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컨드 라이프는 무엇입니까?"
11월 19-21일, 2박3일 동안 책방 문을 닫고 진행했던, 한화그룹과 함께한 라이프 어드바이저 프로젝트 - "자연과 함께하는 인생의 새로운 여정" 행사를 잘 마쳤습니다.
사흘 밤낮의 긴 여정을 위해 책방 내부에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아직 11월이지만, 조금 먼저 연말 송년 기분을 내보기 위해 빨간 테이블보에 홍시 꽃장식도 마련했어요.
국제부장님이 집에서 꺾어온 주목 가지에 홍시로 장식한 리스장식이 제법 그럴듯해서 초록 산타도 함께 올려 봅니다. 평소엔 잘 쓰지 않는 '찔레꽃 울타리' 찻잔도 내놓고요...웰컴 선물에 네임카드도 달아보았습니다.
마침 청명한 가을 날씨....춥지않고 상쾌한 날씨가 행사의 흥을 더 돋구어줍니다. 책방지기 자연 속 삶을 만나보러 온 젊은 멘티들은 30대 여자 청년 6명.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면서 자연과 책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첫째날, 서울 살던 도시 부부의 귀촌 정착기부터 책방을 열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자연 속에서 읽고 쓰고, 또 좋아하는 책을 권하고 팔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했어요. 이어서 "책들의책"을 한 권씩 선물하면서 기록하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두들 그동안 읽기는 했으나, 기록엔 소홀히 했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보고 싶다고 해주었네요.
그리고 재미난 간단 체험으로 숲속작은책방 팝업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카드를 들고 가 책상 앞에 놓아두고 한번씩 숲속작은책방과 책방지기의 삶을 생각해주면 좋겠네요. 덩달아 책방 나비 공주도 카드 속에 함께 담아가게 되었지요.
밤에는 시골 생활의 빠질 수 없는 즐거움, '불멍'도 함께했어요.
깜깜하고 조용한 시골의 밤. 더할 수 없이 청명하게 빛나는 달과 별을 보면서 솔가지 타는 냄새에 취해도 보고, 허공에 튀어오르는 불티 사이로 까르르 웃어도 보면서 추억의 하룻밤을 보냈네요.
다음날은 화양구곡 산책을 갔습니다.
이미 가버린 가을의 막바지, 낙엽이 카펫처럼 깔린 숲길을 걸으며 만추를 만끽했지요. 소란스러운 토요일 오후였지만, 관광객들을 피해 지역주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구곡, 파천의 숲길을 걷고 계곡에서 '물멍'도 하고 목청껏 소리쳐 스트레스도 풀어보면서 가을 한때를 즐겨 보았어요.
이어서 농부의 집으로 옮겨 김장배추도 하나씩 따보고, 비닐하우스에서 잠시 고추따기 체험도 해보았습니다. 아주 잠깐 흉내만 내본 시간이었지만, 우리와 달리 귀농해서 땅을 경작하고 수확하며 살아가는 농부의 일상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거 같습니다.
원래는 오늘 수확한 배추와 고추로 김치를 담궈야하는 게 맞지만....ㅋ....주최측이 미리 준비해놓은 절임배추와 김치속으로 짧은 김장 체험도 해보았아요. 살림이라곤 할 줄 모르고 김치를 혼자 담글 줄도 모르는 저같은 짝퉁 주부가 젊은 청년들을 앞에 두고 배추 속은 이렇게 넣는 거라고 시범을 보이다니....헉....이렇게 위선적일 수가....ㅋ.....어쨌든 절임배추 두 박스를 버무려 각자 한 포기씩 집으로 들고 갈 김치보따리도 마련해두고....그리고는 드디어 김장날의 마지막 피날레, 수육에 막걸리를 신나게 마셨지요.
청천면 한옥 숙소인 '금단재' 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고, 마당에서 달밤에 체조도 한 판 벌이며 짧은 이틀밤, 아쉬운 마지막 시간을 보냈습니다.
30대에도, 40대에도, 그리고 살아보니 지금 50대에도 인생의 질문은 끝이 없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시간의 틈바구니를 살아가는 우리들. 단지 조금 앞서 그 길을 건너와 청춘의 격동기를 지내고 조금은 편안해진 맘으로 자연 속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부끄럽지만 '멘토'라는 이름으로 청년들 앞에 섰습니다.
자연 속에서 읽고 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청년들에게 권할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어디에 서 있든, 무엇을 하든, 읽고 쓰는 일 만큼은 우리 삶의 기본으로 갖추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이 불행한 세상속에서 조금은 덜 외로울지도 모르니까요. 우주의 먼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와닿는 별의 목소리를 듣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 늘 자각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마지막 말씀을 드리면서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책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의 끈을 이어오지만, 또 독특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우리들.....오늘은 프로젝트를 위해 잠깐 스쳤을 뿐이지만, 오늘의 이 만남이 서로에게 소중한 의미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세컨드라이프 #라이프_어드바이저 #HOUSE_OF_NATURE #자연과_함께하는_인생의_새로운_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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