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책 두 번째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를 읽었습니다.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분량이 좀 있는 관계로 읽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아마존 파괴, 그로 인한 생태계 위협과 기후위기, 이를 막고자 하는 원주민들과 기업 정부간의 갈등...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주제인데다 전개 구조가 너무나 비슷해서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오래 전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아마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며 백인 사회운동가의 글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운동을 해나간 원주민 여성 리더의 목소리라는 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료를 조금 찾아보았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있는 약 9천800㎢ 면적의 야수니 국립공원에는 17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에콰도르 전체 석유 매장량의 40%에 달한다. 에콰도르 국영 석유 회사 '페트로에콰도르'는 이중 '43블록'이라고 명명한 일부 지역에서 2016년부터 하루 최대 46만6천 배럴의 석유를 시추하는 사업을 허가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코나이에)을 비롯한 환경 운동가들은 원주민 거주지 파괴와 환경 훼손 등이 심각하다며 사업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코나이에는 "야수니 국립공원 내에 외부 사회와 접촉하지 않은 3개의 원주민 집단과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수니 국립공원 원유 채굴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석유 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최소 50%인 36억 달러를 사업 보류 기금 명목으로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금했다. 참신한 지구온난화 해법으로 주목받은 이 대안은 여러 환경단체의 찬사를 받았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에드워드 노턴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지원 약속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6년 뒤인 2013년까지 목표치의 0.37%에 해당하는 1천330여만 달러밖에 모이지 않자, 코레아 정부는 사업 보류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 결과 2016년부터 석유 시추가 시작되었고 이로 인한 환경파괴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2023년 야수니 국립공원 석유개발 중단 여부를 묻는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여기서 60% 이상이 '개발중단' 의견을 냄으로써 사업은 중단되게 되었다.
바로 이때 주도적으로 아마존 지키기 운동을 펼쳤던 와오라니 부족의 리더 "네몬테 넨키모"가 쓴 책이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입니다. 그러나 책은 이들이 어떻게 사회운동을 펼쳐 결국 승리로 이끌었는지를 서술하기 보다는 저자 네몬테가 어린 시절부터 숲에서 나고 자란 이야기, 선교사들이 종교를 앞세워 어떻게 자본과 기업을 몰고 들어왔는지, 그 과정에서 해체되고 망가져가는 원주민의 삶과 부족의 갈등을 당사자 입장에서 쓰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호소력이 있고 감동적이죠.
숲에서 자란 원주민 소녀가 문명에 이끌려 선교회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십대 시절을 보내다 단체를 이끄는 어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상처받고 돌아와 숲에서 침잠하며 영성을 회복하는 과정, 그리고 석유회사와 맞서 투쟁의 선봉에 선 리더가 되기까지 한 여성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백인 사회운동가를 만나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동지적 관계로 이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고요. 책이 '공저'로 되어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남편이 아내의 목소리를 정리해 출간하는 일을 맡았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책을 읽고, 우리 주변의 환경을 생각해보고, 나아가 지금 세계가 처한 현실과 현재 혼란스러운 우리 정치사회 현실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결론은 지금 여기 우리가 서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자료들을 찾아 보면서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58541
현장성을 보기 위해 영상을 첨부했고요,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도 계속되는 싸움이라는 점을 알기 위해 주 에콰도르 대사의 인터뷰를 첨부합니다. 뉴스가 나가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남의 이야기일 뿐, 우연히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한 권의 책으로 현실의 아마존을 기억할 수 있어서 좋네요. 그런 게 책의 힘이겠지요. 먼 나라 에콰도르가 갑자기 훅 들어왔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1311132237495
마지막으로 책의 원제 "we will not be saved" 가 상징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구원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즉, 구원은 바깥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대기업을 등에 업고 들어온 선교사들이 신을 믿지 않는 이는 사탄이고 악마다,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주민들의 풍속과 문화를 파괴합니다. 처음엔 그들이 구원을 주러 온 줄 알았지만 그들이 갖고 온 건 사탕과 예쁜 원피스 뒤에 숨은 검은 기름과 파괴였습니다.
"우리를 구하는 건 우리들 자신"뿐임을 깨달았을 때 원주민들은 손을 잡고 일어나 맞설 수 있었습니다. 원제를 우리 말로 잘 번역해낸 좋은 제목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