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아원 / 안미옥 분석
*철학적으로는 하이데거의 철학을 근간으로 하면서 화자의 개인적 체험을 표면에 내세워 중의적으로 표현(신춘문예의 대표적인 기법)
*하이데거에 의하면 우리는 이 세계에 비자발적으로 던져졌다. 그 상황이 이 시에서는 고아원으로 표현되고 있다. 온통 비우호적인 상황 뿐이다. 이 세상은 사람을 상품으로만 본다. 고아원장(할머니)으로 대표되는 지식권력, 미시권력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다. 우리는 지식권력에게 모두 고아요 상품일 뿐이다.
*신춘문예의 단골 단어인 집, 벽, 개, 동굴, 거울, 손잡이, 창문, 상자가 동원되고 있음
1. 메세지
- 비자발적으로 던져진 세계의 기혹함과 자의식의 발현
2. 이미지
1)고아의 이미지의 변주와 확장
-신발, 쭈볏거리는 병, 형제의 늘어남, 빠지는 발, 손뼉으로 멍든 붉은 얼굴, 개, 새파란 싹이 나는 감자과 아픈 어깨
2) 이 세계의 이미지의 변주와 확장
-고아원, 겨울, 벽과 좁은 골목, 마른나무로 만든 동굴, 그 할머니의 집, 상자
3).성찰의 이미지- 거울
3. 리듬의 창출
- 겨울과 거울, ㄱ자음운(가는 곳 등), ㅂ자음운(벽, 신발 등), ㅁ자음운(맡겨진, 멀어지고 등)
나의 고아원 / 안미옥
신발을 놓고 가는 곳. 맡겨진 날로부터 나는 계속 멀어진다.
(제목에서 많은 힌트를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발은 그 소유주를 상징. 고아원에 나를 놓고 간다. 고아원에 맡겨진 날로부터 나는 (집,안정)으로부터 소외된다.)
쭈뼛거리는 게 병이라는 걸 알았다. 해가 바뀌어도 겨울은 지나가지 않고.
(버려지면 남의 눈치를 보는 성향이 생긴다. 고아에게 삶은 좋아지지 않고)
집마다 형제가 늘어났다. 손잡이를 돌릴 때 창문은 무섭게도 밖으로
(고아원에 고아들이 많이 늘어났다. 혹은 내면의 분열하는 자아가 늘어났다.고아원 안에서의 삶이 여의치 않으니 밖으로 가출하고 싶어진다. 안과 밖의 문제(안과 밖은 있는가)
연결되고 있었다. 벽을 밀면 골목이 좁아진다. 그렇게 모든 집을 합쳐서 길을 막으면.
(고아원 안에서의 벽을 밀면 탈출구인 외부의 골목은 좁아진다.)
푹푹, 빠지는 도랑을 가지고 싶었다. 빠지지 않는 발이 되고 싶었다.
(자학모드로 갔다가 다시 희망을 가져본다. 막혀있으면 밑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상황은 빠져나가고 싶은데 그런 길은 없는 듯하다.그러나 소외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른 나무로 동굴을 만들고 손뼉으로 만든 붉은 얼굴들 여러 개의 발을 가진 개
(죽은 나무로 아이들의 세계를 만들고 손으로 뺨을 맞고 폭력에 시달려 개처럼 비굴해지는 모습. 넘어지면 손도 발이 된다)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 이상했다. 집을 나간 개가 너무 많고
(집으로 상징되는 고향, 이상적인 곳이 있는가. 고아원 관리자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이 이상했다. 폭력을 피해서 고아원을 달아난 아이들. 고아원을 나가도 개의 신세가 된다.)
그 할머니 집 벽에서는 축축한 냄새가 나. 상자가 많아서
( 그 고아원 원장의 집 벽에서는 축축한 비밀이 많다.아이들을 상품취급한다.)
상자 속에서 자고 있으면, 더 많은 상자를 쌓아 올렸다. 쏟아져 내릴 듯이 거울 앞에서
(고아들의 위축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아이들 각각이 고아원의 재원을 구성하는 상품이라 아이들을 상품처럼 쌓아올린다)
새파란 싹이 나는 감자를 도려냈다. 어깨가 아팠다.
