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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울림’
* 飛龍비룡 辛鐘洙신종수 總務총무님 提供제공.
** 가을이 깊어가네요. 오늘, 가을 내려앉은 한잔의 커피와 함께 이중섭의 ‘울림’에 빠져보시는 것 어떨까요? **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소처럼 무거운 걸음을 옮기면서”
“엄마, 태성이 그리고 우리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아빠가 소를 끌
고 가는 그림을 그렸단다. 소 위에 있는 것은 구름이란다”- 「길 떠나는 가족」 엽서 글에서
* 이중섭(1916-56)이 잠들어 있는 곳: 서울시 중랑구 망우로 570 망우리공원묘지
이중섭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비운의 천재 화가’로 남아있다.
대지주 집안의 전도양양한 젊은 화가에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하루의 잠자리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유랑 화가로의 전락, 이국 여인과의 순애보적 러브스토리 주인공에서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가족과의 재회할 날만을 기다리다 홀로 죽어간 한 여인의 남편 그리고 어린 두 아들의 아버지로의 비극적 전환,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예술가로서의 처절한 창작열과 불멸의 작품들, 그것들이 그를 ‘비운의 천재 화가’로 기억되게 하였다. 여기에 그리움, 좌절, 자괴감이 뒤섞여 빚어낸 정신 분열 속에서 서서히 자신을 죽여가는 천재 화가의 마지막 자기부정이 그를 더욱더 비운의 주인공이게 하였다.
평안남도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이중섭은 보통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 지도를 받기 시작한다. 재학 중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반발해 자신의 그림에 한글로만 서명하고 이때부터 소를 즐겨 그린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 제국미술학교로 유학을 간 이중섭은 1년 만에 자유주의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의 문화학원으로 학교를 옮긴다. 문화학원에서 후배인 일본 여성 마사코를 만나게 되고, 1938년 일본 자유미술가협회 제2회 공모전에 출품해, 협회상 수상과 함께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는다. 1941년 이중섭은 일본 유학파 미술가들과 조선신미술가협회를 결성해 도쿄와 서울에서 창립전을 갖는다. 같은 해 일본 자유미술가협회 회우로 추대되고 1943년 제7회 일본 자유미술가협회 전람회에서는 특별상인 태양상 수상과 함께 회원에 선정된다.
같은 해 이중섭은 신미술가협회로 개명한 서울의 조선신미술가협회전에 출품하기 위해 조선으로 돌아온 뒤, 징병을 피해 고아원 등에서 일한다. 1945년 원산에서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와 결혼한 이중섭은 광복 후 1946년 조선예술동맹 산하의 미술동맹과 조선조형예술동맹에 가입한다. 6·25 전쟁이 일어나자 이중섭은 1951년 1·4 후퇴 때 가족을 데리고 부산으로 피난해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가 같은 해 12월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다. 생활고 압박이 커지자 이중섭은 1952년 가족을 일본인 수용소에 입소시켰다, 결국 처가가 있는 일본으로 보낸다.
이때부터 이중섭은 죽기까지 4년 동안 가족과 재결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통영, 진주, 대구, 서울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극한의 궁핍 속에서 작품활동을 한다. 그러나 크게 기대했던 1955년 1월 서울의 미도파 화랑과 5월의 대구 미국문화원의 개인 전시회가 실패로 끝나면서 가족 재결합의 꿈은 사라진다. 좌절과 분노 거기에 극도의 영양 결핍까지 겹치면서 이중섭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1년 이상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던 이중섭은 병상에서 음식을 거절하다 1956년 9월 6일 돌보는 이 없이 홀로 숨을 거둔다.
이중섭의 작품 세계는 밝고 긍정적이다. 1·4 후퇴 월남 이후 이중섭의 삶은 굶주림과 결핍의
연속이었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밝았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을 즈음에도 그의 작품은 어둡지 않았다. 이중섭의 작품 궁극에는 가족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족은 ‘기억’, ‘희망’, ‘의지’로 드러난다.
