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15줄 이상) : NASA가 오늘날 외계 생명체를 찾았다고 발표했다고 하자. 화성에 있는 박테리아나, 유로파 바닷속 이상한 외계 물고기라던가, 타이탄에 있는 고대 외계 문명의 유적들을 발견했다고 말이다. 얼마나 기쁜 소식일까?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끔직한 소식일 것이다. 어쩌면 절망적일지도.. 인류의 멸망은 거의 확실하다는 뜻일 것이고, 가까운 미래에 멸망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소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 인생에서 최고의 발견이 이렇게나 나쁠 수 있는 것일까? 생명의 탄생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의 계단이라고 해보자. 첫 번째 단계는 죽은 것들이 뭉쳐서 스스로를 복제하며, 항상성이 있고 저항성이 있는 살아있는 것을 만드는 화학적 과정이다. 이때, 한 편으로는 결과물이 바뀌며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원시 생명체가 조금 더 복잡해지고, 더 복잡한 구조물들을 만들 수 있으며, 주어진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런 세포들이 서로 결합해 다세포 생명체가 된다. 고로 생명체는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질 수 있게 된다. 그 이후 단계에서는 종이 커다란 뇌를 갖게 진화해서 도구의 사용, 문화, 집단 지성을 가능하게 하고, 이로 인해 생명체는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 이제 생명체는 행성에서 지배적 존재가 될 수 있으며 자신들의 필요성에 따라서 행성을 바꿀 수 있다. 행성의 자원에 거의 끝에 다다르고 행성을 떠나보려는 초기적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이 단계가 인류의 현재 단계이다. 우리가 아는 생명체의 본성은 밖으로 뻗어나가고, 가능한 한 구석구석 모든 곳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행성들이 한정된 수용 능력과 수명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종이 살아남고 싶다면 자신들이 퍼질 수 있는 더 많은 장소를 찾게 된다. 이제 그 종은 자신들이 소속된 항성계를 개척하고 더 많은 별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은하적 제국을 건설하는 문명이 되는 게 마지막 단계이다. 이 일련의 단계들은 그 위치에 상관없이 모든 문명이 거쳐야 할 하나의 범우주적인 규칙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리 은하에 500억개가 넘는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여기서 최소한 10억개의 지구형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그 중 다수는 지구보다도 수억 년 이상의 수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범은하적인 문명은 하나도 관측되지 않았다. 뭐라도 보여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단 말이다. 이 말은 어떠한 요인이 생명체가 현재의 우리가 있는 단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다는 소리이다. 과학자들은 이 무언가를 대여과기(The Great Filter)라고 부르기로 했다. 번역이 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냥 생명체의 꾸준한 성장을 막는 '큰 필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나 극복하기 어려운 위험이나 도전인 나머지 그것을 마주하는 거의 모든 생명체를 소멸시켜 버리는 그런 필터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이런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두가지 시나리오가 있다.(시나리오 쓰고 있네.) 시나리오 1: 필터는 우리 이전에 있었으며, 우리가 첫 번째이다. 이런 상황이면 정말 다행인 것이다. 인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거의 불가능한 단계를 거쳐왔으며, 아주 특별한, 어찌보면 선택된 존재들이다. 시나리오 2: 필터는 우리 단께 이후에 있다. 수많은 다른 존재들이 이미 멸망해버렸다. 이 필터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그 어떤 것보다 엄청난 규모의 위험한 사건일 것이다. 대재앙이 우리를 덮쳐 우리 대부분을 죽인다던가 우리는 수천년 전으로 되돌려놓는다고 해도, 우리는 살아남아 회복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회복할 구 있다면, 백만년이 걸린다고 해도 극복할 것이다. 필터가 정말 존재한다면 너무 위험하고 순수하게 파괴적이어서, 우리은하 상에 존재하는 전부가 아니라면 최소한 대부분의 고등한 문명을 수억년에 걸쳐 파괴했을 것이다. 대규모 핵전쟁, 통제를 벗어난 나노기수르 최악의 수퍼박테리아를 만들어버린 유전자 조작, 대기권 전체를 불태워버리는 실험, 인공지능... 이런 일들을 충분히 일어날만하다. 아니면 더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다. 행성의 지배권을 얻을 정도로 경쟁적인 종은 자원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그 행성을 파괴하게 된다. 아마 모든 생태계에 일어난 연쇄반응 중에 한 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외계 생명체를 찾는 것이 끔직한 것이다. 우주에 생명이 흔할수록, 그리고 더 발전해 있을수록, 필터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더 신빙성 있게 된다, 박테리아는 나쁠 것이고, 작은 생명체는 끔찍할 것이며, 지적 생명체에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만약 고대 외계 문명의 잔재라면 그야말로 절망적인 것이다.
느낀점(15줄 이상) : 기쁠 줄만 알았던 외계 생명체 발견이 인류에게 그렇게 큰 위협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럼 왜 사람들은 외계인을 찾는 일에 그토록 열광할까? 나도 모른다. 혼자인게 외로워서 그럴까? 분명히 과학자들도 대여과기에 대해 알고 있을 터인데 왜 그렇게 찾고 싶어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가장 좋은 상황은 화성은 불모의 땅이며, 유로파의 바다는 잔잔하고, 우리 은하는 텅 빈 상태이다. 우리만을 기다리는 새로운 수억 개의 집들. 우리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기를. 그런데 조금 허전한 기분이 든다. 외계인이 없어야 좋은 것이라니.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의사소통을 하며 서로서로 도와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들을 만난다면 우리는 우리와 이 우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될까? 정말 기대된다. 그리고 필터를 지나온 우리와 같은 아주 특별하고 운이 좋은 다른 생명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된다면 이 세계는 스타워즈 같을 텐데 말이다. 혹시 우리가 필터 중간에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자원을 고갈시키고 싸우고 있다. 기후에서 도망 치는 연쇄 반응을 시작하고도 있다. 또 다른 행성을 점령하고 싶어하는 야망도 드러내고 있다. 모든 현명한, 우리만한 문명이 이러한 문제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기후 문제를 아주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다. 인류가 이 크나큰 장벽을 넘는다면. 만약 넘는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뻥 뚤려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적인 생각도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