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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공의 적 1
프롤로그
1.
초등학교 외경부터 운동장을 지나 게시판이 걸린 현관. 그리고 다양한 표어가 적힌 계단을 올라가 신발이 가지런히 정렬된 신발장과 반들반들한 복도.
창문을 통해 보이는 교실과 교실을 가득 메운 1학년 어린아이들.
가슴 한쪽에 손수건을 핀으로 꽂고 있고 그 위에는 명찰이 달려있다.
칠판에는 ‘반장선거’ 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 있고. 그 앞에는 똘똘해 보이는 어린 철중과 조금 멍청해 보이는 아이 하나가 나와 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 위로 어린 철중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어린철중: (N)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떠들지 않고, 콧물 흘리지 않고, 여자 짝꿍 때리지 않으면 착한 어린이입니다. 나는 착한 어린이었고, 그래서 반장이 되었습니다.
반장에 뽑힌 듯 아주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어린 철중.
박수치는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강당에 잔뜩 모여 있는 어린이들. 모두 반장인 듯 앉음새가 반듯하고 ‘반장’ 배지가 달려있다.
강당 전면에는 ‘학생회장 선거’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당 단상에 올라가 힘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선거 연설을 하는 6학년의 강철중.
그 뒤에는 철중을 잔뜩 비웃는 얼굴로 서있는 건장한 6학년. 철중보다 목 하나는 더 있는 체격이다.
철중이 들어가고 건장한 6학년이 마이크 앞에 나온다. 그러자 어린이들 뒤에 자리 잡고 앉아있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그리고 선생님들 사이, 교장 선생 옆자리에 화려뻑짜하게 꾸미고 앉은 자모 하나가 보인다.
선생님들, 자모에게 말을 걸며 잘 키웠다는 듯, 부럽다는 듯 이런 저런 칭찬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뒷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보는 철중.
건장한 6학년의 연설이 끝나자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선생님들.
자모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미 게임 끝났다는 듯 거만하게 웃는 건장한 6학년.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어 철중에게 보인다.
1학년보다 조금 나이든 목소리로
어린철중: (N)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난 인생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것,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런 모범생이 아니었다.
분한 듯 건장한 6학년을 쏘아보는 어린 철중.
건장한 6학년의 주먹이 철중 눈 하나 가득 들어온다.
어린철중: (N) 난 12살 76일에야 세상을 배웠다.
2.
뻑! 하는 격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얼굴이 돌아가는 중학생의 철중.
가슴에 ‘강철중’이란 명찰이 정확하게 쓰여 있다.
화면 넓어지면 공사장 한 쪽의 공터.
수십 명 학생들이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버티는 철중.
중학생 철중: (N) 모범생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 남자의 인생. 그 자식이 학생회장이 된 것은 나보다 힘이 셌기 때문인 게 분명했다. 힘을 키우기, 안되면 버티기 이것 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교무실.
패잔병의 모습으로 줄줄이 서있는 학생들 수 십 명.
선생님들, 그 앞을 지나가며 출석부로 학생들 머리를 쾅쾅 때리고 지나간다. 그래도 전우애를 느끼며 서로를 보고 씩 웃는 학생들.
유난히 뿌듯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고개 들고 출석부를 맞는 철중.
줄의 마지막, 곱상한 부잣집 도련님 같은 남학생 하나가 서있다.
출석부로 머리 치던 선생님, 도련님 앞에 가자 도련님 엉덩이만 툭툭 치고 지나간다.
어라 ……. ? 하는 시선이 되는 철중.
교무실 문이 열리고 육중한 유력자 느낌의 아버지와 고급스럽게 꾸민 어머니가 나타나고.
선생님들 일제히 일어나 꾸벅 머리를 숙인다.
부모, 다소 거만한 느낌으로 인사를 하고.
선생님 하나가 도련님을 향해 손짓을 한다.
도련님, 학생들에게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부모님 쪽으로 가고. 학생들, 도련님 동선을 따라 시선 옮아간다.
도련님을 맞는 어머니, 안쓰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주는데 얼굴이 천사 같다.
도련님 보는 학생들을 돌아보는 순간, 표독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바뀌는 어머니.
허걱- 놀라는 학생들.
선생님들의 토닥거림을 받으며 부모와 함께 교무실을 나서는 도련님.
충격을 먹은 청소년 철중 얼굴 C. U. 되고.
중학생 철중: (N)힘 ……. 것도 아니었다.
3.
고등학생이 된 철중.
칠판 하나 가득 복잡한 수식의 문제를 풀고 있는 고등학교 철중의 뒷모습.
조용한 화면 위로 칠판을 날아가는 철중의 분필 소리만 흘러나온다.
마지막 답 ‘0’을 써내고는 딱- 점을 찍는 철중.
그리고 돌아서는 얼굴엔 안경이 씌워져있다. 가슴엔 자랑스러운 이름표 ‘강철중’
그러면서 씨익- 미소하는 철중.
앉아있는 학생들 중에 아주 느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재수 하나가 보인다.
모두들 철중을 향해 감탄을 하고 있지만 재수는 비릿한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다.
고교 철중: (N)학생의 본분은 공부. 중학교 때 개교 이래 최대 폭력 사건에서 그 자식이 빠져 나간 것은 ……. 그 새끼가 전교1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의 고교시절은 내신 1등급을 향한 고독한 싸움으로 시작되었고 난 승자가 되리라 믿었었다.
체육관
재수와 철중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둘 모두 비슷한 시기에 점차로 느려지더니 올라오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그러자 학생들 뒤, 의자에 앉아 무심한 듯 초시계 보고 있던 체육 선생님
슥 일어나 재수 머리 쪽으로 옮겨 와 쭈그리고 앉는다.
그리고 재수가 내려왔을 때, 곤봉으로 슬쩍 슬쩍 재수의 등과 허리를 밀어 올린다.
그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눈 질끈 감고 열심히 윗몸일으키기 하고 있는 고교 철중.
체육관, 밖. 교장선생님이 서서 그 모습 바라보고.
흐뭇한 듯 고개 끄덕이며 바라보는 교장.
체육 선생 인사하고.
교장 선생, 슥 비켜서면 체육실 안으로 번쩍거리는 새로운 체육 도구들을 줄줄이 실어 나르는 인부들.
그 모습 보다가 돌아서는 교장 선생의 팔목에 금팔찌가 번쩍거린다.
모기 물려 가려운 듯 뒷목 긁적이는 교장 선생 ……. 목에도 금 번쩍이다.
새로운 체육 도구들 앞에서 ‘B'가 쓰여진 평가표를 들고 서있는 고교 철중과 A플러스 평가표를 들고 서있는 재수.
그 모습 바라보는 철중의 충격 먹은 얼굴 C. U. 된다.
그리고 빠르게 인서트 되는 과거의 모습들.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과 악수하며 돈 봉투를 건네던 엄마와 중학시절, 선생님 책상 위에 돈 봉투를 놓던 도련님의 아버지 그리고 재수를 보는 고교 철중의 얼굴로 돌아오고.
고교 철중: (N)착한 어린이가 돼도, 힘을 길러도, 공부를 잘해도 …….
철중: (N)내가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넘어설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난 어른이 되었고 …….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나의 전쟁도 시작되었다.
씬 1. 도로 (아침)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 여기저기 빵빵거리는 크락션 소리와 매연, 탁한 공기 등이 짜증스럽기 그지없는 전경이다.
그 화면 위로 흐르는 맑고 경쾌한 목소리.
여자: (E) 눈 가장자리의 근육을 움직여 주시는 게 포인트 입니다. 입만 웃을 때, 상대방 은 뭔가 가식적인 인사를 받았단 느낌이 들겠죠.
도로의 차 가운데 가장 낡았다 싶은 구형 중형차 한대로 Z. I. 되고
차 안
테이프가 돌아가는 카세트 데크.
여자: (E) 자, 따라해 보시죠. 눈과 입을 함께 웃음으로. 치즈-!
화면 넓어지면 운전하고 있는 철중.
테이프에서 시키는 대로 눈을 크게 뜨고 입으로 치즈- 하며 웃음을 지소 있다.
철중: 치즈-!
치즈- 치즈- 계속 웃다가 뭔가 시선을 느낀 듯 돌아보면 옆 차의 운전자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구경하고 있다.
옆 차 운전자에게도 치즈- 하고 웃어 보이는 철중.
어이없어 마주 보고 웃는 옆 차 운전자.
계속 흐르는 매너 테이프의 여자 목소리.
여자: (E) 자 그런 웃음과 함께 오늘 아침엔 가볍게 인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이!
씬 2. 로비(아침)
큰 건물의 로비. (서울지검)
경비 둘(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경례를 붙이고 있다.
여자들이 간간히 끼어있을 뿐 대부분 점잖은 인상의 남자들(검사들)
경비들의 인상도 경직돼 있다.
철중: 하이!
움찔 놀라, 눈을 드는 경비들.
그들 앞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보이고 들어가는 철중.
나이든 경비, 빙긋이 웃으며 다시 경례하고.
철중이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의아한 듯 돌아보고 묻는 젊은 경비.
젊은 경비: 누구에요? ……. 첨보는 얼굴인데.
늙은 경비: 자네 출근한 지 얼마 됐지?
젊은 경비: 4일이요.
씬 3. 사무실 입구(아침) -김신일 부장검사의 방
사무실 입구. 안에서 흘러나오는 벼락같은 목소리.
신일: (E) 4일 동안 잠복?!
씬 4. 신일 사무실(아침)
성질이 잔뜩 나있는 신일이 책상에 앉아있고.
그 앞에 열중 쉬어 자세로 서있는 철중.
신일: (일어서며) 너 검사 맞어?!!
철중: (N) 그렇다. 난 세상을 향한 전쟁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검사가 되었다.
철중에게 손 내미는 신일.
내민 손바닥을 보다가 신일의 얼굴을 보며 웃으려고 하는 철중.
신일: 치즈- 너 그거 할라 그러지? 됐어. 신분증 내놔
철중: 뭐 하시게요?
신일: 수사관 발령 내 줄께. 잠복 실컷 하구, 현장에서 밤새고, 검사 할 거 뭐 있냐?
그 때, 여직원이 서류철을 들고 들어온다.
여직원: 부장님, 여기 사인.
철중: (여직원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하이!
여직원, 쿡- 웃는데
신일: (철중 손잡아 내리며 억제된 목소리로) 그냥 ……. 좀 ……. 검사하자, 응 검사답게.
철중: (N) (빙긋이 웃는 얼굴 C. U)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 스마일 검사가 되었다.
