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남은 길략어의 자취
정진명(시인)
아이누족이해안가를중심으로펴져살던겨레라면, 길략은한반도내륙지방과북부지방에, 널리펴져살던겨레입니다. 이들의말은그냥그대로, 우리말인경우가많습니다. 아내를뜻하는<아낙>은, 길략어에서도똑같고, 늙은부인을뜻하는<아망이>는길략어로친구를뜻하는말입니다. 아이누어의<구리>가사람을뜻하듯이, <군>은길략어로사람을뜻합니다. <일꾼, 짐꾼, 장군>같은말에들어있는<군>이, 바로그것입니다. 우리가무당들이쓰는장군을, 군대의장수로여기기쉬운데, 무당들이쓰는그<장군>은, 한자말<장군(將軍)>이아니라, '장한사람'을뜻하는순우리말<장군>임을알수있습니다. 그장군과이장군은다릅니다.
<엉덩이>는<엉데>이고, <이바구>는<일바이(말하다)>입니다. <고뿔>은병을가리키는길략어<고뿌라뜰>과같고, <허파>는<하바>와똑같습니다. 눈을뜻하는길략어<가비>는, 우리말에<진눈개비>로남아있습니다. 핫바지라는우리말에서, <핫>이무엇을뜻하는지분명하지않은데, 길략어에서<핫>은'솜을넣은'입니다. <북어>를<北魚>라고한자로적어서, 이게도대체뭔말인지뜻을알수없는데, 길략어로건어물이<부기>입니다. 그대로우리말에서도말린고기가<북어>죠. 그래서실제로<북어>라고발음하지않고, <부게>라고말하는경우가많습니다. 충청도에서는<부게>라고말합니다. 송곳은찌른다는뜻을지난, 길략어<송가레>에서온게분명합니다.
우리가<모시적삼>이란말을쓰며서도, <적>이무엇을뜻하는말인지모르는데, 물고기껍질로만든윗도리를, 길략어로<적>이라고하는것을알면, 우리말의뜻도더욱또렷해집니다. <모시적삼>은, 모시로만든웃도리를뜻하는거죠. 부추를<정구지>라고하는데, 길략어로채소를<딩거>라고하는걸보면, 부추를뜻하는여러사투리중에서, 이것은길략에서온말임을알수있습니다. <장승>은인형을뜻하는길략어에서온말입니다. 길략어로사라지다가<돗가>임을알면, 우리가도망가는것을<토끼다>고하고, 잘도망가는짐승을<토끼>라고하는까닭도미루어알수있습니다. 이름씨<신>에<다>가붙어, <신다>라는움직씨가되듯이 이름씨<토끼>에<다>가붙어, <토끼다>라는움직씨가된것입니다.
우리가어원을알면좋은것은, 그뜻이한결또렷해지기때문입니다. 우리말은무심코쓰면서도, 그뜻이또렷하지않은경우가많습니다. 그렇지만이렇게어원을살펴보면, 고개가절로끄덕여지는일이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