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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 or ten years went by, and one quiet summer evening they were sitting again, Gordon and Dudorov, somewhere high up by an open window over the boundless evening Moscow. They were leafing through the notebook of Yuri’s writings put together by Evgraf, which they had read many times and half of which they knew by heart. As they read, they exchanged observations and abandoned themselves to reflections. Midway through their reading it grew dark, they had difficulty making out the print and had to light the lamp. And Moscow below and in the distance, the native city of the author and of half of what had befallen him, Moscow now seemed to them, not the place of these events, but the main heroine of a long story, which they had reached the end of that evening, with the notebook in their hands. 5년인가 10년이 지난 어느 날, 고요한 여름 저녁에 고르돈과 두도로프는 또 다시 어느 높은 방에서, 끝없이 펼쳐진 어스름 녁의 모스크바를 내려다보면서 창문이 활짝 열려 있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예브그라프가 편찬한 유리의 작품집 한 권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읽고 또 읽고 또 읽어서 거의 암기하다시피 한 책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눈 뒤, 저마다 생각에 빠져 있었다. 중간까지 읽었을 무렵, 날이 어두워져 램프에 불을 켜야만 했다. 이 작자가 태어난 도시, 이 작자가 반생을 보낸 곳, 그와 관련된 온갖 일들이 일어났던 모스크바가 멀리 눈 아래 펼쳐져 있었다. 그 모스크바는, 이제 그들에게는 그 일들이 일어났던 무대가 아니라, 그 날 저녁 그 시집을 손에 들고 그 끝을 향해 다가갔던 긴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