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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志第五十 (서지제오십)
夫文心者(부문심자) : “文心”이란 것은
言為文之用心也(언위문지용심야) : 문장을 지음에 마음이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昔涓子琴心(석연자금심) : 옛적에 <연자(涓子)>에게 <금심(琴心)>편이 있었고
王孫巧心(왕손교심) : <왕손자(王孫子)>에게는 <교심(巧心)>편이 있었다
心哉美矣(심재미의) : 마음이은 참으로 아름답다
故用之焉(고용지언) : 그래서 그것을 여기에 사용한 것이다
古來文章(고래문장) : 예부터 문장은
以雕縟成體(이조욕성체) : 수식과 문체로 본제를 이루었으니
豈取騶奭之群言雕龍也(기취추석지군언조룡야) : 어찌 <추석(騶奭)>의 문장을 사람들이 “조룡(雕龍)”이라고 말한 사실에서 명칭을 취했겠는가
夫宇宙綿邈(부우주면막) : 대저 우주는 아득하고
黎獻紛雜(려헌분잡) : 범인과 어진가 어지럽게 섞여 있어
拔萃出類(발췌출류) : 발군하여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智術而已(지술이이) : 지혜와 재능에 달려있을 뿐이다.
歲月飄忽(세월표홀) : 세월은 바람처럼 빠르고
性靈不居(성령불거) : 생명도 머물러 있지 않는다
騰聲飛實(등성비실) : 명성을 올리고 실적을 드날리려면
製作而已(제작이이) : 창작에 힘쓸 뿐이다
夫人肖貌天地(부인초모천지) : 무릇 사람은 하늘과 땅을 닮아
稟性五才(품성오재) : 다섯 가지 물성의 성품을 부여 받아
擬耳目於日月(의이목어일월) : 귀와 눈은 해와 달을 닮고
方聲氣乎風雷(방성기호풍뢰) : 목소리와 호흡은 바람과 우뢰에 견준다
其超出萬物(기초출만물) : 그것은 만중에서도 뛰어나니
亦已靈矣(역이령의) : 또한 이미 신령스럽다
形同草木之脆(형동초목지취) : 형체는 풀과 나무처럼 약하나,
名逾金石之堅(명유금석지견) : 명성은 쇠와 돌보다 뛰어나다
是以君子處世(시이군자처세) : 이리하여 지식인들이 세상에 살면서
樹德建言(수덕건언) : 덕성(德性)을 심고 언어(言語)를 만들어가니
豈好辯哉(기호변재) : 어찌 말하기를 좋아 해서이겠는가
不得已也(불득이야) : 다만 부득이 해서일 뿐이다.
予生七齡(여생칠령) : 나가 태어나 일곱 살이 되어
乃夢彩雲若錦(내몽채운약금) : 꿈에 비단 같은 화려한 구름이 있어
則攀而採之(즉반이채지) : 부여잡고 올라가 그것을 따기도 했다
齒在逾立(치재유립) : 또 나이가 삼십이 되어서는
則嘗夜夢執丹漆之禮器(즉상야몽집단칠지례기) : 밤 꿈에 검붉은 칠을 한 제사 그릇을 잡고
隨仲尼而南行(수중니이남행) : 공자님을 따라 남쪽으로 가기도 했다
旦而寤(단이오) : 아침이 되어 잠을 깨어나서는
乃怡然而喜(내이연이희) : 흐뭇해서 기뻐하였다
大哉(대재) : 대단하여라
聖人之難見哉(성인지난견재) : 성인을 뵙기가 어려운데
乃小子之垂夢歟(내소자지수몽여) : 바로 어린아이의 꿈에 나타나셨음이여
自生人以來(자생인이래) : 사람이 태어난 이래로
未有如夫子者也(미유여부자자야) : 선생님 같으신 분은 아직 없었다
敷贊聖旨(부찬성지) : 성인(聖人)의 뜻을 알려 칭송함에는
