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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삼 <아동문학사랑방> 제 46 호 ․ 2002년 4월 1일 ♧441-837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1267 한성아파트 809동 605호 ☏031-235-0987 |
《2001. 4. 15. 일요일. 섬진강 나들이 ‘치포치포 기차여행’ 소감》
1. 섬진강을 찾아서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려면 늦어도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신통방통하게도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머리도 무겁지 않았다. 새벽 1시 가까이 되어서 귀가한 아들놈 기다리다 늦게 잤는데도 말이다.
가방을 메고 역(수원역)으로 나가니 7시 20분. 아직 20분이나 여유가 있다. 안내소를 찾아 철도회원권을 보이고 예약해 둔 차표를 받았다. 이젠 기차 여행도 일찌감치 예약해 두지 않으면 어렵다. 구경 가는 것도 선착순의 경쟁을 해야 한다. 7시 40분이 넘었는데도 개찰을 하지 않는다. 서울역에서 7시 10분에 출발하는 기차인데 연착인 모양이다. 수원역에서도 타는 사람들이 많아 남행 관광기차는 꼭 수원역에 정차했다가 간다. 3분을 경과해서 개찰시킨다. 홈에 서서 기차를 기다린다. 1분이 지나자 철로를 따라 기차가 꾸불꾸불 들어온다. 반갑다.
기차에 올랐다. 졸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도 될 터이겠지만 여행 때문에 모두들 일찍 일어난 탓이리라.
나는 대전까지 갈 동안은 눈을 붙이기로 했다. 대전까지는 낯익은 길이어서 바깥 풍경은 보나 망나니까.. 그래서 등을 기댄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앞자리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힐끗 건너다보니까 두 자리 건너에 있는 앞 좌석이다.. 아가씨 넷이 좌석을 맞붙이고 앉아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다가 재잘거리는 게 여기가 카페인 줄 아는 모양이다. 다른 이의 눈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이야기에만 정신이 팔려 목소리를 낮추는 법이 없다. 외국 여행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유독 시끄럽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기차 여행을 할 때 아이들이나 여럿이 떼 지어 온 중년 남녀들과는 좌석이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그날 여행이 피곤치 않다. 오늘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인가 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깔깔깔깔, 20대로 보이는 아가씨 넷은 여전히 이야기에 신이 났다. 여자들은 젊거나 늙거나 간에 여럿이 모이면 무슨 말이 그리도 많을까? 여자들이란 참 괴상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말이 많지만.
몸을 편히 하러 엉덩이를 들썩한 김에 내 바로 뒷자리를 흘깃 보니 30대 남녀 한 쌍이 앉아 있다. 그런데 이들은 또 다른 모습이다. 두 사람은 뭐가 그리 비밀이 많은지 서로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소곤, 그러면서 좀 떨어져 있으면 무슨 큰 변이라도 나는지 아침부터 찰싹 껴안고 야단이다. 여행이 목적인지 차안에서 사랑 표현하는 게 목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럼 겸사 겸사인가? 좀 졸았는 것 같은 데 대전이다. 수원서 대전까지는 2시간이다. 논산, 강경을 지나 익산에 왔다. 강경과 익산 사이는 벌이 넓다. 널찍한 보리밭이 보기에도 참 시원스럽다.
농부들이 못자리를 내는 게 보인다. 그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세상은 고르지도 못하다. 누구는 아침부터 논밭에서 뼈 빠지게 땀 흘리며 일하는데, 누구는 아침부터 놀러 가고, 또 새파란 젊은것들은 잡담으로 까르르, 한편에선 서로 껴안고 사랑 놀음하느라 바쁘고. 농부님들! 참으로 죄송, 죄송하오!
기차가 선로를 바꾸었다. 전라선으로 들어섰다. 삼례와 익산 사이도 벌이 넓다. 곧 전통 한옥의 역 건물이 다가선다. 전주 역이다. 보기에 참 좋다. 지방 역은 될 수 있으면 전통 우리나라 건물 양식으로 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주역을 막 벗어나자 스코틀랜드의 성 모양으로 생긴 모텔들이 무더기로 나타난다. 도시 주변은 다 이렇다. 전주를 벗어나니 기차가 굴속을 자주 들락날락한다. 그리고 철로 양쪽으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선다. 강원도라면 모르겠는데, 남쪽 지방이 왜 이런가 하고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이 곳이 노령산맥 지대임을 깨달았다. 지리산이 가까워 오지 않는가.
