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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잭 웰치 김영한 지음 리더스북 / 2006년 9월 / 189쪽 / 10,000원 ▣ 저자 김영한 삼성전자에서 컴퓨터 사업을 배웠으며, 휴렛팩커드와 합작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경영과 마케팅 실무를 익혔고, 20년 전에 경영컨설턴트로 독립하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콤의 컨설팅을 수행했다. 경영교육 분야 국내 최고의 강사로, 이론적인 경영기법보다는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의 생생한 경영사례와 노하우를 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는 마케팅MBA(주)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총각네 야채가게』, 『스타벅스 감성마케팅』,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 『삼성처럼 회의하라』, 『블루마켓을 찾아라』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미국의 경영 전문지 <포춘>은 2006년 7월 17일자에서 ‘잭 웰치의 경영방식은 아날로그 시대에 통했던 것일뿐, 디지털 시대의 기업들이 따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잭 웰치는 그만 잊으라’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직까지도 경영 관련 책들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또한 많은 CEO들이 경영의 교과서로 신봉하는 잭 웰치의 경영 지침서를 찢어버리라니, 아마도 적잖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잭 웰치의 성공 비결로 꼽히는 경영기법들 -시장의 선두가 돼라, 몸집을 키워 시장을 장악하라, 주주가 최고다, 최고의 인재를 등용하라, 리더의 결단력을 강화시켜라, 가볍고 날렵한 조직으로 혁신하라, 능력을 소중히 여기라 등의 일곱 가지 경영원칙- 이 급변하는 오늘날의 경영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싹을 틔워왔었다. 한국의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많은 공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2006년 8월 월례회의에서 <포춘>에 실린 기사를 언급하면서 ‘이제 우리 기업도 타성을 깨고 새로운 경영원칙을 개발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무튼 잭 웰치는 분명 대단한 업적을 이루어냈지만, 경영기법도 패션과 같아서 시대가 바뀌고 시장 여건이 달라지면 새로운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잭 웰치 후임으로 GE의 회장이 된 제프리 이멜트가 웰치 시대의 유물이었던 모터, 공업용 다이아몬드 등의 제조와 보험 등의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의료·건강 관련 정보기술, 보안시스템, 스페인어 TV, 주택모기지, 디지털 미디어 등 신기술 신서비스에 기반한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성공하고 있는 것 또한 잭 웰치 방식이 한물갔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기업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방식은 무엇일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라, 크기보다 민첩함이 중요하다, 고객이 왕이다, 열정적인 사람을 고용하라, 용기 있는 CEO가 필요하다, 혁신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영혼을 소중히 여겨라 등이 <포춘>이 제안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에서는 아날로그 시대 -1980년대와 1990년대- 에 잭 웰치가 GE를 개혁할 때 실행했던 일곱 가지 경영원칙들을 특성과 성과를 중심으로 설명·분석하고 있고, 제2장에서는 ‘잭 웰치 뒤집어 보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잭 웰치의 업적이 숫자로만 보면 대단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형편없다는 지적 -적극적인 인수합병 정책이 사실은 GE를 파괴하고 갉아먹는 정책이었으며, 결국 GE의 핵심 사업을 파괴시키는 결과를 나았다는 주장 등- 등과 같이 알려진 것과는 다른 잭 웰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3장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영원칙 -잭 웰치 방식이 새로운 시대에 왜 맞지 않는지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잭 웰치의 일곱 가지 원칙에 대응하는 새로운 일곱 가지 경영원칙- 을 제시하고 있고, 제4장에서는 포스트 잭 웰치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데, 포스트 잭 웰치 시대의 성공 모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제3장에서 제시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영원칙을 앞서서 실행하고 있는 모토롤라, 스타벅스, 애플, 삼성전자 등의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다. 끝으로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지나치게 영웅시되어 온 잭 웰치를 올바로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고, 아울러 한번쯤은 현재의 방식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았으면 좋겠다고 역설하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잭 웰치 방식은 더 이상 경영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제1장 잭 웰치 방식 : 아날로그 시대의 경영원칙 제2장 잭 웰치 뒤집어 보기 : GE의 파괴자인가, 영웅인가 제3장 새로운 방식 : 디지털 시대의 경영원칙 제4장 포스트 잭 웰치 : 새로운 성공 모델 찾기 에필로그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효율’이 아니라 ‘창조’다 굿바이 잭 웰치 김영한 지음 리더스북 / 2006년 9월 / 189쪽 / 10,000원 프롤로그 : 잭 웰치 방식은 더 이상 경영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지난 2003년 GE(제너럴 일렉트릭)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5년 연속 차지해오던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 자리를 월마트(Walmart)에 내어주고, 5위로 내려앉은 것이었다. 1997년 이후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를 발표해오고 있는 <포춘>은 ‘왜 GE가 1등이 되지 못했나’라는 별도 기사에서, ‘엔론의 분식회계 사태 이후 월스트리트는 불투명한 회계 관행을 참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GE도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였던 잭 웰치 전 회장에 관한 당혹스러운 추문들도 한몫했다.’