莫若註經(막약주경) : 경전에 주석을 다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겠지만
而馬鄭諸儒(이마정제유) : <마융(馬融)>과 <정현(鄭玄)같은 여러 학자들이
弘之已精(홍지이정) : 넓혀 놓아 이미 정밀해졌으니
就有深解(취유심해) : 비록 깊은 이해를 한다 하더라도
未足立家(미족립가) : 일가(一家)를 세우기에는 충분치 않다
唯文章之用(유문장지용) : 그러나 문장(文章)의 역할은
實經典枝條(실경전지조) : 실은 경전의 나뭇가지와 같아서
五禮資之以成文(오례자지이성문) : 오례(五禮)가 이에 힘입어 이루어지고
六典因之致用(륙전인지치용) : 육전(六典)이 이로 인해 쓰이게 되었으며
君臣所以炳煥(군신소이병환) : 임금과 신하 사이가 이로 인하여 분명하게 되었고
軍國所以昭明(군국소이소명) : 군국의 사무도 이로 인하여 밝게 명문화 되었다
詳其本源(상기본원) : 그 본원을 상술해보면
莫非經典(막비경전) : 경전(經典)에 의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而去聖久遠(이거성구원) : 그러나 성인과 오랜 동안 떨어져
文體解散(문체해산) : 문체는 풀어져 흩어지고,
辭人愛奇(사인애기) : 문장가들은 기이한 것만 좋아하여
言貴浮詭(언귀부궤) : 언어에 있어서 부미하고 괴이한 것만을 귀하게 여겼으니
飾羽尚畫(식우상화) : 이는 마치 깃털에 다시 색으로 그리고
文繡鞶帨(문수반세) : 가죽이나 수건에 다시 수를 놓는 것이니
離本彌甚(리본미심) : 근본에서 본질에서 멀어짐이 더욱 심해졌다
將遂訛濫(장수와람) : 마침내는 어긋나고 정도에 넘치게 되었다.
蓋周書論辭(개주서론사) : <상서(尙書)>에서 문장을 논하여
貴乎體要(귀호체요) : 요점을 체득하는 것을 귀히 여겼고
尼父陳訓(니부진훈) : 공자께서도 가르침을 펴시면서
惡乎異端(악호이단) : 이단(異端)을 미워 하셨다
辭訓之奧(사훈지오) : <<상서(尙書)>의 말과 공자의 가르침의 깊은 뜻은
宜體於要(의체어요) : 요점을 체득해야 한다고 하신 것이다.
於是搦筆和墨(어시닉필화묵) : 이에 붓을 잡고 먹을 갈아
乃始論文(내시론문) : 이에 비로소 문장을 논하기 시작했다
詳觀近代之論文者多矣(상관근대지론문자다의) : 자세히 보면 근래 문장을 논한 글이 많다
至如魏文述典(지여위문술전) : 이를 들면 위(魏)나라 문제(文帝)의 <전론(典論)>과
陳思序書(진사서서) : 진사왕 <조식(曺植)>의 <여양덕조서(與楊德祖書)>과
應瑒文論(응창문론) : 응창(應瑒)의 <문질론(文質論)>과
陸機文賦(륙기문부) : 육기(陸機)의 <문부(文賦)>와
仲治流別(중치류별) : 지중 <摯虞>의 <문장류별론(文章流別論)>과
弘範翰林(홍범한림) : 홍범(弘範) <이충(李沖)>의 <한림론(翰林論)> 등과 같은 것인데
各照隅隙(각조우극) : 각각 한 모퉁이나 틈은 비추었으나
鮮觀衢路(선관구로) : 큰 길을 본 것은 드물다
或臧否當時之才(혹장부당시지재) : 어떤 것은 당시의 문장 재사(才士)들을 포폄했고
或銓品前修之文(혹전품전수지문) : 어떤 것은 전대 문인(文人)들의 문장을 품평했고
或泛舉雅俗之旨(혹범거아속지지) : 어떤 것은 전아(典雅)와 통속(通俗)의 뜻을 널리 거론했고
或撮題篇章之意(혹촬제편장지의) : 어떤 것은 문장의 의미를 모아 제목을 붙였다
魏典密而不周(위전밀이불주) : 위(魏)나라의 <전론(典論)>과 <논문(論文)>은 세밀하되 넓지 못하고
