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서 전해 오는 꽃소식이 참 정겹습니다. 현장에서 보지 못하고 소식만으로도 그 아름다운 정경을 떠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양볼이 살며 시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환희심이 얼굴까지 피어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기쁨이나 슬픔 등이 뇌에서 출발하여 마음으로 전이되면 가장 빠르게 표현되는 곳은 아무래도 얼굴입니다. 사진을 만드는 재능을 익혀가며 사계절마다 의욕적으로 출사(出寫)를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12인승 승합차를 구입하여 지도선생님과 회원들과 함께 직접 운전을 하면서 겨울철은 동해안을 봄이 찾아오면 남해안 일대를 가을이 오면 서해안과 강원도 설악권역과 오대산 권역을 찾고 겨울철이면 태백산과 소백산 일대와 봉화, 청량산과 정선 등을 찾았습니다. 동백을 찍기 위하여 충무까지 내려 가 주변에 퍼져 있는 매물도 등 섬을 찾아 동백꽃을 찍었고 동백꽃의 개화 시기 따라 지역을 이동해 가며 전북 고창 선운사와 안면도 일대와 서산 앞바다 동백섬까지 거슬러 오르며 동백과 바람꽃을 찍었던 기억이 어제와 같습니다. 제주도는 설경과 유채꽃과 털진달래를 찍기 위하여 찾았으며 매화를 찍기 위하여 남도 동서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산사와 섬진강 주변 매화마을을 산수유를 찍기 위하여 구례를 수없이 찾았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녘의 꽃 소식이 들려오면 당시 다녔던 기억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펼쳐지더니 당시의 느낌이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 짓처럼 다가왔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회상이란 이름을 빌려 과거의 시간 속으로 젖어들면 동백, 수선, 유채, 영춘, 매화, 바람꽃 등등이 화첩으로 일목요연하게 열립니다 이런 분위기를 시샘하는지 날씨가 급변하여 창문을 여니 사방으로 설화가 만개되어 있었습니다. 미리 일기예보를 익히고 있어 어느 정도 눈치는 챘었지만 이 정도까지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저 멀리 심긱산 정상 부근에도 수북하게 쌓인 눈이 오늘은 꼭 만년설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눈이 녹지 않고 있으면 만년설이 될 텐데 하면서 주변에 핀 설화를 생각하며 이 모든 공은 꽃샘추위에게 돌리고 있었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에 일시적으로 다시 겨울처럼 추워지는 것은 우리나라 만의 지니고 있는 특이한 기상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봄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한다 하여 사람들은 꽃샘추위라 합니다. 이런 현상은 유구한 역사가 있어 이에 따라 전해오는 속담도 있습니다. 꽃샘추위는 꾸어다 해도 한다. 는 말이 있듯이 봄이 오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것이 꽃샘추위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추위가 강한지 꽃샘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이야기도 전해 오고 있습니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그것은 시베리아에서 발원되는 고기압의 영향 때문입니다. 봄이 찾아오면 시베리아기단이 점점 약해 지다가 갑자기 강해집니다. 이러한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국가에 발생하지만 유난히 우리나라만 강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꽃샘추위가 빠르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4월 중하순과 5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겨울 감기보다 꽃샘추위 감기가 극성을 부리고 농작물 피해도 함께 일어나고 또한 경계가 느슨해져 동파사고도 잦아지면서 벚꽃을 비롯하여 봄꽃의 계화도 상당히 늦어지고 폭설과 진눈깨비도 4월과 5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지금 춘삼월 중간을 지나면서도 강원도 일원에는 폭설이 내리고 전국적으로 설화가 피며 꽃샘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꽃샘추위가 밀려오면 담금질(Quenching)이란 단어를 떠올린답니다. 강철을 고온에서 급격하게 냉각시켜 경도를 높이는 열처리 방법을 담금질이라 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강철의 강도를 극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강철을 어느 영역까지 가열해 주면 탄소 원자들이 강철조직 속에 자유롭게 분포됩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급격하게 냉각시키면 원자들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강철 조직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면 내부 응력이 강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냉각속도가 빠를수록 경도는 높아지지만 내부 응력도 커져 깨지기 쉬운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담금질에는 냉각속도와 강도, 인성(Toughness)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담금질을 성공하기 위하여는 다음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목적에 맞는 강종을 선택해야 하고. 가열온도를 지켜야 합니다. 오스테나이트 영역가지 충분히 가열시켜야 하고. 냉각 속도를 지켜야 합니다. 냉각 속도에 따라 강철 특성이 달라지므로 적절한 냉각 매체 선택이 중요하고. 담금질 후 뜨임(Tempering) 처리를 통해 내부 응력을 완화하고 완성을 시켜야 합니다. 탄소강의 경우 일단 담금질을 통해 조직의 마르텐사이트화를 유도해 경도를 향상하지만, 그 과정에서 온도변화가 격심한 표면은 심부에 비해 지나치게 마르텐사이트화가 심해서 오히려 탄성과 인장강도가 하락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표면을 다시 가열해서 적당한 온도까지 올렸다가 천천히 식혀주는 것을 뜨임이라 합니다. 이런 강한 철을 만들기 위하여 담금질과 뜨임 처리를 하는 것과 같이 꽃샘추위를 통해 생태계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테스트하는 자연방식이라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갑자기 몰려오는 추위에 적응할 수 있는 동, 식물만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진화해 왔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꽃샘추위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우리의 내면을 강화하고 더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한다는 것입니다. 봄이 왔다는 성급함으로 건강을 망치거나 일상적인 여러 가지 일들에 혼란을 부추기고 피해를 방치하는 오류를 막기 위한 자연의 경고는 오히려 여러모로 생활의 지혜로 거듭난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한 꽃은 향기가와 색이 더 짙고 결실 또한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에 찾아오는 추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는 속담입니다. 특히 이 속담으로 노약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선조들의 지혜입니다. 특별히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꽃샘추위는 성가신 자연의 재해가 아니라 오히려 완성도 높은 봄으로 나가는 길목입니다. 쇠를 강하게 하려면 담금질과 뜨임이 필요하듯이 꽃샘추위가 몰고 오는 엄동은 봄에서 시작해야 하는 초발심에 대한 경계와 지혜를 수반해 주는 유익함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고 겨울과 봄 사이에 서서 정리하고 넘어서야 할 시절입니다. 자연이 주는 계절적 요인들 인식에 따라 미래의 답이 있습니다. 폭이 넓어진 기온의 차이 잘 극복하시고 건강을 유지하시기를 소원합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자주 부르던 When it’s springtime in the rockies (록키 산에 봄이 오면) 동영상을 올립니다. 꽃샘추위가 천지를 흔들어도 봄은 지속되고 꽃은 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흘함이 있으면 생각하지 못한 곤경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체온관리입니다.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패딩 옷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꽃샘추위를 피할 수 있는 생활 지혜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하여 잠시 절제와 인내심 같은 사려로 더 화사한 봄을 친견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