라고 분석했고,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GE가 5위라도 지켜낸 것은, 후임자인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 회장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이멜트는 2001년 9월 GE의 CEO로 취임한 후, 웰치가 남긴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웰치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금융 부문의 확대 등을 통해 회사를 키우고 수익을 창출한 반면, 이멜트는 기계, 전자 등 핵심사업의 강화를 추구하고 있고, 또 신제품 연구개발과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제조업체 GE의 위상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전략 아래, GE캐피털을 본사와 분리하고,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웰치는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GE를 혁신하여, 시가총액 120억 달러의 기업(1981년)에서 4,500억 달러의 기업(2001년)으로 성장시켰는데, 전 세계 경영자들은 한동안 끊임없는 혁신을 향한 그의 열정에 찬사를 보냈고, 모두가 그의 방식을 따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물론 웰치가 이루어낸 위대한 업적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따라가는 자세는 옳지 않다. 왜냐하면 과거에 그가 성공을 거두었던 방식이라 해도, 지금의 우리에게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이제 더 이상 과거 GE의 방식이 경영에 별 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의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많은 공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2006년 8월 월례회의에서 <포춘>에 실린 기사를 언급하면서 ‘이제 우리 기업도 타성을 깨고 새로운 경영원칙을 개발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명 잭 웰치는 대단한 업적을 이루어냈지만 그의 방식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며, 또한 모두가 틀린 것도 아니다. 확실한 것은 그가 주장했던 원칙과 전략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 효력을 잃어버렸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1장 잭 웰치 방식 : 아날로그 시대의 경영원칙 GE와 잭 웰치, 그리고 잭 웰치 방식 오늘날의 GE는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에디슨 전기 조명회사에서 시작하여, 1892년 에디슨 종합전기와 톰슨-휴스톤 전기회사가 합병한 회사인데, GE에서는 회장이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회장의 임기는 20년이다. 또 전임 회장이 후임을 지명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잭 웰치는 1960년에 GE에 입사하여 1981년, 전임 회장의 추천으로 최연소(46세) 회장이 되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고감도의 개혁을 추진했는데,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라는 전략에 따라 10만 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하면서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즉 그는 GE 사업들을 구조조정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구도를 바꾸었으며, 20년간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GE에 잭 웰치 경영 방식을 정착시킨 후, 2001년에 제프리 이멜트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했다. 잭 웰치는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혼자서 생각하고 용감하게 움직였다. 예로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그는 ‘세계 1,2위가 되자. 그렇지 못한 사업은 매각하거나 정리하자.’라고 결심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자신의 경영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연수원을 세워 전 조직원들을 끊임없이 교육했고, 주요 경영 이념 네 가지 -신속한 의사결정(speed), 업무 프로세스 단순화(simplicity), 사원의 자신감 회복(selfconfidence), 벽 없는 조직(boundarylessness)- 를 3S1B라는 슬로건으로 만들어, 이것을 ‘워크아웃(Workout)’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시켜나갔다. 아울러 그는 단순한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하여 느슨해진 관료주의를 도려내었는데, 모든 직원들을 A, B, C 등급으로 분류하여, A급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C급의 10퍼센트를 도태시켰고, 혁신의 효과가 어느 정도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식스시그마를 도입하기도 했다. 잭 웰치와 GE의 성공 신화는 아래 일곱 가지 원칙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원칙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시장의 선두가 되어라 잭 웰치는 회장에 취임하면서, ‘세계 1, 2위가 되자. 