임실, 남원을 지나 목적지인 압록역에 도착하기 앞서 곡성역에 도착하니 11시 40분. 어깨에 ‘심청마을 곡성’이란 띠를 두른 곡성군수가 차 안으로 들어서더니 환영 인사를 한다. 심청이 고향이 곡성이란다. 왼쪽 차창으로 섬진강이 보인다. 섬진강 하면 얼른 떠오르는 게 김용택 시인이 아닌가.
군수의 안내 방송과 군청 직원들의 안내 말을 들으며 압록역으로 향했다. ‘압록’은 ‘鴨綠江’의 압록이란 이름과 똑같다.. 한자까지도. 안내문을 나누어 준다. 먹을거리를 보니 돼지 불고기, 산채비빔밥, 전통국밥, 순대, 도토리묵, 파전, 산채전, 동동주가 있고, 4킬로를 가면 참게 매운탕, 은어 요리가 있다고 되어 있다.
군청 직원을 보고 싱거운 소리 한마디 했다. 앞으로 안내문에 음식값을 좀 적어 놓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주머니 사정 생각지 않고 음식 먹었다가 돈 모자라면 외상 달아 놓고 갈 수 없잖느냐는 거였다. 옆 사람들이 듣고 씨익 웃는다. 그런데 군청 직원은 우습지도 않은지 무표정이다. 은어요리는 얼마냐고 했더니 2만 원이란다.회가 아니면 구운 것이겠지. 곡성 인구는 얼마나 되냐고 했더니 3만이란다. (나중 행사장에서는 누가 마이크로 4만이라고 했다.)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또 싱거운 소리 한마디 했다. 군수님이 잘하시는데,, 다음 선거 때 내게 투표권이 없어서 군수님께 투표하지 못하는 게 참 애석하다고 했다. (내 조크가 신통찮은지 웃으려 조차 안 한다)
기차에서 내리니 관광객을 위한 풍물패의 꽹과리, 장구 소리가 요란하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강변에 마련된 행사장으로 향했다. 기차에서 내려 곧바로 한 삼십 미터 됨직한 다리를 건너니 행사장이다. 강변에 천막을 친 음식점이 여럿 보였다.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실은 관광객의 주머니를 털려는) 음식점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시간 절약을 위해 냉큼 국밥집에 들어가 순대국밥을 청했다. 4000원. 그런대로 괜찮았다. 식사 뒤 화장실로 가기 위해 폐교가 된 분교장 건물로 들어섰다. 몇 학급 짜리였을까? 대충 가늠해 보니 한 66 학급은 됨직 했다. 운동장에 버티고 선 느티나무 한 그루를 보니 학교 역사도 꽤 오래된 것 같았다. 가지를 우산처럼 쫙 펼친, 키는 나지막하지만 몸통 둘레는 몇 아름 되는 정말 풍채 좋은 정일품 급의 느티나무였다. 그리고 화단에 허리 굽히고 선 노송나무도 멋있었고, 잎은 없고 꽃만 발갛게 핀, 정말 이름 모를 꽃나무 한 그루도 아름다웠다. 학교가 너무 이쁘고 참했다.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군청에서 마련한 태안사로 가는 버스가 13시 30분에 있기에 시계를 보니 아직 20여분 남았다. 학교 담을 따라 진열해 놓은 나비, 잠자리의 곤충 표본을 보다가 길섶에 핀 작은 풀꽃을 발견했다. 마침 길가의 걸상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께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았으나 모른다고 한다. 그 옆의 할머니께 다시 물었더니 ‘장구제비’라 한다. 장구 제비라? 서울서 관광객 350여 명이 왔다고 하니까 사람 구경 나오신 모양이다. 이곳 동네 이름은 ‘가정리’이다. 학교 이름이 뭐냐고 다시 여쭈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예성학교라 한다. (뒤에 군청 직원에게 다시 물었더니 압록초등학교 분교장이라 한다. 폐교 된지 오래됐다고 한다.)
