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그러나 기어이 산골에도 봄이 왔습니다.
조팝나무 가지 끝에 실눈 뜬 새싹이 얼마나 찬란한지 기쁨으로 봄 문안드립니다.
아직 꽃이 피긴 멀었지만 봄기운이 마냥 좋은 우리 식구들은 빼꼼이 올라온 냉이 찾아 양지바른 곳의 낙엽을 들추며 봄 마중 하지요.
오늘 점심이 냉이 비빔밥이니 봄은 봄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최봄 소식입니다.
작년에 중학교 1학년을 다니다가 학교에서 물의를 일으켜 유예기간이 길어졌기에,
올해 다시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역시 최봄답게 학교에서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 때문에 퇴장을 당하기도 하지만,
눈꼽만큼씩 변하는 봄이를 응원하며 봐주고 봐주고 또 봐주며 삽니다.
웬만한 못된 행동은 기본값이려니... 그러니까 봄이지... 합니다.
봄이가 우리를 성장하게 하니 이 또한 은혜입니다.
지적장애와 정신장애가 있는 윤희씨의 봄날은 맑음입니다.
조현병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마음이 흐려질 때마다 쉼 없이 성경을 쓰지요.
질투가 나도 쓰고, 화가 나도 쓰고, 속상해도 쓰고... 현재 7번째 쓰고 있습니다.
더듬더듬 읽는 수준이지만 얼마나 열심히 잘 쓰는지 칭찬이 저절로 나오지요.
“이제 화 안나... 참을 수 있어... 사랑할 수 있어...” 똑똑하다는 뜻으로 말하지요.
내일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맑은 봄날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씩 성경읽기로 모이는 모임을 해바라기라고 부릅니다.
겨우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식구들이 모여 읽기 시작한 것이 15년이 되었습니다.
요즘 봄이, 어진이, 새식구 연희씨, 영숙씨 등이 모이니 14명이 되었습니다.
글을 전혀 읽을 줄 모르는 경순씨는 기도차례를 알려주는 사명으로 참석하고,
한 절 읽으려면 5분은 걸리는 기명씨도 당당하게 참석하지요.
기명씨를 보고 글자 몇 개 아는 봄이도 참석하더니 어깨가 으쓱합니다.
마음을 보시는 하나님이시니 살 맛 납니다...
카페동산 소식입니다.
신입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북적북적 정신없는 날들입니다.
“이렇게 주면 남는 게 있어요?” 하나님의 계수방법을 모르니 자주 묻지요...
하나님의 사람들이 보내주시는 것은 무엇이든 나눕니다.
맥락 없이 머리끈, 폼크린싱, 옷, 풍선껌, 신발, 가방, 꽈배기, 빵, 과자, 초콜릿...
주님의 사랑도 은혜도 예고없이 뜬금없이 불현 듯 마음에 닿으니 선물 같습니다.
선물 같은 위로와 격려에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2024년 3월 24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