(아이들의 자의식은 도려낸다. 상품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성의식, 주체의식은 고아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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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안미옥 분석
*상징성을 강화하며 시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1. 메세지
*가정에서의 소외문제. 가족관계를 대변하는 식탁의 위기.현대사회의.속성을 보여준다.
2. 이미지
이미지의 연쇄와 교차
결속/열림의 이미지 - 압정, 점성, 냉장고, 옆집, 밥,
해체/닫힘의 이미지 - 흘러내린다, 문, 소란, 흔들린다, 팔꿈치를 들다
3. 리듬의 창출
ㅂ자음운 - 벽지, 보여주고, 벽, 밥, 바둑
식탁에서 / 안미옥
내게는 얼마간의 압정이 필요하다. 벽지는 항상 흘러내리고 싶어 하고
점성이 다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 한다.
(내게는 붙여주는 힘이 필요하다.우리집의 경계를 이루는 벽에 붙은 벽지가 위태롭다. 가족관계가 벽에 부딪혀 있는데 가족을 접합해주는 점성(가족애)이 다하고 있다.)
냉장고를 믿어서는 안 된다. 문을 닫는 손으로.열리는 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냉장고는 신선도를 유지하는 식탁의 인접 환유물이다. 냉장고는 닫아놓아야 신선도가 유지된다. 그런데 가족의 구성원들의 손이 냉장고를 닫아서 신선도를 유지할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열어서 가족관계를 방해하기도 한다)
옆집은 멀어질 수 없어서 옆집이 되었다.
(진술, 옆집은 그냥 위치가 가까워서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가족관계에 관여할 수 없고, 도움이 안된다)
벽을 밀고 들어가는 소란. 나누어 가질 수 없다는 게
(가족관계의 장애에 대해 말하면 남의 벽만 탓하는 소란. 가족 각자의 역할은 나누어가질 수 없고)
다리가 네 개여서 쉽게 흔들리는 식탁 위에서. 팔꿈치를 들고 밥을 먹는 얼굴들. 툭. 툭. 바둑을 놓듯
(다리 네 개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그런데 그 역할을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런데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각자의 역할만 다하면 안정된다. 다리가 네 개이면 안정되어야 한다. 따로 노니까 흔들린다. 위태로운 가족관계를 묘사. 팔꿈치를 드는 이유는 식탁이 흔들리므로. 밥을 먹을 때 마저도 불안하다. 바둑을 놓 듯 아무 대화없이 무뚝툭하게 습관적으로 밥을 먹는다)
<심사평>
남다른 상상력 때묻지 않은 목소리
장석남(왼쪽) 장석주 씨
두 심사자가 예심에서 넘어온 16명의 시 80여 편을 각각 읽고 난 뒤 정지우의 ‘납작한 모자’, 김복희의 ‘매일 벌어지는 놀랄 만한 일’, 윤종욱의 ‘서툰 사람’, 김양태의 ‘흐르는 돌’, 종정순의 ‘알람들’, 조선수의 ‘분홍손’, 안미옥의 ‘나의 고아원’ 등을 당선작으로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글쓰기를 “어떤 것의 존재를 지우면서도 그것을 읽기 쉽게 유지하는 몸짓의 이름”이라고 했다. 시 쓰는 것도 낡은 존재를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존재를 세우려는 몸짓일 테다. 나날의 현존과 시적 현존은 섞이고 스민다. 그렇게 상호 삼투하는 나날의 현존과 시적 현존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시적 현존을 세우는 데 상상력이라는 화학작용이 불가피하게 개입하는 까닭이다.
두 심사자는 안미옥을 당선자로 세우는 데 흔쾌하게 동의했다. 다만 어떤 작품을 당선작으로 할 것인가 하는 데는 의견 조율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두 작품 ‘나의 고아원’과 ‘식탁에서’를 골랐다. 익숙함 속에서 익숙하지 않음을, 하찮은 것에서 하찮지 않음을 찾아내는 눈이 비범하고, 현존의 혼돈을 뚫고 그 눈길이 가닿은 지점에 어김없이 생의 기미들과 예감들이 우글거렸다. 남다른 상상력과 때 묻지 않은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춘문예라는 통과의례 이후의 작품들에 대한 신뢰를 크게 더하게 한다. 험난한 시업(詩業)의 길에 들어선 것을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