그렇지 못한 사업은 매각하거나 정리하자.’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1983년 1월, 잭 웰치는 첫 부인인 캐롤린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떠오르는 생각을 냅킨에 메모했는데, 그것이 바로 GE의 개혁 방향을 결정짓게 될 유명한 ‘세 개의 원’이다. 첫 번째 원(핵심)은 GE의 핵심 사업(주요가전, 조명기기, 터빈, 운송설비)을 포함하고 있고, 두 번째 원(기술)은 GE의 하이테크놀로지 사업(의료기기, 신소재, 산업설비, 항공우주, 항공기 엔진)을 나타내고 있으며, 세 번째 원(서비스)은 GE의 서비스 사업(금융서비스, 정보서비스, 건설 및 엔지니어링, 원자력)을 나타내고 있다. 이 세 개의 원 안에 들어 있는 사업들은 회사의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으나, 원 밖에 있는 사업(소형 가전, 스위치 기어, 전선 및 케이블, TV방송국, 냉난방기, 대형 변속기, TV 및 라디오, 소형 라디오, 반도체, 레드 석유화학 등)은 자원을 공급받지 못했다. 즉 GE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원만 들여다보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웰치는 어떤 기준으로 원 안에 넣을 사업과 밖에 넣을 사업을 구분했을까?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사업을 구상하기에 앞서, 먼저 세계 경쟁무대를 설정하고, 시장 규모, 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경기 참여자, 시장점유율 등에 대해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그러면 경쟁무대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면 누군가 단번에 우리를 밀어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이미 게임의 대열에서 탈락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몸집을 키워 시장을 장악하라 웰치는 1980년대 중반부터 몸집을 키우기 위해 GE와 비슷한 업종의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사를 제거하면서 동시에 손쉽게 기업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즉 웰치의 몸집 키우기 전략은 GE의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외부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방향으로 추진 -GE 캐피털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1,300건이 넘는 인수합병을 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루고, 인수한 기업의 인력을 줄여서 이익을 내는 작업-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주가 최고다 웰치는 외형을 키우고 이익을 내서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신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내 임무는 자원을 배분하고 비용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적합한 인재를 찾아, 그들에게 올바른 사업을 맡기고, 적당한 자본을 투자하고, 적절한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내 임무다. 즉 나는 능력 있는 이들의 도전적인 자세를 믿고 기술을 자체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회사로부터 구매할 것인가를 결정하면 된다. 만약 투자 액수가 2,500만 달러 이하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즉, 어떻게 돈을 쓰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몇 십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하여 각 사업부로 나눠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최고의 인재를 등용하라 GE는 전기 관련 산업인 발전기, 송배전 시스템 대부분의 특허를 보유하면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100년 이상 지속되었으니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모든 기술은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자기교만에 빠져 있었는데, 이를 타파하기 위해 웰치는 조직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활력곡선(Vitality Curve)을 만들어냈고, 모든 사업부에서는 해마다 이 활력곡선으로 직원들을 평가하여 서열을 결정해야만 했다. 즉 각 책임자들은 그들의 조직에 속해 있는 직원들을 상위 20퍼센트, 중위 70퍼센트, 하위 10퍼센트로 분류해 평가했고, 하위 10퍼센트에 속하는 직원들은 회사를 그만두는 게 일반적인 순서였다. 아울러 잭 웰치는 급여 인상, 스톡옵션, 승진 등과 같은 보상체계도 이 활력곡선에 따라 결정했다. 또 잭 웰치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사업부에서 수백 가지의 불필요한 일들을 제거하고 벽 없는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리더의 결단력을 강화시켜라 그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4E 리더십을 주장한 바 있는데, 활력(Energy, 리더는 에너지가 넘친다), 동기부여(Energize, 리더는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결단력(Edge, 리더는 결단력이 있다), 실행력(Execute, 리더는 실행한다)이 이에 해당한다. 웰치는 이 중에서 특히 결단력을 강조했는데, 그의 결단력은 인력 감축과 인수합병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는 회장으로 취임한 후 5년 만에 GE의 직원 중 4분의 1을 해고하였으며, 재임 기간 동안 1,300여 건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졌다. 