陳書辯而無當(진서변이무당) : 진(陳)나라의 <여양덕조서(與楊德祖書)>는 변론적이나 타당치 못하며
應論華而疏略(응론화이소략) : 응창의 <문질론(文質論)>은 화려하나 소략하며
陸賦巧而碎亂(륙부교이쇄란) : 육기의 <문부(文賦)>는 정교하지만 조잡하며
流別精而少功(류별정이소공) : 지중 <摯虞>의 <문장류별론(文章流別論)>은 정밀하되 공이 적고
翰林淺而寡要(한림천이과요) : <한림론>은 천근(淺近)하되 요점(要點)이 부족하다
又君山公幹之徒(우군산공간지도) : 또한 <군산(君山)>과 <공간(公幹)>의 무리와
吉甫士龍之輩(길보사룡지배) : <길보(吉甫)>과 <사룡(士龍)> 무리들이
泛議文意(범의문의) : 문장의 의미에 대해 포괄적 의론과 창의적인 문장이
往往間出(왕왕간출) : 간간이 중간에 나왔으나
並未能振葉以尋根(병미능진엽이심근) : 그들 모두는 낙엽을 떨쳐내고 뿌리를 찾거나
觀瀾而索源(관란이색원) : 물결을 보고 근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不述先哲之誥(불술선철지고) : 선현들의 가르침을 서술하지도 못하였고
無益後生之慮(무익후생지려) : 후인들의 사고를 이롭게 함이 없었다
蓋文心之作也(개문심지작야) : <문심조룡>을 지음에는
本乎道(본호도) : 천지자연의 도(道)에 근본을 두고
師乎聖(사호성) : 성인(聖人)을 스승으로 삼아
體乎經(체호경) : 경전(經典)에서 체제를 본받고,
酌乎緯(작호위) : 위서(緯書)들을 참작하였으며
變乎騷(변호소) : <이소(離騷)>에서 변혁(變革)하였다
文之樞紐(문지추뉴) : 문장의 핵심(核心)이
亦云極矣(역운극의) : 여기서 극(極)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若乃論文敘筆(약내론문서필) : 운문체의 글을 논하고 산문체의 글을 서술함에
則囿別區分(즉유별구분) : 문체에 따라 구분한 후에
原始以表末(원시이표말) : 각 체제의 시원(始原)을 찾아 말류(末流)를 드러내고
釋名以章義(석명이장의) : 편명(篇名)을 해석하여 문장의 뜻을 밝히고
選文以定篇(선문이정편) : 문장을 선별하여 편장(篇章)을 확정하였다
敷理以舉統(부리이거통) : 이론을 밝히고 계통을 들었다
上篇以上(상편이상) : 상편(上篇) 이상은
綱領明矣(강령명의) : 강령(綱領)이 명확하다
至於剖情析採(지어부정석채) : 감정과 문체를 분석함에 이르러서는
籠圈條貫(롱권조관) : 이론적 체계를 세웠다
攡神性(리신성) : <신사(神思)>와 <체성(體性)>을 펼치고
圖風勢(도풍세) : <풍골(風骨)>과 <정세(定勢)>를 꾀하고
苞會通(포회통) : <부회(附會)>와 <통변(通變)>을 포괄하고,
閱聲字(열성자) : <성률(聲律)>과 <연자(練字)>를 살폈다
崇替於時序(숭체어시서) : <시서(時序)>에서는 문장의 교체를 살피고
褒貶於才略(포폄어재략) : <재략(才略)>에서는 작가의 재능을 포폄했고
怊悵於知音(초창어지음) : <지음(知音)>에서는 평가의 어려움을 한탄했고
耿介於程器(경개어정기) : <정기(程器)>에서는 기개를 서술하였으며,
長懷序志(장회서지) : <서지(序志)>에서는 회포를 펼쳐보였다
以馭群篇(이어군편) : 여러 편장을 총괄하였으니
下篇以下(하편이하) : 하편(下篇)이하는
毛目顯矣(모목현의) : 세부항목이 드러나 있다.
