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자기만의 방 중 무엇이 더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자기만의 방입니다. 자기만의 방이 있다면 나를 계발해서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지적 자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자기만의 방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매년 500파운드를 주는 숙모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마음은 갈팡질팡하다. 가끔 로또가 맞는다면,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긴다면 하는 상상을 해 보니 말이다.
민영샘이 진행하는 수지고전북클럽 8월의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다. 여러 출판사중 민영샘이 선택한 출판사는 민음사였다. 재독한 이 책은 정말 의식을 놓고 읽던가 초집중을 해서 읽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읽어야 한다.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책은 조금만 긴장을 놓으면 처음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별점 4.7점을 준 이 책의 토론 별점은 다양하게 나왔다. 대체적으로 책이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도 그랬다. 이 책을 완전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4.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1928년이라는 시대적 상황때문이다. 당시는 단지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많은 것이 금지되던 시대였다. 버지니아 울프 이전과 당시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적 자유를 꿈꾸는 여성들이 비난받던 당시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쓴 버지니아 울프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에세이 작가를 아버지로 둔 덕분에 남들보다 더 문학적인 환경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완전한 자유를 가질 수 없었다. 자신의 지적 자유를 지지해 주는 레너드 울프와 결혼해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와 같은 명작을 썼지만 그녀는 부모님 사망 후 앓았던 정신질환 때문인지 1941년 우즈 강에서 자살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만의 방"과 "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낙마 사고로 죽은 숙모에게 매년 500파운드가 지급되는 상속을 받았다고 하며 당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자신에게는 투표권과 돈 중에서 돈이 더 중요해 보였다고 고백한다. 저자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저자가 이어서 쓴 글에서 알 수 있다. "그전까지 나는 신문사에 잡다한 일자라릴 구걸하고 여기에더 원숭이 쇼를 기고하다 저기에서 결혼식 취재 기사를 쓰면서 생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봉투에 주소를 쓰고 노부인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조화를 만들고 유치원의 어린아이들에게 철자법을 가르쳐줌으로써 몇 파운드를 벌었지요. 그러한 일이 1918년 이전의 여성들에게 개방된 주된 일거리였습니다." (p.59) 우리는 토론으로나마 자기만의 방과 돈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당시 여성들에게는 둘 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책은 1928년에 출판되었으니 출판 100년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문학을 이야기하지만 여성 작가로서의 삶, 당시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정치. 사회적으로 폭넓게 이야기 하고 있어서 오랜 시간 사랑받는다고 생각합니다 486페이지 해설을 보면 이 책이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을 열등한 집단으로 치부하여 모든 특권을 조직적으로 박탈하고 기득권에서 배제하였으며 그 현상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영속화해 왔음을 분석했다."고 말한다.
비판과 칭찬이라는 평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던 두 번째 선택논제가 인상깊었다. 토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인정욕구가 있는 편이라서 칭찬에 민감한 편이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더 귀를 기울였나보다. 박완서 작가가 쓴 이 말이 좋다. "전엔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가 중요했는데 이젠 내가 보고 느끼는 내가 더 중요해요. 남을 위해서 나를 속이기가 싫어요."
우리의 책 속 밑줄을 모아본다.
"이 세상의 어떤 무력도 나에게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또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p. 60)
"백 년이 지나면 이 가치들은 완전히 변하겠지요. 더욱이 앞으로 백 년이 지나면, 집 문 앞에 이르러 생각하건대, 여성은 보호받는 성이기를 그만둘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그들은 한때 자신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모든 활동과 힘든 작업에 참여할 것입니다. 아이 보는 여자는 석탄을 운반할 것이고 가게 주인 여자는 기관차를 운전할 것입니다. 여성이 보호받는 성이었을 때 관찰된 사실에 근거를 둔 모든 가설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p.63) (단상 : ing...
)
"그녀의 감수성은 야외에 새로 심어놓은 식물처럼 자기에게 와 닿는 모든 광경과 소리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또한 그것은 호기심에 가득 차서 거의 알려지지 않고 기록되지 않은 것들 사이로 아주 섬세하게 퍼져 나갔습니다. 그 감수성은 작은 것들 위에 내려앉아서 어쩌면 그것들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지요. 그녀의 감수성은 사장되었던 것들에 빛을 밝혀주었고, 그것들을 사장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아하게 여기도록 만들었습니다." (p.141)
"내가 여기에 쓰게 될 첫 번째 문장은 바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을 염두에 두면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 순전한 남성 또는 순전한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인간은 남성적 여성이거나 여성적 남성이어야 합니다. 여성이 어떤 불평을 조금이라도 강조하거나,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대의를 변화하는 것. 어떤 식이건 여성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치명적인 일입니다. "(p.157)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아무리 즐거운 소일거리라 하더라도 그것은 더없이 무익한 일이며, 가치를 측정하는 사람들의 규정에 복정하는 것은 가장 굴욕적인 태도입니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일입니다." (p.160)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p.164)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하고 나는 말할 겁니다. 그 말을 고귀하게 들리게끔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오로지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