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산방 꽃편지_54」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산산한 바람에 마음마저 한들거리는 좋은 계절입니다.
두 해 전 요맘때 옛집 수리를 마무리하며 기념식수를 한 금목서가 잘 자라서 쪼그마한 황금종처럼 생긴 수천수백의 몽글몽글한 꽃송이가 활짝 폈네요.
달곰하면서 은은하게 번지는 고혹적인 금목서 꽃향기가 어제오늘 마당에 그득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끌다’라는 꽃말이라니.
가히 지나던 이의 발길을 멈추고 향기를 맡게 만드는 꽃다운 꽃말이네요.
‘금-목-서’라고 종이에 쓰면 금방이라도 싱그러운 향이 솔솔 배어 나올 것만 같은 금목서꽃은 샤넬의 대표적인 향수 NO·5의 재료로도 쓰인답니다.
잎은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실 수 있고 꽃으로 술을 담그기도 한다니 꽃이 다 지기 전에 담금주도 조금 담가봐야겠네요.
10월이 되면 한 번쯤 꼭 듣게 되는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지요.
박기영 님이 노래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정경란 시인의 ‘추억을 위한 레시피’ 시 한 편 함께 보냅니다.
오늘도 “구수~한 추억”을 떠올리며
한 시절을 감성으로 채워주었던 시와 음악을 고릅니다.
멋-진-하-루 보내세요.
추억을 위한 레시피
_정경란
오늘의 요리법은 굽기예요 당신은
여태 버리지 못한 아픈 기억
하나만 들고 오세요
제대로 굽기 위해선 불 조절이 중요해요
너무 센 불에 두면
프라이팬이 먼저 타버리지요
아픈 기억도 어쩌면 서두른 탓인지 몰라요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기도 전에
너무 뜨거워진 당신을 들켜버린 건 아닌지
저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숯이 된 기억들을 버리면서
후다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겉이 먹음직스러우면 속이 날것이고
속이 익었다 싶으면 겉은 까맣게 타버리지요
저 여린 불꽃을 봐요
단단한 기억의 육질을 서서히 누그러뜨리는
은근함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온도가 필요한가 봐요
구수한 추억을 원한다면 먼저
당신의 심지를 조절하세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_박기영 피아노 노래 & 홍진호 첼로
https://www.youtube.com/watch?v=VVPJVzIuGtk
○금목서 (출처: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74XXXK006909
카페 게시글
민들레산방 꽃편지
「민들레산방 꽃편지_54」 금목서
최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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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7
22.10.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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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VVPJVzIuG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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