씬 5. 강력부 사무실(아침)
철중이 벌컥 방문 열고 들어가자 여직원, 40대의 박계장, 김계장, 20대의 강석신 수사관(씩씩한 느낌)과 30대, 40대의 수사관들이 일제히 바라보는데
철중: (반갑게 손들고) 하이! 별일 없었죠?
그 가운데 무서울 만큼 점잖을 떨고 목소리를 까는 수사관 석신이 슥 앞으로 나온다.
석신: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철중: (계속 웃으며) 뭔데?
석신: (깍듯하게 목례하며) 축하드립니다.
의아한 철중.
천천히 고개 드는 석신, 아주 느끼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석신의 미소에 따라 미소하는 철중.
CUT TO
그 크기 그대로 일그러진 철중의 얼굴 C. U. 되고 그 위로
최영섭: (O. L.) 맞습니다. 위즐 나이트 저희가 접수할려구요 ……. 치구 박다가 뱀눈하구 쌍칼 하구 ……. 고의가 아니라. 어쩌다가 머리를 그냥 좀 잘못 쳐서 …….
화면 넓어지면 강력부 사무실.
철중이 가운데 책상에 앉아있고, 그 앞에 포승에 묶인 엄청난 덩치의 사내 셋이 앉아있다.
좌우로 늘어진 책상에 계장과 수사관들이 앉아 있거나 걸쳐 서있고, 모두 세 사내의 진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동일: (고개 끄덕이며) 기물 파손한 것도 인정하구요.
김이석: (껄렁껄렁하게) 최 사장 개새끼 협박으루두 걸었죠? 그것도 뭐 ……. 없는 얘기 아니니 까 인정하죠.
세 사내를 쭉 훑어보고 후 ……. 깊은 숨을 내쉬는 철중. 더 이상 미소 짓는 얼굴이 아니다.
조용히 시간이 흐르자 모두 초조한 기색을 띄고 그러다가 씨익- 웃는 철중.
너무 무서워져 얼떨결에 따라 웃는 사내 셋.
최영섭: (뒤를 돌아보며) 박계장님, 저기, 조서에 저희가 지장.
철중: (말 자르며) 안테나 왔었냐?
최영섭: (화들짝 놀라 철중을 보며) 예?
철중: 안테나가 광진파, 순식파 연합하는 거 들키느니 위즐나이트 한 건으루 정리하는 게 낫다구, 인정하라구 했지?
최영섭: (억지로 웃으며) 아니 무슨 ……. 안테나 형님 못 뵌 지가 언젠데.
철중: (최영섭을 보면서 씩 웃고 고개 끄덕이며) 음.
최영섭: (땀 뻘뻘 흘리며 시선 피하다가 벌컥 화내며) 그 동안 조사하시던 거 그냥 다 인 정 한다구요.
철중: (일어서며) 어제 얘네 면회 온 거 누군지 체크해서, 안테나 없으면 73년생 선영 규, 82년생 안상욱, 83년생 정승환, 85년생 최한솔.
정신없이 받아 적는 수사관들과 계장들.
철중: (멈칫 생각이 나지 않는 듯 인상 쓰며) 팔이. 팔삼 ……. 팔오 ……. 누가 빠졌는데 …….
생각해내려는 듯 최영섭을 째려보는 철중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시선 피하는 최영섭.
철중: (혼자 웅얼거리듯) 팔공공오일팔 ……. (수사관들 보며) 아, 팔공 년생 최용욱이, 팔 일년 장 기현이. 걔네들 중에 하나가 있을 거야. 그 놈이랑 안테나 들어오라고 하구, (서류 철 탕탕 정리하며) 위즐 나이트건 하고 광진, 순식, PDA파 연합 건하고 묶어서 다 시 갑시다.
자기 집무실로 들어가는 철중.
최영섭: (강동일 보며) 야 한솔이 형님 ……. 아니 최한솔 그 개새끼 ……. 85년이었냐?
강동일: (넋이 나가) 전 영규 형님 73년생인 것두 지금 알았는데요……. (그러다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서서)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요, 피의자가 인정한다는데 이게 뭡니까, 도대체!
강석신: (뒤로 다가와 강동일 어깨 잡아 앉히며) 그게 우리 검사님 스타일이다, 스타일
최영섭: (어이없고 억울해서) 아니 그래서, 두 달 동안 조사해온 거 다 엎어버리구 새루 시작한다구요?
박계장: (한숨 팍팍 쉬며 서류철 꺼내고) 한 번에 끝내시는 경우가 없어요, 한 번에. 고구 마 줄기 캐듯이 줄줄이 엮어 놔야 속이 풀리지.
석신: (박계장에게, 진지하게) 박계장님
박계장: 어, 왜?
석신: 지난주보다 스마일이 좀 진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씬 6. 집무실(아침)
서류를 훑어보고 있는 철중.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따라하고 있다.
여자: (N) 치-즈-에 너무 질리셨다구요? 그럼 이런 발음으로 연습해볼까요? 위스키-!
철중: 위스키-! (그러다 문득 고개 들고 아주 진한 발음으로, 마치 욕설처럼) 시베리안 허스키-! 스와로브스키-!
그리고는 아주 흡족한 듯 킬킬거리며 서류를 읽어나간다.
씬 7. 골프장 전경 (낮)
잘 다듬어진 초특급 골프장의 전경.
멀리로 양복을 입은 승우와 수행비서 정훈, 보디가드 풍의 사내1, 2와 50대의 김 사장이 골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보인다.
김 사장: 설비나 잔디 상태나 구조나 ……. 뭐 가 자네 선친 살아계실 때부터 맘에 뒀던 곳인 데 불만이 있을 리 있겠나. 그냥 좀 궁금할 뿐이지.
승우: (웃으며) 궁금하시다뇨?
김 사장: 그 쇠심줄 같은 안 이사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말이야. 이 골프장에 목숨 걸었잖아, 그 양반
승우: 이사장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매각을 결정한 일이면 이사가 협조해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 사장: (은근슬쩍 승우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에이, 이 사람 ……. 선수끼리 왜 이러나 ……. 나한텐 솔직해도 되지. 얼마에 쇼부 본건가?
승우: (미소하며) 그런 일 없습니다, 김 사장님
김 사장: (슬쩍 비웃는 느낌으로, 반쯤 협박조를 담아) 그래? 매매 계약서 도장 찍는 날까 지 공동 명의자 코빼기도 못보구 도장 찍어도 될까 모르겠네. 내 돈 주구 산 골프 장, 들어오는 건 두 달 뒤구, 어디 가서 샀단 얘기도 하지 말라구 그러구.
승우: (걸음 멈추고 서서) 조건에 합의가 돼서 계약하신 것 아닙니까?
김 사장: (호기롭게 웃으며 승우 어깨를 툭툭 치고) 알아, 알어. 그 조건으루 싸게 샀지. (의 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그냥 어쩐지 자네하고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 이야.
잠시 보는 승우.
김 사장이 앞서 걸어가고.
김 사장의 뒷모습 보다가 피식 웃는 승우.
씬 8. 골프장 사무실 (낮)
골프장이 한 눈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김 사장과 승우.
승우의 뒤로는 수행비서 정훈이 서있다.
두 개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서로에게 건네며 계약을 마치는 두 사람.
정훈이 문 쪽으로 슬쩍 갔다가 냉장고쪽으로 다가간다.
김 사장: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으며) 참 ……. 정말 ……. 자네 아버님한테 여기 공동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가 천박한 장사치 발 들일 곳 아니라고 문전박대 당했던 거 생각하면 …….
그러다가 멈칫하는 김 사장. 수건에 콜라 캔을 꺼내 싸는 정훈을 본다.
김 사장: (수건에 싼 콜라 캔을 승우에게 건네는 정훈을 보며) 지금 ……. 뭐 하는 …….
하는데 승우가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뻗어 김 사장의 의자를 밀어 넘어뜨린다.
그러자 김 사장에게 다가가 수건에 묶은 캔으로 김 사장의 복부를 엄청난 힘으로 내리치는 정훈.
커억- 흰 거품을 뿜는 김 사장.
충격이 너무 큰 듯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다.
조용히 계속 내리치는 정훈.
김 사장이 사지를 부들부들 떨며 숨이 넘어갈 듯하자 천천히 일어서는 승우.
그제야 손을 멈추는 정훈
승우: (김 사장을 내려다보며) 내가 버린 찌꺼기 줏어먹구 케케묵은 상처를 씻든 가문의 영광으로 삼든 상관없지만 ……. 같잖은 협박으루 나를 같은 부류로 삼고 싶어 하면 ……. (차마 말을 다 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오늘 일, 갚고 싶으면 사람 사서 날 죽여. 어설프게 복수하다 실패하면 ……. 평생, 오늘 죽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살게 될 거야.
정훈은 그 사이 콜라를 다시 냉장고에 정리해 놓았다.
승우가 나가고.
정훈, 김 사장을 일으켜 의자에 앉힌다.
정훈: 겉으로는 멍 하나 남지 않습니다. 병원 가서도 당장은 2주도 나오지 않습니다. 공연한 수고 마십시오.
승우의 뒤를 쫓아 나가는 정훈.
씬 9. 명선 고등학교 강당 (낮)
전면에 [ 명선 장학재단 발족 및 1기 장학생 장학 증서 수여식]이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단상에는 승우가 학생들 하나하나에게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단상 위 아래로 방송 신문사의 카메라가 포진해 있다.
씬 10. 호텔 연회장 (밤)
[명선 골프 장학회 제 1기 후원회의 밤]이라는 세련된 CG 화면이 천장과 벽에 떠다니는 연회장.
한 눈에 보기에도 정재계 유력 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승우의 주변으로 그런 사람들 대 여섯 명이 몰려 서있다. 40-50대 유력인사들의 느낌이다.
승우의 바로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정훈.
정훈: (승우에게 낮은 소리로) 한서뱅크 최행장님이십니다.
최행장: (악수를 청하며) 매스컴으로 뵙던 모습보다도 출중한 인물이십니다.
승우: (악수하며)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행장: 별말씀을요. 이렇게 훌륭한 일에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정훈: (옆의 신사에게 시선을 주며)서문 방송 차국장이십니다. 편성 담당이십니다.
차국장: (악수 청하며) 진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승우: 꿈나무 특집 방송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차국장: 좋은 소재를 제공해주셨는데 제가 더 감사할 일이죠.
신사3(이하 부총재): (그들에게 다가오며) 우리 젊은 이사장 너무 유명해지셔서 이제 나 같은 늙은이는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닌가?
최행장, 차국장이 부총재에게 인사하고.
정훈이 입구를 향해 슬쩍 눈치를 주면 입구의 경호원들 길을 열어주고, 기자들 들어온다.
