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의 호남 기행
-섬진강을 따라서 (9)
영원히 높이 번영하리라 고흥
한반도는 태평양을 다스리는 반도이고, 고흥은 남해를 다스리는 반도다. 이 고흥반도는 득량만에서 보성, 장흥과 이웃이고, 여자만에서 순천, 여수와 이웃한다.
고흥 사람들은 의리도 깊고 인심도 넉넉하다. 득량만의 보성, 장흥 사람들, 여자만의 순천, 여수 사람들과 낙지와 꼬막, 숭어와 우럭, 짱뚱어와 장어, 소라와 새조개 등 다양한 수산물을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고흥의 들머리인 남양면 소재지에 이르면 남양산성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사위를 살피며 왜적을 무찌를 작전계획을 세운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 남양산성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참으로 황홀하다. 물론 오르기가 쉽지 않으니, 국도변에 있는 중산일몰관람대에서 즐기면 된다. 그래도 성이 안차면 바로 눈앞의 작은 섬 우도에 가면 된다. 우도는 물이 빠지면 들어가고 물이 차면 갇히는 득량만의 작은 섬이다. 이 우도 서쪽 해안에서 일몰을 본다면 평생에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
이곳 우도에 남양초 우도분교장이 있다. 학생 한 명이 짱뚱어와 문조리, 게와 갈매기랑 공부하는 곳이다. 크건 작건 온 세상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꿈을 꾼다면 잠시 들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봅니다’ 동요 한 곡 함께 불러도 좋다.
남양면에서 우주선 발사기지가 있는 나로도를 향해 가면 남해를 품은 여덟 봉우리 팔영산이 있다. 이 팔영산 남쪽 영남면 우두마을에서 여수시 화정면 적금도로 다리가 놓였다. 이 다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11개의 다리가 여수반도와 이어진다고 한다.
흥양(고흥)은 해가 돋는 고을이다. 이곳 나로도에 나로우주센터가 생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로도는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이루어진 짝꿍 섬이다. 우주센터는 외나로도 해안가에 있다.
나로도를 둘러보고 나오면 도양읍은 서쪽 방향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절경이 이어지는 해안길이다. 그렇게 해안을 따라 가면 도덕면 오마리에 이른다. 이곳에 오마간척 한센인 추모공원이 있다.
고흥 땅 소록도는 한센병원이 있어 일제강점기 때부터 한센병과 관련된 사연이 많은 곳이다.
이곳 고흥군 도덕면 오마간척지 역시 한센인들의 피와 눈물이 서린 곳이다. 1.5km의 제방을 사이로 남해의 푸른 바다와 간척지의 너른 들이 이제는 말없이 누워 있지만, 그들이 토했던 피눈물의 역사는 지울 수 없다.
이 오마간척지는 1962년 착공 당시 소록도에 있는 5천여 한센인이 동원되었다. 간척지가 완공되면 그들의 정착지로 제공한다고 약속이 되어있었다. 허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 시작 2년여 만에 한센인들의 숱한 인명피해와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잠시 이곳에서 과거는 지나간 것이 아니라, 미래의 교훈이라는 생각으로 묵례를 드려도 좋다.
내친김에 녹동이라고 하는 도양읍에서 연육교인 소록대교를 건너면 소록도다. 섬 풍광이 한 마디로 별천지다. 소록도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한센인들의 치료 및 보호소였다. 그러나 그것은 말 좋은 허울뿐이고 실제로는 한센인들의 강제노역장으로 자식을 못 낳게 하는 강제 단종시술, 시신유린 등 비인간적인 인권침해와 침탈이 무법으로 자행되던 지옥 같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다. 지금은 평화롭고 평안한 환자들을 위한 안식처다.
이 소록도 공원에 시비가 하나 있다. 자신도 환자였던 한하운(1919~1975) 시인의 ‘전라도길-소록도로 가는 길’이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낯선 친구 만나면/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천안 삼거리를 지나고/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가는 길……./신을 벗으면/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全羅道) 길.’
이 소록도를 나오면 적대봉이 만든 큰 섬이 있다. 금산이라고도 하는 거금도다.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연도교인 거금대교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위아래로 다닐 수 있는 멋진 2층 다리다.
고흥은 천혜의 고을 터다. 온화한 기후, 제주도며 남해의 주옥같은 섬을 오가는 해상교통로, 풍부한 수산자원, 아름다운 풍광과 넉넉한 인심에 흠뻑 취하는 먹거리 등….
고흥! 이른 봄이 오는 따사로운 고을이니, 삶의 평화다.
소록도 들머리입니다
길 양쪽에 나눠서서 환자와 가족이 만나던 만남의 장소 수탄장입니다. 수탄장은 탄식의 장소라는 말이라 합니다.
한센인 추모비입니다
시신유린, 단종시술 등이 자행되던 현장입니다.
공원의 구라탑
환우들이 별천지 비인간이라고 자조하던 소록도공원의 아름다운 공원
악명 높은 일인병원장의 동상이 있던 장소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첫댓글 김목 특별회원님!
고흥 반도는 제가 1973년 수협중앙회 신입사원 시절에
'어촌 실태조사'차 25여일간 해안 마을 곳곳을 찾아다닌 지방
이어서~감회가 새롭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많이 발전되었고~
하기사~반세기가 지났으니까~~ ㅎ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