-장구 제비꽃에 대해
꽃줄기가 제비꽃처럼 가늘고 키는 10센티미터 남직, 잎 크기가 내 새끼손톱만 하다. 꽃잎은 넉 장인데, 잎보다도 작다. 석 장은 보라색이고 한 장은 흰색이다. 제비꽃의 한 종류로 생각되었다. 길섶에 여러 송이가 피었는데, 보기에 너무 안쓰러웠고 너무 귀여웠다. 너무 안쓰러웠던 것은 연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 때문. 그꽃 한 송이를 줄기 째 고이 잘라서 가방 속에다 넣었다. 알 수 없는 쓸쓸함과 함께.
차비 3000원을 내고 태안사로 가는 버스를 탔다. 태안사는 영 실망스러웠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길도 그렇거니와 절집도 볼 게 없었다. 3시에 되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왔다. 냇가로 가니 동네 부녀회에서 파는 도토리묵과 동동주가 있었다. 묵은 4000원. 동동주 생각이 났으나 한 통씩 팔기에 나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 그냥 찬물이나 달래서 묵을 먹는데, 할머니가 보고 동동주 한 종지기를 떠다 준다. 맛을 보니 독하지는 않은데,, 이상한 향내가 나서 비위가 거슬린다. 묵 맛도 그리 좋지는 않다. 이곳 동네 할머니들이 나서서 만든 것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난 것은 부녀회라면 대체로 젊은 주부들을 연상케 마련이데, 이곳 회원들을 보면 희한하게도 50대 여자들이 아니면 할머니들이다. 이게 오늘의 우리 농촌 모습이다. 할머니들이 부녀회 회원이라니! 웃음이 나온다.
이제 더 이상 구경할 것도 없어 본부석 같은 행사장에 가니 연이 있었다. 연 하나를 빌려서 강변으로 나갔다. 본부석 앞에서는 밴드가 관광객들 노래 자랑시킨다고 시끌시끌하다. 가오리연을 날린다.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이다. 50년만인가? 연이 잘 오른다. 그런데 바람이 세게 불 때면 연줄을 풀어 주어야 하는데 줄이 짧은 탓에 그러지 못하니 연이 뱅글뱅글 맴을 돌다가 그만 땅바닥에 쿡 머리를 처박는다. 몇 번을 그런다.
연 날리기를 그만두고 강물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시간이 있었더라면 강변에 고즈넉이 앉아 흐르는 강물이나 보며 나 또한 저 강물처럼 때로는 촐랑이며 때로는 철썩이며 멀리서 아른아른 손짓하는 먼 봄바다까지 쉼 없이 흘러나 볼 것을.’ 그러나 이런 내 센티함과는 달리 눈앞의 강물은 봄 가뭄으로 흐리고 어두웠다. 강바닥에 이끼가 많이 끼어 있었다.
5시 50분에 출발할 기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3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었으나 차를 타기 위해 일찍 자리를 떴다. 기차에 오르기 전에 교통 경찰에게 물었다. ‘치포치포’가 무슨 뜻이냐고. 그랬더니 자기도 모르겠다고 한다. 자리에 앉은 뒤 승무원이 오기에 다시 물었더니, 이곳 지명과는 관계가 없고 그냥 기차 여행이란 뜻에서 ‘치포치포’라고 했단다. ‘치포치포’라? 문득 의성어 ‘칙칙폭폭칙칙폭폭’을 ‘칙폭칙폭’으로 줄인 뒤 다시 받침 ‘ㄱ’을 뺀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누가 작명했는지 참 기발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섬진강을 떠나며
기차가 압록역으로 뒷걸음질해 간다. 거기서 선로를 바꾼 뒤 곡성역으로 가기 위해서다. 곡성 군수가 차내 마이크로 송별 인사를 한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곡성역에 도착하면 군수는 내릴 거고 관광객들은 저마다 오늘의 관광에 대해서 속으로 평가를 할 것이다.