승우: (웃으며) 부총재님께서 만들어주신 후원회원들이신데, 시기하십니까?
부총재: (다정하게 승우의 어깨를 짚으며) 시기 하지, 그럼. (승우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대한민국 차세대 중에 우리 조이사장만한 그릇, 눈 씻고 찾아봐도 없거든.
기자들, 다가와 퍼퍼퍼펑- 사진 찍고.
승우, 최행장, 차국장, 부총재와 나란히 서서 외교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 11. 강력부 (밤)
앞서의 세 명이 수사관들, 계장들 앞에 앉아 조서를 작성하고 있고 문 열리며 두 명을 더 엮어 들어오는 석신.
사무실 전체가 어수선하고 복잡한 느낌이다.
그 때, 벌컥 집무실 문 열고 나오는 철중.
일순 조용해지며 철중을 보는 일동.
씩- 웃는 철중.
철중: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 둘을 보고) 앞으로 세 시간 동안 이 방에서 전화사용 금지. 알겠습니까? (수사관들과 계장들을 보고) 집합합시다.
에 …….? 의아한 얼굴의 일동을 뒤로 두고 저벅저벅 걸어 나가는 철중.
씬 12. 소회의실 (밤)
소회의실 열고 들어가는 철중. 뒤따라 들어오는 수사관들, 계장들.
방 안에 대기하고 있던 강력반 반장과 형사들 십 여 명이 벌떡 일어선다.
철중: (반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급하게 요청해서 미안합니다.
반장: 별말씀을요.
철중: 안테나파 제대로 정리해봅시다.
인원 정렬하고 전면의 책상 앞으로 가서 서는 철중.
철중: 우리가 위즐나이트 건 빌미로 3파 연합에 대해 전격 수사 시작한다는 정보 흘린 지 딱 30시간 지났습니다. 지금쯤 모여서 머리 굴리면서 이빨 맞추고 있을 겁니다. (시계 보며) 23시 30분기점으로 습격해서 광진, 순식, PDA파 행동대장급 이상 30명 체포 목표입니다.
아 ……. 저런 속셈이었어 …….? 하는 느낌으로 서로를 보며 감탄하는 수사관들.
흠 ……. 역시 ……. 하는 느낌으로 팔짱끼고 고개 끄덕이는 석신.
철중: 세 개 파가 모여 있으니까 반항이 만만찮을 겁니다. (반장 보며) 총기 소지 점검. ?
반장: 했습니다.
철중: (형사들 중 하나를 보며) 박진우 형사, 딸 예쁜가? 이제 한 달 됐지?
형사1: (씩 웃으며) 예, 저 안 닮았습니다.
철중: 다행이네.(형사2 보며) 장모님 입원하셨다면서, 괜찮으신가?
형사2: 어제 퇴원하셨답니다.
철중: 못 가봤군. 늙어서 밥 얻어 먹구 살라믄 처갓집에 잘 해야 된다는데(반장 보며) 밥 하는 법 가르쳐 주든가, 집안 관리할 만큼은 시간을 주든가 하셔야 이 사람들 늙어서 안 굶을 텐데.
반장: 밥하는 법을 검사님이 가르쳐 주시죠
킥킥 웃는 형사들.
철중: 오늘 30명 체포 달성하면 강철중 요리 특강 있습니다. 각목, 야구 방망이까지는 오케이, 과도, 사시미 연장급 이상이면 발포 허가합니다.
술렁이는 형사들.
철중: 나쁜 놈 인권 보호하다가 내 사람 피 쏟는 꼴, 난 안 봅니다. 내가 책임 질 테니 까, 알겠습니까?
형사들: (우렁차게) 예!
철중, 움직이자 우르르 몰려나가는 형사들.
철중도 뒤따라 나가는데 들어오는 신일과 마주친다. 석신, 나가려다가 멈춰 서서 기다리고 있고.
신일: 출동인가?
철중: 예.
그리고는 점잖게 뒷짐 지고 서있는 신일.
조금 초조한 느낌으로 출구를 보다가 신일과 눈 마주치고.
씩 웃는 철중.
신일: (마주 씩 웃으며) 작전 종료 보고 받을 때까지 나랑 저녁이나 먹을까?
철중: 저녁 먹었습니다.
신일: 그럼 야식하지, 뭐.
철중: 부장님.
신일: 말해. 다 들어준다. 지금 현장 쫓아 나가서 가로 뛰구 세로 뛰는 거 하겠다는 것 만 빼구.
철중: 아니, 검사라구 현장 나가지 말라는 게 말이 안 되잖습니까?
석신: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서서) 말씀이 되지요.
철중: 뭐?
석신: 첫째, 검사는 검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하니까 현장 출동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신일: 그렇지.
석신: 둘째는 업무의 분담과 자기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검사는 범죄에 대한 조사와 감찰 을 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체포 현장은 수사관이 맡는 게 옳다는 것입니다.
신일: (눈 감으며) 옳지.
석신: 셋째는 강철중 검사께서 출동한 현장은
언제나 유혈사태로 종결된다는 이유인 데 …….
신일: (눈 뜨며) 강석신 수사관, 정말 할 수만 있다면 강철중이랑 바꿔서.
하다가 멈칫하며 두리번거리는 신일.
철중은 이미 자리에 없다.
석신: (말하던 자세와 말투 그대로)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놈들한테 당했다. 싶어 뭔가 말하려는데
석신: (머리 숙여 인사하며) 수사관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나쁜 놈들 잡아오겠습니다.
더 이상 뭐라 말 못하고 헛웃음 웃는 신일.
씬 13. 룸살롱(밤)
와장창 깨지는 양주병.
화면 넓어지면 민간인들은 출구로 빠져 나오고 수사관과 형사들은 들어가고 조폭들은 뒷문으로 도망치기 시작하는 현장.
민간인들을 한쪽으로 대피시키면서 조폭 들을 쫓는 수사관들.
보스 급들을 호위하며 내실에서 나온 조폭들, 뒷문으로 도망가려는데 형사들 몇이 뒷문으로 뛰어 들어오고.
조폭1: (눈치를 보다가 앞문을 보며) 뚫어!
그러자 앞으로 달려 나가는 조폭 막내들.
각목으로 형사들에게 대항하는데 살벌하게 생긴 조폭 몇 놈이 신문지에 쌌던 사시미 칼을 풀어내며 눈빛을 빛낸다.
형사들, 주춤하고 그 때, 뒷문으로 뛰어 들어 오다가 상황 보고, 멈칫하는 석신.
재빠르게 소파 뒤로 자세를 낮춘다.
뒤따라 들어오던 철중도 석신 뒤로 자세를 낮추고.
철중의 pov로 보이는 조폭 두목 급들.
철중: 광진이, 순식이, 안테나 ……. 오케이 다 있다.
석신: (자세 낮춰서 움직이며) 잡아오겠습니다.
철중: 석신아.
몸조심하라는 눈빛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철중.
철중: (눈빛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대로 조져.
씩- 웃고 접근하는 석신.
그 사이 살벌하게 사시미를 휘두르는 놈들 때문에 조금씩 밀리는 형사들.
반장의 시선으로 놈들 뒤쪽으로 접근하는 석신이 보이고.
반장: (총 꺼내 겨누며) 내려놔 자식아!
조폭1: 빈 총 들고 쇼하는 거 지겹지두 않나?
반장: 빈총인지 아닌지 해 볼까, 자식아?!
조폭1: (소파 딛고 도움닫기 하며 날아올라 칼로 찍을 자세 취하며) 해 보자고, 자식아!
순간 석신이 소파의 등받이를 짚으며 돌려 찬 다리로 조폭1의 다리를 걸어 엎어뜨리고.
반장, 기다렸다는 듯 조폭1에게 달려들어 수갑 채우고 형사들 몇이 가세하고, 몇 명은 보스 급을 체포하러 달려드는데 순간 쾅- 꺼지는 실내등.
어둠 속에서 놀라는 철중.
와장창- 컥- 으악- 비명만 들리는 가운데
누군가 쓰러지면서 잠깐씩 들어오는 무대 조명을 통해 상황이 보이는데 형사들이 밀리고 있다.
그 잠깐의 조명을 틈타 아수라장으로 뛰어가는 철중.
어둠 속에서 소리치는 철중.
철중: 나 서울지검 강력부 강철중 검사다! 조명갖구 장난친 새끼 수괴루 엮는다, 불 켜!
그러면서 타앙- 울려 퍼지는 총성.
마지막 말과 동시에 팟- 밝혀진 불.
일순 정지되는 동작들.
반장이 바닥에 누운 채 총을 쏜 자세로 있고 반장을 향해 내리꽂히던 사시미칼, 그 칼날을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석신과 철중.
칼날 끝은 반장의 목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다.
칼 잡고 있는 조폭2는 머리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상태.
철중: 체포해. 끝까지 반항하는 놈을 수괴로 보고, 순순히 체포에 협조하면 단순가담으로 인정한다. 범단 수괴는 15년 이상, 꼬래비는 일년두 안 먹는 거 알지?
그러자 보스급 세 놈이 앞 다투며 형사들 앞으로 수갑 받으러 나온다.
철중, 석신, 칼날 잡은 채 조폭2를 쫙- 째려보면 조폭2, 깜짝 놀라 손잡이 놓고.
그 바람에 조금 미끌, 하고 내려가는 칼.
헉- 놀라는 반장.
다시 사시미칼 고쳐 잡는 철중과 석신.
철중: 강석신 수사관, 이거 증거물 1호로 채택할 거니까 좀 놓지.
석신: 증거물 수집, 보고가 제 임무입니다. 검사님께서 놓으시죠.
철중: 강수사관.
석신: 검사님.
철중: 야!
석신: 형!
눈빛으로 기 싸움하는 두 사람.
석신: 스마일!
그러자 반사적으로 웃는 철중.
순간, 샥- 칼을 빼버리는 석신.
이겼다 ……. 하는 표정으로 웃는 석신.
흠 ……. 그랬다 이거지 …….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철중.
씬 14. 회의실 앞 복도(새벽)
열려진 문틈으로 보이는 회의실 풍경. 툴툴거리며 회의실 하나 가득 모여 있는 조폭들. 수 십 명은 족히 돼 보인다.
문 닫는 철중.
돌아서면 수사관들과 형사들이 서있다.
철중: (반장에게 악수 청하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우나에서 헤쳐 모여 하시죠.
일동: 예!
모두 돌아나가는 데 부르는 철중.
철중: 강석신 수사관.
석신: (철중에게로 돌아서며) 예.
