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 수호지 - 수호지 48
- 소선풍 시진을 구하라
산채에 식구들이 늘어나자 송강은 조개와 협의하여 산채의 두령들에게 각자의 임무를 정해 주었다.
그리고 새로이 무기를 제작하고 병사들에게도 힘써 무예를 익히도록 독려했다.
그런데 산채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다 보니 창주의 소선풍 시진의 안부가 궁금하여,
어느날 이규에게 편지를 써주며 한번 다녀오도록 일렀다.
이규가 시진의 집에 도착하여 송강이 준 편지를 전하고 묵고 있는데, 어느 낯선 사람이 편지를 가지고 왔다.
시진은 그 편지를 읽고 나더니 얼굴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곁에 있던 이규가 물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나의 숙부 되시는 시황성이란 분이 지금 고당주 땅에 살고 계시는데, 그곳의 태수 고렴의 처남 되는
은천석이란 자가 숙부의 집을 빼앗으려고 해서 숙부께서 홧김에 병까지 얻어 자리에 눕게 되었는데
생명이 위독하다고 합니다."
시진은 그날로 행장을 꾸려 이규를 데리고 숙부 시황성의 집으로 갔다.
조카 시진을 보자 시황성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야기인즉, 이 고장의 신임 태수 고렴은 이번에 궁중 경호장관으로 승진한 고구의 사촌 형제인데,
그 행동이 무례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의 처남 은천석이 매형 되는 태수의 배경을 믿고 폭행과 약탈을 일삼는 악당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자가 어느 날 건달 스무 명을 데리고 와 집을 비우라며 억지를 쓴다고 했다.
시진이 숙부의 이야기를 듣고 분을 내고 있는데, 하인이 와서 은천석이 찾아왔다고 했다.
시진이 나가자 은천석이 술에 취한 얼굴로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누구냐?"
"이 집주인의 조카인 시진이란 사람이오."
"내가 집을 비우라고 했는데 왜 아직 그대로 있느냐?"
"왜 남의 집을 비우라는 거요?"
그러자 은천석은 데리고 온 대여섯 명의 건달들에게 명했다.
"이런 건방진 놈을 보았나! 얘들아, 저놈을 패라!"
은천석의 명령에 건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시진에게 덤벼들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규는 화가 치밀어 순식간에 건달들을 때려눕혔다.
그리고 은천석이 도망치려는 것을 한번의 도끼질로 숨을 끊어 버렸다.
시진은 은천석의 시체를 바라보며 이규에게 말했다.
"내 걱정은 말고 어서 양산박으로 몸을 피하시오."
이규는 두 자루의 도끼를 허리춤에 찌르고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이규가 자취를 감춘 지 반시간쯤 되었을 때 고태수의 군사 2백여 명이 와서 시황성의 집을 에워쌌다.
한편, 양산박으로 돌아온 이규의 자셰한 보고를 들은 조개와 송강은 깜짝 놀라며 군사 오용을 불렀다.
"군사, 시진어른의 목숨이 위태롭다 하니 아무래도 병력을 동원하여 구출해야 되겠소."
오용이 대답했다.
"고당주는 인구가 많은 큰 성입니다. 방비가 굳건하니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음날 임충, 화영, 진명, 이준, 여방, 곽성, 손립, 구붕, 양림, 등비, 마린, 백승의 열두 두령은 기병과
보병 5천을 거느리고 중앙에는 총수 송강 이하 주동, 뇌횡, 대종, 이규, 장횡, 장손, 양웅, 석수의 열 두령이
기병과 보병 3천을 이끌고 조개 일동에게 작별을 고하고 산채를 떠났다.
양산박이 군사를 일으켰다는 소문이 나자 태수 고렴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갔다.
고렴은 도술을 부리는 자였다.
드디어 양쪽 군사가 대치하고 처음 싸움에 나선 고렴의 두 장수가 임충과 진명의 칼에 목이 날아가자
고렴은 등에 꽂은 보검을 빼들더니 몇 마디 주문을 외었다.
그리고 괴이한 바람이 일며 모래, 돌맹이들이 날아왔다.
이쪽 군사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이리저리 흩어져 도망을 쳤다.
그 후로도 세 번이나 공격했으나 번번이 이런 식으로 실패했다.
다만 다행스러운 일은 양림이 쏜 화살에 고렴이 왼쪽 어깨에 맞아 치료하기 위해 성 안으로 들어가
당분간 조용해졌다는 것이었다.
