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헤치려다 도리어 맞은 독사처럼 치밀리는 독기…. p. 384
* 금지의 꼴 같지 않은 큰 웃음소리가 마치 독 묻은 살촉과 같이 유종의 귀에 와어 들이박히었다. p. 385
*이 세상 것 아닌 신품을 지어 낸 때에 오직 참된 예술가라야만 맛볼 수 있는 감흥과 만족…… 다 큰 자식이 어버이의 품을 떠난 것처럼 허수한 적막…. p. 403
* 아사달은 아사녀를 덥석 부둥켜안았다. 그 순간! 아사달의 불같이 뜨거운 뺨에는 차고 단단한 무엇이 선뜻하고 부딪쳤다.
그것은 돌이었다. 몸집과 키가 천연 아사녀만한 돌이었다.
한때의 환각(幻覺)은 깨어졌지만 한 번 머릿속에 깊이 새겨진 아사녀의 환영은 지워질 까닭이 없었다.
아사달은 허리춤에 꽂았던 마치와 정을 빼어 들었다. 그는 방장 나타난 제 아내의 환영을 그대로 그 돌에 새기기 시작하였다. p. 423
* 아사달이가 어제 나가 아니 들어왔다는 차돌의 대답에 주만의 서 있는 자리는 지동이나 일어난 듯 슬렁슬렁 움직이는 것 같았다. p. 428
* 하나로 녹아들어 버린 아사녀와 주만의 두 얼굴은 다시금 거룩한 부처님의 모양으로 변하였다.
아사달은 눈을 번쩍 떴다.
설레던 가슴이 가을 물같이 맑아지자, 그 돌 얼굴은 세 번째 원불(願佛)로 변하였다. p. 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