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승 선생 1919년 1만7천명 독립운동가들에게 신선로를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
2019년 7월 23일
이건승 선생 「신선로 노래」:
집안 아우 이성민(李聖民)이 평안도 강계군에 살고 있는데 나에게 신선로를 보내주었다. 나는 풀뿌리를 먹고 사는데 이런 도구는 필요 없었다. 얼마 뒤에 날씨가 추워져서 된장 국물에 무를 넣고 끓여서 뜨거울 때 먹었더니 냄새도 좋았다. 그래서 「신선로 노래」를 지어 아우 이성민에게 보내주었다.
집안 아우 이성민이 나에게 신선로를 보내주었는데, 신기한 그릇의 광택이 쌀이 없어 밥도 못 짓는 추운 부엌에서 반짝거린다. 백동에 복을 부르는 두 마리 박쥐를 새겼는데 옛날보다 기술이 뛰어나게 보였다. 이웃사람들도 놀라 처음 본다면서 어떤 사람은 솥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냄비라고 하였다. 신기한 것은 구리로 만든 둥근 통관이 가운데 서있는데 마치 큰 바다가 방호산을 둘러싸고 있는 것과 같다. 잘못하여 국물을 통관 안에 넣는다면, 숯불을 어디에 넣어야할까? 아우는 나이가 어리고 깊이 생각하지 않기에, 이런 그릇이 나의 술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 내 술잔에는 반드시 누런 울금으로 담근 술을 담아야한다는 것을 모른다. 쓸데없는 그릇으로 늙은이가 무엇을 맛볼 수 있을까? 내가 듣기로는 신선의 음식은 불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신선로 이름부터 억지가 있다. 잠깐사이에 그릇 안에 있는 음식들이 오색으로 푹 익어 오미를 다 내고, 센 불과 약한 불을 잘 조절하여 요리를 잘하면 끊는 소리가 통관에서 피리처럼 소리를 낸다. 가난한 사람이 언제 한번이라도 이런 맛을 보겠는가? 먹어보니 마치 악전(偓佺)이나 팽조(彭鏗) 같은 신선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열구(悅口,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이름 붙였다.(신선로를 열구탕이라고도 한다.) 겨울이고 여름이고 신선로에 요리를 하면 아주 좋은 약이라는 제호(醍醐)가 될 것이다. 날마다 많은 돈을 펑펑 쓰는 새로운 귀족들이나 신선로에 둘러앉아 먹으면서 맛있다고 떠들고 비싼 가죽옷을 벗고 땀을 씻으면서 겨울도 덥다고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팔아 자기 몸을 기름지게 하는 사람이다. 신선로야! 신선로야!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 서울이 싫다고 촌구석에 내려와서 그릇으로서 써보지도 못하였느니 지사는 탄식한다.
나는 앞으로 너를 쓸 일이 있겠느냐? 김칫국이나 끓이고 된장국물에 무를 삶을 것이고, 장작불이 붉게 달아오르면 입으로 후후 불면서 먹을 것이다. 어찌 고기와 생선에 생강 계피 같은 갖은 양념을 넣을 것을 기대하느냐? 겨울에 음식을 덥혀 먹는 데 쓰려고 한다. 좋은 방안에서 좋은 고기와 좋은 술을 바라느냐? 좋은 솥에 낙타 봉 같은 팔진미를 바라지도 말아라. 예전의 모습은 부귀한 사람들에 가까웠지만 나는 신선로 너를 써서 된장국 끓여 뱃속에 있는 누린내를 씻어내련다. 아! 금단이 익지도 않았는데 벌서 해가 저물었고, 솥 불도 식어가는데 아무 소식도 없다. 어떻게 하면 신선로 너를 1만7천 개를 얻을 수 있느냐? 지금 추운 감옥에 갇혀있는 영웅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독립을 외치다가 잡힌 사람들이 1만7천 명이다.)
「神仙爐歌」:
堂弟聖民,寓江界郡,贈余神仙爐。余方喫菜根,無用此器。既而日寒,試以豉汁雜萊菔烹煮,乘熱食之,熏然可喜,乃作「神仙爐歌」,示民弟。
聖民遺我神仙爐,珍器光爍,動寒厨。白銅刻鏤雙蝙蝠,儘覺侈巧,與昔殊。鄰人嗟歎未曾有,或謂鍋鐺,或謂盂。怪底銅管當中立,恰如瀛海環方壼。錯道羹汁納管內,欲將炭火安置乎?弟方年少,沒心筭,不知此物不稱吾玉瓚,必須黃流盛,徒器寧可啖老夫?我聞仙食忌煙火,厥初命名無乃誣,怳兮惚兮中有物,五色爛與五味具,火均文武不失飪,沸聲繞管鳴似竽。窮子何曾染一指?食此視若偓佺、彭鏗徒。因以名之字悅口(神仙爐,或名悅口湯),冬夏持世并醍醐。日擲萬錢多新貴,大嚼圍坐酣歌呼,卸裘拭汗冬為煖。此輩賣國肥其體。爐乎爐乎!奚為而至此?不樂京國墮江湖,器而未試,志士歎。
我將用汝奚以需?烹虀煮菔雜豉汁,榾柮燒紅聚口呴。何必魚肉薑桂種種具,當冬熱食良圖。金帳羔酒何足戀?翠釜駝峰非所須。從前氣味近富貴,我今為汝滌羶腴。吁嗟!金丹不熟歲已暮,鼎火欲冷消息無。安能得汝一萬七千具?遍與牢獄寒廳好丈夫。
(時以唱獨立被囚,為一萬七千人。)
* 참고자료:
* 偓佺:
漢、劉向,『列仙傳、偓佺』:“偓佺者,槐山採藥父也。好食松實,形體生毛,長數寸兩,目更方,能飛行逐走馬。以松子遺堯,堯不暇服也。松者,簡松也。時人受服者,皆至二三百歳焉。偓佺餌松,體逸眸方。足躡鸞鳯,走超騰驤。遺贈堯門,貽此神方。盡性可辭,中智宜將。”
* 彭鏗:彭祖。
『楚辭、天問』:“彭鏗斟雉,帝何饗?受壽永多,夫何久長?” 王逸注:“ 彭鏗,彭祖也。”
* 瑟彼玉瓚,黃流在中:
『詩、大雅、旱麓』:“瑟彼玉瓚,黃流在中。”
毛傳:“黃金所以飾流鬯也。”
鄭玄箋:“黃流,秬鬯也。”
孔穎達疏:“釀秬爲酒,以鬱金之草和之,使之芬香條鬯,故謂之秬鬯。草名鬱金,則黃如金色;酒在器流動,故謂之黃流。”
* 翠釜駝峰:
宋、周密,『癸辛雜識續集上、駝峰』:“駝峰之雋,列於八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