철중: 압수 수색영장 청구해서, 쟤네들 아지트 세 군데 털어야지.
석신: 지금 ……. 요?
철중: 쟤네 삭 거둬왔으니까 아지트에 증거가 만발이겠지. 증거물 수집, 보고가 수사관의 임무라면서요?
석신: 검사님.
철중: 네.
석신: 명령을 내릴 적절한 때를 가리는 것은 검사의 절대 미덕입니다.
철중: 네 ……. 그렇군요. 미덕 너 하세요, 자식아.
억울한 표정의 석신.
빨리 안 움직여? 하는 표정으로 보는 철중.
몇 걸음 옮기다가 돌아보는 석신.
석신: 형은 뭐 할 건데요?
철중: (회의실 문 열고 들어가며 빙긋 미소) 연애!
씬 15. 회의실(새벽)
문 열고 들어와 조폭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앞으로 나가는 철중.
철중: 아이고 …….안 보는 사이에 등짝에 살 붙은 거 봐라,이거. 참 (조폭1의 소매를 걷으며) 750213 기만석이 …….문신하다 덧난 거 낫냐? (두드러기처럼 된 팔뚝을 보며) 문신을 야매루 하면 이렇게 된다니까. (맨 앞의 책상으로 가서 앉으며) 자, 지금부터 시작하는데, 사전 교육 들어가겠습니다.
눈으로 보스급 셋을 보는 철중.
보스급, 셋 아이씨 ……. 쪽팔리게 ……. 하는 느낌으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철중: 자, 너희 같은 자들을 네 글자로 ……. 뭡니까?
보스급 셋, 뭔가 우물우물 거리고.
철중: (조서 파일 하나씩 넘기며) 네 글자 뭡니까?
보스급: 공공의 적입니다!
철중: (씩 웃으며) 자, 시작합시다. 공공의 적 여러분.
씬 16. 회의실 앞 복도(아침)
하품하면서 나오는 철중.
울리는 핸드폰.
철중: 어, 웬일이냐? ……. 동창회 지난달에 했잖아. 뭐 ……. ? 됐다. 됐네요. 검사 월급 명세서 뵈줄까? 절대 전혀. 잘 나가지 않거든요. (계속 웃으며) 됐다. 끊는다.
하품을 길게 하고 기지개를 켜는 철중.
맞은편에서 거의 시체처럼 졸면서 오는 석신.
철중: 압수 수색 영장!
손에 든 영장을 들어 흔들어 보이는 석신.
그렇게 든 손에 하이파이브 하듯 손을 맞부딪치는 철중.
그 때, 철중의 앞 쪽, 다른 방 문 열리고 나오는 차장 검사 박차장. 인심 좋고 후하게 생긴 얼굴.
박차장: 강 검사, 내가 급행으로 영장 오케이 했다.
철중: (꾸벅 인사하며) 감사합니다.
박차장: 감사하긴. 열심히 뛰어. 팍팍 밀어줄 테니까. 김 부장이 발목 잡으면 나한테 일러!
철중: (웃으며) 예, 차장님.
씬 17. 김신일 집무실 (저녁)
서류에 눈길 준 채로 뭔가를 계속 쓰며 이야기하는 신일.
김신일: 작전 수행 공간에서 일반인에 대한 안전장치나, 경고등의 사전 조치 없이 밀어붙인 검사의 폭주로 인해 부상자 12명, 파손 집기 약 420만원 어치 …….
눈 들어 철중 보는 김신일
김신일: 형사들한텐 총질하라고 사주하구, 검사는 손으로 칼날 잡고 ……. 수사관두 싫으면 스턴트맨 자리 알아봐 줄까?
철중: 일석 삼십조 ……. 했는데 …….
김신일: (수북이 쌓인 서류철을 툭툭 내리치며) 그래서 검사의 폭행, 과도한 진압 행위에 대한 고소장도 삼십 개다.
철중: 부장님
김신일: 법 왜 배웠어?
철중: ……. 식사 안하세요? 제가 사겠습니다.
김신일: 검사가 수사관 밥그릇에 숟가락 담그는 게 재미냐?
철중: 소주도 살게요.
김신일: 강철중. 너 내가 만날 그냥 하는 소린 줄 알지?
잠시 멀뚱히 보는 철중.
철중: (머리 벅벅 긁으며) 시말서 써오겠습니다.
돌아서는 철중.
문고리 잡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김신일: 껍데기 집 ……. ?
씩 웃으며 돌아보는 철중.
씬 18. 껍데기집 (저녁)
지글지글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는 돼지고기.
김신일: (E) 이건 이거구, 진짜 좀 어떻게 해야 돼 너. 알어?
화면 넓어지면 마주 앉아 식사 중인 철중과 김신일.
철중: (아무 자극 안 된다는 얼굴로 고기를 뒤집으며) 추가해요?
김신일: (빈 술병 들어 보이며) 이것두 500년 전부터 비었다.
철중: (고개 돌리며) 아줌마, 여기 백세주요.
다시 테이블로 고개 돌리면 철중 앞에 놓여있는 새 핸드폰 하나.
집어 들고 이게 뭐냐는 듯 신일 보는 철중.
신일: (고기 먹으며) 그걸루 써. 24시간 켜놓구.
철중: (감격했지만 드러내지 않고, 억지로 웃음 참으며) 선물 ……. 이예요?
신일: (입 안에 고기 잔뜩 넣은 채로) 그거 갖구 있으면 니 위치 다 추적되거든. 내 핸드폰으루. (자기 핸드폰 꺼내 보여주며) 봐라, 자 이거.
빈정 상해서 표정 일그러지는 철중.
하다가 멈칫하더니 텔레비전을 보는 철중.
신일: (철중 툭툭 치며) 잘 보라고. 이거 강력부 비품으루 산거니까, 이거 꺼놓거나 잃어버리면 국가 재산 유실이다. 알았어?
그래도 계속 텔레비전 보는 철중.
그제야 철중의 시선을 따라 텔레비전을 보는 신일.
가게 한 구석의 텔레비전 수상기에 승우의 장학증서 전달식이 보도되고 있다.
아나운서: (E) 명선 학원의 조승우 이사장이 취임 1년, 재단의 거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글로벌 인재 육성에 전념하겠다는 행보에 교육계는 물론 사회 각층에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신일: 알어?
철중: (쓴 웃음 지으며) 은인이요.
김신일: 은인?
철중: 고등학교 동창인데 …….저 새끼 돈 많았거든요, 전 돈 없고. 저 새낀 쌈 잘했고.
김신일: 너두 쌈 잘하잖아.
철중: (웃으며) 저 새끼 땜에 그렇게 된 거구, 그 땐 호구였어요. 저 새끼 집안 빵빵하구, 우리 집 뭐.
김신일: (피식 웃으며) 또 있네.
철중: 뭐요?
신일: (화면 보며) 잘 생겼네.
어이씨 ……. 하는 느낌으로 김신일을 보는 철중.
철중: 아무튼 뭐 …….저 새끼 땜에 검사 하겠단 생각 먹었으니까 은인은 은인이죠.
김신일: (젓가락 탁 내려놓으며) 야 ……. 네가 그런 불순한 의도로 검사 질을 하니까 사고가 끊이지를 않는 거야. 신성한 검사직을.
철중: 부장님, 공무원 윤리 헌장하구 검사 윤리 강령하구 공무원 윤리 헌장 실천 강령, 검찰 민원 행정 서비스 헌장, 공무원의 신조 5개항 ……. 외워요?
김신일: (어안 벙벙) 뭐?
철중: 그거 다 합쳐서 숫자 빼고, 마침표 빼고, 쉼표 빼고, 괄호 빼고 글자만 따지면 2881자거든요. 저 그거 다 외워요. 저 서울지검에서 제일 윤리적인 검사에요.
할 말을 잃고 잠시 보는 김신일
신일: (다시 젓가락 잡으며) 집요한 새끼 …….
씬 19. 종합 병원 외경 (밤)
정문에 멈추는 최고급 승용차.
수위가 달려 나오고, 지나가던 몇 몇 의사도 발길을 멈춘다.
차에서 내리는 승우.
수위와 의사들, 깍듯이 인사하고.
가볍게 목례하며 들어가는 승우.
씬 20. 병실 (밤)
넓은 공간과 원목의 가구로된 응접실.
한쪽 벽면이 유리로 돼서 병실이 보이고 유리벽 이쪽은 응접실로 돼있다.
병실 침대에는 승우의 형 승준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의식불명인 채 누워있다.
응접실에 앉아있는 것은 60대의 신사. (이하 효준) 단정하고 고집스러운 외모다.
문이 열리고 승우가 들어온다.
잠시 돌아본 효준.
승우도 효준을 볼 뿐, 인사도 없다.
승우가 병실로 다가가자 일어서는 효준.
병실로 들어가려는 승우의 길을 슬쩍 막는 모습이다.
보는 승우,
효준: 세상만사가 다 니 뜻대로 될 줄 알지. 할아버지 아버지가 평생을 두고 쌓아올린 재단 재산 다 팔아서 니 배 불리겠다는 작정.
승우: (말 자르며) 뉴스 안 보십니까?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겁니다. PGA 정복하려면 PGA 시합이 열리는 골프장에서 쳐 봐야죠. 국내에서 발버둥 쳐 봐야 개구리 수 십 마리 키우는 겁니다.
효준: (비웃으며)세상 사람이 다 속아주고 장단 쳐주니까 내 눈도 가릴 수 있을 줄 알았냐? 네가 인재를 키워? 다 팔아치운 돈 해외로 빼돌려 니 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서 살 작정인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승우: 안 이사님 …….
효준: 명선 학원 재산이 무슨 돈인데! 이 나라에서 부모들이, 자기 자식 잘 키워 달라고, 안 먹고 안 입고 낸 등록금 모인 거다. 이사장님이 평생 비싼 옷 한 벌 안 해 입으신 이유가 뭔지 넌 모르지. 알 수 없지. 가진 거 없는 나라, 다음 세대 잘 키워야 되는데, 그거 하라고 모인 돈은 돈이 아니라 소망이야 …….그걸 돈으로 보는 놈은 명선을 맡을 자격이 없어.
승우: 안 이사님. 저 명선 이사장입니다.
효준: 이사장 대행이지! 승준이 깨어나면.
승우: (웃으며) 깨어나면요 ……. 깨어나면 ……. 그렇죠. 그러면 형이 이사장이죠.
효준: 승준이가 못하면 내가 한다. ……. 썩을 대로 썩은 네 놈이 무슨 짓 했는지 다 밝혀서! 지은 죄만큼 죄 값 받게 하고 명선 이름 살려놓는다. 그래야 죽어서라도 이사장님 뵐 면목이 서지 ……. (분노와 슬픔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사장님이 네놈이랑 단 둘이 여행가신다고 할 때부터 ……. 말렸어야 됐는데 …….
