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단 詩評(35) 김자일 시인(35)

[趙南宣]

국제문단 詩評(35)

김자일 시인의 작품세계를 보며

                                                                                       인봉 조남선

  마음이 동(動)하면 우주를 품고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서도 천지의 기운을 느끼며 대화를 한다. 무심히 사는 듯하면서도 끊임 없이 우리는 그 대화를 하면서도 마침내 다하지 못하고 늘 아쉬워한다. 생각이 많아서이고 특히 시인의 경우는 생각이 심오하기 그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맛은 살만큼 살아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남이 시킨 삶 말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직접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라야 진가를 알 수 있게 된다. 문학작품을 통해 알아 보자.

  김자일 시인이 2022. 계간문예『국제문단』여름 호에 발표한 “꽃자리”를 살펴본다.

“꽃자리”

                                                                        김자일

“/토끼풀 팔랑이는 연초록 풀밭에/꽃진 민들레 빈 대궁/목 늘이고 서 있다/바람의 방향을 살피며 호시탐탐/유영의 시간을 가늠하고 있다/

/아서라/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단다/.....중략..../욕심을 버려라/지금 네가 앉은 자리가/꽃자리니라./”

  김자일 시인 스스로 마음자리를 살피며, 욕심 없이 나의 자리를 꽃방석의 자리처럼 여기는 신선함과 인생의 중후(重厚)함이 느껴진다. 역시 인생에 있어서만큼은 연륜이 대변해 주는 것이 분명하고 적확하다. 세파에 곁눈질 하며 망설이거나 눈치보지 않는 무소의 뿔처럼 정면돌파의 힘이 있어 보인다.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나 확실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시이어서 좋다.

누가 여기에 욕심을 부릴 것인가?

  “수종사에서”

                                                                                     김자일

  “/사랑을 잃고 잠 못 이루는 그대여/송화가루 날리는 5월/수종사 앞마당에 서 보라/대웅보전 화단에 다소곳이 앉아/독경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란을 보며/새소리 어우러진 풍경(風磬)소리를 들어보라./

가슴에 한(恨) 없는 사람 뉘 있으랴, 이 한 소절 읊어 보고 가슴쓸어 내려 보라. 무명(無明) 또한 찰나에 번쩍 뜨이리니 명품이로세. 멋지게 그려진 한 폭의 그림일세. 천지를 잠에서 깨우는 풍경(風磬)소리 듣고 번쩍 눈을 뜨면 온천지에 광명이라. 시인이 그려낸 솜씨이어라.

  “/등돌린 세상이 야속해/한 잔 술에 휘청이는 그대여/고요가 내려앉은 삼정헌(三鼎軒)에 들러/녹차 한 잔으로 응어리진 마음 달래며/두 강물이 말없이 몸을 섞는/두물머리를 바라보라./”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란 말이 옛 어른들 사이에서 흘러흘러 지금까지 입에 오르내리고 있듯이 ‘등 돌린 세상이 야속해’란 말 역시 그렇게 우리들 삶 속에 애환으로 파고들어와 있다. 그러나 세상은 돌릴 등이 없다. 등 돌린 것은 오히려 인간이지 세상은 결코 아니다. 그 이치를 녹차 한 잔 음미하면서 두 강물이 몸을 섞는 두물머리를 바라보라고 했다. 깊은 뜻이 있다. 사랑엔 말이 필요없다. 마치 두 몸이 한테 어울려 묵묵히 하는 사랑 ‘연리지(連理枝)사랑’을 들어보았는가?

  “/외로움이 깊어 세상이 막연하다면, 그대여/사철묵묵한 자세로 운길산을 지키고 있는/오백 년 묵은 은행나무 아래 앉아보라/산바람인 듯 강바람인 듯/풍경(風景)속에 스미는 맑은 바람을 맞아보라/...상처투성이 가슴을 씻어버려라./”

  인간도 자연도 홀로서기에 능해야 마땅하다. 세상이 그렇고, 운길산이 그렇고, 오백 년 살이 은행나무가 그렇고, 유유히 흐르는 저 두물머리가 그러하며, 어디엔가 서있을 연리지(連理枝)가 그러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한 시인의 문학작품을 통해 왜 집착을 떨궈버려야 하고 무엇보다 왜 인간 내면을 관조(觀照)해야 하는 지를 살펴보면서 ‘말 없음은 전부이지만, 말함은 그것 뿐이다.’ 의 의미를 새겨 보게 된다.

김자일 시인은 멋쟁이 시인이다.

  “꽃자리” 라는 시제 하나로 시인의 진가를 드러내고 인생놀이마당을 축소판으로 잘도 표현했다. 코로나가 발   목을 잡은 지도 3년이다.

  “수종사에서”라는 시에서는 누구나가 푹 쉬어갈 수 있는 아늑한 곳으로 안내를 해 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운길산에 자욱한 물안개가 걷히고 나면 이내 서기(瑞氣)어린 광명의 빛이 오리라.

  두 작품을 음미하는 동안 무더위를 싹 잊게한 청량제가 되었다.

김자일 시인의 건필을 기원한다.

*한국문인협회 및 금천지부 회원

*국제문단문인협회 회원

*한국창작문학 회원

인봉 조남선 : 경기 남양주 출생, 「국제문예」시 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사)한국문협 문학치유위원회 위원. 서울시지회이사. 제6회 불교문학대상 수상.

강서문학상 본상 시부문「광장시장」으로 수상. 국제문인협회 제2대 회장 역임.

“2022.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국제문단문학부문)”수상

저서 :『군두쇠』『우리 꿈을 향한 불꽃』동인지 공저 外 다수 발표.

인봉 조남선 시집: 『이눔아』『쇠똥밭에 꽃이 피고 나비가 나네』

수상 : 2018.제5회 송강문학예술상(시 부문)수상, 2020.제10회 한국예초예술문화대상 수상. 유튜브문학방송‘詩詩한 남자’에 출연. 저작권협회 회원, 불교문학회 명예회장. 계간『국제문단』발행인 및 편집인

이메일 주소: sun-1948@hanmail.net. 전화: 010-3653-8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