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일찍 따통(大同)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유스호스텔에서 (젊은) 친구들이 서로들 작별인사를 한다
대개의 젊은이들은 나와는 반대코스, 즉 따통에서 오대산을 거쳐서 태원을 간다.
북경에서 들어오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나는 북경에서 나가는 (출국하는) 코스이다.
서양 애들이 태원을 간다는 것을 타이완을 간다는 것으로 말한다
발음이 비슷해서 한동안 헷갈렸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무심코 들었는데, 이 산꼴에서 웬 타이완(대만)?
생각해 보니, 태원이 발음이 비슷하다.
Taiwan과 Taiyuan. . .
내가 따통을 간다니까 다들 따통 너무 좋다고들 한다.
이구동성.
정말 좋은 지 어디 한번 가보자.
따통은 좋거나 말거나 꼭 가야할 곳이다.
윈깡석굴이 있는 곳이니까. . . . .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윈깡석굴을 가보고 싶어 했던가 !
아침에 유스호스텔 밥을 먹었다.
식당 아줌마랑 함께.
유스호스텔에서는 값싸게 가정식 백반 식으로 조식을 준비해 준다.
국수나 만두, 빵을 먹지 않고 밥을 먹는 것도 다행이다.
중국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면 적어도 요리 세개는 시켜야 하기 때문에
만두나 국수를 먹는 것보다는 너댓배 비용이 든다.
그런 식당이 내가 원하는 곳에 딱 있는 것도 아니고. . .
(내가 중국을 잘 몰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며칠 전에 중국에서 살면서
사업을 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도 이런 얘기를 했다.
중국에서 혼자 밥을 먹으려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
도시간 이동을 하면 아침에 일찍 이동을 하는 게 낫다.
그래야 숙소 잡기도 확실하고 (안심이 되고)
무엇보다도 숙소(유스호스텔)에 배낭을 맡겨놓고 홀가분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또, 떠나는 숙소를 빨리 비워줘야 한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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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따통 가는 버스 시간표를 보아 두었다.
하루에 딱 세번이다.
아침 7시반, 오후 2시경. 그리고 3시 반.
그래서 늦지 않게 길을 나섰다.
셔틀 버스 운전사가 늦게 와서 버스 속에서 한참 기다렸다.
2번 버스를 타고 진해사에서 내려서
다시 `1 번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날로 가야한다.
그런데, 진해사에서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도 좀처럼 가려고 하지 않는다.
알고보니, 버스 운전사가 무슨 불만이 있는지 싸보타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른 운전사들은 빨리 가라고 달래고, 욱박지르고, 우리 운전사는 안가고 버티고. . . .
그러다가 한참 걸려서 겨우 버스는 출발했다.
암튼, 시간에 늦지만 않으면 되는거지.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했다.
배낭을 메고 여유있게 표를 사는데,
표가 없단다.
이게 웬일?
뭐라고요? 버스가 없다고요?
. . .
버스가 없는게 아니라 좌석이 없단다.
좌석? 좌석은 버스에 원래 있는거 아닌가?
아,
표가 다 팔렸다는 거구나. . .!
그럼 어쩌지? "나, 점머빤 !"
야, 이거 뜻밖에 낭패네.
다음 표가 오후 2시에 있는데, 그거 살거냐고 차표파는 아가씨가 재촉한다.
아가씨에게 "나 쩜머 빤 !!" 해 봐야, 어쩌긴 뭘 어째.
다음차 타고가는 수 밖에 없는거지,.
그렇게는 못한다.
무슨 수가 없을까. . . .
역시 무슨 수는 없다.
. . . . . .
두시 표 주세요. 흑 !
아까 그 아찌, 셔틀버스가 늦게 출발하지만 않았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터인데. . .
가끔은 내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원치않았던 일이 일어난다.
진해사 앞 버스 갈아타는 곳에서 버스가 출발하지 안아서 애태우고 있다.
나도 스님들도. . . .
여기서 지체하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 .
차부까지 이른 새벽에 갔지만 표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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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어디가서 또 오후두시까지 때운다?
아, 그게 아니라,
어제 못본 절들이 많았었지 !!
금각사 (金閣寺)!
혜초스님이 말년을 보내고 열반하신 곳!!
아! 날보고 금각사 꼭 가보라는 말이구나!
야, 이건 하늘의 명령이네. . . .
그런데, 사실 금각사 가기도 쉽지는 않다.
왜냐.
가는 방법을 물어본 결과,
금각사는 , 지도 맨 왠쪽 끝에서 보다시피, 남대 가는 중간쯤에 있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
걸어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하루종일 꼬박 걸린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합승이나 아니면 택시를 대절해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단체여행 아니면 어려운 거다.
배낭여행객이 그 비용을 어떻게 대나.
그런데, 가끔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합승이 있는데, (가끔 기다리면 지나가는데)
그건 10위안이라고 한다.
