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관광 시대에 제주는?
제주일보| 승인 2021.07.26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지난해 내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국내 근거리 관광지로는 경기도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개한 여행경험이 있는 만 15세 이상 국민 5만400명을 매달 면접 조사하여 작성한 ‘2020년 국민 여행 조사’의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여행 총 횟수는 2억2519만여 회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거대도시 서울지역을 주된 배후로 하는 경기도 지역이 근거리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관광지로 부상했다. 이어 강원, 경남, 충남, 전남, 경북 등의 순이었다. 특이점은 경기도지역이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많이 찾은 근거리 관광지라는 사실이다. 경기도 지역 중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으로는 용인 에버랜드였고, 그 외 파주시 마장 호수, 양평군 두물머리, 과천 서울대공원, 파주시 임진각 관광지 등이었다.
국내 관광을 숙박과 당일로 나눴을 때 경기도지역의 당일 여행 횟수 또한 1위였다. 당일치기 방문지역 2위는 경남, 3위는 충남지역 순이었다. 다만 숙박관광 횟수에선 강원지역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경기도 지역이 근거리 관광지로 선호되는 주된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로 인한 장기 내수 경기의 침체 등이었으며, 이외도 해외여행이나 항공여행지 제주도 지역보다는 가깝고 여가활용 차원에서 교통편이나 차량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기도지역 관광지가 여타 지역 유수 관공지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특히 제주지역 관광객 유치와 관련해 주된 참고사항으로 간주될 이슈, 즉 내국인들이 관광하기 전에 관광 목적지를 선택할 경우에 최우선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볼거리 제공’(18.6%)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여행지 지명도’(16.4%), ‘이동 거리’(12.6%), ‘여행 가능 시간’(12.4%), ‘여행 동반자 유형’(8.4%) 등 순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광지에서 체류하는 동안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소위 ‘여행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제주도(8만1000원)가 1위이었으나 이어 강원도(7만4000원), 경기도(6만3000원)순위로 조사됐다. 씀씀이 정도는 전국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는 해마다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제주도당국과 관광업에 종사하는 도민 여러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이슈가 아닌가 한다.
최근 제주는 최대의 관광업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농어업 산물의 수도권 등으로의 판로개척이 쉽지 않은 마당에서 관광업 또한 평년작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역대 도지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제주 미래 비전도 사실상 용도 폐기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대중 외교관계의 난맥상으로 사드보복조치 이후 발이 묶인 중국인 제주관광도 이미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설령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대 난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뾰쪽한 대안이 없음은 물론이다.
바라건대 도민과 제주도당국은 합심하여 어떻든 당장 야무진 방책을 수립해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국제자유도시 조성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최근 ‘제주호 선장’이 야무진 묘수를 부리며 차기 ‘대한민국호 선장’이 되겠다고 한다.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걱정된다.