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정리해고가 ‘여성 노동’의 문제인 이유
그 많던 여성 직원들은 어디로 갔나?
희정 기사입력 2021/12/15 [13:11]
<일다>기사원문
https://www.ildaro.com/9225#
세종호텔 12명의 직원이 정리해고 대상에 올랐다. 호텔은 12월 10일까지 이들에게 사원증과 비품을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그 12명이 선택한 것은 사원증 반납이 아니라, 호텔 로비 농성이었다.
그러자 세종호텔은 직장폐쇄로 답했다. 직장폐쇄란, 파업이나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에 맞서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다. 해고된 지 닷새째, 로비 농성 14일 차이자 직장폐쇄 7일차(12월 15일 기준). 이토록 갈등이 치닫고 있는 시점에, 세종호텔의 정리해고가 ‘여성 노동’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직장폐쇄 첫날.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해고노동자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세종호텔 객실 창문을 이용하여 퍼포먼스를 벌였다. ©정택용 작가 |
정리해고된 직원들의 자리는 누구로 채워질까
정리해고 대상자가 모두 여성이냐고? 아니다. 여성은 단 3명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정리해고가 기업이 여성 노동자를 소모해 온 방식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확신한다. 이야기에 앞서, 이들이 해고된 과정부터 짚어보자.
“코로나 터지고 회사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거예요. 2020년 12월엔 50명 정도가 나갔어요. 회사도 그 정도 나가면 만족하겠지. 저희는 그냥 이 인원으로 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2021년 8월쯤인가 정리해고가 있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더라고요.”
올 하반기 들어서는 매달 희망퇴직 공고가 붙었다. 그렇게 8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호텔을 떠났다. 사람들이 밀물 빠지듯 나간 자리를 30여 명의 정규직원이 유지해왔다. 와중에 12명이 정리해고가 되었으니, 이제 남은 직원은 스무 명 남짓이다. 아무리 코로나 타격을 입었다지만, 세종호텔은 333개의 객실을 갖춘 4성급 호텔이다. 이 규모의 호텔을 어떻게 스무 명 남짓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가능할 리가 없다. 세종호텔이 믿는 것은 용역(외주)업체다. 코로나19가 발발하자 호텔은 룸 어텐던트(룸메이드)라 불리는 업무부터 용역업체에 맡겼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객실관리팀은 아예 폐지됐다.
팀이 폐지되자 다수는 희망퇴직서에 서명을 했다. 때론 정부 고용지원금에 기대어 몇 개월 순환 휴직으로 버텼다. 일부는 남아 환경관리팀으로 부서를 옮겼다. 그곳에서 로비 청소라는 환경관리와 기존 업무인 객실 관리를 함께한다. 그나마 이들이 팀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용역업체 덕분이다. 환경관리팀 업무인 로비 청소는 원래 용역업체가 담당하고 있었는데, 용역업체와의 계약해지는 손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정리해고 명단에 오른 이는 말했다.
“어차피 저희 같은 사람은 없는 게 맞으니까요. 회사 입장에서 코로나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계약이 만기됐습니다’ 하면 쉽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게 회사는 이익이니까.”
해외 관광객이 주 고객층인 호텔이기에 국제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스도, 메르스도 겪었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것은 ‘경기 불황’ 때문이 아니었다. 회사가 어떤 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직원들 눈에 보였다.
“오늘은 70객실 정도가 찼어요. 요즘은 할인이다 뭐다 해서 예전에 15만 원 받던 객실이 7만 원으로 떨어졌어요. 70객실이면 500만 원쯤. 이걸로는 안 되죠. 지금 호텔 안의 연회장도, 식당도 다 닫았잖아요. 누가 조식도 안 하는 호텔에 옵니까. 연회장 저 공간도 한 번 대여하는 데만 금액이 백만 원대예요. 그걸 닫아두고 있는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호텔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직원들은 판단했다. 경영 위기는 정리해고의 필요조건이다. 법은 정리해고 성립 요건 중 하나를 ‘경영상의 위기’로 정하고 있다. 호텔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 사람들은 하나둘 떠났다. 그래도 떠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회사는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 해고 당일. 호텔에서 일할 때 착용하는 유니폼을 갖춰 입고 해고노동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스튜디오 알 제공) |
호텔과 여성 이미지, 그리고 ‘룸메이드’라는 직종
기사 서두에서 해고자 중 여성은 3명이라고 했는데 호텔 총무팀, 전화교환원, 웨이트리스(연회 운영). 각기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다 ‘잘렸다’. 그런데 남은 직원을 보아도 여성은 4명뿐이다. 이상한 일이다. 호텔은 여성이 많은 사업장이다. 프런트 데스크부터 객실 관리까지, 사업주들은 의도적으로 호텔이라는 공간에 여성을 배치한다. 여성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친절, 보살핌, 청결(의 이미지)을 담당해왔다. 이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걸까.
호텔에서 여성 직원이 가장 많은 곳은 객실관리팀(하우스키핑). 객실을 청소하는 룸 어텐던트가 여기에 속한다. 룸 어텐던트는 호텔이 비용 절감을 모색할 때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이었다. 가장 늦게 ‘정규직’이 된 업종이기도 했다.
출처: 세종호텔 정리해고가 ‘여성 노동’의 문제인 이유 - 일다 - https://www.ildaro.com/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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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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