그럼 그걸 타는 수 밖에 없네. . . . . .
버스가 갈만한 길목에서 (말하자면)마을버스를 기다린다.
마을버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까, 지나가는 소형 버스마다 손을 흔들어본다.
한참을 그렇게 하다가 정말 마을버스를 잡아 탔다.
과연 동네 아줌마들이 많이 타고 있다.
타자마자, "징꺼쓰 두워샤오 쳰? (금각사 얼마?)"
했더니 이 인간 뭐라고 하는데 (10위안이라는 답을 기대했는데 답이 다르니까 못알아듣는다)
몇번 물었더니, 아줌마들이 "오십 위안이래" 하고 가르쳐 준다.
엥 오십위안?. . . .
그렇게는 못간다.
배낭여행자의 오기이다.
자식, 어떻게 10위안을 50위안으로 박아지 씨우냐. . .
순간,
나는 "쌰처,샤처 !! (내려, 내려, 안갈래)"
했더니
. . .
운짱이 바로
"그럼 30위안"
순간, 머리가 빨리 돌아야 한다.
더 깎을 수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30위안? 오천원 때문에 금각사를 안간다? 그건 아니다.
좋다. 알면서도 속아준다.
에이, "하오더, 커이". . . . .
그런데 이 버스가 가는데, 한참을 간다. 구불구불 산길을 30분 이상 간 것 같다.
야, 이거 30위안 안 아깝네. . .
야 이 길을 어떻게 걸어가냐. . . . .말도 안돼.
오대산은 그렇게 크다.
그래도 남대로 가려면 한참 더 가야 한다.
그러니까, 오대산을 다 보려면 운전을 하거나, 아니면 단체로 합승으로 다녀야 한다.
남대 가는 중간쯤, 사람들이 "찐커쓰" 내리라고 해서 내렸다.
여기가 찐커쓰구나.
혜초스님 기념탑을 찾아야할텐데. . .
금각사는 굽이지는 거의 산 능선 위에 자리하고 있다.
앞은 훤히 트인 개활지,
사진으로보니, 이 영벽(照壁 도는 影壁이라고한다) 도 무지 크다. 사람에 비하면.
금각이 공중에 떠있다.
정말 거의 산 정상 쯤에 훤칠히 더 있다.
금각사. 결코 작은 절이 아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 . .
또 공사판. . . .헛탕인가.
입구는 막혀있다. 헛탕이네. . . . 힘들게 왔는데. . . . .
입구에서 "어쩔까나" 하고 있으려니까,
공사하는 인부 아저씨가 눈을 찔끔 하며 그냥 타넘고 들어가도 된다고 한다.
옳거니. 여기까지 와서 안들어가보고 그냥 갈소냐.
가는데까지 가보자.
안되면 나가면 되지.
야, 금각사, 크긴 크다. . . .
대원경지? 유식학(唯識學) 계통 절이네?
근데 아미타경도 새겨져 있고. . .
역사가 오래 되었으니까. . . .
금각사는 당나라 대력 5년 770년에 불공(不空)삼장의 제자 함광(含光)이 인도 나란타사의승려 순타와 서역 승려 도선과 함께 지었다고 한다. 중국과 인도 문화의 조화라고 한다. 그 규모가 커서 12개의 보살원이 있었는데, 아깝게도 회창폐불과 5대의 전란 통에 소실되었다.
그 후, 명나라 가정 34년 (1555)에 다시 축조되어, 오대산의 10대 청묘(淸廟)중의 하나가 되고, 5대 선사(禪寺)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이상, 설명 책자에서)
아, 대단한 절이군. . .
불공 삼장이라면 저 유명한, 중국에 밀교를 처음으로 전하신 분이다.
그러니까, 신라의 혜초스님이 여기서 입적하셨구나.
혜초스님도 밀교 스님이셨고, 불공삼장의 애제자였다.
아항 그렇군. . . . .
이제 (태경 스님이 말씀하신) 혜초 스님의 탑을 찾아나서야 한다.
이 넓은 데서 무슨 탑을 어떻게 찾나. 보기를 했나 원.
마침 보살님이 한분 지나가셔서
"혹시 무슨 탑 같은거 못 보셨나, 탑 있는데가 어딘가?" 물어보았다.
중국어가 안돼서 대충 엉겼는데,
그보살님이, "아 탑이라면 저기 있다"고 쫓아와서 가르쳐 주신다.
옳거니 하고 가 보았더니,
탑이 크고 좋기는 좋은데. . . .
이건 아니지. 혜초스님 열반부도나 기념 탑은 아니지.
혜초 탑이 있겠나.
아마도 그런 탑은 없겠지.
우리가 이제 만들어야겠지.
스님과 마추쳤다.
찔금.
돈도 안 내고 막아놨는데 담치기 해서 들어왔는데. . . . .