가볍고 날렵한 조직으로 혁신하라 웰치는 대기업의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해고 -능력이나 성과가 부진한 직원은 물론, 변화에 저항하는 직원도 해고- 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였는데, 먼저 해고를 통해 조직의 몸을 가볍게 한 후에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참고로 웰치의 혁신 프로그램은 20여 년 동안 체계적으로 이루어 졌는데, 처음에는 구조조정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고, 다음에는 업무의 프로세스 개선과 전략과제 개선 쪽으로 확산하였으며, 후기에는 품질개선으로 연결하였다. 능력을 소중히 여겨라 기업 경영자나 비즈니스 지도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잭 웰치는 “그것은 분위기, 풍토, 기회, 능력에 따른 승진 기회 부여 등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해주며, 성장을 위한 교육수단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여, 그들의 지평을 최대한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기업의 경영자나 비즈니스 지도자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답변했다. 웰치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추종자를 양성하기 위해 크로톤빌 연수원을 개축하고 기능을 강화했는데, 크로톤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 중 리더십에 관한 과정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EDC(Executive Development Course, 임원 개발 과정),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MC(Business Management Course, 경영 관리 과정), 경력이 오래지 않은 직원들 중 우수한 인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MDC(Management Development Course, 경영 개발 과정) 과정 등이 있었다. 제2장 잭 웰치 뒤집어 보기 : GE의 파괴자인가, 영웅인가 GE의 파괴자 잭 웰치가 원한 GE의 성장은 기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던 GE의 좋은 이미지와 위배되는 것일지라도 상관이 없었는데, 웰치를 GE의 파괴자로 평가하는 이들이 생겨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적극적인 인수합병 정책은 GE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 때문에 미국의 상징인 GE의 이미지를 파괴했다고 평가되어지기도 한다. GE를 은행으로 만들기 GE의 외형을 키우기 위해 웰치가 주력한 분야는 금융사업이었는데, 금융사업 부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GE는 에디슨 시절부터 갖게 된 전기제품 생산회사의 이미지 대신, ‘은행의 이미지’로 변모해갔다. 웰치는 1977년에 소비자 섹터 총괄 책임자가 되면서 금융 사업도 함께 맡게 되었는데, 회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외형을 키워야 했고, 그러려면 금융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이때부터 그는 금융 사업에 눈을 뜨게 되면서 -기존의 사업들과 비교할 때 금융 사업은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분야 같았는데, R&D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도 없고, 공장을 짓거나 매일같이 금속 따위를 제련할 필요도 없었으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모를 키울 필요도 없었음- 금융사업 부문을 비약적으로 키우게 되었다. 금융 사업은 자본을 가지고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똑똑하고 창조적인 사람들을 찾아낸 다음, GE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두뇌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고생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다. 참고로 웰치는 회장이 된 후, 금융사업 부문을 더욱 키웠는데, GE캐피털은 48개 국가에서 24개 부문의 사업을 운영하는 3,70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거대 다국적 기업이 되었다. 인수합병의 귀재 돈이 되는 사업은 모두 GE의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었는데, 톰 피터스는 GE를 ‘잡동사니 모음’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GE의 인수합병에 있어 큰 역할을 한 부문은 금융 사업이었는데, 그래서 GE캐피털은 다른 사업 부문과 달리 회장 직속으로 분리 운영되었으며, GE캐피털은 1990년대에 걸쳐 10년 동안 2,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과 관련된 400건의 M&A를 실행했다. 그리하여 GE캐피털의 자산 규모는 50억 달러(1987년)에서, 3,700억 달러(2000년)로 늘어났으며, 2000년 캐피털이 올린 이익은 52억 달러였는데, 이는 GE 전체 수익의 41퍼센트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골프장에서 경영하기 웰치는 평생을 골프와 함께했는데, 골프장에서 여러 인사들을 만나 사업으로 연결했고, 많은 중요한 사업적 결정들이 골프장에서 이루어졌다. 참고로 그는 골프가 인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완벽해질 수 있다고 부추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특A급 홍보 전문가 오늘날 웰치가 모든 경영자들이 존경하는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그의 업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성자탄’ 같은 냉혹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현재의 이미지로 포장된 것은 확실히 홍보 전문가 -GE가 외부에서 영입한 최초의 임원은 조이스 헤르겐한이었는데, 그녀는 MBA 출신으로 외향적이고 냉철한 여성으로 콘 에디슨의 수석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가, GE로 옮긴 후 웰치의 열렬한 대변자가 되었음- 의 솜씨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회장 되고 두 번 이혼 경영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윤리를 들 수 있는데, 퇴임 후 잭 웰치의 행보는 그의 윤리의식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세 번째 부인인 제인과의 이혼소송 중 몇 가지 문제가 불거졌는데, 웰치의 재산과 GE에서 받은 연봉, 은퇴 후의 수입이 낱낱이 공개되었고, 이런 내역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퇴직 후에도 그가 GE에서 특혜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웰치는 이 이혼소송으로 모럴해저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약 1억 8,000만 달러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했다. 