승우: 아버님 심장 발작도 제 책임입니까?
효준: 이사장님 돌아가시고 2주 만에 승준이 쓰러진 게 죄다 우연이고 사고냐?!
후 ……. 한숨 쉬며 빙긋이 웃는 승우.
승준의 병실 쪽으로 걸음 옮기려는데 막아서는 효준.
효준을 보는 승우.
조용히 웃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문 쪽으로 가서 손잡이를 잡고 돌아본다.
승우: 안 이사님 ……. 건강하세요.
나가는 승우.
씬 21. 병원 복도.
천천히 걸어 나오는 승우의 얼굴이 무섭도록 굳어져있다.
씬 22. 거리 (새벽)
가로수에 가려 가로등 불빛도 어두운 한적한 거리.
오가는 차는 보이지도 않고 인적도 없다.
그 한 쪽에 주차된 승우의 차.
차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며 들고 나온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승우.
승우: 방법은 알아서 해.
전화를 끊은 승우.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가 그대로 전화기를 가로등에 던져 악살을 낸다.
그리고 담배를 던져 버리고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는 승우.
그 때, 창문을 두드리는 그림자.
돌아보는 승우.
창 밖에는 60대의 늙은 환경미화원이 서서 창 내려 보라는 손짓을 한다.
창을 내리는 승우.
미화원: (승우가 버린 꽁초를 손에 들고 보이며) 이렇게 좋은 차타고 다니시면서 이러시면 보기 안 좋아요. 하 …….
오늘 참 여러 가지네 ……. 하는 느낌이 되는 승우.
미화원: (미소하며) 꽁초 버려서 쓰레기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낙엽에 불붙으면, 큰 불도 되거든요. 앞으로 좀 주의해 주세요.
대답 없이 차를 출발시키는 승우.
등 뒤에서 미화원이 소리치는 것이 들린다.
미화원: (E) 자식 같은 젊은이라서 말한 거니까 언짢아하지 마요.
승우의 한 쪽 입 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차를 유턴시키는 승우.
라이트를 끈다.
앞 유리창을 통해 저만치 앞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미화원이 보인다.
서서히 액셀을 밟는 승우의 발.
급하게 올라가는 계기판의 RPM.
무심히 돌아보는 미화원.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퉁- 차에 받히는 미화원의 몸뚱이.
백미러로 도로에 널브러진 미화원을 확인하는 승우,
승우: 천하게 살아도 목숨 귀한 줄은 알아야지, 영감. 분수를 모르니까 이렇게 되잖아.
차를 출발시키려다가 멈칫하는 승우.
앞에서부터 놀란 얼굴로 비틀비틀 다가오는 할머니 한 명이 보인다. 공공 근로자용 조끼를 입고 있다.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다가오며 영감 ……. 영감 ……. 라고 말하는 듯하다.
쫓아오던 할머니, 어느 순간 놀란다.
그리고 급하게 뒤 돌아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급격하게 가까워지더니 화면을 덮어오며 쿵- 엄청난 충격음.
그대로 할머니의 몸뚱이는 사라져 버리고 텅 빈 도로 멀리로 사라지는 차 소리가 들린다.
화면 넓어지면 미화원과 할머니의 시체가 뒹구는 도로가 보인다.
씬 23. 서울지검 입구 (아침)
출근하는 철중.
입구를 지키는 경찰들의 경례에 인사하면서도 골이 울리지 않게 조심하는 자세가 다소 우스꽝스럽다.
고개 숙이다 멈칫하는 철중.
그의 시선 속으로 민원실 앞 의자에 앉아있는 효준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꼿꼿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시선을 가리며 불쑥 끼어드는 얼굴, 강석신 수사관.
강석신: 뭐하십니까?
철중: (고개 휙 들며) 어?!
그러다가 골이 크게 흔들려 찡그리는 철중.
강석신, 오토바이 헬멧을 옆구리에 끼며 점잖게
강석신: 왜 아직도 절 보면 아침마다 놀라시는 겁니까?
철중: (머리 꾹꾹 누르며) 목소리랑 오토바이 헬맷이랑 ……. 결정적으로 니 나이가 스물다섯 이란 거랑 ……. 도무지 조화가 안 되거든.
석신: 검사님이 검사님이라는 거랑, (손들어 보이며 철중 흉내 내고) 하이- 만큼 부조화 스럽습니까?
이 자식이 ……. 하는 느낌으로 보는 철중.
씩 웃으며 보는 석신.
그 때, 두 사람 앞으로 다다다다- 뛰어나오는 젊은 조 검사.
조 검사, 철중 미처 보지 못하고 달려가며 양복상의 단추를 채워 입는다.
조 검사: 선생님.
조 검사를 따라 시선 돌리는 철중.
보면, 효준에게 달려가 인사드리는 조 검사.
그 깍듯함이 눈에 뜨일 만큼 정중하고, 인사를 받는 효준의 당당함도 인상적이다.
cut to
"그냥 시켜 먹지. 뭘 굳이 나가 하루에 한 번은 콧김을 쐬야죠. 뭐 먹지? 등등 떠들면서 현관으로 나오는 철중, 강석신, 박 계장 등 철중네 방 사람들.
그러다가 멈칫하는 철중.
효준이 아침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다. 고집스럽고 화가 난 모습이다.
cut to
퇴근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철중.
그 때 로비 저쪽에서 다소 크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억누르려 하지만 뭔가 삐져나오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효준: (V. O) 내가 아닌 걸 그렇다고 말할 사람인가! 내가 자네한테 그렇게 밖에 안 뵈는 게야?!
돌아보는 철중.
젊은 조 검사가 민망한 듯한 표정으로 서있고 효준은 노기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씬 24. 조 검사 집무실 (밤)
피곤한 표정으로 일하고 있는 앞 신의 젊은 조 검사.
일 하다가 신경질이 나는 듯 볼펜을 탁 내려놓는데 들어오는 철중.
철중: (음료 캔 하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뒤 골 땡길 땐 파 보든가, 완전히 접어버리든 가 해야지. 볼펜한테 신경질 낸다고 해결이 되나
조 검사: 예 ……. ?
빤히 보는 철중.
알아들은 듯한 조 검사.
조 검사: 보셨어요?
철중: 누군데? 아버님 친구 분? 당숙?
조 검사: 아뇨 …….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요 ……. 선생님이 이사로 계시는 재단 ……. 이사장이 1년 전에 교통사고 당해서 혼수상탠데 그걸 재조사 해달라구요.
철중: 교통사고?
조 검사: ……. 오토바이랑 엮인 뺑소니 사고였는데 ……. 포인트는 그게 아니구 그 동생이 지금 이 사장 대행을 하는데, 선생님 주장은 그 동생이 조작한 사고였을 거라는 거죠.
철중: 그렇게 생각하실 이유가 있나?
조 검사: 젊은 이사장 하는 사업이 맘에 안 드시니까 ……. 거기 요새 급진 개혁하는 데거든요. 아무려면 친형인데 학교 이사장 자리 놓고 그렇게까지 했겠어요? 근데 왜요?
철중: (슥 일어서며) 아니 뭐 그냥.
조 검사: (일어서며) 그냥이 어딨어요, 그냥이. 선배님 또 뭐 꺼리 있나 싶어서 오셨죠. (철중 팔을 잡으며) 가세요. 밥이나 사주세요.
철중: (팔을 빼며) 밥을 내가 왜 사?
조 검사: 왜긴요. 기분 꿀꿀한 후배한테 딱 걸리신 거죠.
철중: 됐어.
조 검사 손을 피해서 문으로 나가는 철중.
에이 ……. 하는 느낌이 되는 조 검사.
철중: (멈칫 돌아보며) 조 검사 고등학교.
조 검사: 명선 나왔죠.
철중: (잠시 보다가) 밥 먹자.
조 검사, 의아한 얼굴.
씬 25. 고급 한정식 식당 앞 (밤)
유리문 안으로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있는 조 검사가 보이고 조 검사, 억울한 표정으로 문 밖을 힐끔 거린다.
문 앞에서 담배 피우며 전화하고 있는 철중이 보인다.
철중: 난데 ……. 그 동창회 ……. 오피니언 리더스 클럽 ……. 모임이 언제라구?
씬 26. 호텔 로비 (밤)
정장을 입은 철중이 단단히 마음의 결심을 한 표정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리지만 행사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나가는 호텔 직원에게 묻는 철중.
호텔 직원이 웃으며 한 방향을 가리킨다.
씬 27. 호텔 풀 사이드 (밤)
화려한 조명이 밝혀진 실외수영장.
수영장 가장자리로 차려진 테이블에는 화려한 음식이 가득하고.
와인 잔을 들고 있는 30대 중반의 남자들과 모델로 보이는 여자들이 어울려있다.
은은한 탱고곡이 흐르고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몇 쌍이 탱고를 추고 있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에서 풀 사이드로 나오는 철중.
이 이국적이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자리가 낯선 듯 바라본다.
그의 시선으로 보이는 춤추는 커플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승우 커플이다.
곡이 끝나고 구경하던 사람들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딱히 뭐라 꼬집을 수 없지만 못마땅한 느낌이 드는 표정이 되는 철중.
칵테일 바로 가서 술을 한 잔 받는 철중.
그리고 돌아보면 승우의 주변으로 동창들 대부분이 모여들어있다.
철중이 한 입에 술을 털어 넣고 다시 술잔을 받으려 돌아서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회장: (E) 왔구나!
돌아보면 대머리에 배까지 나온 동창 하나가 반가운 얼굴로 서있다.
회장: (철중 어깨를 툭 치며) 야, 확실히 검찰청 밥이 무섭구나. 물 만 밥 철중이 어깨 에 힘 팍 실리고 말이야.
철중: 갑자기 뭔 춤이냐?
회장: 요새 사업 하려면 골프는 기본, 댄스는 옵션이야. (철중 표정 살피며) 그래도 우리 동기 중에 검사는 너 하나다. 너 서울지검에 있단 얘기 듣구는 꼭 클럽 멤버로 초대하라구 난리여서 ……. 아, 승우 못 봤지? (손 끌고 가며) 난 명목상 회장이고, 이 클럽은 사실 승우가 만든 거야.
동창들에게 둘러싸인 승우에게 다가가기 위해 몇 명을 밀치며 철중을 끌고 들어가는 회장.
그 때, 승우 주변에 모여 있는 동창들과 승우의 대화가 들린다.
