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을 읽으면서 책이 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최근에 든 생각인데, 책은 우리에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성’에 대한 자극은 지금까지 내 머릿속 생각의 틀을 깨우고, ‘감성’에 대한 자극은 일상에 쫓겨 잃어버린 감정들을 끌어내어 되새김질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책은 이성 또는 감성에 치우치거나 이성과 감성을 함께 아우르는 책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총균쇠는 이성을 자극하는 책으로 읽혀진다. 이 책은 각 민족과 대륙 간 문명 발달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밝혀내기 위한 무수한 의문 제기와 사례를 통한 답변으로 이어지는데,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 가지 사안을 두고 갖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퍼즐 맞춰가듯이 여러 가지 사례를 연구하고 한걸음씩 해답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총균쇠’를 읽으면서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부분은 저자가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과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를 인용한 대목과 “이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확대하면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문장이었다. 작년에 읽었던 ‘안나 카레니나’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왠지 저자의 오랜 삶의 경험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