오히려 역공으로 나갔다,
당당하게, "나는 한국에서 왔고, 금각사의 유명한 이름을 듣고 꼭 한번 보고 싶어서 왔다. 정말 크고 좋은 절이다. 주저리 주저리. . ." 했더니 (안되는 중국말로. . ㅋㅋ. . .)
그 스님이 좋아 하시고,
기념사진까지 박아서
본인의 의도를 스님께 확실히 보여주었다.
설마 나가라고야 하겠나. . . .
그대신 나는 입장료를 안내는 대신, 불전함에 추가로 입장료를 더 넣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안 보아도 그런건 한다.
이건 뭣 하는 물건인고?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금각사를 뒤로 하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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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려갈 일이 고생이다.
야, 이거 어떻게 내려가나.마을버스를 기다려야겠지?
영벽 앞에서 나물 파는 아저씨랑 그 옆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10위안을 내건, 30위안을 내건. . . . .
그런데, 빈 택시 하나가 내 앞에 선다.
옳거니;.
얼마? (두워 샤오 쳰?)
30위안 내란다.
30?
20위안,
20위안 , 오케이, 커이 커이,
기분 좋아요.
그 아저씨가 택시에서 중국노래,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어서,
"중국노래 좋다 재미있다 어쩌구" 떠들면서 내려왔다.
나중에 한국 와서, 태경 스님께 금각사 얘기를 했더니,
"그러니까, 금각사하고 자매결연을 맺어서, 혜초 탑을 하나 세우고, 거기 석상도 하나 세우고,
단체로 한국 참배객들을 받으면 되겠다, 혜초스님도 기리고, 관광 프로그램으로 돈도 벌 수 있겠다" 그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면 금방 갑부 되겠다.
태경스님이 마침 한국 오대산 월정사 박물관에서 근무하시니까 마침 잘됐네. . .
한국오대산, 중국오대산 끼리끼리 짝짜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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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유스호스텔) 바로 옆에 죽림사가 있다.
여기도 가 봐야지. 참새 방앗간이다.
2Km 정도 걷는 것은 이제는 일도 아니다.
멀리 죽림사가 가까워졌다.
중국 절은 아무리 큰 절이라도 이렇게 가능한 한 평지에 건설하는 것이
아무 흠이 안되는 것 같다.
우리 생각에 큰 절은 심심유곡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마도 지형이 달라서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넓은 땅이 많으니까. 구태여 옹색하게 지을 필요가 없겠지.
가까워졌다.
여기도 그리 만만한 절은 아니다.
문수보전인데, 3층으로되어 있다. 무척 크다.
(반면에 대웅전은 초라하다)
향로의 화려함이라니. . .
와불님이 계신데, 그것도 크다. 사람과 비교해 보면.
현재 이 죽림사는 대대적으로 건설공사를 하는 중이다.
오대산 제 10회 "시원한 여행" 여름 캠프.
관세음보살님이 너무 예쁘다.
보살님을 예쁘다고 하면 대단한 불경 (不敬)아닌가?
이래도 되나?
예쁘게 만든사람 탓이다.
영벽도 공사중이다.
탑이 대단히 큰데,. . . .
사진 한장에 다 안들어온다.
죽림사는 당나라의 법조(法照) 스님이 창건하였는데,
먼저 여산에서 염불삼매를 닦고 (여산은 염불도량이다) 형산을 거쳐서, 남악의 미타대에서 5회염불을 창행(創行)하였다. 770년에 오대산에 와서 문수보살의 행적에 참례하고, 798년에 죽림사를 창건하였다.
5층의 8각 누각형 사리탑은 명대 홍치 년간(1488-1505) 연경(북경)의 목씨(穆氏)가 건립하였다.
일본의 圓仁(엔닌)은 최증의 제자인데, 최증은 804년에 입당하여 돌아온 후에 천태종을 일본에 전하였다. 엔닌은 840년에 오대산 죽림사에 와서 백옥계단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아직
아직 그래도 시간이 약간 남았기에 욕심을 부려서 남산사(南山寺)까지 가보기로 한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가는데,
보이는 것은 오대산 중학이다.
중국 공산당시절 (하긴 아직도. . . )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중국의 중학은 초급중학과 고등중학이 있는데, 우리나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해당한다.
여기는 그냥 중학이라고만 써서 初中인지, 高中인지 모르겠다.
중국도 대학입시가 치열해서,요즘은 이른바 명문 고중(고교)은 상당히 유명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남산사는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할 것 같다.
첫댓글 금각사란 이름을 가진 절은 일본도 중국도 아름다워요
_()_ 감사합니다. 일본 쿄토 가서도 금각사 보러 헤매고 다녔지요.
금각사는 보고 은각사는 보지 못했네요. . .
ㅋ. 금각사 보셨군요. 바로. 스님이 친근하게 보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