제3장 새로운 방식 : 디지털 시대의 경영원칙 잭 웰치 방식은 잊어라 ‘잭 웰치의 경영 지침서를 찢어버려라.’ 이는 2006년 7월 17일자 <포춘>에 실린 기사 제목인데, 매우 의미심장하다. 즉 한 때 잭 웰치의 경영 전략은 주식회사 미국의 경영 바이블로 통했으나, 이제는 ‘낡은 성공 이론’으로 경영 현장에서 퇴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포춘> 기사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웰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훌륭한 CEO이자 성공적인 경영원칙을 지닌 ‘경영의 모델’이었는데, 그의 방식은 퇴조하는 GE의 아날로그 사업을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게 하는 데 효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즉 더 이상 잭 웰치 식의 경영기법으로는 산재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포춘>은 새로운 경영환경에서는 오히려 잭 웰치의 방식과는 거꾸로 가야 한다며 ‘안티 잭 웰치’ 일곱 가지 경영원칙을 제안했는데, 잭 웰치의 일곱 가지 원칙이 아날로그 시대의 리더십이었다면, <포춘>이 제시하는 일곱 가지 새로운 원칙은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라 웰치는 경쟁 없이 이기는 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보지 못한 기업은 언젠가는 도태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틈새시장을 찾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잭 웰치는 TV, 오디오, 에어컨,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물론 소형 가전제품과 컴퓨터, 반도체 산업 등을 포기했다. 그러나 이들 산업에서 미국의 인텔과 애플, 일본의 마쓰시타와 소니,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참고로 애플은 소형 가전인 MP3와 IT 기술을 결합하여 아이포드(iPod)라는 새로운 제품을 창조했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2위로 성장했으며, TV 산업에서도 세계 일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삼성과 LG는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빠르게 PDP와 LCD TV로 전환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 같은 업종에서도 틈새시장을 찾아내지 못하면 성장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장에서, 이들은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영역을 창조한 것이다. 한편 2006년 5월 22일, 세계 1위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진출 8년 만에 ‘실패’를 인정하고 한국 철수를 선언했는데, 이들이 한국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한국인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 것과 느린 의사결정 프로세스 때문 -한국 내의 시장 변화에 대해 매번 본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임- 이라 할 수 있다.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기존 사업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② 크기보다 민첩함이 중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1등이 되었다고 해서 성장을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1, 2등이 되는 것보다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장의 급속한 변화와 맞물린 디지털 경제하에서는 규모가 크다는 것이 이익과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기존 시장에서 1위 혹은 2위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시장 자체가 변해버리면 이익은커녕 성장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카콜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십 년 동안 콜라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코카콜라가 요즈음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데,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콜라와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햄버거 소비량이 줄면서 콜라보다는 생수나 스포츠드링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③ 고객이 왕이다 주주가 왕인 기업에서 경영자는 기업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는 주주들을 의식하며, 주가라는 단기 성과만을 추구하게 되는데, 경영자가 주주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단기 이익에만 급급하여 미래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오히려 회사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참고로 베인앤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경영자의 80퍼센트가 소비자 만족을 위해 경영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소비자들은 8퍼센트만이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GE의 신임 회장 이멜트는 과거의 CEO가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소홀했다고 판단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신임 회장의 새로운 행보는 과거 잭 웰치의 주주가치 경영에서 고객 중심의 경영으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겠다. ④ 열정적인 사람을 고용하라 잭 웰치는 다른 많은 CEO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그는 틈만 나면 직원을 해고했다. 