올라갈 때는 좌석 위치가 반대로 된다. 아침부터 종알거리던 20대 아가씨들은 이제 내 뒤쪽이 되었고, 자석처럼 떨어질 줄 모르던 30대 남녀는 내 앞쪽이 되었다. 잠시 졸았다가 눈을 뜨니 앞자리의 남녀가 또 야단이다. 볼을 비비대며 이야기하다가 허! 입까지 쪽 맞추네. 공짜 구경하기 멋쩍어진다. 뒤쪽 아가씨들은 종알거리는 것도 지쳤는지 이젠 조용하다. 그런데 앞쪽 옆자리를 보니 40대로 보이는 아줌마가 오징어를 찢고 있다. 새빨간 매니큐어의 손으로 오징어를 쭉쭉 찢는 게 요새 유행하는 말로 너무 엽기적(?)이어서 자꾸 그리로 눈이 갔다.
화장실에 다녀오다 보니 모두 고개를 옆으로 늘어뜨린 채 잠에 곯아떨어져 있다. 내 앞자리의 남녀는 누가 보든 말든 초지일관 서로 꼭 껴안고 있다.
자리에 앉아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니 삼례를 지난다. 보리밭의 푸르름이 너무 싱그럽다. 같은 푸름이어도 골프장의 잔디는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꼭 조화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보리를 보니 생명의 땅기운이 힘차게 보리 싹을 타고 활활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도시를 골프장의 잔디밭이라 한다면 저 푸른 보리밭이야말로 농촌이다. 골프장엔 스포츠란 이름의 큰 돈이 걸린 경기와 쾌락만 있지 진정한 뜻의 땀은 없다. 그러나 저 들판의 보리밭은 어떤가. 힘들고 피곤하지만 노동이 주는 진정한 뜻의 땀이 보이지 않는가.
땀에도 종류가 있다. 운동으로 흘리는 땀, 섹스로 흘리는 땀, 곤혹스런 경우를 맞았을 때나 가위눌렸을 때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식은땀,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뻘뻘 흘리는 땀, 그러나 진정으로 가치 있는 최고의 땀은 논밭이나 산업현장에서 흘리는 구슬 같은 땀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모두 노동의 구슬 같은 땀 흘리기는 싫어하고 가치 없는 땀 흘리기에 몰두하려 한다.
이제 익산인가.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반짝이기 시작하고, 번쩍거리는 요란한 네온사인 간판들이 보인다. ‘캘리포니아’ ‘꿈의 궁전’ 같은 이름의 모텔 간판이 선정적인 몸짓으로 번쩍거린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는 것은 이제 이런 네온사인 간판이다.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불빛은 소비와 쾌락과 퇴폐와 부정부패의 불빛이다. 그냥 어둠 속에 희미하게 빛을 내는 알전등 불빛은 짓밟히고 짓뭉개진 끝에 신음하며 죽어 가는 농촌의 불빛이다. 어둔 들판 저 편에서 스러질 듯 깜빡거리는 그 알전등 불빛들을 보니 밤하늘의 작은 별빛과도 같아 쓸쓸함을 느낀다.
시계를 보니 19시가 좀 못 되었다. 도시락을 하나 샀다. 5천 원. 별 맛있을까 했는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싹 다 비웠다. 쇠고기 장조림이 든 조그만 반찬통만 남았다. 버리기 아까워 그걸 비닐에 싸서 가방에 넣었다. 집에 가져가면 좋은 반찬이 될 거다.
대전이 가까워 온다. 뒷자리의 참새 아가씨들은 이야깃거리가 동이 났는지 조용하고 앞자리의 남녀는 여전히 초지일관 악착같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잠이 들었다. 하지만 빨간 매니큐어 아줌마는 여전히 엽기적으로 오징어를 찢어 씹고 있다.