位理定名(위리정명) : 이론을 배열하고 명칭을 정하고 보니
彰乎大衍之數(창호대연지수) : <역경(易經)> 점괘의 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其為文用(기위문용) : 그 중에서 실제 문장의 작용을 위한 것은
四十九篇而已(사십구편이이) : 49편 뿐이다.
夫銓序一文為易(부전서일문위이) : 한편의 글을 품평하고 서술하기는 쉬워도
彌綸群言為難(미륜군언위난) : 여러 문장을 총괄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雖復輕採毛髮(수부경채모발) : 비록 털끝만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도
深極骨髓(심극골수) : 골수에까지 깊이 이르게 되니
或有曲意密源(혹유곡의밀원) : 어떤 것은 뜻을 곡진히 하고 근원을 은밀히 하여
似近而遠(사근이원) : 비슷하고 가까운 듯해도 멀고
辭所不載(사소불재) : 말을 싣지 못한 것도
亦不可勝數矣(역불가승수의) : 또한 헤아릴 수 없다.
及其品列成文(급기품렬성문) : 품평하고 배열하여 문장을 지으니
有同乎舊談者(유동호구담자) : 옛 이론들과 같은 것도 있으나
非雷同也(비뢰동야) : 내가 부화뇌동한 것이 아니라
勢自不可異也(세자불가이야) : 형세 상으로 달리 할 수 없어였다
有異乎前論者(유이호전론자) : 옛 논술과 다른 것도 있으나
非苟異也(비구이야) : 굳이 다르게 하려 한 것이 아니라
理自不可同也(리자불가동야) : 이치상 같게 할 수 없어서다
同之與異(동지여이) : 같이하는 것과 달리하는 것은
不屑古今(불설고금) : 고금(古今)에 구애받지 않고
擘肌分理(벽기분리) : 세밀하게 살펴
唯務折衷(유무절충) : 오직 절충에 힘썼다.
按轡文雅之場(안비문아지장) : 문장의 전아한 마당에서 고삐를 당기고
環絡藻繪之府(환락조회지부) : 화려하게 수놓아진 창고를 빙 두르니
亦幾乎備矣(역기호비의) : 또한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但言不盡意(단언불진의) : 다만 말하여 뜻을 다하지 못했으니
聖人所難(성인소난) : 이는 성인께서도 어려워 하셨던 점이다.
識在瓶管(식재병관) : 내 식견이 좁아 병과 대롱에 있으니
何能矩矱(하능구확) : 어찌 능 법도가 될 수 있겠는가
茫茫往代(망망왕대) : 아득히 지나간 세대에
既沉予聞(기침여문) : 이미 나를 견문(見聞)에 빠뜨렸으니
眇眇來世(묘묘래세) : 아득히 먼 후세에
倘塵彼觀也(당진피관야) : 혹시 그들의 관점만 더럽히게 될까
贊曰(찬왈) : 찬한다
生也有涯(생야유애) : 인생은 끝이 있으나
無涯惟智(무애유지) : 끝이 없는 것은 오직 지혜다.
逐物實難(축물실난) : 사물을 좇기는 실로 어려우나
憑性良易(빙성량이) : 천성에 의지하기는 정말 쉬워라
傲岸泉石(오안천석) : 언덕의 샘과 바위 사이 오만하게 살며
咀嚼文義(저작문의) : 문장의 의미를 씹고 또 씹어본다
文果載心(문과재심) : 글이란 진실로 마음을 싣는 것
餘心有寄(여심유기) : 여유로운 마음에 맡길 곳이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