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봉 한 송이를 씻어서 들고 나오니 오빠가 나무에 매달린 자두들을
털어내고 정리하며 발견한 제모습을 온전히 갖추 자두 몇 개를 골라 씻어
포도 옆에 놓았다. 환기가 되도록 학당의 모든 문을 열어두고
마당에 앉아 아침삼아 포도와 자두를 먹기 시작하는데 들려오는 방울소리.
백여 미터 떨어진 이웃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마실을 나왔는지...
그런데 녀석이 우리에게 엄청 반가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사라졌다.
잠시 후, 찔레와 잡풀 가득한 가파른 언덕에서 들려오는
강아지의 짧은 신음과 거친??^^ 숨소리... 녀석이 길을 두고는
사람과의 거리가 가장 짧은 길을 택해 우리한테 오는 중이었던 것.
그 작은 몸으로 무성한 수풀들을 뚫고 올라온 모습이 기특하고
한편 애처로워서 바라보니 녀석은 녀석대로 사람의 기척이 반갑고 그리웠는지
이내 친한 척하며 달려들어 정신없이 꼬리를 흔든다.
“아... 선생님이 계셨으면 네게 먹을 걸 주셨을 텐데... 잠시 기다려 봐!!~~”
냉장고 냉동칸에 들어있는 치즈 쏘시지 하나를 꺼내 잘라 뜨거운 물에 덥혀
가져다주었더니 녀석은 소시지 한 조각을 물고 몸을 돌려 잠시 눈치를 보더니
탁자 아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먹기 시작한다.
마치 어른 앞에서 술잔 받으면 몸을 돌려 마시는 예법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렇게 조심스레 몇 차례에 걸쳐 소시지를 다 먹은 녀석은
내가 손수 떠다 바친 물을 마시고는 탁자 아래 앉아 풀을 씹기 시작한다.
마치 식사 마치고 이쑤시개로 이를 정리하는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마치 이빨 사이에 낀 치즈라도 풀로 씹어 떼어내려는 것처럼...^^;;
한참을 아양을 떨며 잔디밭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더니
시원한 탁자 아래 자리를 잡고 낮잠을 청한다.
얼굴??^^에 뭍은 풀잎들은 오빠가 떼어주었지만, 잠든 녀석 뒷다리에는
훈장처럼 가늘고 여린 풀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가끔씩 개미나 자벌레가 기어가면 한 번씩 몸부림을 쳐서 녀석들을 떼어내면서도
일어나지 않고 자는데... 변해가는 자세는 점점 더 가관^^이 되었다.
혹시나 주인이 걱정할까, 오빠는 녀석을 불러 집앞에 데려다주고 돌아왔는데...
녀석의 누나일까, 혹은 형일까??...^^;; 녀석은... 아마도 한 배에서 낳았을 것 같은
흰색 강아지 한 마리를 더 데리고 반갑게 뛰어와 학당으로 들어왔다.
새로운 손님^^을 위해 소시지 하나를 더 꺼내왔더니,
녀석은 순식간에 접시를 비웠고 이내 사람 곁으로 다가와 아양을 떠는데...
사교성^^이 훨씬 더 좋다고나 할까...^^;;
사람을 엄청 따르는 강아지가 불쌍했을까,
강아지를 두 마리나 키우는 ‘애견인’ 오빠가 말했다.
“아이고... 불쌍한 것들... 사람이 그렇게 그리웠어??”
... ... 잠시 침묵한 내가 오빠한테 물었다.
“오빠, 하루 종일 좁은 아파트 안에서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가 더 불쌍할까??
아니면 온 들판을 다 뛰어놀 수 있어도 주인 손길을 잘 받지 못하는 강아지가 더 불쌍할까??”
오빠랑 나랑 마주보고 씨~익 웃었는데.. 둘의 생각은 아마도 다르리란 예감...^^
기대치 않은 강아지 손님들 덕분에 자두 무덤^^을 치우면서 조금은 덜 슬펐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