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소개
1953년 강릉에서 태어났다. 1983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고, 25년간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며 교수생활을 했다.
시집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남자』 『저기 한 사람』 『헌정』 『본의 아니게』 『사경을 헤매다』 『치악산』 『정선아리랑』 『길찾기』 『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 산문집으로 『시를 쓰는 일』『오는 비는 올지라도』 『시만 모르는 것』 『시인의 잡담』 『설렘』을 출판했으며, 연구서 『김유정의 소설세계』가 있다.
빗소리듣기모임 준회원으로 있다.
시집 소개
“‘시는 읽는 장르가 아니라 쓰는 장르’라는 확신을 실천하면서 박세현은 자기 속도로 시를 쓴다.”(차이, 문학평론가)
“박세현은 한국시의 어떤 범주에도 귀속되지 않는 변방이자 동문서답이다.”(이심정, 시인)
박세현은 2020년에 출간한 두 권의 산문집을 통해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피력했다. 산문집의 핵심은 한국시가 너무 질서정연하고 너무 시 같다는 것. 시에 대한 평균적 합의가 격파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 생각이다. 산문집에서 몇 문장을 인용하면서 그의 시집을 염탐한다.
쓸 수 있는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쓸 수 없는 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춤법에 익숙하면 페이스북 시인이 되는 거지.
할 게 없으니 시라도 쓴다는 전철 옆자리의 대화를 못 들은 척 흘려 듣는다.
나는 이렇게 모르는 당신들에게 들켜지는구나.
OECD 쪽도 궁금.
오타가 시를 낳는다는 시적 진실은 아직 유효한가요?
좋은 시인은 부족하지 않다.
누군가 내 시를 읽으리라는 고상하고 담대한 착각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당신도 시인이 될 수 있다.
(단, 수강료만 있다면)
노래를 위해 창법을 버리듯이
시를 위해 작시법을 버려야 한다.
누구 말이지?
시인이 직업이 되는 순간은 두 가지 경우뿐이다.
하나는 시를 발표하고 정상적이 원고료를 받을 때
그리고 그 저렴함에 새삼스럽게 놀랄 때
시집에 왜 해설을 달지 않으세요?
시집에 왜 해설을 달아야 합니까?
앞 문장의 왜와 뒷문장의 왜는 다른가? 같은가?
-비 맞은 중 염불하는 소리
누군가 내 시를 대신 쓰는 것 같다
(스님, 화 내지 마세요)
자칫하면 시인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시인 듯 시 아닌 시 같은 시
2000년대 이후 시들의 공통 특징이 있다면 시를 너무 잘 쓴다는 사실입니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잘 쓴 시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렇게 잘 쓸 필요가 있을까요? 나는 반댑니다. 잘 쓴 시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탈문법적이고 비정서법적인 시를 읽고 싶습니다. 수정 이전의 초고만 보고 싶다는 것. 어서 와, 이런 시 처음이지? (산문집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목차
제1부 나는 날마다 누설될 뿐이다
독자 만세 / 오리무중 역에서 / 장춘에서 쓴 시 / 엽기 / 커피 리필 되나요? / 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 경기남부재즈 / 그러나 다시 그러나 / 내 꿈은 / 나는 본다 / 상하이에서 돌아오던 날 /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그 누구도 아니다 / 내가 고맙다 / 빗소리듣기모임 임시 총회 / 괜찮은 사람 / 떠돌이를 위하여
제2부 시 같은 건 안 읽어요
당신 / 이런 날은 말이지요 / 마을버스 / 시창작 강사진 라인업 /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별일 없는 거 맞지요? / 나는 이렇게 쓴다 / 사랑의 기쁨 / 10번 종점 / 방 하나는 비어 있겠군 / 요즘 페소아를 읽는다며? / 밤 / 쌍문역 밤 열 시 / 빙그레 웃는 일 / 시는 각자의 헛소리 / 시 비슷한 것 / 두 가지 착각 / 불멸의 시 / 오십이야
제3부 마치 살아있다는 듯이
새벽 세 시 / 부서진 바다 앞에서 / 다짐한다 /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 속지 마시오 / 마치 살아있다는 듯이 / 아침에 읽는 소설 / 당신의 이데아 / 내가 그대를 사랑했다면 / 극지 / 인문학적인 밤 / 시집은 얇다 / 수신자 없는 편지 / 그대에게 가는 길 / 눈발 날리는 정도로만 / 꿈 이야기 / 천당 / 폐닭
제4부 추억은 물티슈로 지운다
밤 주막 / 거의 봄 / 내가 전화를 거는 곳 / 잠시 / 차를 따르는 노소설가 앞에서 / 삼척 산불 / 밤 / 그분 아직 살아있나요? / 쓸쓸합디다 / 상관없어요 / 모닝빵 / 아무튼 / 데리다의 가족 / 생생하기를 / 시는 읽고 버리는 것 / 쓸 날이 많지 않다
〈인터뷰〉 내가 니 에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