같은 미국 기업이지만 휴렛팩커드의 방법은 달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경기가 악화되자 휴렛팩커드도 감원을 해야 할 형편에 처했으나, 감원 대신 직원들의 급여를 20퍼센트 줄이는 방법을 택했고, 결국 위기를 극복했다. 한편 대기업에서는 이력서가 화려한 인재들을 뽑는데, 대기업에 들어오겠다는 인재들이 넘치기 때문에, 직원의 대부분이 고급 인력으로 채워지곤 한다. 그러나 회사 일이라는 게 항상 고급 인력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 있는데 고급 인력들은 이런 일들을 하려 하지 않는다. ‘뛰어난’ 인재가 아니라 ‘열정이 살아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뛰어난 인재를 중시하는 잭 웰치와 달리, 열정적인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들의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⑤ 용기 있는 CEO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CEO에게 결단력이 가장 요구되었지만, 디지털 시대 CEO의 새로운 덕목은 ‘용기’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과감한 도전을 즐기며,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CEO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제록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제록스는 아날로그 복사기에서 디지털 복사기로의 전환이 늦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환이 늦은 이유는 아날로그 복사기를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디지털 복사기로 전환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도 적고 달콤해 보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GE의 새로운 회장인 이멜트는 위험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리더의 용기를 강조하고 있고,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인수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분야에서 성장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⑥ 혁신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GE의 품질관리 기법인 식스시그마는 외부보다는 내부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 개발, 디자인, 기술 연구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더 큰 문제는 직원들이 식스시그마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숫자들과 씨름하다 보면, 외부의 변화를 감지하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보다는, 내부에서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식스시그마 프로그램이 품질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품질을 개선한다고 해서 그 제품이 꼭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고, 어느 업종에서나 통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식스시그마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현재의 프로세스를 수정하는 데 융통성이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접근방식을 전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1990년대 말, 한국전기초자의 성공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 회사는 TV 브라운관을 만드는 회사로서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대우전자의 부사장이었던 서두칠 사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크게 개선 -서두칠 사장은 품질개선과 합리화를 추진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급신장하여 ‘신화’라는 말까지 들었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브라운관의 품질이 좋아진들, TV가 디지털화되고 PDP나 LCD로 전환되는데 어쩌겠는가? 결국 한국전기초자는 2002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매출이 크게 감소하여, 787억 원의 적자를 냈다. 과거 제품의 품질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화를 리드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⑦ 영혼을 소중이 여겨라 영혼을 바쳐 일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요타자동차는 주변의 비웃음에도 아랑곳없이 렉서스를 개발하여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했는데, 그것은 전 직원들이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결과였다. 참고로 미국의 기준으로 보면, 도요타자동차의 지배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단 한 명의 사외이사도 없고, 오너인 도요타 가문의 지분도 1퍼센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도요타 가문의 오너들은, 전문 경영인과의 적절한 업무 분담과 직원들의 열정으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만들어 내었다고 할 수 있다. 