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순씨"
젊은태양 02.07.28
-내이름은 김영순-
제주도 졸업여행을 마다하고
친구들끼리 일주일동안 내설악을 샅샅이 뒤진 적이 있었다
젊음을 터트리고 다녔던 낭만의 그 시절에
보디가드로 남학생 한사람이 끼었었는데
세월이 흘러 나중에 알고보니
그 중 한 친구와 결혼하여 동갑 나기 부부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함께한 친구들이었지만
취업 결혼 파미 파독.....
여러 가지 상황 속에 서로의 삶에 바빠서 만나지 못하다가
십수년이 흐른 뒤
미국에서 귀국한 한 친구의 주선으로
원앙의 한쌍이되어있는 친구 집에서 모임을 가졌었다
그 집을 방문했을 때 그 남편(남학생이었던)이 날더러
'영순씨' 이렇게 불렀다
난 그 부름이 너무 좋았다
한동안 이름을 잊고 살았기에
선영엄마... 아줌마.. 어이(내 남편은 이렇게 부른다)..로만 통하던 내가
이름을 듣고 보니 그다지 듣기 싫은 이름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후부터는 나도 친구들 남편 이름을 의식씨 진환씨...하고 불렀다
선영아빠 아니 부근씨 한테도 이렇게 가르쳤다
내 친구들의 호칭을
상옥엄마 하지 말고 영숙씨,
공주엄마기 아니고 현령씨, 성일 엄마 말고 애자씨,
현숙씨, 송희씨.....라고 부르도록 말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가끔씩 전할 말을 메모에 남길 때도
마지막 끝에다 '영순 씨가' 라고 쓴다
이 촌스럽기 그지없는 내 이름을 빛내준 사람은
처음엔 그 친구 남편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빛을 내려한다
Young Sun(젊은 태양) 이라고...
미국에 오니 이름까지 태양처럼 빛을 발하게되고
더군다나 사이버 세상에 들어오니
난 젊은 태양 자체인 것만 같았다(착각은 자유닝께)
이젠 내 이름의 콤플렉스 같은 것은 사라졌다
지난날 누가 내 이름을 물어오면 항상 머뭇거렸던
바보같은짓은 이제 하지 않는다
젊은 태양(Young Sun)을 지어 주신 내 아버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나를 선영엄마 하지 마시고
'영순씨'라 불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젊은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