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느끼며 함께 걷는 '홍천 수타사 산소길'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만한 곳
봄빛에 물든 수타사 계곡
수타사 산소길은 강원도 18개 시·군이 합심해 만든 걷기 길이다.
청정 산림자원을 간직한 강원도 곳곳에 들어선 이 길은 제주올레와 지리산둘레길에 전혀 뒤지지 않는 명품 길로 손꼽힌다.
강원도 여기저기에 산소길이 있지만, 홍천 수타사 산소길은 가정의 달 5월에 손잡고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산소길 반환점인 귕소 출렁다리
◇겹겹이 솟은 봉우리를 따라 걷다
수타사 산소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에서 시작해 수타사, 공작산 생태숲, 귕소 출렁다리, 용담을 거쳐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전체 길이 3.8km로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홍천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30만 명 이상이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공작산(887m)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공작새가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과 비슷하다.
《한국지명총람》에 “골짜기가 깊고 기암절벽으로 된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듯 겹겹이 솟은 모습이 공작새와 같다 하여
공작산이라 한다”고 나온다. 한국 100대 명산에 들기도 한다.
수타사는 708년(성덕왕 7)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효대사가 686년에 입적했으니, 창건 연대나 창건자 중 하나가 잘못 알려졌을 것이다.
창건 당시 우적산 일월사였다가 1568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기며 수타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수타사를 대표하는 유물 《월인석보》는 한글로 지은 최초의 불경이다.
봉황문으로 들어서면 설법을 위한 강당 흥회루가 있고, 흥회루를 지나면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비로자나불은 석가의 진신을 높여 부르는 이름이다.
수타사를 지나면 공작산생태숲으로 들어선다. 생태숲이 있는 자리는 옛날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 있었다고 한다.
길은 수타사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는데, 경사가 완만해 아이와 노인도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초입에는 걷기 좋게
포장되었다.
공원처럼 잘 꾸며진 공작산 생태숲
◇싱그럽고 청량한 산소길을 걷다
생태숲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소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두고 양쪽으로 갈리는데, 갈 때는 계곡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른다.
이 길은 수타사 아래 사하촌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계곡물을 끌어오던 수로를 땅에 묻고 만들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던 것처럼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숲길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닿을 만큼 폭이 좁다.
구불구불한 길이 숲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 운치 있고, 걷는 맛도 난다.
봄이 온 숲은 싱그럽고 청량하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맑은 산소가 가슴에 가득하다.
층층나무, 귀룽나무, 물푸레나무, 말채나무, 졸참나무 등 공작산 숲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싱그러운
공기다. 깊은숨 한 번 들이쉬면 이 길이 왜 산소길로 불리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숲에 가득한 피톤치드는 계곡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완만하고 푹신한 흙길은 내딛는 발걸음을 부드럽게 받쳐준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다 보면 왼쪽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귀를 씻어준다. 멀리서 날아온 새소리가 발치에 떨어지고, 숲이 깊어 한낮의 햇빛도 쉽게 침범하지 못한다.
수타사계곡을 내려다보며 40분쯤 걷다 보면 최고 절경인 ‘귕소’에 닿는다.
귕소는 여물통을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로, 통나무를 파서 만든 여물통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소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출렁다리가 반환점 역할을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수타사 방면으로 다시 내려간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 보인다.
수타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생태숲, 귕소, 출렁다리, 용담을 지나 수타사로 돌아오는 코스. 딱 한 시간 반이 걸린다.
힘들지 않고 아쉬울 것도 없는 코스다.
가족의 손을 잡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기에 더없이 좋다. 이 봄, 반드시 한번 걸어보시길.
<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수타사 산소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