제4장 포스트 잭 웰치 : 새로운 성공 모델 찾기 잭 웰치를 따라한 한국 산업의 위기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뛰어난 창조력과 열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신제품들을 내놓았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LCD 패널 분야에서 2005년 1분기까지만 해도 한국의 생산량이 세계 1위였지만, 이후 대만 업체의 약진으로 1위 자리를 내주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또 LCD TV 분야에서도 2003년에는 일본에 이어 2위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고, 휴대전화시장에서도 노키아와 모토롤라 등 외국 업체에 비해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도 하락하고 있다. 즉 한국이 ‘창조적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말에 한국이 IT와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일류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리더들의 창조적인 카리스마와 효율적인 투자, 원가 경쟁력과 생산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력과 함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야만 한다. 즉 방어적인 전략을 취하기보다는, 공격적인 시장 대응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경영환경이 바뀌면 경영기법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식스시그마를 버린 모토롤라 모토롤라는 한때 기술 지향적인 이미지가 강한 회사였다. 그러나 아날로그식 무선통신 업계에서 오랫동안 왕좌로 군림하다 보니, 디지털 흐름과 새로운 디자인에 뒤지게 되었고, 결국 2001년에는 3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초슬림 휴대전화 ‘레이저’로 부활하고 있는데, 그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2004년 1월, 모토롤라의 회장으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출신의 에드워드 잰더가 취임했는데, 그는 취임하자마자 ‘끊임없는 이동성을 제공한다.’를 회사의 새로운 비전으로 선언하고, 고객 위주의 경영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 부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무장한 제품들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역전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얇은 면도날을 연상시키는 초슬림 휴대전화 ‘레이저 v3’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가장 훌륭한 최신 휴대전화’에 들어가기도 했다. 오랫동안 포기와 체념의 문화에 젖어 있던 모토롤라가 이처럼 제품 혁신에 성공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아이코닉 디자인(lconic Device, 고객이 꿈꾸는 아이콘을 형상화한 제품)을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멋진 디자인의 매력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둘째, 개발 프로세스의 혁신을 들 수 있다. 한 예로 잰더 회장은 공장과 가까운 외곽 지대에 있던 개발팀과 디자인팀을 시카고 시내 중심지로 옮겼는데, 소비자의 욕구를 재빨리 파악하고 기술과 디자인을 통합하기 위해서였다. 셋째, 개발 방법을 바꾸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에 상품 개발을 할 때에는 마케팅부서에서 대규모 시장조사를 하여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수요 예측을 했는데, 이제 모토롤라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 대신 인류학, 심리학, 심리음향학 등의 전문가를 동원하여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조사하며, 참신한 디자인 개발을 위해 보석 전문가, 예술가, 우주과학 엔지니어 등으로부터 의견을 구하고, 전 세계 7개 디자인센터에서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기도 한다. 또 소재 표면 처리팀을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넷째, 디자인을 위해 부가적인 기능을 포기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휴대하기 편한 것이 먼저이고, 카메라, MP3, 게임 등의 기능은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다섯째,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층에 어필하는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예로 과거의 모토롤라 제품은 크고 투박한 검정색 계열이었는데, 요즈음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여 과감하게 핑크빛을 선택한다. 즉 레이저는, 식스시그마가 추구하는 효율과 숫자 관리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 마케팅이 결합하여 새로운 휴대폰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 경영으로 세상을 바꾼 애플 애플은 세계 최초로 PC를 개발하여 1980년대 초반에 PC 업계의 리더로 부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공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2000년, 아이포드라는 새로운 디자인의 MP3을 출시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함으로써, 애플은 또다시 주목받는 기업이 되었다. 아이포드는 소비자의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을 먼저 완성하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는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와는 정반대 -매킨토시는 먼저 기술 개발을 하고, 나중에 그것을 담을 외형 디자인을 개발하는 과정을 거쳤음- 라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과거의 방식을 스스로 뒤집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포드를 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이포드를 개발하면서 스티브 잡스는 음원을 확보하기 위해, 음반사와 가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녔고, 이렇게 음원을 확보한 후에는 온라인 숍인 아이튠 뮤직 스토어(ITMS)를 개설했다. 