송강은 부상당한 군사들을 위로하면서 오용에게 말했다.
"고렴의 도술이 괴이합니다. 아무래도 이 자의 도술을 막자면 사람을 보내 계주에 있는 공손승을
데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대종을 시켜 공손승을 하루 빨리 데려오도록 하십시다."
곧바로 대종은 이규와 함께 계주로 출발했다. 두 사람이 공손승이 지내고 있는 초가집을 찾아가자
마침 공손승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셔 장사를 지내고 양산박으로 오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고당주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오는 도중에 우연히 대장장이 탕융을 만나 함께 데리고 왔다.
사흘 후 고당주에 도착한 공손승은 송강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물었다.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
"고렴이라는 놈이 화살을 맞고 입은 상처가 나아 요즘 다시 공격해 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소이다."
"제게 계략이 있습니다. 내일 일제히 공격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십시오."
이튿날 새벽 일찍 병사들은 아침 식사를 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 적을 향해 공격을가했다.
성 안의 고렴도 군사를 이끌고 나와 한바탕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먼저 화영이 말을 달려 앞으로 나가자 고렴의 진영에서도 설원휘라는 장수가 달려나와 화영에게 달려들었다.
화영은 몇 합을 겨루다가 도망치는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말을 돌려 화살을 쏘았다.
설원휘의 가슴에 화살이 꽂히자 그의 몸이 말에서 떨어졌다. 송강의 군사들은 일시에 고함을 질렀다.
고렴은 크게 노하여 짐승 모습을 조각한 구리 방패를 꺼내 칼로 세 번 내리쳤다.
그러자 고렴의 진영에서 노란 모래가 일더니 삽시간에 하늘도, 땅도 캄캄해졌다.
이윽고 그 속에서 호랑이, 늑대, 독충, 괴물 등 온갖 것들이 춤을 추며 나타났다.
송강의 군사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고 있을때, 공손승이 앞으로 나가 칼을 빼어들었다.
그리고 적진을 향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쳐라 !"
공손승의 기합 소리와 동시에 그의 칼끝에서 한 줄기의 금빛이 뻗어나와 적진으로 쏟아졌다.
모래바람 속에서 춤추던 괴물들이 너울너울 힘을 잃고 나자빠졌다.
자세히 보니 모두 종이로 만든 것들이었다. 이에 힘을 얻은 송강은 진격하라는 명령을내렸다.
송강의 군사가 일제히 공격을 시작하자 군사를 태반이나 잃은 고렴은 당황하여 급히 후퇴하려 할 때
좌편에서는 여방이, 우편에서는 곽성이 5백의 병사를 이끌고 덤벼들었다.
고렴이 살아남은 3백 여명의 군사를 이끌고 도망가는데, 사방이 모두 송강의 군사들 뿐이었다.
고렴은 감히 성으로 들어갈 생각을 못하고 산 속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10리를 미처 못 가서, 산 뒤로부터 함성이 크게 나며 한 떼의 병사들이 내달아 길을 막으니
앞선 대장은 손립이었다.
고렴이 놀라 다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려 할 때 또 한떼의 병사들이 달려오며 주동이 호통을 치고 나섰다.
고렴은 말을 버리고 허겁지겁 산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나 산과 들을 까맣게 덮은 것은 송강의 군사였다.
좀처럼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닫고 고렴은 주문을 외우더니,
"일어라!"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소리에 응하여 발밑으로부터 한 조각의 검은 구름이 일어났다.
그러더니 고렴은 그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때였다.
산기슭으로부터 공손승이 달려나오며 이것을 보자 곧 칼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주문을 외우자,
고렴이 구름 위로부터 거꾸로 떨어졌다.
마침 곁에 있던 손립이 곧 내달아 칼로 쳐 두 동강을 내고 말았다.
고렴이 죽었다는 보고를 들은 송강은 곧 성내로 들어갔다.
우선 백성들에게는 일체 해를 입히지 말라는 엄한 명을 내리고 시진을 구하러 갔다.
한참을 찾아서야 우물 속에 빠져 있는 시진을 발견하여 자세히 보니 전신에 심한 상처를 입고
두 눈만 멀뚱이 뜨고 있었다.
곧 의원을 불러 치료하게 한 후 고렴 소유의 재물을 모두 싣고 양산박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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