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법회 / 김석수
요즘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이곳저곳 놀러 다닌다. 16년간 사용했던 승용차를 팔고 올여름에 에스유브이(SUV) 차를 산 뒤로 예전보다 더 자주 다닌다. 아내는 차가 커서 우등고속 프리미엄 타는 기분이라고 좋아한다. 오늘은 송광사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절 구경하고 고즈넉한 숲길을 걷고 싶었다. 비가 온 뒤라 공기가 깨끗하고 맑다. 휴일이라 주차장에 차가 많다. 입장료를 받지 않아서 좋다. 예전에 절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등산만 하려고 하는데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라고 하면 기분이 언짢았다.
비가 많이 와서 주차장 옆 개울 물소리가 요란하다. 일주문을 지나 개울가 정자에 쉬어가려고 앉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상쾌하다. 기대보다 사람이 많다. 얼굴이 까만 서양 사람도 있다. 정자 아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이 맑고 깨끗하다. 다시 일어나 천천히 걸어서 불일암으로 가는 길을 지나 템플스테이하는 전각으로 갔다. 화장실에 들렀더니 전통 재래식 ‘해우소’가 비데까지 갖춘 최신 시설로 바꿔 있어서 놀랐다.
10여 년 전에 수련회에 참가했던 생각이 나서 ‘사자루’로 갔다. 개울가 물소리는 여전하게 요란하다. 젊은이들이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재잘거리고 있다. 공양간으로 가는 문에 ‘일요 참선 법회’란 팻말이 눈에 띄었다. 궁금해서 사자루 앞 마당으로 들어갔더니 한 남자가 마루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도 돼요?”라고 물었더니 좋다고 한다. 흙마루에 신발을 벗고 아내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이 꽉 차 있다. 예전보다 시설이 좋았다. 천정형 시스템 에어컨과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다. 바닥은 다다미 형태로 걸어 다녀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선반에서 좌복을 내려서 깔고 사람들 사이에 앉았다. 좌중을 둘러보니 흑인 두 명도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프리카 탄자니아 사람이다. 조계종 동행이라는 단체 회원들이 그곳에 농업학교를 세웠다. 한국 스님이 교장으로 있으면서 그의 학생을 동국대학교로 유학 보냈는데 그들이 절 체험하러 여기에 왔다고 한다. 5분쯤 지나니 스님 한 분이 들어와서 법석에 좌정하고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요?”라고 친근하게 인사한다. 현묵 스님이다. 10여 년 전에 내가 ‘송광사 여름 수련회’에 참가해서 참선 지도를 받았던 분이다.
그는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일없는 가운데 내 할 일이 있는지라 문고리 걸고 앉아 졸면 깊은 산 짐승들이 나 홀로 있는 줄 알았는지 그림자 그림자 겹치며 산창(山窓)을 지나가네.”라고 경허 선사 시를 읊었다. “참선은 마음 밭을 가꾸는 일이다. 다른 사람이 밖에서 보면 일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행하는 사람은 힘들다. 참선 중에 졸음이 와도 마음 밭의 잡초인 망념을 없애려면 화두를 일념으로 챙겨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합장하고 불(佛), 법(法), 승(僧)으로 돌아가 의지하자는 삼귀의(三歸依) 예를 올린 뒤 다음과 같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도록 했다. 무릎을 펴고 만지도록 한다. 숨을 마시면서 두 손을 잡아서 올렸다 내 쉬면서 발끝을 잡는다. 두 손을 옆구리에 대고 멀리 보면서 옆으로 돌린다. 발을 벌려서 허벅지 안쪽을 두드린다. 넓적다리부와 엉덩이를 골고루 두드린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숨을 들이마시면서 손을 들고 왼쪽 다리를 잡으면서 내쉰다. 그 상태에서 옆구리를 늘려준다. 반대로 그렇게 한다. 근육 긴장을 풀어준다. 손을 뒤에 짚고 두 발을 모아서 발목 돌리기도 한다.
몸을 풀고 다음과 같이 좌선 자세를 하도록 했다. 발을 접어서 왼쪽 발을 엉덩이 밑으로 넣고 오른쪽 발을 포갠다. 허리를 쫙 편다. 어깨 힘을 뺀다. 턱을 들고 머리 정수리로 위를 밀어 바르게 한다. 귀는 어깨 줄과 같이한다. 가슴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한다. 두 손은 포개서 엄지손가락을 맞물려서 아랫배 단전에 올려놓는다. 시선은 반쯤 눈을 떠서 코끝과 앞 사람의 허리를 본다. 혀는 입천장에 붙인다. 호흡은 자연스럽게 조용히 마시고 천천히 내쉰다. 허리를 쭉 펴고 온몸의 기운을 놓아버리고 화두를 챙기라고 한다.
화두는 참선 수행의 실마리다. 자세와 시선, 그리고 호흡이 안정될수록 잘 들린다. 중국 당나라 시대 조주 선사의 무(無)자 화두가 유명하다. 어떤 스님이 그에게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불성이 없다(無).”라고 답했다. 부처님은 모든 중생은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조주는 ‘왜 개는 불성이 없다고 하는가?’라고 의심하는 것이 무자 화두다. 스님은 ‘조주는 왜 그랬을까?’ 혹은 '이 몸둥이 끌고 다니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오직 한 생각만 하라고 한다.
그는 참선하면서 졸음이나 망상이 찾아오면 합장하고 경책을 받으라고 한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합장했더니 스님이 죽비를 들고 내 앞에 왔다. 왼손을 짚고 어깨를 낮추라고 한다. 죽비를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시간쯤 지나서 다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법회는 끝났다. 오랜만에 참선을 해보니 신선했다. 그 뒤로 요즈음 아침 일어나자마자 잠깐 동안 그리고 잠들기 전에 '왜 그랬을까?'라고 하면서 좌선한다.
첫댓글 글 고맙습니다. 참선에 같이 참여한 느낌입니다. 오직 한 생각만 하라.
고맙습니다.
요즘 불교에 관심을 가더니 이런 글을 읽게 되네요. 나도 모르게 글을 읽다가 자세를 바르게 고쳐 봅니다.
명상을 시도해 보는데 참 어렵더라구요. 공부 좀 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내가 참선한다면 죽비로 몇 대 맞았을 것 같네요.
아 그래요? 글쎄요.
최미숙 선생님 댓글에 크게 공감하며 웃었네요. 참선 아무나 못 할 거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와! 어렵네요. 저도 참선은 힘들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려운가요? 고맙습니다.
원장님의 관심사는 어디까지일까요?
이러다가 도 통하는 거 아닌가요? 하하.
글쎄요? 고맙습니다.
글이 좋아서 재밌게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