동창1: 한서뱅크 도움 크게 받았다, 전화 한통으로 ……. 정말 놀랐다. 신세 어떻게 갚나?
동창2: 우리랑 승우가 갔냐. 우리야 파일 바리바리 싸들구 들어가서 하루구 이틀이구 기 다려야 만나는 사람들, 승우는 전화 한 통으루 다 되지. 지난번에 니그로네 회사 인허가두, 6개월 끌다가 도산 직전에 승우가 살려줬잖아.
동창3: 그 때 죽다 살았다, 죽다가.
동창4: 여기 다 죽다 산 놈들이네. 클럽 이름 바꿔야 되는 거 아니냐? 조승우와 구사일생?!
그다지 웃기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와하하하- 웃으며 동의를 표하는 동창들.
회장: 아 좀 비켜 봐라, 아저씨들. 아 좀 승우가 초대한 뉴 멤버다.
그러자 좌우로 갈라서며 길을 터주는 동창들.
회장: (주변을 보며) 됐어, 자식들아. 경계할 거 없다. 지금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영감 님, 강철중이야.
승우: (미소하며 악수 청하고) 반갑다. 많이 변했네.
회장: (승우의 마지막 말과 동시에) 하나두 안 변했지?
상반된 두 말이 동시에 나오자 뻘쭘한 회장과 승우.
회장이 눈치를 주자 주변으로 흩어지는 동창들.
회장: (재빨리 수습하며) 하긴 뭐, 안 변해봐야 나이 속이냐? 벌써 20년이나 흘렀는데.
철중: (승우를 살피듯 보며, 약간의 냉소와 더불어) 승우 전하는 안 변했는데, 뭘.
승우: (웃으며) 어, 야 너 어떻게 그 별명을 기억 하냐? 역시 검사들 머리는 다르네. 하 긴 학교 다닐 때부터 성적 좋았지.
회장 주춤.
철중의 눈치를 살피고, 승우의 눈치를 살피고.
철중: 성적 좋았던 적 한 번도 없는데.
회장: (조금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하하하, 얘가 그.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사시 준 비한다구. 학교 공부 잘 안하구 ……. 머리는 진짜 좋은데 성적은 그냥 그랬지 ……. 야, 승우 너두 너무 오래 전이라 그런가부다.
승우: (사교적인 미소를 지으며) 미안하다. 솔직히 같은 반 아니었던 동창들은 잘 기억 못하는데, 기억 못 한다 그러면 서운할 것 같아서 …….
회장: (민망해서 아예 자리를 뜨며) 아, 이 자식들은 진짜 올 거면 시간 맞춰 오든가.
철중: (피식 웃으며)1학년 3반, 2학년 7반, 3학년1반. (당황하는 승우를 보며) 1학년 때 난 54번 넌 57번, 2학년 땐 55번 56번, 3학년 땐 52번 59번.
잠시 철중을 보다가 큰 소리로 웃는 승우.
승우: (웃음을 수습하며) 미안, 진짜 미안하다. 강력부 검사란 말 듣구 좀 잘 보이구 싶어서 ……. 아, 미안. 민망하네. (악수 청하며) 어쨌든 반갑다.
철중: (잠시 보다가 악수를 받으며) 형님이 교통사고 당하였었다면서?
잠시의 사이.
두 사람, 서로를 날카롭게 관찰하는 시선이 오간다.
승우: (천천히 손 놓으며) 1년도 넘은 일인데 …….
철중: 1년이건 10년이건 범인은 ……. 잡아야지. 난 그거 부탁하고 싶어서 나 초대한 줄 알았는데.
대답 안하고 과일 하나를 집어 먹는 승우. 급격하게 생각을 발전시키고 있는 얼굴이다.
그런 승우를 잠시 보는 철중.
철중: 재단 이사가 그렇게 간곡하게 수사 해달라고 할 정도면 …….가족은 눈 뒤집혀 있어야 정상 아닌가?
승우: (고개 천천히 끄덕이며) 안 효준 이사님 ……. 우리한텐 가족 이상인 분이니까 ……. (미소하며 친근한 듯 철중의 어깨를 툭 치고) 어쨌든 잘 부탁한다.
그러십니까 ……. ? 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철중.
천천히 술을 마시는 승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감돌고 있다.
씬 28. 부장검사 김신일의 방 (낮)
부장 검사 신일과 철중, 조 검사 외 몇 명의 검사가 둘러앉아있다.
검사1: 이종명이 입만 열면 됩니다.
신일: 지난 주 회의 때도 같은 말 한 거 알지?
검사1: 죄송합니다.
신일: 이종명이 애인 찾아봤어?
검사1: 잠수 탔습니다.
신일: 그쪽 찾아내는 게 빠를 테니까 집중하고. (철중 보며) PDA 파는?
철중: 기획인데요.
신일: 그래, PDA파, 기획해서 끌구 왔잖아.
철중: 명선이라구 들어보셨죠?
조 검사: 선배님!
의아한 듯 두 사람을 보는 신일.
씬 29. 껍데기집 (밤)
신일과 철중이 마주 앉아있다.
신일: 조 검사가 알아볼 만큼 알아 봤다면서.
철중: 예.
신일: 근데?
철중: (혼자의 생각에 빠져서) ……. 오십년 전통 사학 재단을 ……. 다 팔아치워서 ……. 이사들이랑 ……. 불현 듯 발생한 사고랑 ……. 조 검사 말처럼요.
신일: (익숙한 일인 듯 혼자 고기 집어 먹으며 건성으로 추임새를 넣고) 그럼 ……. 그렇지 ……. 그래 …….
철중: (불현 듯 고개 들고 신일을 보며) 하게 해주십시오.
신일: 그러니까 결론은 그냥 니 느낌이 땡겨서 기획수사를 해보고 싶다는 거지?
철중: (한참 보다가) 예.
신일: 그러면 나는 니 느낌 위에다가 또 소설루 정황이랑 기획의도 같은 거 만들어 붙여 서 기안 작성해야 되는 거지.
철중: 예.
어이구 ……. 이걸 ……. 하는 느낌으로 보는 신일.
씨익- 연습한 그 미소를 짓는 철중.
신일: (고개 끄덕이며) 그래, 좋아.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 하나만 묻자. 명선 이사장 이 너 학창 시절에 꼴리게 굴던 놈 아니었더라도 이 수사 했겠냐?
눈 껌벅거리며 보는 철중. 미소가 서서히 사라진다.
그다지 특별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듯 무심히 고기 먹는 신일.
그러다가 계속 생각에 잠겨있는 철중을 보고 멈칫.
신일: 야! 너 ……. 임마, 그럴 때는 그냥 아니었더라두 수사 했을 겁니다. 수사에 개인감정 싣지 않습니다 …….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수사합니다 ……. 이렇게 대답하구 그러는 거잖아. 그걸 그렇게 오래 생각하면 어떻게 하냐, 자식아.
철중: 아뇨 ……. 그 놈을 아는데 ……. 그놈이라면 앞에서 모범생하고 뒤에서 양아루 살고 얼마든 지 그럴 수 있는 놈이라는 거 알아서 시작하는 건데. 부장님한테 거짓말은 못 하죠.
신일: 너를 보면서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 너를 향한 내 정서가 좀 통일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줘라, 응?
씨익 웃는 철중.
그리고 신일 밥그릇에 고기 한 점을 올려놓는다. 정겨운 모습이다.
씩 웃고 먹는 신일.
신일: (금방 뱉어내며) 야, 이거 덜 익었잖아!
씬 30. 강력부 철중 집무실 (낮)
철중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계장들과 수사관들.
철중: 전직 현직 이사장의 가족 사항,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가족들 소재지, 재산 보유 현황 철저히 파악해 주고.
수사관1: 예.
철중: 명선 재단 운영 자금 흐름 파악해 주시는데, 필요하면 금감원에 협조 요청 하시구요.
박 계장: 예.
철중: 안 효준 이사는?
강석신: 여행 가셨답니다.
철중: 행선지는? 휴대폰 연락 안 되나?
석신: 마음 복잡할 때 훌쩍 나가면 며칠씩 소식 끊으신답니다.
철중: 매일 체크해서 확인되는 대로 빨리 나 만나게 해주고. (가볍게 박수 치며) 자, 나중엔 시간 싸움 될 수 있으니까 초반이라고 느슨히 움직이지 마시고.
일동: 예!
사람들 사이로 바람같이 빠져 나가는 철중.
강석신: (점잖게 고개 끄덕이며) 이거 큽니다.
박 계장: 뭐가?
강석신: 검사님 공직 생활 최대 사건이 될 듯합니다.
박 계장: 아니야. 명선 조승우 이사장, 여성잡지, 인터넷, 뉴스, 토크쇼 ……. 안 나오는 데 없는 인기인에 교육부에서 표창까지 받은 사람이야.
석신: (박계장을 슥 보며) 그러니까 크죠. 죄 지을 것 같은 놈들이 짓는 죄는 거기서 거깁니다. 근데 절대 아닌 것 같은 데서 터지는 게 크죠. 제 느낌입니다.
박 계장: (벌컥 화내며) 검사는 감으루 움직이구 수사관은 느낌으루 움직이구, 여기가 검찰청이야, 점집이야?
쾅 나가는 박 계장.
석신: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섬세하게 감이 좋은 검찰청 하면 되지 왜 화를 내구 그러지?
씬 31. 몽타주.
승우의 집안 족보를 슬라이드 화면으로 띄워놓고 브리핑하는 계장1.
승우가 병원에서 나오는 모습, 파티 장에서 중년들과 만나는 모습, 장학재단 사진 등 다양한 사진을 회의 테이블에 펼쳐 놓고 설명하고 듣는 철중과 강력부 식구들.
굉장한 분량의 서류철을 쌓아 놓고 하나씩 검토하는 철중과 계장들.
씬 32. 서울지검 화장실 (저녁)
정신없이 세수를 하는 철중. 티셔츠 차림이다.
잠을 쫓는 세수인 듯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나가려는 철중.
그 때 들어오는 조 검사와 마주친다.
조 검사: 어? 선배님, 아직 그렇게 계세요? (시계 보며) 출발해야 되는데, 양복 갖다 놓은 거 있으세요?
철중: 뭐가?
조 검사: 홈커밍데이요.
눈만 껌벅이는 철중.
조 검사: 아, 왜 온갖 걸 다 기억하시면서 이런 모임 약속은 기억하시는 게 없어요, 도대체.
철중: 관심 없는 건 지워져. (나가며) 나 안 간다. 말씀.
조 검사: (잡으며) 안돼요. 부장님이 모시던 강력부 부장님들 오신다구, 해외 출장, 부모님 초상 외에는 전원 집합이랬어요.
