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① 육하원칙
대심거사 조현춘 010 9512 5202 합장
1. 키플링의 육하원칙
우리는 학교에서 ‘사건기술(기사작성) 육하원칙’이라면서 키플링의 육하원칙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키플링의 육하원칙은 4개만이 사실(fact)이며, 하나(왜?)는 추측이고, 하나(무엇)는 공허한 것입니다(무엇을 what, 왜 why, 언제 when, 어떻게 how, 어디서 where, 누가 하였는가? who).
프로이트 이후, 어느 누구도 행동의 이유를 말할 수 없습니다. 행동 이유의 90%이상이 무의식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범죄사건이 일어났다고 합시다. 가해자(혹은 가해자의 변호사)가 주장하는 행동 이유와 피해자(혹은 피해자의 변호사)가 주장하는 행동 이유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판사는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 이유입니까? 이유를 추측할 수는 있지만,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무식용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은 <어떻게>에 포함되는 사항입니다. 1) 달리기를 운동화 신고 빨리 하였다, 2) 운동화를 신고 빨리 달렸다, 3)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빨리 하였다, 이 세 문장 중에서 어느 것이 ‘무엇’이고, 어느 것이 ‘어떻게’ 입니까? 전체적으로 동작일 뿐입니다.
결국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네 개 뿐입니다. 즉 네 개만 사실(fact)입니다. 지금도 키플링의 육하원칙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식용감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부처님의 육하원칙
불교경전은 원칙적으로 첫 머리에 <부처님의 육하원칙>이 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육성취). 부처님의 육하원칙은 언어에 따라 순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① 우리말 : 누가(主, who1), 누구와(衆, with whom, 추가사항1), 언제(時, when), 어디서(處, where), 어떻게 하는 것을(信, how), 누가 듣고 봤는가(聞, who2, 추가사항2) : 5W 1H입니다.
부처님이 일천이백 오십명의 스님들과
많디많은 보살들과 어느날∼ 사위국의
기원정사 계시면서 다음같이 하시는걸
제가직접 들었으며 제가직접 봤습니다.
② 한문 : 信(how), 聞(who2), 時(when), 主(who1), 處(where), 衆(with whom) : 5W 1H입니다.
如是 我聞 一時 佛 在舍衛國 祇樹給孤獨園 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 及 大菩薩衆
③ 영어 : 時(when), 聞(who2), 主(who1), 處(where), 衆(with whom), 信(how), : 5W 1H입니다.
One day, I heard and saw what the Buddha did at the Jeta-Anathapindika park with 1250 monks and a great company of bodhi-sattvas: it preceeded as follows.
3. 누구 책임인가?
저는 상담심리과학자로서, 교수가 된 후, 그리고 박사가 된 후,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을 즈음에, 새 천년 육하원칙을 주창하였습니다. 같은 내용을 과학적 육하원칙, 심리학적 육하원칙이라며 가장 적절한 이름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2600년 전에 부처님께서 저와 완전히 일치하는 육하원칙을 말씀하신 걸 발견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몇 년 동안을 제가 그러는 동안 아무도 저의 그런 주장을 비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멋진 육하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플링의 엉터리 육하원칙을 가르치는 교육부에 대해서 분노를 느낍니다. 그러나 워낙 많은 것을 가르치다보니까 교육부에서는 간과하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엉터리 육하원칙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래도 ‘실제로 육하원칙을 활용하고 있는 언론인(편집인, 기자), 법조인(판사, 검사, 경찰), 국어국문학자, 논리학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책임의 순서를 정한다면, 대법원장, 법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방송국 편성국장, 신문사 편집국장들이 먼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출처 : 무비·조현춘 공역, 『가사체 불교경전과 한글세대 불교경전』, 653∼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