즉 그는 단순히 하드웨어만 개발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까지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왜 다른 회사들은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똑똑한 사람들이 애플에만 모여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군다나 IT 분야는 훌륭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로 넘쳐나는 분야가 아닌가? 어쩌면 IT 기업들에 있어 부족한 것은 ‘기술자 만족형 개발을 중단하라!’고 외치는 경영진의 단호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잭 웰치와 반대로 하는 스타벅스 GE가 CEO의 독단적인 아이디어로 중요 결정이 내려졌다면, 스타벅스는 직원의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다르다. 스타벅스의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는 여름철에 판매할 신제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펩시콜라에 아이스커피 신제품 개발을 의뢰했는데, 펩시에서는 탄산가스가 들어간 냉커피를 개발해 왔다. 한편 사내에서는 우유와 커피를 섞어 얼음을 넣은 신제품을 개발해 왔다. 두 제품을 놓고 고민하던 슐츠는 직원들이 개발한 신제품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고객 가까이 있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더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에서였는데, 이 제품이 바로 오늘날 스타벅스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프라프치노’다. GE와 스타벅스는 업종도 다르고 시장 상황도 다르지만, 경영 방식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겠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GE의 잭 웰치와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직원들과 대화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데 쓰고 있다.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 고객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디자인 기업으로 변신하는 삼성전자 기술 중심의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금 디자인 기업으로 변신 중인데, 2001년부터는 디자인본부를 디자인경영센터로 부르고, 디자인은 경영의 일부라는 의미에서 ‘디자인 경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경영센터의 윤지홍 전무는 이에 대해 “경영자도 디자인을 알아야 하고, 디자이너도 경영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인 만큼, 디자이너는 비즈니스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디자인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관심이 절대적입니다. 예를 들어 소니는 디자인센터가 바로 사장실 옆에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삼성도 디자인본부를 서울의 중앙일보사 건물로 옮기고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지금은 뉴욕, 도쿄, 상하이, 밀라노, 런던에 디자인센터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제휴하기도 하는데, 휴대폰 브랜드인 애니콜의 디자인을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인 제스퍼 모리슨에게 맡기고, 냉장고와 에어컨의 디자인을 앙드레 김에게 의뢰하여, 지금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의 가전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에필로그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효율’이 아니라 ‘창조’다 만약에 잭 웰치가 한국의 CEO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과연 그의 리더십과 혁신전략이 한국에서도 통했을까? 만약 1980년대 초반에 대규모의 인력 삭감과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이었다면 노사분규에 의해 회사의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즉 어떤 훌륭한 경영기법도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통하는 기법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고, 1980년대에는 효과적이었던 기법이 2000년대에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잭 웰치의 성공은 25년 전의 거대기업인 GE에서 이루어졌던 일이고, 그의 경영 방식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당시 GE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그러한 방식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GE는 잭 웰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영혁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제는 잭 웰치가 불멸의 경영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잭 웰치 식의 경영혁신이 모든 기업에게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기업은 나름대로 처한 상황이 다르고, 업종과 규모에 따라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경영혁신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 우리 기업과 현 상황에 맞는 것인지 선별해서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혜와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