철중: 나 지금 양복도 없는데.
씬 33. 고기 집 (밤)
수십 명의 전 현직 검사들이 소박한 고기 집에 둘러앉아있다.
꽤 작은 양복을 억지로 껴입고 불편한 얼굴로 앉아있는 철중. 고기 하나를 집으려 해도 불편한 모습이다.
나이 든 전직 검사들이 인자한 표정으로 후배들에게 술잔을 권하는 분위기.
전직1: 여러 가지로 나아졌다고 하지만 결국 수사는 사람이 하는 거니까 힘 드는 건 마찬 가지겠지.
현직1: 예.
전직2: 사이버 수사대라는 거 도움은 좀 받나?
현직2: 그럼요.
전직3: 술을 좀 줄이면 괜찮은데 ……. 이게 또 한 달에 스무날 야근하면서 술 힘 안 빌리구 못 버티거든, 우리두 다 해봐서 알어.
현직3: 저희 술은 다 선배님들께 배웠습니다.
전직4: 마누라한테 잘해, 은퇴하는 순간부터. 밥 빌어먹는 게 큰일이야.
현직4: 변호사 사무실 개업하시면서 칙사 대접 받으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러다가 신일에게 술 따라주는 나이 든 전직1.
전직1: (무심한 듯) 명선 ……. 재단이라고 아나?
신일: (술잔 받다가 멈칫) 예.
힐끗 철중 보는 신일.
동시에 철중도 신일을 돌아본다.
그 시선을 따라 전직1도 시선을 옮기고.
철중의 표정이 반사적으로 굳어지는데 푸근한 미소가 번지는 전직1의 얼굴.
전직1: (술병을 들어 보이며) 한 잔 받겠나?
술병 너머로 보이는 전직1의 얼굴이 음흉한 듯 인자한 듯 애매하다.
씬 34. 화장실
소변기 앞에 나란히 선 철중과 신일.
철중: 81년도 지진회 사건, 83년도 길성 나이트 난투 25인 전원 체포. 전설의 백검사 ……. 맞죠?
신일: 맞어.
뜨아한 표정이 되는 철중.
신일: (바지 추스르며 힐끗 보고 피식 웃음) 그래서? 쫄았냐?
철중: 제가요? 왜요?
신일: 허구헌 날 치즈- 하이- 하던 놈이 똥 씹은 얼굴을 풀지를 못해.
철중: 남의 돈 뺏은 놈, 남의 살에 연장 박은 놈 ……. 만날 그런 놈들만 보니까 멀쩡한 사람 들한테두 그런 놈들 대하듯 할까봐 연습한 거지. 누가 ……. 저런 …….
신일: 저런 뭐?
철중: 저런 …….
신일: (피식 피식 웃으며) 저런 위대한 선배님?
철중: 아, 몰라요. 암튼 내 살인 미소는 구린 놈들 앞에선 절대 안 나오니까.
신일: (살인 미소란 표현에 기가 막혀서) 아무리 바빠도 거울은 좀 봐라. (철중 어깨를 툭툭 짚으며) 이제 겨우 자료 모으기 시작한 사건인데 저 정도 거물이 일부러 아는 체 했다는 건 제대로 짚었다는 증거니까, 똥 그만 씹고 얼굴 풀어.
철중, 신일을 보고 씩 웃고.
신일도 씩 웃는다.
그리고 신일 먼저 나가는데 손을 씻다가 신일 손을 씻지 않은 것이 생각난 듯 소변기 한 번 보고 자기 어깨 보고 찝찝한 표정이 되는 철중.
씬 35. 서울지검 주차장 (낮)
계단 올라가다가 바라바라 바라방- 요란한 크락션 소리에 돌아보는 철중.
석신이 엄청나게 화려한 오토바이를 폼 나게 몰고 들어와 멋지게 선다.
그냥 저절로 피식 웃는 철중.
석신: (오토바이에서 내리면서 점잖게) 부러운 시선에 머물지 마시고 과감하게 라이더의 세계로 들어오시죠.
철중: (웃으며) 안 효준 이사는?
석신: 지금 그 댁에서 오는 길인데, 아직 소식 없으시데요.
철중: 얼마 됐지?
석신: 일주일이요.
느낌이 좋지 않은 표정이 되는 철중.
씬 36. 검사 집무실 (낮)
굳은 얼굴로 앉아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철중.
그 볼펜 아래 놓인 종이 보이면 명선
조승우- 안 효준- 조승준
교통사고- 재단 매각 ……. 일주일 연락 두절 …….
등의 메모가 적혀있다.
노크 소리 들리고 들어오는 박 계장
철중: (일어서며) 명선 재단 수색 영장 나왔죠?
박 계장: (난감한 표정으로) 안 나왔습니다.
상의를 입으려다가 멈칫하는 철중.
박 계장 손에 들린 기각 영장을 뺏듯이 받아보는 철중.
씬 37. 검찰청 복도 (낮)
거친 걸음으로 마구 걸어가는 철중.
그 때 맞은편에서 박차장이 걸어오고.
철중: 차장님.
박 차장: 어, 그래.
철중: 수색 영장.
박 차장: 어, 그거 내가 안 내줬지.
철중: 그거.
박 차장: 나쁜 놈들 잡어, 나쁜 놈들. 우리 강력부가 그렇게 한가한가? 이미 벌어진 강력 범죄 수사도 다 감당 못하는데도 뺑소니 교통사고에 검사가 매달려서. 이게 무슨 짓이야?
철중: 뺑소니 사고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닙니다.
박 차장: 그러면? 명선에 무슨 악감정 있어서 이러는 건가?
철중: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박 차장: 몰라 물어?
사람들 하나 둘 방에서 나오거나 모여들기 시작하고.
철중: 차장님이야 말로 이러시는 거 명선이랑 무슨 좋은 관계 시길래.
박 차장: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어디까지 기어올라?!
철중: 차장님!
신일: (v. o) 강철중 검사!
돌아보면 신일이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천천히 걸어온다.
신일이 주변 사람들 돌아보자 흩어지는 구경꾼들.
신일: (박차장 보고) 죄송합니다, 차장님.
철중: 부장님.
신일: 방으로 돌아가지, 강 검사.
뭔가 한 마디 더 하려다가 돌아서서 가는 철중.
씬 38. 철중의 집무실 (낮)
거칠게 들어와 털썩 앉는 철중.
씬 39. 박차장의 방(낮)
박차장이 들어오고 뒤따라 들어오는 신일.
박 차장: (소파로 앉으며) 어 ……. 정신없는 놈, 김 부장이 왜 저 놈 때문에 골치 썩는 지 이제 알겠네. 명색이 검사가 저렇게 천지분간을 못해서 어떻게 하나.
신일: (맞은편에 앉으며) 범죄다 싶은 데 꽂히면 좌우를 못 보니까 검사하는 겁니다.
박 차장: 뭐 ……. ?
신일: 제 돈으로 증인들, 참고인들 밥 사줘가면서, 차비 대줘가면서 수사하구, 나쁜 놈 잡는 일인데 목숨 걸라 그러면 …….그것도 내놓을 놈입니다. 그래서 골치 썩는 겁니다. 아까운 놈, 지 명줄 줄여가면서 검사질 할까봐.
박 차장: 자네 지금. 부장이 그 모양이니까 부서 검사가 저 꼴이지?! 평검사가 날뛰면 부장 이 잡아줘야 할 거 아닌가?!
신일: 부장은 ……. 평검사가 검찰 안팎의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끼지 않도록, 앞만 보고 똑 바로 수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본연의 임무이자 역할이라고 배웠습니다.
박 차장: 말 ……. 가려서 하는 건 안 배웠나?
신일: 사람 눈치 보고 말 가려서 하면 검사가 아니라 ……. 줄섰다가 정년퇴직하는 밥버러지 되는 거 아닙니까?
그 때, 여비서가 들어와 박차장과 신일에게 메모를 전달한다.
메모 펴 보는 박 차장. 의아한 얼굴.
씬 40. 서울지검 대강당 앞 복도 (낮)
걸어오는 조 검사, 고개를 갸웃갸웃 거린다.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오는 다른 검사1을 만난다.
조 검사: 어, 무슨 일인데 이리로 나오라 그래? 사무실루 안 오구?
검사1: 무슨 소리야?
조 검사: 할 말 있다고 대강당으루 오라며? 메신저로.
그 때, 뒤에서 뛰어오는 검사2.
검사2: (겁먹은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박선배. 그거 사실이에요?
검사1: 뭐가?
검사2: 다 들통 났으니까 빨리 피해야 된다고.
검사1: 얜 또 뭐야?
그 때, 웅성거리며 대여섯 명의 검사들이 더 몰려온다.
대강당 입구에 서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박차장과 신일.
그 때, 강당 안쪽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려온다.
철중: (E)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의아하게 보던 검사들 강당 문을 열면, 조명이 꺼진 강당 안, 전면 스크린에 뭔가가 투사되고 있다.
씬 41. 대강당 안
부장 급 몇 명을 포함, 수 십 명의 검사들이 앉아있는 가운데 들어와 앉는 박차장과 신일. 어색한 듯 조금 떨어진 자리를 잡는다.
전면에 명선의 사진이 뜨고 그 위로 정리된 사건일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무대 위로 나오는 철중.
철중: 명선의 전임 이사장 조 인국씨가 1년 전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한 후, 장남 조승준씨 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승계 후 2주 만에 사고를 당해 1년째 혼수상태입니다. 명선 재단은 차남 조승우씨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화면에 건물 사진이 떠오르고.
철중: 그 후 1년 간 50년 전통의 명선은 재단이 소유하고 있던 모든 기관을 차례로 매 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사립 유치원 7개, 사립 초등학교 다섯 개, 사립 중 고등학교 3개와 예술 대학 2개, 골프장 2개, 체육관 1개와 병원 1개입니다.
몇몇 중년들과 승우가 파티장이나 세미나 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스크린에 투사된다.
철중: 이렇게 형성된 거액의 자금은 해외에 골프 학교 건립을 위해 빠져 나갔는데, 현재 까지 해외로 유출된 금액은 확인된 것만 약 5천 억 원 입니다. 분명 개인이 해외로 내보낼 수 없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씨는 다양한 인맥을 활용하여 해외 골프 학교 건립이라는 명목으로 …….
그 때, 어두운 객석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지금 무슨 짓 하는 거야?! 강 철중, 너 지금 니가 표적 수사하고 있다고 광고 하냐?!”
객석 중간에 앉아있는 부장급 검사들.
어째야 하나 눈치보고 있는데.