그의 작품에는 물고기와 게가 자주 등장한다.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좀 안되는 기간
그는 제주도에서 살았다. 바로 이때 그렸거나 이때를 기억하는 그림들이다. 제주도에서 그의
가족이 살았던 곳은 1.4평의 방과 1.9평의 부엌을 가진 조그마한 집이었다. 죽기 전까지도 그가 물고기와 게를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들을 즐겨 그린 것은 바로 이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던 때의 ‘기억’ 때문이었다. 네 명이 제대로 몸도 눕힐 수 없는 좁은 방,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삶이었지만 가족이 완전체였던 그 1년이 그에게는 죽는 순간까지 기억 속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 행복했던 시간의 ‘기억’ 편린들이 바로 게였고 물고기였다.
이중섭의 그림에는 어린 사내아이 둘 또는 사내아이 둘과 엄마 아빠 넷이 함께하는 그림이 많다. 그의 두 아들인 태성, 태현이고, 이 두 아들과 함께한 이중섭 부부이다. 가족을 일본으로 보낸 뒤 극도의 결핍과 영양부족 상태에서도 그가 그림 그리기를 잠시도 멈추지 않았던 것은 ‘가족 넷이 다시 모여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중섭이 아내에게 보내는 자신의 편지에서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남덕이와 사랑의 결정인 태현이, 태성이 둘과 더 없는 감격으로 호흡을 크게 높게 제작 표현하면서’라고 쓴 것처럼, 넷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은 그의 비원이었다. 그러나 그 비원은 끝내 비원으로 끝나고 만다. 그림 속에서나 함께 할 수 있을 뿐 현실의 빈곤은 끝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중섭은 소를 즐겨 그렸다. 소는 다름 아닌 그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중섭은 아내 남덕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소처럼 무거운 걸음을 옮기면서 안간힘을 다해 제작을 계속하고 있소’라고 쓴다. 뚜벅뚜벅 길을 가는 소처럼 환경에 굴하지 않고 쉼 없이 그림을 그려 단란한 완전체 가족을 다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이중섭의 굳센 ‘의지’였다.
이중섭은 1955년 1월의 미도파 화랑 개인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막내아들 태현에게 엽서를 보낸다. 위 절반은 그림이고 아래 절반은 편지다. 엽서의 절반이니만큼 편지는 짧다.
‘우리 태현이 건강하게 지내지? 학교 친구들도 모두 건강하고? 아빠는 지금 씩씩하게 전람회
준비를 하고 있단다. 오늘 아빠가 엄마, 태성이 그리고 우리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따
뜻한 남쪽 나라로 아빠가 소를 끌고 가는 그림을 그렸단다. 소 위에 있는 것은 구름이란다.
그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아빠 중섭’
엽서 위 절반의 그림이 바로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꿈결처럼 그린 「길 떠나는 가족」이다. 1·4 후퇴 월남 이후 이중섭이 가장 희망에 부풀어 올라 있었을 때 쓴 편지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림이 제대로 팔리기만 하면 이제 중섭은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 그러나 전시회는 실패로 끝난다. 미도파 전시회는 물론이고 가까스로 힘을 내 다시
도전한 미국문화원의 개인 전시회도 그렇게 실패로 끝나고 만다. 작품이 제대로 팔리지도 않
았고 팔린 그림값을 떼이기도 했다. ‘이제 곧 가족과 재회할 수 있으리라’는 부푼 희망으로 꽃과 새, 소, 구름 그리고 마냥 행복해하는 네 명 가족을 그림에 담았는데 그 희망이 그만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중섭이 죽고 며칠 동안 그의 시신은 방치되었다. 돌보는 이 없고 찾는 이도 없는 무연고자
였기 때문이다. 3일 뒤 친구인 시인 구상이 찾아와 장례를 치르고 화장한 다음 뼈의 절반은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고 나머지 절반은 일본의 가족에게 보낸다. 가족에게 돌아갈 날만을 손
꼽아 기다리며 처절하게 그림을 그려왔던 이중섭은 한 줌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가족의 품으
로 돌아갔다.
삶을 갈아 붓으로 찍어 옮긴 소, 닭, 꽃, 아이들은 오늘도 쾌적하고 널찍하고 품격 넘치는 공- 3간에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황금의 광채를 발하고 있건만.
* 출처: 신동기 저 《울림》(M31, 2020년 9월 출간) p12-18- 4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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