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북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왔습니다.
12일엔 1학년 1반 20명이, 13일엔 1학년 2반 25명이 이틀에 걸쳐서 책방 나들이를 온건데요.
사춘기 건강한 여학생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책방 안팎에 울려퍼지니 제 맘도 설레네요.
1학년1반, 전체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몰입도도 높고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사노 요코 님의 <백만 번 산 고양이>를 읽어주었는데요...
재미난 부분에선 까르르 웃다가....한 번도 스스로의 삶에 자족하지 않았던 고양이가 사랑을 알게 되고, 삶의 행복을 꺠닫고, 비로소 자기 삻의 주체로 서게 되고, 그리하여 다시는 더 이상 태어나지 않고 윤회의 사슬을 끊어버리는 그런 이야기...마지막에 사랑하는 냥이를 먼저 보내고 백만번 엉엉 울다 함께 잠든 이 자의식 강하고 도도한 고양이의 일생에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집니다.
"너무 슬퍼요"
그래, 산다는 건 이렇게 가슴 찌르르한 슬픔의 밑바닥에서 퍼올린 의지이자, 열정이란다.
아마도 너희에게도 곧 닥쳐올 이런 인생이라는 거...
숙연해진 친구들을 보며 제 맘도 찌르르합니다.
그리고는 존 레논의 곡에 그림을 붙인 <이매진> 그림책을 노래와 함께 읽어줍니다.
비틀즈도 알고 존 레논도 아는 청소년들과 이매진을 함께 들으니 참 좋습니다.
다음날엔 1학년 2반 친구들....확실히 반에 따라 분위기가 다릅니다. 참 이상하지요...
어제 슬퍼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오늘은 <백만번 산 고양이> 그림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대신 권해주고 싶은 책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네요.
어제도, 오늘도, 친구들은 책 한 권씩 골라 책방 문을 나섭니다.
책을 고를 때...아, 못난 책방지기는 이제서야 청소년의 맘을 읽었습니다.
"로맨스 소설 없어요? 사랑 이야기 이런 소설 읽고 싶어요"
이런 이런...책방에 물론 할리퀸 문고는 없지만, 좋은 소설 가운데도 사랑을 노래한 책이 얼마나 많은데, 청소년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사랑의 명작이 얼마나 많은데...왜 나는 그런 책들을 책방에 갖다 놓지 않았을까요?
순전히 어른의 눈높이에서 청소년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싶은 책들만 잔뜩 갖다놓고서 얘들아, 이 책들 좀 봐줘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이 친구들이 만나고 싶은 건 결코 그런 꼰대스러운 책이 아니라 지금 열 네살 소녀들의 가슴을 찐하게 울려줄 아프고 열렬하고 뜨거운 사랑의 이야기였던 거예요.
많이 미안했습니다....어쩔 수 없는 이 꼰대스러움의 발견,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주고 싶은 책은 다시 골라봐야겠습니다.
푸르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책 한 권에 책방지기의 미안함 한 스푼, 담아든 청소년들의 노란 쇼핑백이 반짝반짝합니다.
첫댓글 오늘도 전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과 '백만 번 산 고양이' 책을 예약해 놓습니다. Y서점에서 검색하고 사려다가.. ㅋㅋㅋ 한권이라고 더 삶에 보탬을 드리려고 ^^;; 죄송합니다.
네네...구멍가게 특별판,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백만번 산 고양이 그림책...이렇게 세 권 9월30일 오실 때 준비해놓으면 되겠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