신일: (철중을 쏘아보며) 저 정도 개 짖는 소리에 중단할 거면서 시작했나?!
보일 듯 말 듯 미소하는 철중.
철중: 골프 학교 건립을 위한 골프장 매입 가계약은, 확인 결과 조승우씨 개인 명의로 이뤄졌습니다. 조승우씨가 골프장을 학교 시설로 이용하지 않고 개인 사업 목적으로 이용한다 해도 아무런 법적 제한 장치가 없습니다.
불이 밝혀진다.
철중: 결국 명문 사학 재단의 재산이 개인 재산으로 둔갑되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일에 교육계, 언론, 정계가 힘을 모아 도와준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명선이 있기까지 평생을 바쳐온 이사 한 사람이 이 문제를 수사해 달라고 검찰청에 찾아왔고 ……. 그 다음날 여행을 떠났다는데 오늘로 열흘 째 소식이 없습니다.
검사들의 모습이 철중의 POV로 천천히 보인다.
철중: 그런데 ……. 이 수사에 대해 참 말이 많습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전 이렇게 구린내 풀풀 풍기는 사건, (스크린에 떠있는 승우 사진을 힐끗 돌아보며) 이런 놈 수사 못한다면, 검사질도 계속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쪽팔려서요.
철중이 돌아보고 객석은 잠잠하다.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철중.
씬 42. 부장 검사실 (저녁)
문 열고 들어오는 신일.
소파에 앉아있는 철중의 뒷모습이 보인다. 어쩐지 긴장하고 있는 듯하다
신일: (걸어 들어가며) 그렇게 좌불안석할 거, 뭣 땜에 일을 크게 벌이냐? 왜, 소집하는 김에 총장님도 한 번 모시지? 쪽팔려? 너 때문에 내가.
하면서 앞으로 돌아 들어가면 철중, 앉아서 졸고 있다 ……. 기보다 아예 자고 있다.
하 ……. 어이없는 신일.
(시간 경과)
아예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철중.
담요도 덮여있다.
돌아눕다가 소파 등받이에 코가 막혀 숨을 쉬기 어려워진 철중. 그제야 깬다.
깨고 일어나 두리번거리면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신일.
신일: (서류에 눈 떼지 않은 채로) 죄 짓는 놈들은 돌아가면서 죄 짓고, 휴식하고 또 나오고 하지만 우리는 뺑이 치면서 30년이다. (철중 보고) 잠자는 거, 먹는 거, 싸는 거 무시하지 마라. 안 그러면 체포 영장 손에 쥔 채로 응급실 실려 가는 수 있으니까.
피식 웃는 철중.
신일: 웃기는 ……. (일어서며) 제대로 할 거야?
계속 웃으며 듣다가 멈칫하며 신일 돌아보는 철중.
신일: (소파로 와서 앉으며) 지검장님이 그러시더라. 일선 검사 쪽팔리게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씩 웃는 철중.
씬 43. 강력부 사무실 (낮)
앞에 나왔던 골프장 매입자 김 사장이 불안한 시선을 이러 저리 굴리며 앉아있다.
조서를 꾸미던 강석신, 책상이 흔들려 글씨가 써지지를 않자 문득 고개 들어 본다.
김 사장이 다리를 심하게 떨고 있다.
강석신: (웃으며) 사장님, 뭐 죄 짓구 오신 것두 아니구 그냥 참고인으루 오신 거니까 너 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김 사장: (억지로 웃으며) 긴장은요 ……. 뭐 ……. 제가 ……. 뭐 ……. 잘못한 게 있겠습니까 ……. 뭐 폭행당한 일 이 있겠습니까?
강석신: (예리하게) 폭행이요?
김 사장: (과장되게 웃으며) 하하하, 아니 뭐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죠.
옆 책상의 박 계장이 일어나 다가온다.
박 계장: 마지막으루 한 번 더 여쭙겠습니다. 골프장 매입하시면서 안 효준 이사와 조승우 이사장 간에 다툼이나 이견이 있었다거나 그런 인상이 없으셨다는 거죠?
김 사장: (역시 조금 과장된 반응으로) 아휴- 그럼요, 다 합법적으로 확인하구, 본인한테 도 장 받구, 모든 절차가 합법적이고 …….명선 이사장님이 아주 예의가 바르구. 뭐. 착하시 더라고요.
박 계장: (강석신을 보며) 그만 가시게 하지?
강석신: (일어서며) 예. 수고 하셨는데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냉장고 문 열고) 콜라 어떠세요?
김 사장: (기겁을 하며) 저 ……. 저 ……. 코, 콜라 ……. 안 마십니다. 콜라 됐어요.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반응에 콜라를 꺼내던 강석신, 의아해 한다.
씬 44. 자료 조사실 (낮)
방을 채운 회의용 넓은 테이블. 그 위에 산더미 같은 자료를 쌓아 놓고 조사하고 있는 철중과 직원1, 2, 3.
강석신, 철중 옆으로 다가와 콜라를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한다.
뒤따라 박 계장도 들어온다.
강석신: 그 아저씨 좀 이상합니다.
철중: (서류 넘기며) 뭐가?
강석신: 뭔가에 되게 졸았어요.
천천히 고개 드는 철중. 생각한다.
철중: 안 효준 이사한테 직접 도장 받았대?
석신: 예. 인감도 확인했는데 이상 없었습니다.
씬 45. 골프장 (낮)
라운딩을 하는 승우, 부총재, 차국장, 최행장.
승우: (퍼팅할 준비를 하며) 국위선양도 마음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님 학교 일 하실 때도 그랬죠. 답답한 공무원들 덕분에 몇 년씩 준비한 프로젝트 엎어지고.
퍼팅하는 승우.
공이 홀컵으로 들어가고.
박수치는 멤버들.
씬 46. 골프장 주차장.(저녁)
차 트렁크에 골프 가방을 싣는 기사들.
그 때, 정훈의 지시로 승우의 경호원들이 멤버들의 트렁크에 골프 가방을 하나씩 더 싣는다.
나란히 서 있다가 의아한 시선으로 승우를 보는 멤버들.
승우: 제가 하는 일이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를 못해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부총재: (끄덕이며)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그런 거 하라고 후원회 있는 것 아닙니까, 차국장?
차국장: 예, 물론입니다.
차갑게 미소하는 승우.
씬 47. 방송국 세트장
여자와 남자 MC가 앉아 있고 좌우로 네 명의 패널이 앉아있는 교양프로그램 녹화 현장.
남자 MC: (카메라를 보며) 기획 특집 한국의 미래를 꿈꾼다, 오늘 그 세 번째 시간으로 스포츠 스타 육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텝들 뒤로 조용히 나타난 차국장.
스튜디오 문이 열리고 멈칫 돌아보는 차국장.
들어오는 것은 정훈이다.
굳어지는 차국장의 얼굴.
씬 48. 방송국 회의실
프로듀서들 10여 명이 앉아있고 들어오는 차국장.
차국장: 스포츠 기획 특집 한 번 더 제대로 해보지.
의아한 시선을 주고받는 PD들.
PD1: 또 요?
차국장: 막연하게 접근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스포츠 스타를 육성하는 사례를 좀 찾아보고.
PD2: (슬쩍 눈치 보며) 명선 ……. 말씀입니까?
차국장: (무심한 듯 끄덕이며) 뭐 ……. 거기 괜찮겠네. 명선에서 해외에 건립하는 골프 학교 집 중 취재해서 이번 주 중에 편성 잡아 보자고
씬 49. 최행장 사무실 (낮)
최행장이 사인을 하고 있고 그 앞에 결재를 받으려고 직원이 서있다.
최행장: (결재한 서류를 건네주며) 명선 조이사장 출금 ……. 차질 없지?
직원: 말씀대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만 전례가 없는 일이라.
최행장: 모든 일엔 시작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밀어붙이고 ……. 혹시 뭐 걸리는 사안 있으면 일민당 부총재님께 즉시 연락 드려서 도움 받고.
직원: 예, 알겠습니다.
씬 50. 소회의실 (저녁)
박 계장이 칠판에 자료를 써가며 브리핑 하고 있고 철중과 나머지 직원들 책상에 앉아 있다. 철중을 제외한 직원들은 모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있다.
박 계장: 재단 시설 및 교육 기관 매각은 각 기관별로 조건이 모두 다릅니다. 현찰 거래가 된 곳은 유치원 한 곳 뿐이고, 나머지는 해외 골프 학교에 대한 재투자나 …….장기간 의 임대, 해외 부동산과의 교환 등의 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 명선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자금 규모가 정확하게 측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철중: (수사관 한 명 돌아보며) 명선 주 거래 은행하고 조승우 개인 주거래 은행이 다르지?
수사관1: 예, 명선 재단은 그동안 조일 은행하고 거래해 왔고요, 조승우씨는 한서뱅크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철중: 한서 뱅크 안에 조승우 자금 숨어있는 걸 다 털어 봅시다.
박 계장: 뚜렷한 사유 없이 은행 전체 자금을 조사해 들어가는 건 좀 무리가 따릅니다.
철중: 그러면, (석신 보며) 리스트.
석신: (프린트 된 종이를 전체에게 돌리며) 그 동안 조승우가 개인적으로 밀접하게 접촉 한 각계 유력인사 25명입니다.
철중: 매스컴 플레이, 거래 허가 관련 뒤 봐주기 ……. 뭐 이런 거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인간들이니까, 이 사람들 쪽으로 들어간 자금만 우선 잡아내 봅시다.
박 계장: (석신에게 프린트물 받아보고서) 이 사람들에게서 직접적 혐의가 발견된 게 아닌 데 계좌 추적했다가 문제가 커지지 않겠습니까?
철중: 혐의 발견하면 되죠. 보세요, 무슨 게이트, 스캔들, 사태 ……. 터질 때마다 한 다리씩 걸쳤던 위인들입니다. (종이 흔들어 보이며) 지 버릇 개 주나 ……. 해 먹던 놈이 계속 해 먹지.
석신: (중후하게 끄덕이며) 옳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했습니다.
철중: 그건 좋은 일에 쓰는 표현 아냐?
석신: (눈 끔벅거리다가) 라이더들 사이에선 나쁜 놈한테 쓰는 표현입니다.
어이구, ……. 하는 느낌으로 석신 머리 한번 툭 치는 철중.
철중: 밥 먹고 갑시다. 오늘 유식한 라이더가 쏜다. 그랬지?
석신: 6천원 이하 한도에서 쏩니다.
철중: 1년에 한 번 생일인데 좀 더 쓰지?
석신: 6천 5백 원.
티격태격하며 회의실을 나서는 강력부 식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