고 결점 있으면 반품하기로하고 부담 없이 구입했습니다.
첫날밤, 잠이 들려고 누웠을 때였습니다. 난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베개가 조금씩 위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평소 작은 변화를 관찰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베개가 도망가는 이유를 관찰합니다. 자연에는 결이 있습니다. 밀과 보리도 한쪽 방향으로 자라는 결이 있고, 머리카락도, 강아지풀도 모두 방향성이 있습니다. 손으로 강아지풀을 쓸어보면 한쪽 방향으로는 부드럽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섬유도 같은 원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옷감에도 결이 있고, 섬유를 이루는 작은 방향성이 있습니다. '혹시 섬유의 결과 마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베개를 돌려 베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자고 아침에 일어나려고 할 때였습니다. 자고 있던 아내가 잠결에 말했습니다.
"여보, 이 베개 자꾸 도망가!"
아침, 제가 6시에 일어나고 아내는 8시 반쯤 일어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베개를 반대로 놓고 자봐. 여기 라벨 있지? 라벨 방향을 항상 같은 방향이 되도록 말이야."
아내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설마."
아내는 제가 말한 대로 베개 방향을 바꾸고 잠을 잤습니다. 아침잠을 자고 일어난 아내가 말했습니다.
"정말 베개가 안 도망가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섬유 결 때문이야."
물론 모든 베개가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하나의 현상이 있었고, 그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관찰하고, 생각하고, 작은 실험을 해봤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경험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그냥 불편함으로 넘기면 하나의 불편함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왜 그런지 관찰하면 새로운 발견이 됩니다.
제가 얻은 것은 베개가 움직이지 않는 방법만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관찰하고 생각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지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