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작은책방에 이보다 어울리는 작가님이 있을까요....<숲속재봉사> <숲속재봉사와 털뭉치괴물> <숲속재봉사의 꽃잎 드레스> 등 자연물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해 숲속 재봉사 시리즈 그림책을 출간하신 최향랑 작가님.
신기하게도 작가님과 인연은 2004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숲속작은도서관>을 열고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당시 일산에 살고 계시던 작가님은 첫 그림책 <요리조리 맛있는 세계여행>(창비)을 펴내시고 우리 도서관에 찾아 오셨었지요.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재미난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고요...그렇게 해서 함께했던 어린이 활동은 너무나 환상적인 체험이었고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우리는 괴산 숲속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엔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참 독특한 이야기를 들고 찾아 오셨네요.
집에서 9년 동안이나 개구리와 함께 살았던 기억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그림책....아파트 욕실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다 2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어 예쁜 꽃무덤을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가 동화 같습니다.
그리고 개구리는 세상에 나와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방에 원화를 전시하고, 저녁 시간...작가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른 대상 강연이었고, 함께한 분들이 대개 학교 선생님들, 지역에서 그림책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숙성되어 드디어 표현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매우 실감나게 들렸을 것 같습니다.

당일날, 전시 세팅을 하느라 몰두해 우리는 그만 컴퓨터 세팅을 놓쳤고 당연히 열리리라 생각했던 프로그램들이 열리지 않아 얼마나 당황했었는지요. 20-30분 여, 그림 없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나 작가님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을테고 우리는 무려 노트북 세 대를 갈아치우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어찌어찌 간신히 영상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죄송한 시간이었어요. 작가님께도, 함께하신 분들께도. 다시는 이런 실수를 말아야겠습니다.

이야기는 너무 흥미로웠고, 작가님이 활용했던 실크스크린 기법을 설명한 이후 강연이 끝나고서는 직접 실크스크린 판화를 공책에 한 장씩 찍어가는 체험을 했습니다.

강연하랴, 실크스크린 체험하랴, 끝나고서는 또 책에 정성 깃든 사인 하랴...열 일 하신 작가님이었습니다.

청주에서 왔다는 이 친구는 작가님의 열렬한 팬이랍니다. 작가님 강연회에 다니면서 사인받은 것만도 벌써 세 번...강연도 열심히 듣고 사인받고 사진촬영까지...충족한 마음으로 돌아갔네요.

오늘의 행사는 특히 숲속 북클럽 식구들에게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목요 북클럽은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돼 8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었는데요...그중에 40만원을 회원들 도서 구입비로 사용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예산으로 오늘 독서동아리 회원들은 전원 책 한 권씩 선물로 받아갈 수 있었습니다. 다들 너무 기뻐하셨어요. 언제나 책방에서 높은 매출 올려주시고, 책방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시는 북클럽 분들께 작은 선물 드린 것 같아 괜히 흐뭇했습니다. 모두 독서동아리 대표 김현숙 님의 훌륭한 기획과 제안으로 이루어진 일입니다. 훌륭한 대표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독서동아리를 대표해 멀리 김해까지 가서 독서대전에 참여하여 우리 독서동아리 사례 발표를 맡아주신 안기홍, 신은영 회원님 부부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책방 상품권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무려 3만원..ㅋㅋ...책을 구매할 수 있는 귀한 상품권입니다!!

오늘 행사에서는 특히 먹거리가 빛났는데요...정신없어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네요.
책방이 준비한 건 오늘 행사를 위해 어젯밤 밭에 가서 고구마 한 상자 캐와서 열심히 구워놓은 게 전부였는데요,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식탁에 하나씩 먹거리가 늘어갔습니다.
무엇보다도 귀한 알자스 와인 "시드르"를 협찬해주신 신이현 작가님, 너무 감사드려요.
아무나 구경 못한다는 그 귀한 와인을 벌써 몇 번째 먹을 수 있는 이런 행운이라니....

최향랑 작가님을 뵈러 제천 세명대학교에서 부랴부랴 달려오신 산업디자인과 교수님.
맛 좋고 커다란 복숭아 한 상자에, 대한민국 10대 달인이 만든다는 찹쌀떡을 들고 오셨습니다.
오늘 책방에 처음 방문하셨다는 남성 독자님...세종시에서 근무하신다는데 맛있는 빵을 한가득, 그리고 멀리 음성에서 달려오면서 언제나 빈 손으로 오는 법이 없는 북클럽 회원 신명순 님도 한가득 빵....
먹고 마시며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오늘은 특히 구미 금오유치원 원장님이자 동화작가이신 이숙현 선생님께서 자리를 함께해주셨어요.
와인 두 병을 들고 오셨는데...알자스 와인이 있었던 터라 이건 풀지도 못하고 책방지기 부부가 냉큼 챙겨버렸습니다...ㅎㅎ...모두를 대신해서 잘 마실게요!
그리고 이번 달부터 북클럽 신입 회원으로 가입하신 임성하 님께서 케잌까지 들고 오셨네요....오오...이런 신입회원은 언제나 대환영이지요.

모두가 돌아간 늦은 밤, 책방에서 머무른 두 선생님과 새벽 두 시까지 폭풍 수다를 이어가며 책에 사인을 받고...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피워내는 이야기꽃은 비록 피곤하지만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주네요.
<그림책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이숙현 원장님이 최근에 내신 그림책 서평집도 잘 챙겨두었습니다.

책과 이야기, 즐거운 만남이 있는 시간.
잠이 부족해 얼굴은 부었어도 마음은 충만합니다.

책으로 맺어진 이런 만남과 우정....이것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입니다.
초록빛 세상의 희망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 전시는 10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전시도 보고 책도 사고, 최향랑 작가님이 직접 제작한 핸드메이드 공책이며 카드, 마스킹테이프와 뱃지...굿즈도 살 겸 가을날 책방 나들이 많이 많이 계획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