이젠 지루하다.19시 40분에 수원 도착이니 한 2시간 남았다. 다시 고개를 옆으로 꺾고 눈을 붙인다. ‘치포치포 섬진강 구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신통찮았다. 오늘 쓴 돈을 셈해 본다. 왕복 기차비가 22,600원, 국밥 4,000원, 묵 4,000원, 태안사 버스비 3,000원, 도시락 5,000원, 그밖에 간식비와 음료수비까지 쳐서 전부 50,000원.
밤 10시를 좀 지나 수원역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20분 연착한 셈이다. 가방을 챙겨 일어서니 앞자리의 남녀도 일어선다. 오호, 너희들도 수원에서 탔던 게로구나. 서울 사는 청춘인 줄 알았더니 수원 사는 청춘이구나. 수원 사는 청춘들도 사랑엔 상당히 노골적이구나. 개찰구를 빠져 나오니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남녀는 팔짱을 낀 채 저만큼 지나가고 있다. 그 청춘이 실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럽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거리는 네온사인 불야성이다. 번쩍번쩍번쩍. 마시자, 한 잔의 술! 그래, 먹고 마시고 껴안고 춤추자. 이것이 오늘 우리들의 인생, 우리들의 모습이다.
‘치포치포 섬진강 나들이 체험 관광 기차’는 내년에도 빠앙 기적을 울리며 서울역을 출발할 것이다. 거기 가시려거든 볼거리, 먹을거리는 생각지 마시고 폐교가 된 학교 운동장에서 풍채 좋게 늙은 느티나무 한 그루를 벗하여 사진이나 한 장 박으시고, 나무가 펼쳐 주는 그늘에 앉아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시라. 그리고 그 흐린 물빛의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벗하여 잠시나마 강물을 들여다보며 삶이 무엇인가를, 또 지금 내가 삶의 어느 자락에 와 있는가를 돌아보시며 도시의 매연과 먼지에 찌든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씻어 보시라. 그러면 ‘치포치포 섬진강 나들이’가 당신의 인생에서 결코 헛된 하루, 헛된 걸음의 나들이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집에 들어서니 밤 10시 40분, 주말 연속극 ‘태조 왕건’이 한참 전개되고 있었다. 며칠 뒤 나는 ‘문 닫은 산골학교’란 동시조 한 편을 써 보았다. 그 폐교를 소재로. 이젠 시 한 편 쓰려면 현장 취재도 필요하다. 나는 다음 달인 5월 5일에 다시 남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로 예약했다. 이번엔 전남 함평에서 열리는 ‘나비축제’를 보러 갈 것이다. 그러나 나비축제보다 함께 있을 ‘갯벌 체험’이란 프로그램에 더 흥미가 갔다. 하지만 또 실망하고 돌아올지 모른다. (200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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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오래된 농담 하나】
이 농담은 서방 문명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백인이 다가와 자신들은 성경을 갖고 있고, 우리는 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보니 우리는 성경을 갖고 있고, 백인은 땅을 갖고 있다.” *성경을 갖고 와서는 땅을 빼앗은 백인들, 종교의 탈을 쓴 도둑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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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아동문학사랑방으로 보내 주신 귀한 마음(존칭 생략)
*3월 25일까지 도착분
엄기원 - 동시집 ‘개구쟁이 편지 쓰는 날’(대한)
노원호 - 시집 ‘그대 가슴은 아직도 따뜻하다’(세손)
한국글쓰기 연구회 - 글쓰기 79호 / 한국문협 - ‘월간문학 3월호’
민족문학작가회의 - ‘작가 2002년 봄호’ / 이성희 - 우표 20장 × 190원
용환신(시인. 사람과 땅의 문학 동인) - 동인지 ‘사람과 땅의 문학 3호’
어린이도서연구회 - 동화 읽는 어른 2002. 3월호
오승희 - 동화집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창작과 비평사)
현대문학어린이 - 동화집 ‘아기
현대문학어린이 - 동화집 ‘아기 공룡 곤곤이’(노제운)
이재복 - 이야기밥 32호 / 김영순 - 장편동화 ‘우차꾼의 아들’(아동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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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행문 잘 읽어습니다.ㅎ
저는 서울에서 내려올 때
대전역까지만 오는 기차 탑니다.
중간에 내리는 사람이 많아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