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엄마 손에 이끌려 옥천미용실에 다녔다.
옥천미용실은 옥천 아파트 앞에 있었고 거기는 나보다 한 살 더 나이가 많은 수경이 누나, 나보다 한 살 어린 승우네 집이기도 했다.
승우 엄마가 바로 이 진월동의 미용사였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옥천미용실을 찾았다.
어려서부터 나와 동생은 머리숱이 많고 머릿결이 부드러워서 미용실에 갈 때마다 승우 엄마에게 칭찬과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별로 중요치 않은 그런 게 다 기억이 난다.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 그때의 내 풍성한 머리카락과 부드러운 머릿결은 다 어디로 간 건지...
미용실에 들어서면 나와 동생은 서로 먼저 머리 깎기 싫어서 일부러(?) 양보하곤 했다.
어린 나이에 머리를 깎는 게 참 싫었나 보다.
깎으며 떨어지는 머리카락의 그 까끌거림이 귀와 목에 닿는 게 참 싫었다.
그 과정이 싫었을 뿐이지 미용실을 나오면서는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미용실에는 언제나 아줌마들이 많았다.
아줌마들의 사랑방이라고나 할까?
승우도 포도원 교회와 효덕초등학교에 다녔기에 거기에 가면 엄마들은 교회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에 정신이 없었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 머리를 깎는 승우 엄마가 무섭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였다.
‘머리 잘 자르고 계시는 거 맞죠?’
엄마들의 수다 때문인지 미용실에 한번 갔다 나오면 2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어린 우리는 놀 시간을 뺏긴 것만 같아 항상 입이 나오곤 했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니 이젠 미용실을 가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이젠 미용실이 아닌 이발소를 다니게 되었다.
옥천이발소는 집에서 포도원 교회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오른쪽으로 도는 코너에 있었다.
거기는 은혜네집이다.
은혜는 나보다 3살쯤 어렸던 것 같다.
은혜 아빠가 이발사시고 엄마는 아빠를 옆에서 도와주신다.
여기는 남자들의 세계다.
냄새부터가 달랐다.
미용실은 파마약 냄새가 났는데, 여기는 목욕탕 남탕 냄새가 난다.
나는 비로소 이발소에 가면서 어린이에서 소년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커다란 의자에 앉으면 새하얀 가운을 입은 은혜 아빠가 빛나는 은빛 가위를 들고 내 머리카락을 잘라 준다.
아저씨한테서는 아빠에게서 나는 로션 냄새가 났다.
중학생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언제나 내 머리는 까까머리였다.
그때는 다 스포츠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다녔다.
이발을 마치면 은혜 엄마가 따뜻한 물로 직접 머리를 감겨주셨다.
내 머리를 감겨주는 은혜 엄마의 손길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렇게 까끌거리는 내 뒷머리를 만지며 이발소를 나오곤 했다.
예전에는 까끌거리는 느낌이 싫었는데 이젠 가끌거리는 느낌이 좋다.
이렇게 난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나의 어린 시절 함께했던 진월동의 미용실과 이발소.
그 시절 까까머리 소년은 이제 장성하여 어른이 되었다.
이젠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이면 미용실에 간다.
둘째인 아들이 좀 더 크면 이발소로 데리고 가야겠다.
그렇게 내 자녀들도 어른이 되어 가겠지.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